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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터리 수두룩… 전기차 화재 ‘황당 매뉴얼’] [배터리 산업은.. ] ....

뚝섬 2024. 8. 21. 06:21

[엉터리 수두룩… 전기차 화재 ‘황당 매뉴얼’ ]

[배터리 산업은 폭발적 성장, 불 끄는 대책은 전무 ]

[전기차 화재]

[배터리]

[테슬라의 자취]

 

 

 

엉터리 수두룩… 전기차 화재 ‘황당 매뉴얼’ 

 

통상 자동차 화재 진화의 골든타임은 5분이라고 한다. 소방산업기술원이 진행한 실험을 보면 차량 엔진룸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3∼5분 내에 엔진룸 전체로 불길이 번지고, 10분이면 운전석까지 확산된다. 1시간이 지나면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차량은 남김없이 다 타버린다. 이 때문에 차량 화재는 초기 대응에 실패할 경우 대형 사고로 이어지기 쉽다. 다섯 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화재도 5t 화물트럭의 엔진에서 발화된 불에서 시작됐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골든타임이 더 짧다. 배터리 열폭주 현상’ 때문이다. 전기차에 장착된 리튬이온배터리에 불이 붙으면 순식간에 온도가 1000도까지 치솟고,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산소와 가연성 가스까지 배출된다. 화염에 휩싸이면 손쓸 틈이 없는 만큼 신속한 초동 대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전기차 화재가 발생했을 때 행동 요령을 아는 운전자는 극히 드물다. 심지어 전기차 제조업체들조차 엉터리로 된 화재 대응 매뉴얼을 소개하고 있다.

▷전기차 선두 주자인 미국 테슬라는 긴급 대응 매뉴얼에 ‘고압 배터리에 난 불은 물로 꺼야 한다’, ‘물을 직접 배터리에 뿌리라’고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는 일반적인 물의 양으로는 턱도 없는 일이다. 전기차 화재를 진압하는 데 최소 물 1만 L가 필요한데, 일반 소방차 한 대가 싣고 다니는 소화용수가 3000∼5000L 정도다. 미국에서는 테슬라의 고가 세단 ‘모델S’에서 난 화재를 완전히 진화하는 데 물 10만6000L가 쓰였는데, 일반 가정에서 2년 동안 사용하는 양이다.

 

▷기아, KG모빌리티 등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매뉴얼에 반드시 전기 화재 전용 분말 소화기로 진화하라고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전기차 화재를 진압할 전용 소화기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어디에서도 아직 상용화되지 않았다고 한다. 있지도 않은 소화기를 반드시 쓰라고 소비자들에게 알려준 셈이다. 테슬라는 2016년식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X’의 매뉴얼에서 ‘다 탈 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방법’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처럼 황당하고 비현실적인 화재 대응 매뉴얼을 만드는 건 소비자 우롱을 넘어 안전을 위협하는 처사다. 일부 전기차 업체들이 ‘영업 비밀’, ‘본사 방침’을 이유로 배터리 제조사 공개를 거부해 구설에 올랐는데 엉터리 매뉴얼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세계 각국이 전기차 화재 진압 방법, 열폭주 방지 기술 등을 알아가는 단계라 해도 자동차 제조업체의 무책임한 매뉴얼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전국을 덮친 ‘전기차 포비아’를 진화하려면 올바른 정보를 담아, 제대로 된 화재 대응 매뉴얼부터 만드는 게 첫걸음이 돼야 할 것 같다.

-정임수 논설위원, 동아일보(24-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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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산업은 폭발적 성장, 불 끄는 대책은 전무

 

25일 오전 경기 화성시 일차전지 제조공장 화재 현장에서 경찰,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및 관계자 40여 명이 합동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고운호 기자

 

경기 화성의 리튬 일차 전지 공장 화재로 인한 참사는 배터리 화재가 안전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발화 당시 배터리에서 나온 흰 연기가 공장 안을 뒤덮는 데 15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직원이 일반 소화기로 불을 끄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리튬은 물과 닿으면 발열·폭발 등을 일으키는 성질이 있어 금속 화재 전용 소화기나 모래 등으로 꺼야 하는데 그런 장비는 공장에 없었다. 그런 장비를 공장에 의무적으로 비치해야 한다는 규정도 없다. 배터리 산업은 빠르게 발전하는데 화재 대비는 사실상 무방비 상태였던 것이다.

 

이런 상황이 생긴 데는 금속 화재가 소방법상 화재 유형으로 분류돼 있지 않은 탓이 크다. 그렇다 보니 대응 매뉴얼은 물론 별도의 기준이 없어 소화기를 개발해도 시험할 기준조차 없다고 한다. 민간에서 개발한 금속 화재 전용 소화기가 있긴 하지만 실제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 아직 검증되지 않았고, 그런 소화기를 비치할 의무도 없다. 리튬 전지는 초기에 열 폭주가 일어나기 전 가스가 나오는데 이때가 열을 내릴 골든 타임이라고 한다. 이때 쓸 수 있는 전용 소화기를 개발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제 배터리는 스마트폰·노트북·전기차 등 안 쓰이는 데가 없을 정도로 사용이 급증하고 있다. 용량도 커지고 있는데 이는 화재 발생 시 그만큼 더 위험해진다는 의미다. 하지만 화재 대비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아직도 전기차 화재를 쉽게 진압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배터리 내부에서 발생하는 열과 화재를 효과적으로 진압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전기차 누적 등록 대수가 지난해 50만대를 돌파했다. 앞으로 전기차가 대세가 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배터리 화재 진압 방법 연구는 시급한 국가적 과제다.

 

무엇보다 먼저 배터리 제조 회사들부터 안전 관리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이번 사고는 공장 안에 있던 배터리 3만5000개를 보관소 한곳에 대부분 모아 놓는 바람에 피해가 커졌다. 배터리 화재는 큰 폭발로 이어질 수 있어 공장에선 배터리를 구획을 나눈 공간에 조금씩 나눠 놓아야 한다는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 그 원칙만 지켰어도 이 같은 참사는 막을 수 있었다.

 

-조선일보(24-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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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화재

 

휴대폰, 노트북, 전기자동차 배터리는 구동 원리가 똑같다. 전기를 띤 리튬 이온이 음극과 양극 사이를 오가면서 충전과 방전이 이뤄진다. 문제는 이온을 옮겨주는 전해질 용액이 온도 변화에 매우 취약하다는 점이다. 고온에서는 액체 전해질과 전극 물질 사이에서 심각한 발열 반응이 일어나면서 온도가 급상승한다. ‘열 폭주 현상’이다. 심하면 폭발로 이어진다. 2016년 삼성 갤럭시 노트7 배터리 연쇄 발화도 열 폭주가 원인이었다.

 

▶테슬라 전기차의 최초 모델S가 2013년 미국 워싱턴주의 고속도로에서 불길에 휩싸였다. 지나가던 트럭에서 떨어진 금속 물체가 배터리에 충격을 주면서 불이 났다. 소방관들이 물로 화재 진압을 시도했지만, 불이 꺼졌다가 다시 점화하길 반복했다고 한다. 배터리 팩이 방화벽 안에 있어 소화액이 닿기 어렵기 때문이다. 소방관들이 차체에 구멍을 내고 배터리에 직접 물을 부어 겨우 불을 잡았다.

 

▶ 지난 9일 밤 서울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테슬라 전기차 모델X가 벽과 충돌하고 불길에 휩싸였다. 차 문을 열 수 없어 조수석에 타고 있던 차주가 사망했다. 목격자는 “진화 과정에서 꺼지는가 싶으면 다시 타오르길 반복했다”고 했다. 2013년 미국 화재와 같은 현상이다.

 

▶테슬라 전기차는 특정 지점을 누르면 손잡이가 나온다. 하지만 사고로 전기가 끊어지면서 무용지물이었다. 사고 6분 만에 소방관들이 도착했지만 끝내 문을 열지 못했다. 미국에서도 작년 2월 테슬라 모델S 화재 사고 때 외부에서 문을 열지 못해 탑승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서울에서 전기차가 불탄 날, 테슬라가 세운 스페이스X의 화성 우주선 ‘스타십’도 불길에 휩싸였다. 성층권까지 가는 비행 시험에 성공했지만 착륙 과정에서 폭발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전기차 배터리는 가솔린을 채운 차보다 에너지가 10%에 불과하고, 배터리도 방화벽 16개에 나뉘어 있어 화재 가능성이 가솔린 자동차의 1%도 안 된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홍콩대 연구진이 지난해 1월 국제 학술지 ‘화재 기술’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2018년 한 해 전 세계에서 전기차 화재 16건이 발생했는데, 그중 6건이 테슬라 전기차였다. 비용이 많이 들어 전기차로 화재 시험을 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휘발유를 안 쓰는 전기차는 화재가 잘 나지 않으리라는 선입견은 착각인 셈이다. 테슬라는 국내에서도 젊은 층의 선망 대상이었다. 신화의 고속도로를 달려온 전기차가 중대 도전을 맞이했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조선일보(20-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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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1938년 바그다드 부근에서 독일 고고학자 빌헬름 쾨니히가 주둥이를 아스팔트로 메운 높이 15㎝ 정도의 단지를 발견했다. 진흙으로 구운 단지에는 녹슨 철 막대가 들어 있었다. 쾨니히는 이것이 고대인의 배터리(전지)라고 생각했다. 전지란 전기가 담겨 있는 연못이란 뜻이다. 쾨니히가 이 단지에 전기를 띤 입자가 오갈 수 있는 산성 용액을 넣고 작은 전구를 연결했더니 밝게 빛났다고 한다.

 

▶배터리는 금속이 산성 용액 속에서 산화하면서 전자를 내놓아 전류가 발생하는 원리이다. 초등학교에서 배운 레몬 배터리를 생각하면 된다. 레몬에 아연 판과 구리 판을 꽂고 그 사이에 전구를 단다. 그러면 아연이 레몬의 산성에 산화하면서 발생한 전자가 구리로 이동하면서 전구의 불을 밝힌다. 고대인도 같은 방법을 썼을 것이다.

 

▶충전까지 가능한 배터리를 2차전지라고 한다. 최초의 2차전지는 1859년 프랑스의 물리학자 가스통 플랑테가 발명한 납축전지이다. 이 납축전지를 사용한 전기자동차가 1873년 개발됐다. 독일의 벤츠가 휘발유 자동차를 발명한 1885년보다 앞섰다. 전기자동차는 화석연료를 태워 동력을 얻는 엔진이 필요 없다. 구조가 단순한 만큼 가격도 쌌다. 사람들이 꺼리는 휘발유 냄새도 안 났다. 하지만 전기자동차는 1912년 생산 대수 최고치를 기록하고 점차 쇠퇴했다. 그 자리는 대량생산 체계를 도입해 가격을 절반으로 낮춘 포드의 가솔린 자동차가 차지했다.

 

전기자동차의 몰락은 배터리 성능 때문이었다. 전기자동차는 배터리 성능의 한계로 주행거리가 짧았다. 충전도 오래 걸렸고 값도 비쌌다. 21세기 들어 테슬라를 필두로 전기자동차가 다시 부상한 것은 과거보다 가볍고 강한 리튬이온 배터리 덕분이다. 작년 노벨 화학상도 일본 소니가 처음 시판한 리튬이온 배터리를 탄생시킨 개발자들에게 돌아갔다.

 

▶22일(현지 시각) 테슬라의 시가총액이 500억달러(약 58조원) 증발했다. 배터리 발표 연례행사에서 새로운 기술 성과를 공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류는 경이적인 과학적 발전을 이룩해왔지만 배터리 분야의 혁신은 더딘 편이다. 천재 소리를 듣는 테슬라 창업주 머스크에게도 배터리 혁신은 어려운 모양이다. 리튬이온 배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두 가지다. 액체 전해질이 새더라도 폭발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한 번 충전으로 장거리 운행이 가능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배터리의 기술적 한계는 언젠가는 해결될 것으로 본다. 문제는 배터리 혁신 속도가 시장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느냐는 점일 것이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조선일보(20-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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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의 자취

 

석탄이나 석유를 소모하며 에너지를 생산하던 인류가 전기를 발명한 것은 큰 혁명이었다. 백열전구를 만든 토머스 에디슨은 뉴욕 월스트리트에서 전기 실험에 성공, 도시에 전기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과학사에서 에디슨의 라이벌로 불리는 니콜라 테슬라도 동시대 인물이다. 어린 시절 위험한 장난과 독특한 실험을 좋아했고, 8개 국어를 구사하던 그는 이민자로 뉴욕에 도착했다. 초기에는 에디슨과 함께 일하며 그의 발전기를 업그레이드하였다. 후에 에디슨의 직류보다 향상된 교류 시스템을 구축했는데, 나이아가라폭포의 수력발전 에너지로 교류가 채택되면서 에디슨과의 직류·교류 전쟁에서 승리했다. 그 역사적 사실을 기념하기 위하여 폭포 인근에 그의 동상이 세워졌다. 베네딕트 컴버배치 주연의 영화 '커런트 워'(2017년)에서도 그 내용은 잘 묘사되어 있다. 오늘날 세계의 가정에서 사용하는 교류 전기(AC), 우리 일상에서 흔한 네온사인과 리모트 컨트롤 역시 그의 발명품이다.

 

제이피 모건의 후원을 받았던 에디슨이 부유한 삶을 즐겼던 것에 비해서 테슬라의 말년은 그렇지 못했다. 호텔들을 전전하며 살다가 '뉴요커 호텔' 3327호에서 사망했다. 그에게는 하나의 일과가 있었다. 공원을 산책하면서 비둘기에게 모이를 주고, 다친 비둘기를 고쳐주는 것이었다. 이를 위한 기계도 직접 만들었다. 그가 산책을 즐기던 뉴욕의 브라이언트파크 남서쪽 모퉁이는 현재 그의 이름으로 헌정되어 있다〈사진〉. 테슬라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찾아 전기에너지를 만들고 실험과 연구에 평생을 바쳤다. '미스터리한 과학자' '빛의 마술사' 등으로 불렸던 그는 지식과 과학은 인류의 삶을 위해서 쓰여야 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전기를 무한정 무료로 공급하고자 했으며, 이윤보다는 휴머니티를 추구했다. 이는 '카피라이트'와 상반되는 개념으로 1980년대 시작된 '카피레프트(copyleft)' 운동의 원조로 기억되고 있다. 오늘날 그의 이름은 전기 자동차 브랜드로 부활했다. 특허 기술을 공개하고 공유하도록 하는 테슬라의 정신은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승계하고 있다.


-박진배 뉴욕 FIT 교수·마이애미대학교 명예석좌교수, 조선일보(20-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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