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공 군견
10년에 걸친 오사마 빈라덴 추적 작전을 그린 영화 '제로
다크 서티' 막바지에 미 특공대원 25명이 헬기 두 대에
나눠 타고 빈라덴 은신처로 향한다. 잔뜩 긴장한 군인들의 표정을 훑던 카메라가 갑자기 개 한 마리를
비춘다. 작전에 투입된 최정예 군견 '카이로'였다. 이런 특공 군견들은 고공낙하 훈련도 받는다. 물 위로 낙하할 때는 혼자 뛰어내리고 병사와 함께 땅으로 낙하할 때는 먼저 달려가 적을 쓰러뜨린다.
▶군견은 'K-9'이라고 표기하는데 개의 학술 용어인
'canine'과 발음이 같기 때문이다. 미 군견은 방탄조끼를 입고 적외선 카메라와 위치
추적기, 군견병의 명령을 들을 수 있는 초소형 이어폰 등을 장착하고 있다. 티타늄으로 틀니를 해 넣은 군견도 있다. 이 군견들의 무는 힘은 300㎏ 안팎이라고 한다. 지난
2014년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이런 군견이 탈레반에 포로로 잡히기도 했다. 탈레반은 완전
군장한 개를 쇠사슬에 묶어둔 영상에서 "이 스파이를 굴복시키라"고 외쳤다.
▶고대 아시리아 벽화에 무장한 병사와 개가 있는 것으로 볼 때 군견의 역사는 기원전으로 올라간다. 중세 이후 군견은 주로 연락견 역할을 했으며 1차 세계대전에서는 인명구조견으로도 활약했다. 현대 군견은 수색·추적·공격·순찰·경계 같은 작전을 수행한다. 군견의 품종은 셰퍼드, 벨지안 말리노이즈, 래브라도레트리버 세 종류가 대부분이다.
▶우리 군이 진돗개를 군견으로 활용하려고 시도한 적이 있으나 진돗개는 주인에 대한 충성심이 너무 강해 군견병이 자주 바뀌는 군 특성에
맞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나라 군견 중 지금껏 단 두 마리가 무공훈장을 받았다. 1968년 1·21 사태
때 수색 도중 북한제 탄창을 발견한 '린틴'과 1990년 제4땅굴 소탕작전에서 북한군 지뢰를 밟고 산화해 부대원들을
살린 '헌트'다. 헌트는
군견 최초로 장교(소위)로 추서되고 추모 동상도 세워졌다. 군 관계자는 군견 한 마리가 1개 소대 병력과 맞먹는 능력을 발휘한다고
말한다.
▶엊그제 사망한 이슬람국가(IS) 수괴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가 미 군견에 쫓기다가 자살폭탄
조끼를 터뜨렸다고 한다. 빈라덴 제거 작전 이후 또 다른 미 군견의 특공 작전 출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훌륭하고 재능 있는 군견이 작전 도중
부상당했으나 무사히 귀국했다"고 말했다. 수훈을
세웠지만 이 군견에 대한 별다른 포상은 없을 것 같다. 빈라덴 제거 작전에 참여했던 카이로는 백악관을
방문해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간식을 받았었다.
-한현우 논설위원, 조선일보(19-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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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브그루
"제로니모 E-KIA(Enemy Killed In Action)!" 2011년 파키스탄 내 오사마 빈 라덴 은신처를 급습한 미 특수부대원들은 빈 라덴 사살 임무를 완수한 뒤 이렇게 외쳤다. 제로니모는 미국이 빈 라덴에게 붙였던 암호명. 미국을 괴롭혔던 전설적 인디언 아파치족 추장 이름을 딴 것이었다. 빈 라덴 사살 작전은 79명의 특수부대원과 군견 한 마리가 수행했다. 그중 핵심은 '데브그루'라는 네이비실(Navy SEAL) 6팀 24명이었다. 데브그루는 '개발단'이란 뜻의 위장 명칭이다.
▶네이비실은 미 해군의 최정예 특수부대다. 실(SEAL)은 바다·공중·지상(Sea Air Land)을 의미한다. 어디서든 전투 가능한 전천후 부대라는 의미다. 1961년 쿠바 피그만 침공 작전 실패를 겪은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지시로 창설됐다. 6팀은 네이비실 중에서도 엄선된 요원들로 구성된 특수부대 중 특수부대다. 미 대통령, 국방장관의 직접 통제를 받는 일종의 '전략 무기'다.
▶지난 13일 부산에 입항한 원자력 추진 미 잠수함 미시간함에 네이비실 6팀이 타고 와 훈련 중이라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2008년 2월 미시간함과 같은 형(型)인 오하이오함이 부산항에 처음 왔을 때 안에 들어가 취재한 적이 있다. 미사일 발사관 한쪽으로 특수부대원들을 위한 침대가 늘어서 있는 게 인상적이었다.
▶미시간함의 네이비실 대원들은 소형 특수 잠수정 ASDS를 이용해 북한 해안에 은밀히 침투할 수 있다. 어제 조선일보 1면에는 물 위에 떠오른 미시간함 상부에 ASDS 격납고로 보이는 설치물이 달려 있는 사진이 실렸다. 미 특수부대원들은 우리 해군의 UDT/SEAL 요원 등과 함께 지난 수년간 북 침투 훈련을 여러 차례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특수부대원들은 유사시 김정은 등 북 정권 수뇌부를 제거하는 이른바 '참수 작전'을 펴거나 급변 사태 때 북 핵무기를 확보·제거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하게 된다.
▶군 당국은 이런 훈련과는 별도로 참수 작전을 주 임무로 하는 부대를 오는 12월 창설한다. 참수 작전은 핵 없는 우리가 북 도발을 억제할 수 있는 한 방안으로 거론된다. 육군도 엊그제 국감에서 미사일 등과 함께 참수 작전 부대를 '5대 게임 체인저'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 또한 야간·악천후 침투 능력을 지닌 특수전용(用) 헬기·수송기나 ASDS 같은 첨단 장비를 갖추지 않고는 제 역할을 할 수 없다. 기왕 게임 체인저로 키우려면 군만이 아닌 정부 차원의 의지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유용원 군사전문기자·논설위원, 조선일보(17-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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