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옥토버 서프라이즈' 아직 가능하다
볼턴 책에서 본 남북 관계… 트럼프, 남북 화해 무관심해… 한미 동맹 이해도 부족
남북 평화 선언은 우리만 관심… 노벨평화상이 트럼프 속셈… 北 돌발 도발 대비해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11월에 재선된다면 김정은과 '신속한 합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선거 전 마지막 순간에 '옥토버 서프라이즈(October surprise·10월의 깜짝쇼)' 합의를 할 가능성을 배제하진 않았다. 지난 10일 미 재무부 금융범죄국은 연방 관보에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대한 금융 제재를 해제한다는 공지를 냈다. 이 제재는 2005년 6자회담 공동성명 합의 직후 그 은행에 예치된 북한 자산을 겨냥해 내린 조치였다. 딕 체니 당시 부통령이나 존 볼턴 같은 부시 행정부 내 강경파가 비핵화 외교를 약화시키기 위해 시도한 일로 알려진 바 있다. 이는 북한 정권을 아프게 한 첫 금융 제재이기도 했다. BDA 제재 해제는 미 정부 설명도 없이 조용하게 이뤄졌다. 미국이 합의의 장을 마련하고 있는 것일 수 있을까? 그건 어떤 모습일까? 어쩌면 존 볼턴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최근 발간 책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군축 담당 국무부 차관과 유엔 주재 대사를 지낸 볼턴의 매파적 대북관은 익숙하다. 당시 NSC 보좌관과 6자회담 미국 측 차석 대표였던 나는 그런 모습을 자주 봤다. 지난 6월 나온 볼턴의 책은 트럼프와 북한에서 뭘 기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
첫째, '옥토버 서프라이즈'든 '신속한 합의'든, 본질보다 쇼를 위한 것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볼턴은 김정은과 세 차례 정상회담을 준비하며 트럼프가 보여준 본질과 세부 사항에 대한 관심 부족에 깊은 좌절감을 표현했다. 하노이 2차 정상회담 전 준비 회의에서 볼턴은 트럼프가 서면 자료와 프레젠테이션 슬라이드를 보다가 주의를 잃지 않도록 북한 핵 협상에 관한 짧은 영화를 보여줬다. 이 정상회담을 결렬시킨 트럼프의 결정은, 일정 부분 실패한 정상회담에 대한 보도가 나가면 자신의 옛 변호사 마이클 코언의 증언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분산될 것이란 계산에 따른 것이었다. 한반도 운명을 결정할 수도 있었던 역사상 매우 중요한 회담 중 하나에 트럼프가 자기 옛 변호사에 관한 폭스뉴스 중계방송을 보느라 전날 밤을 꼬박 새운 채 피곤하고 산만한 상태로 참석했다는 사실은 생각하기도 괴로운 일이다.
둘째, 막판 합의가 주한 미군 감축을 포함해 동맹 자산을 함부로 다룰 가능성을 생각하기란 어렵지 않다. CSIS는 한국을 포함한 미국 동맹국들을 폄하하는 트럼프 발언을 데이터 세트로 만들었는데 199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트럼프는 미국이 왜 한국전쟁에서 싸웠으며 왜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지 모른다고 볼턴에게 말했다. 게다가 동맹과 연합 훈련을 위해 "10센트도 내지 않겠다"고 했는데, 이는 한·미 군사 관계에서 대비 태세를 유지하는 방법에 대한 완전한 이해 부족을 보여준다. 트럼프가 싱가포르 1차 정상회담 때 김정은에게서 어떤 대가도 받지 않고 이 훈련들을 중단하려고 했던 건 놀랄 일도 아니다. 트럼프는 동맹의 이익을 무시하는 경향도 있다. 트럼프는 한·일을 타격할 수 있는 (중·단거리) 미사일은 빼놓고 미국에 도달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에 대해서만 김정은에게 물었다.
셋째, 막판 합의에는 평화(종전) 선언에 대한 조항이 없을 수도 있다. 볼턴에 따르면 트럼프는 북한이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평화 선언에 관심을 가졌다. 한반도 평화에 대해 신경 쓰는 유일한 당사자는 한국이란 점은 갈수록 명확해졌다. 하노이 정상회담 준비 기간에 문재인 대통령은 미·북 정상회담 결실로서 평화 선언이 갖는 중요성을 트럼프와 김정은의 귀에 주입했다. 그러나 미·북 협상가들이 만났을 때, 상대가 평화 선언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해졌다. 트럼프가 평화 선언에 관심을 가진 유일한 이유는 (오바마가 받았던) 노벨 평화상을 타려는 마음이었고, 문 대통령이 그를 추천하겠다고 비공개 약속을 한 점이었다.
볼턴 책이 주는 마지막이자 역설적인 교훈은 볼턴이 대북 외교를 무시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그가 잠재적 '옥토버 서프라이즈' 합의로 가는 길을 경계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볼턴은 더 이상 백악관에 없다. 김정은은 올해 유엔·미국의 경제 제재, 코로나로 인한 북·중 국경 봉쇄에 따른 경제적 급락을 목격하고 있다. 북한은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분명히 도발을 늘릴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몇 달 사이 북한 지도자가 반쪽짜리 빵이라도 마다하지 않게 될 수도 있다. 절정에 이른 코로나 피해자 숫자에서 주의를 분산하길 간절히 바라는 트럼프는 하노이 회담 잔재를 주워 극적인 '옥토버 서프라이즈'를 할 기회를 노릴 수 있다. 그걸 큰 승리로 포장하고 노벨 평화상을 요구하면서 TV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잡을지 모른다. 그럼 볼턴은 넌더리를 내고 고개를 저을 것이다.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한국석좌, 조선일보(20-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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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큰 바위 얼굴
미국의 랜드마크 중 하나가 ‘큰 바위 얼굴’을 조각해 놓은 러시모어산이다. 중서부 사우스다코타주에 있다. 러시모어산은 이 조각이 없었으면 자동차를 타고 가다 무심코 지나쳤을 도로가의 볼품없는 바위산이다. 위대한 미국 대통령의 얼굴을 산에 조각해 관광객을 끌어모은다는 아이디어는 주의 한 역사학자가 냈다. 자연 속에 조각한다는 아이디어는 참신한 듯하지만 실은 조지아주 스톤산의 조각에서 베껴 왔다.

▷자연 조각의 아이디어보다 관심이 가는 것은 선정된 4명의 미국 대통령이다. 조각을 정면에서 바라볼 때 좌에서 우로 조지 워싱턴, 토머스 제퍼슨, 시어도어 루스벨트 세 사람이 차례로, 약간 떨어져서 에이브러햄 링컨이 새겨졌다. 초대 대통령 워싱턴은 미국의 탄생, 루이지애나를 매입한 제퍼슨은 미국의 확대, 루스벨트는 유럽을 제친 미국의 발전을 상징한다. 링컨이 루스벨트보다 시기적으로 앞섬에도 그를 맨 오른쪽에 두고 거리를 벌린 것은 남북전쟁을 극복해 미국의 지속을 가능케 한 점을 미국의 성장과는 별도로 중요하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백악관이 러시모어산에 도널드 트럼프의 얼굴을 추가로 새기는 절차에 대해 사우스다코타 주지사실에 문의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9일 보도했다. 백악관은 NYT 보도를 부인했다. 그러나 2018년 크리스티 놈 사우스다코타 주지사의 언론 인터뷰에 따르면 트럼프와 백악관 집무실에서 만나 러시모어산 조각에 대해 이야기한 일이 있으며 당시 자신은 농담인 줄 알고 웃었지만 트럼프는 웃지 않고 진지했다고 한다.
▷트럼프만이 아니라 모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모어산에 자기 얼굴이 영원히 새겨지는 꿈을 꿀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런 생각을 임기 중에 아니 임기 후에라도 외부에 표현하고 추진하는 일은 겸연쩍어서라도 하지 못할 일이다. 2018년 북한 김정은과의 회담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는데도 자신이 한반도 평화 정착에 기여했다며 노벨 평화상 수상을 추진했던 사람이니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너새니얼 호손은 ‘큰 바위 얼굴’이라는 단편소설을 썼다. 소설 속의 어니스트란 소년은 어머니로부터 바위산의 얼굴 형상을 닮은 아이가 태어나 훌륭한 인물이 될 것이라는 전설을 듣게 된다. 어니스트는 커서 그런 사람을 만나보고 싶다는 기대를 가지고, 겸손하고 진실하게 살아간다. 그러나 결국 그런 사람을 만나지 못한채 오랜 세월이 흘러 평범한 농부였던 어니스트는 사랑을 설파하는 설교자가 된다. 어느 날 그의 설교를 듣던 한 시인이 어니스트를 보고 큰 바위 얼굴이라고 소리친다. 트럼프가 꼭 읽어봐야 할 소설인 듯하다.
-송평인 논설위원, 동아일보(20-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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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탐욕 트럼프, 한국민 안위 정말 안중에 있나
트럼프 미 대통령이 아베 일본 총리에게 자신을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해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트럼프가 "아베 총리가 북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 중인 나를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했다"고 밝히자 아베가 일본 의회에서 이를 시인한 것이다. 19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트럼프는 작년 8월 아베에게 전화를 걸어 "6월 미·북 정상회담 이후 북 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날아간 적이 있느냐"며 노벨상 추천을 직접 요청했다고 한다. 1901년 노벨 평화상 제정 이후 자기 공적(功績)을 자기가 부풀리며 추천을 강요하다시피 한 경우는 처음일 것 같다. 우리는 이런 행태를 제3세계의 독재자가 아닌 미국 대통령이 하는 현실에서 살고 있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이날 '아베 총리, 농담이죠?'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에서 북핵과 중·단거리 미사일 폐기가 아니라 한·미 연합훈련이 중단된 사실을 지적했다. 노벨 평화상 추천이 무슨 소리냐는 비판이다.
트럼프가 자기 절제와 책임의식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은 부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런 그의 탐욕이 북핵 문제를 이용해 노벨상을 타는 데 꽂혀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은 불안하지 않을 수 없다. 작년 한때 몇 달 안에 북핵이 폐기될 것처럼 장담하던 트럼프는 최근 '북핵 폐기'라는 말을 일절 입에 올리지 않으면서 "그저 핵실험이 없기를 원한다"는 황당한 말을 하고 있다. 어려운 북핵 폐기는 일찌감치 포기하고 '평화'라고 포장해 노벨상 수상대에나 서는 꿈을 꾸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앞으로 2차 북·미 정상회담 역시 북핵 신고·검증·폐기가 아닌 지엽적 쇼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정상회담이 코앞인데 비핵화 의제에 관한 미·북 간의 실무 협상은 아직 열리지도 않았다. 도저히 정상이라고 할 수 없다. 김정은이 백지상태에서 트럼프를 만난 뒤 그의 노벨상 탐욕을 부추겨 제재 해제를 얻어내면 한국 안보는 악몽이다. 트럼프는 북핵 위기 때 "전쟁은 저기 먼 곳(한국)에서 일어난다"고 한국민 안위는 안중에도 없는 듯 행동했다. 정반대로 가짜 비핵화 협상으로 노벨상을 받으려는 것도 한국민 안위를 무시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은 노벨 평화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국민의 핵 인질화를 막을 걱정은 누가 하는지 알 수 없다.
-조선일보(19-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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