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표 선고 앞두고 사법부 숙원 해결 나선 野 ]
[연봉 고려 없이 시작했다 후퇴하는 법조 일원화]
[몰아치기 재판]
이 대표 선고 앞두고 사법부 숙원 해결 나선 野
김용민 등 '법관 자격 완화' 법안
발의 7명 3년 전엔 똑같은 법 반대
법원과 '관계 개선 시도' 의혹
입장 바꾼 이유 국민에 설명해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 무제한토론 종결 동의의 건에 대해 투표를 마친 뒤 자리로 향하며 김용민 의원을 격려하고 있다. 2024.7.4 /연합뉴스
법원의 숙원 사업이 있다. 법관 임용 자격을 완화하는 것이다. 2011년 법원조직법이 개정되면서 판사는 10년 이상 경력을 쌓은 검사나 변호사 중에 뽑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사회 경험을 어느 정도 쌓은 사람을 판사로 채용해 재판 신뢰도를 높이자는 취지였다. 사법연수원 졸업 후 곧바로 판사가 된 사람끼리 모여 ‘법관 순혈주의’가 생겼다고 비판해온 민변과 참여연대 등이 여기에 앞장섰다.
하지만 10여 년 시행해보니 문제가 생겼다. 일단 대형 로펌으로 간 우수 인력은 판사보다 돈을 3배 이상 버는 자리에 남는 경우가 많았다. 경력 요건 강화로 법관이 고령화됐다. 판사 평균 연령이 39.9세에서 44.6세로 높아졌다. 판사 공급은 부족한데 사건은 갈수록 늘어 3000명이 연간 600만건을 처리한다. 재판 지연이 심각해졌다. 조희대 대법원장까지 나서 법관 자격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법을 다시 고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재판이 늘어질수록 손해를 보는 것은 국민이다. 판사 수를 늘려야 한다는 법원 주장은 일리가 있다.
이상한 것은 민주당이다. 평소 민변·참여연대와 보조를 맞춰온 민주당이 최근 법원 편을 들어주는 법안을 발의했다. 김용민 등 민주당 의원 21명이 지난 14일 발의한 법원조직법 개정안은 판사 임용을 위한 법조 경력 요건을 10년에서 5년으로 낮추는 게 골자다. 사실 이와 똑같은 내용의 법안이 3년 전에도 있었다. 하지만 김 의원 등은 그때는 반대했다. 김 의원은 당시 “‘(법관이) 안 뽑히니까 (경력 제한을) 낮춰주세요’ 이렇게 할 게 아니라 왜 안 들어오는지 분석을 하시라”며 “법관 순혈주의를 깨기 위해 (법관 자격을 변경)했는데, 오히려 더 똘똘 뭉쳐 그들끼리의 리그가 깨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당시 법안은 여야 합의로 본회의까지 올라갔지만 김 의원은 기권표를 던졌다. 사실상 반대였다. 결국 총 투표수 229명에 찬성 111, 반대 72, 기권 46명으로 부결됐다. 회의록을 찾아보니 최근에 김 의원과 함께 법안을 발의한 의원 21명 중 7명, 3분의 1이 3년 전에는 똑같은 내용의 법안에 기권 내지 반대표를 던졌다. 김 의원과 문정복·민형배 의원은 기권, 김승원·장경태·주철현·한준호 의원은 반대했다. 그랬던 이들이 3년 만에 입장을 정반대로 바꿔 이 법이 꼭 필요하다며 앞장서 발의까지 한 것이다.
이들이 법 개정 이유로 든 ‘판사 지원자가 충분치 않아 우수 인재가 임용되지 못한다’, ‘판사 수는 부족한데 사건 난도와 업무량이 증가했다’ ‘사건 처리 지연이 심각하다’ 등은 3년 전에도 법원이 똑같은 법안에서 똑같이 주장했던 사유다. 그때는 반대했던 사람들이 무슨 이유로 입장을 바꿨는지 납득할 만한 설명은 없다.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나.
2021년 8월 법관 자격 완화 법안이 부결된 직후 대장동 의혹이 터졌다. 이후 이재명 대표는 7개 사건 11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중 선거법 위반과 위증교사 사건은 오는 10월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민주당이 이 대표 선고를 앞두고 법원의 숙원 사업을 들어주는 법안을 처리해 ‘관계 개선’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민주당은 한편으론 “이 대표의 ‘정치적 기세’가 높은데 함부로 판결하면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며 법원을 겁박하는 중이다.
법원이 민주당의 어르고 달래기에 넘어갈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재판을 놓고 정당과 거래하는 일도 없으리라 믿는다. 다만 이번에 법안을 발의한 7명은 왜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는’지 그 이유를 국민 앞에 설명해야 할 것이다.
-황대진 사회부장, 조선일보(24-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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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고려 없이 시작했다 후퇴하는 법조 일원화
김명수 전 대법원장은 재임 때 가장 큰 고민으로 우수한 인재를 법관으로 뽑기 어려워졌다는 점을 꼽았다. 조희대 대법원장도 취임 직후 같은 고민을 토로했다. 현재 법원은 경력 5년 이상의 변호사 중에서 법관을 뽑고 있다. 대강 뽑는다면 충원에 문제가 없다. 그러나 법원은 예전처럼 우수한 인재를 원한다. 변호사로서 우수한 인재는 대부분 유명 로펌에 가 있는데 법관보다 훨씬 높은 연봉을 받는다. 그들이 연봉을 낮춰 가며 법원으로 오려 하지 않는다.
▷법조 일원화는 2013년부터 시작됐다. 법관도 검사도 변호사를 해본 사람 중에서 충원한다는 것이다. 세상 물정을 알아야 수사와 기소도 재판도 제대로 할 수 있지 않느냐는 취지에서다. 변호사 경력 3년 이상에서 시작해 5년, 7년, 10년 이상으로 차츰 늘려 간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검찰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졸업생을 바로 검사로 뽑으면서 처음부터 구멍이 뚫렸다. 반면 법원은 막 법조계에 들어온 우수한 인재를 검찰에 뺏기면서도 변호사 경력자로 법관을 충원하기 시작했다.
▷법원조직법에 따르면 내년에는 7년 이상 경력자, 2029년부터는 10년 이상 경력자를 뽑아야 한다. 올해 안에 개정되지 않으면 법원의 우수 인재 영입은 더 어려워진다. 법원은 몇 년 전부터 개정을 국회에 요구했다. 그러나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요지부동이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이 반대해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자기 민주당 의원들이 법관 임용에 필요한 최소 경력을 계속 5년으로 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재명 대표 1심 선고를 앞둔 시점이어서 법원의 환심을 사려는 의도로도 보인다. 그럼에도 이 문제의 해결이 시급한 것임은 틀림없다.
▷결국은 연봉이다. 변호사 경력자 중에서 우수한 인재를 뽑으려면 유명 로펌만큼은 아니더라도 그 경력의 법관이 현재 받는 연봉보다는 꽤 많은 연봉을 줄 수 있어야 법조 일원화가 순조로이 진행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어디 공무원 월급 올리는 게 쉬운가. 조 대법원장이 싱가포르는 법관 연봉을 올려서 법조 일원화가 순조롭고 벨기에는 그렇게 못 해 후퇴한 사례를 든 적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벨기에의 길로 가고 있다.
▷법관의 월급을 올려주지 못하면 일이라도 줄여야 한다. 일을 줄이려면 법관 수를 늘려야 하는데 국회가 늘려주지 않는다. 국민 1인당 소송 건수는 이웃 일본보다 8배가 많다. 소송 건수를 줄일 방법도 뾰족하지 않다. 변호사 경력 10년 이상의 법관으로 법원이 채워져야 제대로 된 법조 일원화라고 할 수 있다. 단순한 사법개혁이 아니라 근본에서부터의 사법개혁이 없으면 법조 일원화도 성공하기 어려울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송평인 논설위원, 동아일보(24-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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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아치기 재판
얼마 전 법조계에서 일본 법원의 변신이 화제가 됐다. 오래전부터 일본은 장기(長期) 구속과 자백 강요를 뜻하는 '인질 사법(人質 司法)'으로 악명이 높았는데, 근래 법원의 보석 허가율이 80%에 달한다는 거였다. 바뀐 법원은 흉악범의 경우 구속 재판을 하지만 충분한 심리를 보장하고 있다. '세기의 재판'이라던 옴진리교 사건 주범은 1심 재판만 7년 10개월간 250여 차례 받았다. 22년 만에 형 집행까지 마무리됐다.
▶수사가 검사의 무대라면 공판은 변호인의 무대다.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수집하고, 수사의 문제점을 파고들어 검찰 주장을 깨뜨리는 게 목표다. 피고인 역시 재판정에 와서야 놀란 마음을 수습해 반박 증거를 떠올리는 경우도 있다.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란 변호인의 조력권과 방어권을 제대로 보장하려는 취지다.
▶전직 대통령 재판에서 주 4회 '논스톱 재판'이 논란을 빚더니 이번엔 법원행정처 간부 재판을 또다시 주 4회 진행한다고 한다. 담당 재판부가 구속 기한 6개월 내에 선고까지 마치려고 서두른다고 한다. 그러자 변호인단이 "인간에게 불가능한 일을 요구한다"고 항의하며 사퇴했다. 엄살이 아니다. 검찰에 불려가 진술한 전·현직 판사만 100명이 넘고, 수사 기록은 8만쪽, 증거 목록은 318쪽이다. 이걸 복사하는 데만 보름이 걸렸다고 한다.
▶방어권이 보장되려면 변호인이 기록을 완전히 숙지하고 피고인과 함께 전략을 짜야 한다. 과거 한 국내 기업이 미국 기업과 소송을 하는데 변호사들이 캐비닛 하나 분량 서류를 감당 못하는 바람에 이쪽이 졌다고 했다. 다른 로펌으로 바꿔 기록을 꼼꼼히 보게 했더니 재판 결과가 뒤집어졌다. 그런데 이번 법원 사건은 기록이 '캐비닛 분량'이 아니라 '트럭 몇 대 분량'이라고 한다. 주 4회 재판을 하면 변호인과 피고인이 얼굴 보기도 어렵다. 구치소에서 주말 접견을 허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변론 전략 논의는커녕 피고인은 자기 재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는 황당한 상황이 빚어진다.
▶'구속재판 6개월' 법은 기한을 넘기면 풀어주고 재판하라는 뜻이다. 외국엔 없는데 우리만 있는 법 조항이다. 그만큼 부당한 구속의 폐해가 컸다. 그렇게 악습(惡習)을 걷어내자고 만든 법이 거꾸로 건강한 사람도 버텨내기 힘든 고문(拷問) 같은 재판을 강요하고 검찰에 유리한 쪽으로 악용되고 있다. 한 판사는 "몰아치기 재판을 하면 기록 검토는커녕 속기록도 못 만든다. 충실한 재판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법원이 이래도 되나.
-이명진 논설위원, 조선일보(19-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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