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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쓰레기, 너무 죄의식 가질 필요는 없다] [산유국 반대.. ] ....

뚝섬 2024. 12. 6. 11:37

[플라스틱 쓰레기, 너무 죄의식 가질 필요는 없다]

[산유국 반대 넘지 못한 ‘죽음의 알갱이’ 협약]

[되돌아온 쓰레기]

 

 

 

플라스틱 쓰레기, 너무 죄의식 가질 필요는 없다

 

[한삼희의 환경칼럼]

바다 유출 쓰레기 韓, 필리핀의 1000분의 1
선진국 방치 쓰레기 총량 전 세계의 1%도 안 돼
플라스틱 오염은 '개도국 현상' 소비 증가는 억제시켜야

 

플라스틱 국제협약 체결을 목표로 했던 부산 협상이 결실을 못 거두고 지난 2일 폐막했다. 핵심 쟁점은 플라스틱 생산량 규제였는데 산유국들 반대가 거셌다. 그런데 부산 협상을 보면서 왠지 남의 다리를 긁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럴듯한 협정이 성사됐다 하더라도 플라스틱 오염 해결에 무슨 큰 효과가 있었겠나 하는 의문에서였다. 플라스틱 오염을 다룬 두 논문을 읽고 나서 갖게 된 생각이다.

 

하나는 영국 리즈대 연구팀의 지난 9월 네이처 논문이다. 전 세계 도시 5만곳을 대상으로 플라스틱 쓰레기 가운데 노천 소각되거나 처리 과정 없이 그냥 버려지는 양을 추산했다. 머신러닝으로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발생량 추정 모델을 구축했고, 축적된 실측 자료로 모델을 검증했다.

 

그 결과, 전 세계 방치 플라스틱 쓰레기 총량은 연 5210만톤으로 추정됐다. 그 가운데 대략 절반은 노천 소각되고 절반은 환경 중으로 흩어져 오염을 유발했다. 그런데 방치 쓰레기의 거의 전부가 인도(930만톤), 나이지리아(350만톤), 인도네시아(340만톤), 아프리카 사하라 남부(1330만톤) 등 개도국에서 발생하는 것이었다. 선진국 그룹인 유럽·북미·오세아니아를 다 합쳐야 연간 45만톤, 전체의 1%가 채 안 됐다. 개도국과 선진국의 1인당 플라스틱 방치 쓰레기 양은 100대1 비율이었다.

 

어드밴스트 사이언스에 2021년 4월 실린 네덜란드 연구진의 다른 논문은 세계 하천 3만곳에서 바다로 흘러 나가는 플라스틱 쓰레기 양을 추적했다. 인구 분포, 토지 이용 현황, 수거 처리 시스템, 강우량과 강우 패턴, 토지 경사도, 강까지 거리 등 변수를 토대로 모델을 구축했고, 14국 136개 현장 연구를 반영해 모델을 보정했다.

 

논문은 전 세계 하천을 통한 바다 유출 플라스틱 쓰레기를 연 100만톤으로 추정했다. 그런데 유출량의 35%가 필리핀(35만6000톤) 한 나라에서 나왔다. 7600개 섬, 비와 태풍의 나라라는 특성이 반영됐을 것이다. 필리핀을 포함해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미얀마·베트남·타이 등 동남아 6국 배출량이 58만톤이나 됐고 인도·방글라데시까지 합치면 동남아·남아시아 배출량이 73만톤이었다. 반면 한국은 연 387톤이었다. 다른 선진국들도 수백t 수준에 그쳤고 미국(2431톤), 일본(1835톤)만 1000톤 이상이었다.

 

플라스틱 소비량 자체는 선진국이 아프리카·인도·동남아에 비해 훨씬 많다. 하지만 선진국들은 분리 배출과 수거, 재활용으로 환경 유출량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우리 주변을 살펴봐도 플라스틱 쓰레기가 길바닥에 버려지거나 하천으로 흘러 들어가는 경우는 좀체 없다. 마산만, 인천 앞바다 등에서 그물·로프·부표 등에 의한 플라스틱 바다 오염이 심각하지만 그건 어업 관행을 개선해야 하는 문제들이다.

 

국내 플라스틱 쓰레기 재활용률은 80%에 달한다. 다만 재활용 플라스틱의 3분의 2가 시멘트 소성로와 발전소 등에서 열회수용으로 소각되고 있다. 플라스틱에는 용도에 따라 가소제·착색제·유연제 등 많은 화학물질이 첨가되기 때문에 종류가 다른 쓰레기를 모아 재활용하면 질의 저하가 불가피하다. 그래서 한두 차례 재활용되는 게 고작이다. 열심히 재활용해도 현재로서는 소각 처리까지의 시점을 다소 연장한다는 의미가 있을 뿐이다. 이런 소각을 재활용으로 분류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있다. 플라스틱을 분리 배출하는 주부들이 사정을 알면 속상해할 것이다.

 

플라스틱의 재질과 디자인을 단순화하고 첨가 물질을 억제해 열회수 방식이 아니라 물질회수 재활용률을 높이는 것이 과제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화학적으로 분해해 새 플라스틱의 원료로 재탄생시키는 기술도 절실하다. 바이오 플라스틱은 아직은 상온 분해력이 떨어져 큰 도움을 못 주고 있다.

 

과제가 많지만, 적어도 한국을 포함한 선진국 수준 국가에서는 주변 환경이나 바다에 플라스틱을 마구 유출시키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플라스틱 쓰레기에 관해 너무 죄의식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본다. 선진국들이 일제히 플라스틱 소비를 그만둔다 해도 세계 바다의 플라스틱 오염을 개선하는 데는 큰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다. 거북과 고래 등 바다 생물들이 플라스틱 쓰레기로 고통을 받는 끔찍한 사진이 많지만, 인간이 어업 남획으로 바다 생태계에 가하는 충격에 비해서는 털끝 수준이다. 거북 코에 박힌 플라스틱 빨대 때문에 쓴맛이 남는 종이 빨대를 쓰는 식으로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지는 말자는 것이다.

 

플라스틱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은 문제다. 현재 27억톤, 전체의 5% 비율인데 향후 플라스틱 소비가 늘면서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세 플라스틱도 그렇고 기후변화 때문에라도 플라스틱 소비는 가능한 한 줄여가야 한다.

 

-한삼희 환경칼러니스트, 조선일보(24-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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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유국 반대 넘지 못한 ‘죽음의 알갱이’ 협약

 

플라스틱 시대는 고작 100여 년 남짓이다. 지구의 역사에서 찰나도 되지 않는 순간에 존재하며 이처럼 지구를 위협한 발명품은 없었을 것이다. 1일까지 ‘플라스틱 오염 종식 국제협약’을 위한 정부 간 협상이 진행된 부산 벡스코에선 환경 운동가들이 폐그물에 목이 걸려 죽은 바다거북 사진, 범고래 뱃속에서 나온 플라스틱 병을 들고 “이젠 인간 차례”라고 호소했다. 햇빛과 바람, 물에 깎이고 쪼개진 지름 5mm 이하인 미세 플라스틱은 입자가 작아 어디든 침투할 수 있는 데다 화학물질에 쉽게 달라붙어 ‘죽음의 알갱이’로 불린다. ‘죽음의 알갱이’가 된 플라스틱이 먹이사슬을 타고 인간까지 공격하고 있다.

▷미세 플라스틱이 처음 학계에 보고된 건 2004년이다. 이후 20년간 7000건이 넘는 관련 논문이 발표됐는데 최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이를 종합적으로 리뷰한 논문이 실렸다. 지금까지 물고기, 포유류, 새, 곤충을 포함해 1300종 이상의 동물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나왔다. 바다로 흘러 들어간 미세 플라스틱은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남극과 심해저에서도 발견된다. 공기와 물, 음식이 오염됐는데 인간만 무탈할 리 없다. 폐, 간, 신장, 혈액, 고환뿐만 아니라 미세 플라스틱 침투가 어려운 구조라고 봤던 뇌와 심장에서도 발견됐다.

▷미세 플라스틱은 세포에 염증 반응을 일으키고 흡착된 독성 화학물질을 배달한다. 소화기와 호흡기를 망가뜨리고 호르몬을 교란해 발달 장애, 생식 장애를 일으킨다. 암세포의 성장과 전이를 촉진시킨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미세 플라스틱을 먹인 쥐의 인지기능이 떨어지는 등 치매도 유발한다. 장기적인 유해성은 아직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플라스틱과 당장 헤어질 결심을 하기는 어렵다. 면봉부터 전투기까지 일상에서 쓰이지 않는 곳이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60년이면 플라스틱 생산량이 12억3100만 t으로 2019년의 약 3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친환경 정책으로 석유 수요가 줄어들자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 미국 셸 등은 대규모 석유화학 단지를 짓고 있다. 정유회사들이 플라스틱 생산으로 눈을 돌린 것도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2022년 유엔환경총회에서 처음 플라스틱 국제협약이 제안됐고 그간 네 차례에 걸쳐 각국이 협상을 진행했으나 접점을 찾지 못했다. 부산에서 열린 마지막 5차 협상 역시 빈손으로 종료됐다. 핵심 쟁점은 플라스틱 원료 물질인 폴리머 생산 규제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산유국이 이를 격렬히 반대한다. 썩지 않는 플라스틱은 한 번 태어나면 영생을 누린다. 생산 규제가 늦어진다면 꼭 플라스틱을 써야 할지 묻고 또 물으면서 덜 사용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야 지구도 살고, 나도 산다.

 

-우경임 논설위원, 동아일보(24-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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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아온 쓰레기

 

2009년 영국 TV 방송국이 그린피스와 손잡고 폐(廢)TV 속에 위성추적 장치를 단 후 경로를 탐사보도한 적이 있다. 햄프셔 리사이클링센터로 넘겨졌던 폐TV는 템스강 부두에서 선적돼 나이지리아 라고스로 운반됐다. 그렇게 불법 수출된 폐TV·폐컴퓨터 등은 어린이들 손으로 분해돼 구리·알루미늄 등은 회수하고 플라스틱 껍데기와 못 쓰는 부품은 태워졌다. 그 과정에서 납·카드뮴·다이옥신 등의 유독물질이 공기·토양·물을 오염시킨다.

 

▶비슷한 시기 이탈리아 사법 당국이 마피아 단원의 제보를 받고 바다 한가운데서 폭파 수장된 선박 안에서 유해 폐기물들을 발견했다. 노르웨이에서 몰래 유출한 핵폐기물까지 들어 있었다. 당국이 추적해보니 비슷한 방식으로 병원폐기물·중금속 등을 실은 선박을 무정부 상태인 소말리아 앞바다에서 가라앉히는 일이 성행하고 있었다. 소말리아 주변 바다를 경비하는 연합해군은 본 척도 하지 않았다. 소말리아 해적들만 자기 나라 바다 더럽힌다고 폐기물 실은 선박들을 쫓아내고 있었다고 한다.

 

▶필리핀으로 불법 수출됐던 플라스틱 쓰레기 1200톤이 3일 평택항으로 돌아왔다. 쓰레기를 수입해간 업체의 부지에는 한국산 쓰레기 5100톤이 더 쌓여 있다고 한다. 수출 신고할 때는 '합성 플라스틱 조각'이라고 했지만 기저귀·폐전구·의료폐기물 등이 섞여 있는 쓰레기 더미라고 한다. 작년 11월 필리핀 언론의 보도 후 현지 환경단체가 한국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수입 업체는 한국인이 절반 지분을 가진 사실상 한국 기업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1987년 3월 3168톤의 쓰레기를 싣고 뉴욕을 떠난 바지선이 노스캐롤라이나로 갔다가 방송에 노출되면서 쫓겨나왔다. 그 후 미국 내 6개 주와 멕시코 등 3국 앞바다를 112일간 방황했는데 멕시코는 해군까지 동원해 바지선의 영해 진입을 막았다. 쓰레기는 결국 그해 10월 뉴욕으로 돌아가 브루클린 소각장에서 태워졌다.

 

▶플라스틱 쓰레기는 버려지면 수백년간 썩지 않으면서 토양과 하천을 오염시키게 된다. 필리핀으로 보내면 결국은 필리핀 국민의 건강과 생태를 해치는 것이다. 더럽고 위험한 폐기물을 싼값에 처리해준다고 못사는 나라에 갖다 버리는 것은 부도덕한 행위다. 일본 쓰레기, 중국 쓰레기가 그런 방식으로 한국에 들어온다고 생각해보라. 뉴욕의 쓰레기 바지선 유랑(流浪) 사건은 미국의 쓰레기 정책이 한 단계 도약하는 전환점이 됐다. 우리도 이번 사건을 '플라스틱 쓰레기 위기'를 알리는 신호로 받아들여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한삼희 선임논설위원, 조선일보(19-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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