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에 '1국 4팀'인 영국]
[알렉스 퍼거슨 卿의 리더십]
월드컵에 '1국 4팀'인 영국

사진출처=잉글랜드 SNS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는 왜 월드컵에 영국 단일팀이 아닌 각자의 대표팀으로 출전할까. 세계 축구 팬들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의문이다. 올림픽에는 네 나라가 단일팀으로 출전한다. 한국 축구 팬이라면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이 영국을 꺾고 동메달에 한 발 다가간 기억이 생생할 것이다.
아쉽게도 이 궁금증을 풀어줄 만한 명쾌한 답은 없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축구 종주국인 영국이 현대 축구의 모든 기틀을 만들어 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1863년 세계 최초로 잉글랜드 축구협회가 설립됐고 이후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에도 연달아 축구협회가 창설돼 독자적으로 운영돼 왔다. 초창기 국제 경기는 이 네 나라 간의 맞대결이 전부였다.
그러나 이후 축구계에도 큰 변화가 생겨났고 영국이 국제 축구의 판도를 좌지우지하던 시대는 이미 오래전에 끝났다. 만약 다른 국가들이 영국의 단일팀 출전을 강력히 요구한다면 응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시도는 특히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의 거센 반발을 겪게 될 것이다. 잉글랜드와 얽힌 그들의 역사는 깊은 갈등과 저항의 역사였다. 최근 스코틀랜드의 선거 결과를 보면 여전히 민족주의 정서가 팽배하다는 것이 드러난다. 경제적인 측면을 우려하는 현실이 발목을 잡고 있지만 스코틀랜드가 탈(脫)영국을 하는 날이 내 생애 안에 찾아오는 것이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
하지만 축구장은 투표장과 달리 계산보다 감정이 앞서는 공간이다. 스코틀랜드 팬의 염원은 월드컵 같은 큰 무대에서 잉글랜드를 물리치는 것이다. 1977년 브리티시 홈 챔피언십 대회에서 스코틀랜드가 잉글랜드를 꺾고 우승하자 스코틀랜드 팬 수백 명이 경기장으로 뛰어나와 골대를 뽑고 잔디를 뜯으며 집단적 환희를 분출했다. 네 나라를 단일팀으로 묶는 것은 돈키호테가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것만큼이나 지극히 비현실적이고 무모한 발상이라는 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Why Are England and Scotland Playing at the World Cup, Instead of Team GB?
-팀 알퍼 칼럼니스트, 조선일보(26-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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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퍼거슨 卿의 리더십
"세계 최고의 구단을 만들겠다는 신념과 철학은 한 번도 양보하지 않았다"
英 프로축구팀 '맨유' 이끈 名將
소리 지르고 선수 내쫓으면서도 3~4년 뒤 내다보며 차세대 육성
일관성의 리더십, 기업에도 귀감

2013~2014년 시즌을 앞두고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은퇴를 하자, 영국 프로축구리그 최다 우승팀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성적은 1위에서 7위로 수직 하락했다. 칠순(七旬)의 감독만 바뀌었을 뿐 정작 운동장에서 뛰는 유럽 최고의 선수들은 그대로 있었는데도 10여 년 만에 최악의 성적을 냈다.
이후 맨유는 루이스 판 할이나 주제 무리뉴 같은 명장(名將)을 잇따라 감독으로 영입하고, 이번 시즌을 앞두고는 선수 스카우트에 3억파운드(약 4550억원)를 쏟아 부었지만 우승은 이미 물 건너갔고 간신히 2위 자리에 턱걸이하고 있다.
요즘 맨유의 경기를 보면, 상대 팀이 맨유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다. 과거 퍼거슨 감독이 벌겋게 상기된 얼굴로 운동장 근처로 다가가 소리를 지르거나 손목시계를 손으로 툭툭 치면, 맨유 선수들은 물론 심판과 상대 선수들마저 긴장했다. 그런 덕분에 맨유는 '퍼기(퍼거슨의 애칭) 타임'으로 불리는 경기 막판에 극장골을 넣으며 극적인 승리를 거두는 일이 유난히 많았다. 하지만 지금의 맨유는 선수 연봉이 5분의 1도 안 되는 꼴찌 팀에게도 쩔쩔매는 모습을 자주 보인다.
사실 퍼거슨의 리더십은 착한 리더십과는 거리가 멀다. 규율을 중시한 퍼거슨은 선수들이 축구 외에 한눈파는 꼴을 못 봤다. 자신의 인적(人的) 네트워크를 동원해 선수들의 사생활까지 통제했고, '헤어 드라이어'라는 별명처럼 성에 안 차는 플레이를 한 선수에게는 머리카락이 날릴 정도로 소리를 질러댔다. 아무리 뛰어난 선수도 팀워크를 해치면 가차없이 내쫓았다.
동료 선수들에게 군림했던 로이 킨이나 할리우드 스타들과 어울리기 좋아했던 데이비드 베컴 등 당대 최고의 선수들도 주저 않고 팔아 버렸다. 그럼에도 퍼거슨은 재임 26년 동안 리그 우승 13회 등 총 49개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누구도 범접(犯接)하기 힘든 성과를 냈다.
퍼거슨은 우선 될 성부른 선수를 알아보는 눈이 있었다. 선수 스카우트에 목을 매고 돈질을 해대는 지금의 감독과는 확실히 달랐다. 지치지 않고 뛰는 충직한 선수들을 불러모아 최적의 조합을 만들었다. 유럽 리그에서는 신인이나 다름없는 박지성을 스카우트하고, 10대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웨인 루니를 발굴해 세계적인 스타로 키워냈다. 2003년 여름 포르투갈 스포르팅 리스본과 맨유의 연습 경기에서 맨유의 베테랑 수비수들이 어린 호날두를 막지 못해 헤매는 것을 보고는 "저 아이와 계약할 때까지 운동장을 떠나지 않겠다"고 윽박질러 그길로 호날두를 영국으로 데려갔다.
퍼거슨은 현실에 안주(安住)하는 법이 없었다. 정상의 자리에 올랐을 때 3~4년 뒤를 내다보고 새로운 도전을 했다. 1990년대 초반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10대의 라이언 긱스, 폴 스콜스, 데이비드 베컴 등 이른바 '퍼기의 아이들'을 대거 발탁해 맨유 전성기를 열었다.
퍼거슨의 리더십을 연구해온 애니타 엘버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독선적인 스타일은 논란의 대상이지만 그는 항상 정상에 올랐을 때 그 팀을 해체하고 새로운 팀을 만들었다. 그가 재임하던 기간 동안 맨유에는 특색이 다른 4~5개 팀이 있었다"며 빠른 변화 대응력에 높은 점수를 줬다.
퍼거슨은 리더십의 핵심을 일관성(一貫性)이라고 했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다룬 BBC 다큐멘터리에 출연해 "세계 최고의 구단을 만들겠다는 신념과 철학은 한 번도 양보하지 않았다"고 했다. 세계 곳곳에서 사투(死鬪)를 벌이는 우리 기업인들도 되새겨볼 만한 조언이다.
-조형래 산업2부장, 조선일보(18-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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