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또 우려먹겠다는 정권과 검찰, 해도 너무한다
검찰이 6일 특별수사단을 만들어 세월호 사건을 다시 수사하겠다고 발표했다. 앞서 세월호 특조위와 유가족 등이 당시 일부 생존자를 병원으로 이송하는 과정에서 해경이 부실 대응을 한 의혹이
있다면서 전직 대통령과 자유한국당 대표 등 120여명을 고발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이 5일 "검찰은
신속히 전면 재수사에 나서야"라고 하자 다음 날 특별수사단 구성 방침을 밝힌 것이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는 그동안 검찰 수사와 국회 국정조사, 감사원 감사, 해양안전심판원 조사, 특조위 조사 등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절차가
거듭 진행됐다. 참사 직후 5개월 넘게 진행된 검찰 수사에서만
세월호 선사와 선원, 구조 해경, 해운업계 관계자까지 무려 400명이 입건되고 150명 넘게 구속 기소됐다. 그 재판 과정에서 선체 불법 증축과 평형수 부족, 부실한 화물 고정, 운전 미숙, 감독 소홀 등 참사를 야기한 원인들이 빠짐없이 드러났다. 더 이상 뭐가 더 필요한가.
국가기관이 총동원된 과학적 조사와 법원의 최종 판결로 결론이 내려졌는데도 현 정권이 들어서자 '7시간
행적' '기무사의 유가족 사찰' '특조위 조사 방해' 의혹 등에 대한 검찰 수사가 또 진행됐다. 상당 부분이 사실무근이거나
무리한 수사로 결론 났다. 151억원을 들인 1기 특조위
활동이 미흡했다며 출범한 2기 특조위도 1년 9개월째 '진상 규명'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것으로도 모자라 또다시 특별수사단까지 만들어 대대적으로 재수사를 하겠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범죄 혐의를 수사한다는 것인지 알 수도 없다. 해경이
부실 대응을 했는지도 알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해도 대통령, 장관이 부실 대응을 하라고 시켰다는
건가. 특수단을 만들겠다고 하지만 아무것도 더 나오지 않을 것을 검찰 스스로가 잘 알 것이다. 그래도 수사하는 시늉을 내겠다면서 특수단을 만든다고 한다. 검찰의
온갖 행태를 봐왔지만 이렇게 황당한 것은 처음 보는 것 같다.
수사 대상은 자유한국당 대표 등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검찰 주변에선 조국 수사에 따른 여야 균형 맞추기라는 말이 나온다고 한다. 그렇다면 수사가 아니라 정치다. 정권이 위기에 몰리자 충견들이 다시 짖기 시작했다.
-조선일보(19-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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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보고 시각'
'세월호 보고 시각 조작'
문제가 검찰 수사를 받게 된 건 청와대가 수사 의뢰를 하면서다. 비서실장이 직접 TV 앞에 서서 전 정권 캐비닛에서 찾아낸 문건들을 흔들었다. 전
정권이 세월호 책임을 숨기려고 대통령 최초 보고 시각을 오전 9시
30분에서 10시로 사후 조작하는 등 조직적 은폐가 있었다며 "가장 참담한 국정 농단 사례"라고 했다.
▶정작 검찰이 조사해 보니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았다. 검찰은 밀회설, 성형수술설, 굿판설 등이 모두 거짓으로 확인됐다며 "음모론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고 했다. 보고 시각을 일부러 늦춘 게 아니라 보고서를 만드느라 '30분'이 걸린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전 정권 비서실장과 안보실장 두
사람을 법정에 세웠다. 핵심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는데도 '청와대 지시' 때문에 뭐든 걸었다는 인상을 줬다.
▶그제 이 사건 재판에서 비서실장은 집행유예, 안보실장
두 사람은 무죄 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비서실장은
실제 대통령이 보고받은 횟수는 두 번인데 11번이라고 국회를 속였다"고
했지만 "안보실장은 그 보고서가 작성될 때 이미 퇴직한 뒤였다"고 했다. 후임 안보실장도 범죄라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선고를 받았다. 청와대가 TV 생중계까지 자청하며
세상을 발칵 뒤집어놓은 일의 결과치곤 허망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 "희생자들을 두 번 죽였다" "살인
범죄 은폐"라는 반응들이 나온다. 일부는 "판사를 가만두지 않겠다"고 한다. 도저히 정상이라고 할 수 없다.
▶세월호 참사는 불법 증축, 과적, 허술한 화물
결박, 평형수 부족, 운항 미숙이 겹쳐 일어난 사고였다. 배 회사가 직접 책임자지 왜 정권이 책임자인가. 그런
식이라면 이 정권 들어 일어난 수많은 사고도 전부 정권 책임인가. 세월호 구조에 나선 해경 등의 대응은
부실했지만 '보고'가 이뤄지던 시각 세월호는 이미 심하게
기울어 손쓰기 힘들었다. 그 시각 대통령이 배 옆에 있었어도 더 구하지 못했을 것이다.
▶당시 청와대 비서관이 세월호 참사 당시 전직 대통령의 비공개 발언을 공개했다. "참사
당일 몸 컨디션이 안 좋았다. 아침에 보고를 받고 신속한 구조를 지시했다. (구조됐다는) 보고를 받고 안심했는데 오보로 밝혀져 중대본으로 나갔다." 검찰의 '세월호 7시간' 조사 결과와 다르지 않다. 그 비서관은 "세월호는 끔찍한 비극이었지만 대통령과 무리하게 연계시키는 것은 과하다"고 했다. 이 '상식'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권력을 잡고 있다.
-이명진 논설위원, 조선일보(19-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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