[늘어나는 수업 방해 ‘금쪽이들’]
[사교육 줄이는 X프로젝트]
[선행학습 없는 독일 교실]
늘어나는 수업 방해 ‘금쪽이들’

직장인 커뮤니티에서 회자됐던 초등 교사들의 경험담을 보면 ‘설마…’ 싶을 만큼 경악스럽다. 수업 시간에 활동을 시작할 때마다 “아, 이런 거 좋아하는 사람이 있나요”라고 김을 빼고는 “응, 내가 (활동) 안 해도 (선생님은) 아무것도 못 하죠?”라고 빈정대는 학생도 있었다. 교실을 자꾸 돌아다니고 소리를 지르거나 수시로 음란한 대사를 읊는다.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을 쉬는 시간에 불러 훈계했더니 “쉬는 시간에 놀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한 아동 학대”라고 응수한다. 아이를 가르치려 하면 교사에게 욕설을 하고, 옥상에 올라가 죽겠다고 위협한다.
▷교사들은 실제 교실에서 벌어지는 상황이 이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고 말한다. 이처럼 극단적으로 행동하는 아이들은 악의를 품고 무례하게 군다기보다 정서적으로 아픈 아이들인 경우가 많다. 서울시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 연구에 따르면, 서울 초중고 교사 10명 중 절반은 최근 1년간 정서·행동 위기 학생에 의한 수업 방해와 교권 침해가 증가했다고 답했다. 학교급이 낮을수록 빈도도 높았다. 초교 교사가 58.6%로 가장 높았고, 중학교 54%, 고교 42.8% 순이었다.
▷교육부는 매년 초등 1, 4학년과 중1, 고1 학생을 대상으로 정서·행동 특성 검사를 시행한다. 정서·행동 위기 징후가 있는 학생을 파악해 지원하려는 것이다. 교사 절반은 검사 결과보다 교실에서 체감하는 정도가 더 심각하다고 답했다. 문제는 교사가 학생의 이상 징후를 발견하더라도 치료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 이유로는 ‘보호자의 동의나 협조 부족’(78.6%)이 첫손에 꼽혔다. 학부모가 “집에서는 안 그런다” “어려서 산만하다”며 아이의 어려움을 부정하고 검사나 치료를 거부하면 학교가 이를 강제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정서·행동 위기를 겪는 학생은 학교 안에서 기피 대상이 되곤 한다. 누구도 담임을 맡으려 하지 않고, ‘수업 방해하는 애’ ‘친구 괴롭히는 애’로 낙인이 찍혀 교우 관계도 원만하지 않다. 그런데 이들을 지원할 교내 인프라는 부족하다. 학교의 목표는 교육이 아니라 ‘큰 사고 없이 잘 달래 집으로 보내는 것’이 된다. 이런 경험이 쌓이면 아이의 상태는 갈수록 악화된다.
▷교사들은 정서·행동 위기 학생 1명을 돌보다 보면 나머지 19명에게 쓸 시간이 부족해진다고 한다. 학부모의 무책임 탓만 할 수도 없다. 내 자식밖에 모르는 일부 학부모도 있지만, 부모가 우울증을 앓는다거나 다문화가정이라 소통이 어렵다거나 하는 사정 있는 집들이 많다. 그래서 미국, 영국 등에선 의학적 진단이 없더라도 교사의 관찰과 상담으로 위기 학생을 찾아내고 개입이 필요하면 담임·상담·특수 교사와 학부모가 팀을 꾸려 학생을 지원한다. 교사 한 명에게만 맡겨두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경임 논설위원, 동아일보(26-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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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줄이는 X프로젝트
꿈·기억·감정을 측정해 저장·제거할 수 있을까? 방파제를 이용해 파도의 역학 에너지를 고효율 에너지로 바꿀 수 있을까?
미래창조과학부가 'X프로젝트' 연구 과제로 선정한 것 중 일부다. X프로젝트는 '세상을 바꾸는 위대한 질문'이라는 구호 아래, 꼭 해결이 필요한 과제를 'X질문'으로 선정하고 이를 연구하려는 팀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실현 불가능해 보이는 것을 연구하는 '구글X'를 모델로 했다.
미래부는 2015년 질문 50가지를 선정했고, 검토 과정을 거쳐 16과제로 압축해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있는지 연구를 맡겼다. 지난해엔 '과학기술을 활용해 국가 청렴도를 높일 수 있을까?' 등 새로운 X질문도 54건 선정해 압축 절차를 밟고 있다.
2015년 9월 처음 X질문 50건을 선정했을 때 '사교육 없이도 만족스러운 공교육이 이루어지려면?'이라는 질문도 들어 있었다. 이 주제의 제안 설명에는 우리 교육의 문제점이 그대로 담겨 있다.
"요즘 우리나라 학생들의 일과를 보면 꽤나 충격적입니다. 학교가 끝나면 학원으로 직행해 밤에야 집에 갑니다. 집에 가면 일과가 끝나나요? 아닙니다. (중략) 사교육에 지출하는 비용은 점점 증가해 감당하기 힘들 정도가 되었습니다. 이 사교육 비중이 커지면 커질수록 학생들의 심리적 부담과 부모들의 경제적 부담 또한 같이 커지기 마련입니다. 어떻게 해야 사교육을 줄일 수 있을까요?"
천재적 학자가 등장해 이 문제를 해결하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이 주제는 심사 과정에서 탈락했다. 연구자 공모에서 연구 제안서가 9건 들어오긴 했다. 미래부 관계자는 "사교육에 국민 관심이 많아 연구 과제로 선정했지만, 기대와 달리 사교육 문제에 과학적 해결책을 내는 게 쉽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한 국립대 교육학과 교수는 "나도 처음에 연구 제안을 해볼까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광범위하고 어려운 문제라 포기했다. 많은 연구자가 그랬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교육을 없애거나 줄이는 문제는 X프로젝트 연구 과제에서 빼는 것처럼 쉽게 포기할 일은 아니다. 무엇보다 600만 초중고 학생이 시대에 맞지 않는 교육 제도 때문에 지금 이 시간에도 고통받고 있다. 지금까지는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라는 믿음이라도 있었다. 요즘엔 미래 전문가들이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엔 책 속의 단순 지식 암기는 별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하니 그런 믿음마저 흔들리고 있다. 이런 상황을 방치하는 것은 미래 세대에게 죄를 짓는 일이다.
다행히 대선 후보들이 상당히 포괄적인 교육 공약을 내놓고 있다. 각 후보 진영에서 치열한 고민 끝에 내놓은 정책이라고 믿고 싶다. 그러나 지난 수십 년 경험으로 알 수 있는 것은 일방적 교육 공약으로는 난마처럼 얽힌 지금 교육 문제를 해결 할 수 없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그런 방식으로는 정당성을 갖는, 오래 지속할 수 있는 교육 정책이 나올 수 없다. 후보들은 교육 공약을 당선 이후 시행할 정책이 아니라 검토할 여러 방안 중 하나라고 여겨야 한다. 그래서 대선이 끝나는 대로 여야와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교육개혁위원회 같은 범사회적 기구를 만들어 '교육 X질문'에 대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
-김민철 사회정책부장, 조선일보(17-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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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행학습 없는 독일 교실
미리 배워와서 정답 말하면 아이들 생각할 기회 사라져
교사 수업권·학생의 학습권, 동시에 침해받는다고 생각
6~16세 중 14%만 사교육… 주로 부진학생이 단기간 받아
우리 두 아이가 독일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마다 담임교사는 첫 학부모회의 시간에 똑같은 말을 했다. "절대 선행학습을 시키지 말아달라"는 당부였다.
특히 초등학교 교사들은 선행학습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한다. 우리 아이들 초등학교 담임교사가 전하는 선행학습으로 인한 폐해는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았다. 선생님은 선행학습은 '간접적인 교권 침해'라고 했다. 교사는 선행학습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수업을 준비하는데, 미리 학습해온 학생이 있다면 정상적인 수업 진행에 방해를 받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학생들 생각을 유도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질문을 하려고 했는데 다른 아이들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누군가 첫 질문에 정답을 이야기해버리면 교사는 수업 진행에 방해를 받고 다른 학생들은 사고의 기회를 잃는다는 얘기였다. 이건 교사의 수업권과 학생의 학습권이 동시에 침해받는 일이라고 했다. 자녀를 초등학교에 입학시키기 전에는 인식이 부족했던 부모들도 교사들의 이 같은 적극적인 지도 후에는 선행학습을 함부로 시도하지 못한다.
독일에도 사교육은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같은 선행학습이 아니라, 성적 부진 학생을 위한 복습 위주로 이뤄지는 것이 보통이다. 예를 들어, 김나지움 5학년 레오의 경우를 보자. 독일 학교는 성적을 1~6점(1점이 가장 높음)으로 나눈다. 레오가 1학기 성적표를 받아보니 수학이 4점이었다. 낙제 위기인 5점이 바로 눈앞이다. 레오 엄마는 선생님으로부터 레오 수학 성적이 5점이 되면 유급할 수도 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는다. 선생님은 레오 엄마에게 사교육을 알아보라고 권하면서, 원한다면 동료 교사나 레오의 같은 학교 고학년 학생 중에 알아봐 준다고 했다. 레오 엄마는 비교 후 선생님으로부터 같은 학교 11학년 학생을 소개받았다. 레오는 다음 학기부터 수학 성적이 3점 이상이 될 때까지 일주일에 1시간 30분씩 방과 후 수학 과외를 받기로 했다.

독일 바인하임시에 있는 바인하임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이 영어 수업을 듣고 있다. 독일에서는 사교육을 통해 선행학습 하는 것은 교권과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받아들인다. 독일의 학교 수업도 모든 학생이 선행학습을 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이뤄진다. /박성숙씨 제공
레오는 독일에서 사교육을 시작하는 학생들의 가장 흔한 예다. 독일에서 사교육의 의미는 레오처럼 성적이 부진한 학생, 그것도 유급의 위기에 처한 학생을 구제하기 위한 '응급 처방'인 것이다. 사교육 받는 학생의 가장 많은 점수 분포는 4~6점까지인데, 우리의 과거 '수우미양가'에 대비해 보면 '양'에서 '가' 사이 수준이다.
최근 베르텔스만 재단이 시행한 독일 사교육 실태에 관한 연구보고에 의하면 6세부터 16세까지 독일 학생 중 14%가 사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학급 정원을 35명으로 가정했을 때 평균 5명 정도가 레오와 비슷한 이유로 사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또 사교육 받는 학생 중 68%만 부모가 직접 비용을 부담하고, 나머지 32%는 학교의 방과 후 프로그램이나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학원에서 무료로 받고 있다. 게다가 대부분 학생들은 성적이 원상회복될 때까지 단기간만 사교육 도움을 받는다. 1등을 하기 위해서, 혹은 우수한 학생이 더 잘하기 위해 사교육을 하는 예는 거의 없다. 독일에서도 간혹 성적이 우수한 학생에게 사교육을 시키는 극성 부모들이 있을 수도 있지만 이는 매우 예외적인 일로 분류될 뿐 사회문제로 거론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독일 교육계는 초등학교부터 사교육에 의지하게 만드는 것이 개별 학생의 수준을 파악해 적절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하는 학교의 임무를 다하지 못한 결과이며 독일 교육의 허점이라고 성토한다. 그러면서 방과 후 학교나 개별학생의 학습 향상 프로그램들을 적극 개발하고 육성하는 것만이 해답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박성숙·독일 거주·'독일 교육 이야기' 저자, 조선일보(17-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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