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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제3의 전략] [생각 다르다고 태극기마저 외면하나]

뚝섬 2022. 10. 11. 10:48

[러시아, 제3의 전략] 

[생각 다르다고 태극기마저 외면하나]

 

 

 

러시아, 제3의 전략

 

[임용한의 전쟁사]

 

우크라이나군의 기세는 대단하고 러시아군은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고 있다. 올겨울쯤이면 우크라이나가 빼앗긴 영토를 거의 탈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러시아군의 몰락은 군의 구조적인 한계, 러시아의 아직도 전근대적이고 권위적인 문화가 근원적인 원인이다. 제2차 세계대전 때라면 물량, 인력 등 여러 가지 수단으로 이런 약점을 커버할 수 있었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로 전환한 지금 미군과 비교할 때, 경직된 문화와 조직이 얼마나 큰 약점이 되는지 이번 전쟁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 못지않게 중요한 요인은 푸틴의 무리한 요구와 지나친 간섭이다. 아직 크렘린 내부의 이야기가 새어 나오지 않아 확증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전쟁 중반부터 그런 징후가 스멀스멀 보였다. 우왕좌왕하는 전략, 전투 병력의 교대 같은 기본적인 원칙도 지키지 않는 군대 운용. 러시아 군인들이 이 정도로 어리석을 수는 없다. 이런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요인은 정치권, 아니 푸틴의 과도한 간섭뿐이다. 독소전쟁 때 스탈린과 히틀러가 교대로 저질렀던 실수를 푸틴이 반복하고 있다.

30만 명을 동원했다지만 이들이 총알받이가 아닌 반격의 힘이 되기 위해서는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1년 후라고 해도 보장은 어렵다. 그럼 우크라이나의 승리는 시간문제일까? 러시아가 핵을 사용하지 않는 이상 전황을 되돌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핵을 사용해도 효과는 미지수다. 핵이 최고의 위력을 발휘하는 때는 테이블과 마이크 앞에 놓였을 때다. 만에 하나 파멸적이고 저주스러운 결과를 초래한다고 해도 파멸이 승리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러시아에 사실 한 가지 전략이 남아있다. 지독한 장기전. 국경에 병력을 배치하고 우크라이나의 도시를 폭격하면서 초장기전, 지구전으로 간다. 강국이 약국을 상대하는 가장 징그러운 전략이다. 30만 동원령과 핵 협박은 이 전략을 위한 밑밥일 수 있다. 아무래도 이 전쟁의 유일한 해결책은 푸틴 정권의 몰락뿐인 것 같다.

-임용한 역사학자, 동아일보(22-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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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틴 “크림대교 폭발은 우크라 테러”라며 키이우 등 무차별 보복 폭격. ‘核 악령’ 본격 등장하는 2막 예고편?

 

-팔면봉, 조선일보(22-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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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다르다고 태극기마저 외면하나

 

左右老少분열의 나라한국
태극기를 꼰대·틀극기라 경멸
우크라 국기는 단결·연대 상징
원팀 코리아 뜨겁게 뭉칠
 

 

개천절인 지난 3일에 이어 10일 서울 도심에선 보수 단체 주도로 ‘자유 통일을 위한 천만 서명 국민대회’가 열렸다. 광화문 일대는 태극기를 흔들고 소리 높여 구호를 외치는 중·노년들로 가득했다. 막힌 인도를 지나며 이들을 바라보는 젊은이들의 표정엔 냉소가 가득했다. 어느 젊은이는 “꼴사나운 틀딱 태극기 꼰대들” “틀극기(틀딱+태극기) 할매미들까지 설친다”는 경멸적 언사를 내뱉기도 했다. 생각과 지향이 다르다 해도 이건 너무 심하지 않은가 싶었다. 주최 측이 건넨 태극기를 매몰차게 거부하거나 받아 들더라도 이내 길바닥에 버리는 이도 있었다. 한 젊은이에게 ‘왜 그러느냐’ 물으니 “꼴보수로 보일까 봐”라고 했다.

 

한글날 연휴 마지막 날인 10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동화면세점 일대에서 자유통일당 등 보수단체 주최로 '자유통일을 위한 천만서명 국민대회' 집회가 열리고 있다. /박상훈 기자

 

2002 한·일 월드컵이 열렸던 때는 그렇지 않았다. 당시 태극기는 좌우, 노소를 가리지 않고 자랑스러움 자체였다. 4강 열기가 후끈하던 광화문 광장과 서울광장은 “오! 필승 코리아” 함성과 함께 수많은 태극기가 펄럭이던 감동의 현장이었다. 태극기를 망토처럼 두르거나 두건처럼 쓴 청년들, 치마나 브라톱으로 만들어 맵시 있게 차려 입은 여성들이 다 함께 “대한민국 파이팅”을 외쳤다. 당시 태극기는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하며’ 소비한 ‘힙한 아이템’이었다. 하지만 지금 20~30대 MZ세대 상당수는 태극기를 ‘짜증 유발자’ 상징으로 받아들이는 듯하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날아든 한 장의 사진은 국기의 의미를 곱씹어보게 했다. 동부 전선에서 거센 반격을 펼치며 러시아 점령지를 수복하는 우크라이나 병사들이 도네츠크주 요충지 리만을 탈환하고 국기를 내거는 장면이다. 6·25전쟁 당시 9·28 서울 수복 하루 전 중앙청 건물에 걸린 인공기를 내리고 태극기를 게양하던 해병대 장병의 모습을 재현한 흑백사진이 떠올랐다.

 

파란 창공 아래 일렁이는 황금빛 밀밭을 오롯이 형상화한 것이 지금 우크라이나 국기다. 1918 처음 제정됐지만 소련이 통치한 60년간 달지 못하다가 1992 러시아에서 독립한 비로소 자유롭게 내걸 있었다. 지금은 평화와 반전(反戰)의 상징이 됐다. 파리 에펠탑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 서울 남산타워 등 지구촌 랜드마크가 파랗고 노란 조명에 물들며 연대감을 전했다. 파란 셔츠에 노란 재킷을 입고 연단에 선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우크라이나 국기에 ‘전쟁 반대(No War)’라는 글귀를 새긴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에 나선 각국 선수들... 한 나라의 국기엔 그런 힘이 있다.

 

태극기의 흰색 바탕은 밝음과 순수, 평화를 뜻하고, 태극 문양은 음양의 조화를 의미한다. 건곤감리(乾坤坎離) 4괘(四卦)는 하늘과 땅, 물과 불을 상징한다. 태극을 중심으로 조화와 통일을 이룬다. 외국인들에게 태극기 의미와 조형미를 설명하면 “이렇게 유니크하고 힙한 아이템을 본 적이 없다”며 손 하트를 쏘아댄다. 우리에겐 너무나 익숙해 그저 그렇게 느껴지지만 외국인에겐세상 신박한 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세대와 지역, 이념으로 갈갈이 찢겨 있다. 기존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경제 위기가 엄습하는데 대통령 비속어 논란을 두고 ‘바이든’인지 ‘날리면’인지로 싸우더니, 북한의 미사일 파상 공세에도 한·미·일 합동훈련을 “친일 국방”이다 “아니다” 대거리하며 다투고 있다. 카타르 월드컵이 다음 달 개막한다. 온 국민을 하나 되게 했던 2002년의 감동을 되새기며, ‘힙한 태극기’를 다시 한번 휘날려보자. 분열과 대립을 접고 스무 해 전 ‘원팀 코리아’로 뜨겁게 뭉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채성진 기자, 조선일보(22-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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