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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복에 대한 모욕] ['親文 어공'들에 휘둘리는 軍] 북한 도발에 만반의 대비 태세를 세워야 할 군이 먼저 나사가 풀려 '평화 타령'에 앞장

뚝섬 2019. 11. 8. 06:49

군복에 대한 모욕

 

군복은 다른 제복과는 다르다. 군복을 입으면 병력(兵力)이 된다. 사람이기에 앞서 국가의 ''을 구성하는 자산이다. 그래서 군복을 '군인의 수의(壽衣)'라고 한다. 여기엔 비장함과 함께 엄청난 명예와 자부심이 담겨 있다. 사람이 할 수 있는 희생의 극치가 군복에 담겨 있다. 군복 중에서도 장군복은 명예의 정점이다. 장군으로 진급하면 금실로 수놓은 정복과 예복 모자의 무궁화 꽃봉오리가 크고 화려해진다. 수장(繡帳)이라고 하는 소매에 두르는 검은 띠의 폭도 넓어진다. 드레스 셔츠 색상도 쑥색에서 고급스러운 백색으로 바뀐다. 멋진 옷 입고 폼 잡으라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이익, 목숨, 가족보다도 국가를 앞세우는 사람에 대한 존중이다.

 

'공관병 갑질 논란'으로 수사받게 된 박찬주 대장은 '군복 출석'을 두고 군 검찰 측과 신경전을 벌였다. 군 검찰은 군복 출석에 지나치게 집착했다. 박 대장은 군을 망신주려는 의도라 생각하고 양복을 입고 군 검찰에 출석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 탄핵 조사에 육군 중령이 군 정복 차림으로 출석해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을 했다. 출석 말라는 백악관 지시가 있었지만 중령은 '나의 충성 대상은 트럼프가 아니라 미국'이라며 출석했다. 제복 존중이 유별난 미국에서 군복 입은 사람의 말 무게는 달랐을 것이다. 중령 가슴팍에는 이라크 전쟁에서 부상하고 받은 훈장까지 번쩍이고 있었다.

 

▶그제 3() 장군 국방정보본부장이 국회에 출석해 한 달 전 자기가 한 말을 뒤집었다. "북이 ICBM을 이동식 발사대로 발사 가능한 수준"이라더니 그제는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했다. 군사 비전문가 청와대 안보실장이 그렇게 말하니 총총히 따라가 말을 맞춘 것이다. 적정(敵情)을 허위로 보고해 아군에게 피해를 끼치면 전시에는 처형할 수도 있다. 그가 어깨에 별 셋이 번쩍이는 군복을 입고 국가 아니라 권력에 아첨하는 것을 본 많은 사람이 혀를 찼다. 군복에 대한 모욕이다.

 

▶전임 육참총장은 서른다섯 살 5급 청와대 행정관이 물어볼 게 있다고 하자 부리나케 달려나갔다. 전방 사단장은 방문한 여당 의원들에게 휴전선 GP 철조망을 액자에 담아 선물하는 기발함을 선보였다. 적폐 몰이에 쫓겨 투신한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 빈소를 군 수뇌부는 물론 동료 군인들이 거의 찾지 않았다. 이 전 사령관 빈소에서 한 인사가 이렇게 외쳤다고 한다. "똥별들 전우애가 일개 병졸만도 못하다." 군복은 입었으되 군인이 아닌 사람들은 적과 싸워 이길 수 없다. 이들은 전세가 불리하면 투항까지 할 것이다.

 

-이동훈 논설위원, 조선일보(19-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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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親文 어공'들에 휘둘리는 軍

 

5급 행정관의 육참총장 면담은 예사이고 외교·안보 부처에선 "모든 건 비서관·보좌관 거쳐야"
청와대의 獨走와 월권 심해

 

이명박 정부 당시 류우익 청와대 비서실장이 국방장관에게 알리지 않고 3() 참모총장을 청와대로 부른 적이 있다. 그는 장성 인사에 대해 차례로 보고를 받았다. 하지만 이는 당장 월권(越權) 논란에 휩싸였다. 대통령이 아닌 비서실장이 직접 군 수뇌부로부터 보고를 받고 인사에 관여할 권한은 없기 때문이다. 당시 류 실장은 국방장관으로부터 강한 항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 정부에선 비서실장도 아닌 5급 행정관이 요구해 육군 참모총장을 만났다. 정모 행정관은 곧 있을 장성(將星) 인사 자료를 들고 나갔다. 인사 얘기가 오갔을 것이란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육군을 대표하는 최고 수장(首長)이 행정관에게 인사 보고를 한 모양새인데, 청와대는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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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인사는 기본적으로 각군 참모총장에게 추천권이 있다. 대통령은 각군에서 만들어 올린 인사안을 검증하고 조정한다. 그런데 행정관이 장성 인사 자료를 들고 총장을 따로 만난 것이다. 청와대는 "정 행정관은 단순 심부름꾼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가 최소한 누구의 지시를 받고 '인사 심부름'을 했는지라도 밝혀야 한다. 대통령이 행정관에게 지시했을 리는 없을 테니 다른 누군가가 월권적으로 군 인사에 개입하려 했다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더구나 청와대에서 장성 인사 명단까지 카톡으로 유출(流出)하는 어이없는 일도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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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외교·안보 담당 정부 부처 안에선 "모든 건 '친문(親文) 어공(정당이나 선거 캠프에서 일하다가 '어쩌다 공무원'이 된 사람)' 비서관·행정관이나 정책보좌관들 손을 거친다"는 얘기가 나온다. '어공 인맥'들이 사실상 인사와 정책 방향을 좌지우지한다는 얘기다. 청와대의 위세가 대단하니 육군 참모총장도 친문 '어공' 행정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기무사가 작성했던 '계엄 문건'도 민정수석실에 보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군 인사부터 첩보까지 모든 게 청와대 비서실로 향하고 있다. 박찬주 전() 육군 대장과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 등에 대한 잇따른 '적폐 몰이 수사' 이후 군은 감히 청와대에 다른 말을 할 수 없는 분위기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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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니 군 수뇌부도 모든 걸 청와대 기류에 맞추고 있다. 정경두 국방장관은 최근 김정은 서울 답방(答訪) 시 천안함·연평도 도발 사과 필요성에 대해 "우리가 이해하면서 미래로 나가야 할 부분이 있다"고 했다가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뒤늦게 수습했다. 청와대가 김정은 답방에 매달리니 우리 장병 수십 명의 목숨을 앗아간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도 이런 발언이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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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미사일에 대응하는 '3축 체계'를 강화하려던 '국방 개혁안'이 청와대에서 퇴짜를 맞자 지난 11일 공개된 국방 중기 계획에서는 킬 체인 등 '3축 체제'라는 말 자체가 바뀌었다. 군은 대북 군사 대응 체제에 구멍이 뚫린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북한과 9·19 군사합의서에 서명했다. 송영무 전 국방장관은 김정은 앞에서 "답방하면 해병대를 시켜서 한라산 정상에 헬기장을 만들겠다"고까지 했다. 북한 도발에 만반의 대비 태세를 세워야 할 군이 먼저 나사가 풀려 '평화 타령'에 앞장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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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은 정치 조직이 아니다. 만일에 대비해 언제든 싸울 준비를 해야 하는 곳이다. 그런데 정치 기류에 휩쓸려 정작 자기 할 일을 잊은 듯하다. 청와대의 '독주''월권'이 그걸 계속 조장하고 있다.

 

-배성규 정치부장, 조선일보(19-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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