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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 피해도 4대강 사업 탓, 전 정권 핑계 댈 건가] [비상금 깨 현금 뿌리더니 물난리 나자 또 "빚내서 추경"] [장마철 집중호우 예보가 어려운 까닭] ['기후 바보']

뚝섬 2020. 8. 11. 07:15

[폭우 피해도 4대강 사업 탓, 전 정권 핑계 댈 건가]

[비상금 깨 현금 뿌리더니 물난리 나자 또 "빚내서 추경"]

[장마철 집중호우 예보가 어려운 까닭]

['기후 바보']

 

 

 

폭우 피해도 4대강 사업 탓, 전 정권 핑계 댈 건가

 

이번 폭우 피해를 놓고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이 원인 제공을 했느냐 아니냐 하는 논란이 붙었다. 8일 섬진강 제방이 유실된 데에 이어 9일 낙동강 제방 일부가 무너진 것이 계기가 됐다.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4대강 보가 홍수 조절에 어떤 기여를 하는지 실증적인 분석을 할 수 있는 기회"라며 "댐 관리와 4대강 보의 영향에 대해서 깊이 있는 조사와 평가를 당부한다"고 지시했다.

4대강 사업을 반대해온 전문가들은 낙동강 제방이 무너지자 하류 쪽 합천창녕보의 보(洑) 때문에 강물 흐름이 느려지면서 수위(水位)가 상승해 수압(水壓)이 강해진 탓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4대강 사업에 참여했던 전문가들은 "강바닥을 평균 4m 준설한 것이 수위를 워낙 크게 낮춘 효과가 있기 때문에 4대강 사업은 홍수 대응 능력을 대폭 키워줬다"고 했다. 4대강 사업에 포함되지 않았던 섬진강에 대해선 "다른 강처럼 준설을 했더라면 제방 붕괴는 없었을 것"이란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간에도 4대강 사업 반대파들은 홍수·가뭄이 주로 지류에서 발생한다며 본류에 치중한 4대강 사업은 홍수·가뭄 예방에 별 효과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전국 홍수 피해에 관한 재해연보 자료를 보면 4대강 사업 이전보다 이후의 피해가 크게 줄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만일 지류를 정비해야 홍수·가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면 이제라도 서둘러 정비를 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온통 신경이 4대강 보를 부수느냐 마느냐, 또는 4대강 사업이 잘됐느냐 못됐느냐 하는 사안에 쏠려 있다. 환경부엔 60명으로 구성된 4대강 조사평가단이라는 조직이 있는데 주 업무가 4대강 보의 개방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자료 수집이다. 작년 9월 출범한 국가물관리위원회라는 기구 역시 보 처리 방안을 정하는 걸 목표로 한 기구인데 아직껏 결론을 낼 기미가 없다.

유례 드문 폭우로 국민 상당수가 피해를 입었다. 치수 관리의 취약 부분들도 드러났다. 섬진강은 댐 수위 관리 실패로 방류량을 급작스레 늘린 것이 문제였고, 낙동강은 원래 취약 부위인 지천 합류 배수지 부분에서 제방이 무너졌다. 정부 최우선 업무는 국민들의 피해를 최대한 복구하는 것이고 그다음으로는 하천 관리상 드러난 허점들을 보강하는 것이다. 그런 급한 부분들은 돌보지 않고 10년 전 4대강 사업의 원인 제공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자신들의 잘못을 이전 정부 탓으로 돌리려는 속셈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20-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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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금 깨 현금 뿌리더니 물난리 나자 또 "빚내서 추경"

 

긴 장마로 전국이 물바다가 됐는데 피해 지자체들은 재해 복구와 이재민 지원에 쓸 돈이 없어 중앙정부만 바라보고 있다. 지자체들 아우성에 민주당은 '4차 추경' 편성을 공식화했다. 512조원 수퍼 예산과 총 59조원의 세 차례 추경까지 편성했지만 정부도 돈이 없어 4차 추경을 편성해 지자체에 나눠 주겠다는 것이다. 사상 최대의 35조원 규모 3차 추경을 한 지 불과 한 달 만에 또 추경 논의가 시작됐다.

지난 4월 총선 이후 당·정이 모든 가구에 4인 기준 100만원씩의 코로나 지원금을 풀 때부터 우려됐던 상황이었다. 애초 기재부가 설계했던 '소득 하위 50%' 지급 방안이 민주당 요구로 '전 국민 지급'으로 확대되면서 소요 예산이 14조원으로 불었고, 이 중 2조여원을 광역시·도에 부담시켰다. 지자체들은 돈이 모자라자 태풍·홍수 등 재난에 대비해 비축해두는 비상기금에까지 손을 댔다. 그 결과 이번에 호우 피해가 집중된 경기, 강원, 충남북, 전남북은 비상금 창고가 텅 빈 상태에서 9년 만의 최악이라는 수해를 맞았다. 당시 비상금까지 탈탈 털어 부담금을 확보했던 어떤 지자체의 공무원은 소셜미디어에 "하늘이시여, 비나이다. 올해는 태풍·지진이 나면 안 됩니다"라는 축원문을 올리기까지 했다. 그 걱정이 현실화된 것이다.

중앙정부도 올해 예산에서 5조원이나 확보해두었던 예비비가 2조원밖에 남지 않았다. 코로나 지원금이며 방역비 등의 명목으로 갖다 써버렸기 때문이다. 재원이 고갈된 상황에서 수재민 지원을 위한 추경은 불가피하고 최대한 신속히 집행돼야 한다. 그러나 그에 앞서 선심성 현금 뿌리기가 초래한 재정 파행에 대한 통렬한 반성이 선행돼야 한다. 코로나 지원금 대상을 기재부 초안대로 소득 하위 50%로 정했다면 약 7조원의 자금 여력을 비축할 수 있었고, 이 돈이면 수해 피해를 충당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선심성 현금 뿌리기와 방만한 씀씀이로 적자국채 발행이 100조원대로 부풀고 국가부채 비율은 사상 최대로 치솟았는데 또 거액의 빚을 내게 생겼다.

 

-조선일보(20-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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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 집중호우 예보가 어려운 까닭

 

올여름 장마는 역대 最長 기록 눈앞… 800㎜ '물폭탄' 곳곳 속출

 

8월 중순이면 무더위에 시달리고 있어야 할 때인데 전국이 물난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장마철 비 오는 거야 당연하지만 올여름 장마는 유독 길다. 50일간 계속된 제주 지방 장마는 이미 역대 가장 긴 장마로 기록됐다. 중부지방도 이변이 없는 한 가장 긴 장마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2014년부터 6년 내리 '마른장마'가 이어졌는데, 올해는 '역대급' 장마가 발생한 것이다.

장마는 보통 6월 말 시작해 7월 중순 정점을 찍고 8월 초 북태평양고기압이 한반도 북쪽으로 확장하면서 휴지기를 갖는다. 그리고 8월 중하순 태풍에 의해 다시 강수량이 증가한다. 이후 강수량은 급격히 줄어 사실상 한반도 우기가 끝난다. 그런데 올해는 장마와 8월 중하순 호우 경계조차도 모호해졌다. 태풍 '장미'가 북상하면서 늦여름 집중호우 시작을 알린 것이다. 평소보다 따뜻한 서태평양 바닷물 영향으로 태풍이 많이 발생한다면, 올해는 장마 휴지기 자체가 없을 수도 있다. 또 다른 의미에서 역대급 장마가 될 가능성이 있다.

올여름 장맛비는 조금씩 오래 내린 게 아니라 짧은 시간 동안 강한 집중호우 형태로 내렸다. 시간당 100㎜ 이상 집중호우에 하루 800㎜ 이상 강수량을 기록한 곳도 다수 보고됐다. 이 정도면 양동이로 물을 퍼붓는 수준이다. 장마철 누적 강수량이 보통 350㎜ 정도라는 걸 감안하면, 장마철 내내 내려야 할 비가 많은 지역에서 단 몇 시간 혹은 단 며칠 만에 내린 것이다.

 

집중호우는 6월 말부터 시작됐다. 강원 산간 지역과 제주 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했던 집중호우는 7월 중하순에 남부지방 및 중부지방으로 확장되었다. 이때만 해도 집중호우는 간헐적이었다. 북태평양고기압과 정체전선이 한반도 남쪽에 치우쳐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한반도를 지나는 온대 저기압의 길을 터주는 역할을 했고, 저기압이 한반도로 접근할 때마다 비가 내리거나 혹은 남쪽에 치우친 정체전선을 한반도로 밀어 올리면서 집중호우를 초래했다. 그런데 7월 말 상황이 급반전했다. 뒤늦게 정체전선이 북상하면서 한반도 전체에 강수대가 형성되었다. 그리고 북태평양고기압을 따라 다량의 수증기가 유입하면서 한반도 곳곳에 동시다발적으로 집중호우가 발생했다.

장마철 정체전선 상에서 발달하는 집중호우는 보통 새벽녘에 많이 발생한다. 야간에 기온이 낮아지면 수증기가 쉽게 응결한다. 그리고 구름에서 방출하는 장파복사 영향으로 대기가 쉽게 불안정해진다. 이로 인해 야간에 집중호우가 빈번했고 피해도 커졌다.

장기간 지속하고 있는 장마는 이미 막대한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를 초래했다. 전국 곳곳에서 산사태가 발생했고, 섬진강, 낙동강, 영산강 일부 지역에서 제방이 무너졌다. 계속된 비로 물을 가득 머금은 토양은 응집력이 약해서 쉽게 무너져 내릴 수 있다. 산사태가 나지 않더라도, 물을 머금은 토양은 비를 더 이상 흡수하지 못하기 때문에 강으로 빗물을 흘려보내게 된다. 이로 인해 강 상류에 막대한 양의 빗물이 모여들어 하류로 흘러간다. 그런데 만조가 겹치면 하류에서 바닷물이 밀고 들어오면서 빗물은 갈 곳을 잃고 결국 넘쳐나게 된다. 불행히도 이런 사태는 이미 여러 곳에서 벌어졌다.

올여름 장마 원인은 아직 불분명하다. 장마특이기상연구센터 등 전문가 그룹은 북태평양고기압이 정체되어 있다가 최근 북상하면서 8월 장마를 초래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북태평양고기압의 정체 원인은 여전히 미궁이다. 북극 온난화, 동시베리아 고온, 중국 내륙에서 수증기 공급 등 복합적인 원인이 논의되는 수준이다.

원인이야 어떻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24시간 혹은 12시간 일기예보 정확도가 필수적이다. 안타깝게도 장마철 집중호우는 매우 작은 규모로 급격히 발달하기 때문에 예측 자체가 어렵다. 과거보다 관측망과 수치 모델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지만, 서해 경기만에서 한두 시간 만에 급격히 발달하는 구름이나 내륙으로 빠르게 유입하는 수증기의 좁은 통로를 미리 파악하는 건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다. 입체적 관측과 수치 모델의 지속적인 개발이 여전히 필요한 이유다. 인공지능 같은 새로운 예보 기술도 주목받고 있다. 2016년 큰 관심을 받은 인공지능 알파고는 이후 발전을 거듭해 일기예보에도 적용되고 있다. 이른바 '알파웨더'로 불리는 프로젝트. 막대한 기상 관련 데이터를 분석해 예보에 활용하는 작업이다. 아직은 초기 단계이지만 기상예보에 새로운 장을 열 수 있을 전망이다.

 

-손석우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조선일보(20-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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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바보'

 

끝 모를 장마가 추적추적 이어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역대 가장 길었던 2013년 49일 장마 기록을 넘어설 기세다. 기상 이변은 워낙 원인을 규명하기가 쉽지 않지만, 이번 경우는 북극 지방의 때아닌 이상 고온 때문에 일어난 명백한 기후변화 현상이다. 한반도 날씨가 예전 같지 않다.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는 공공연히 '기후 깡패'로 불린다. 2007~2017년에 다른 OECD 국가들은 탄소 배출량을 평균 8.7% 줄인 반면 우리나라는 되레 24.6%나 늘었다. 2019년 유엔기후변화총회가 발표한 '기후변화 대응 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전체 61국 가운데 58위다. 세계생물다양성협약 의장으로 활동하던 2014~2016년에 나는 국제회의를 주재하다 말고 우리 정부가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이슈를 다룰 때마다 번번이 의장석에서 내려와야 했다. 깡패 두목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그래도 우리는 비록 깡패 짓은 할망정 양심은 있어서 지구온난화로 물에 잠겨가는 투발루나 방글라데시 같은 나라에 미안해한다. 하지만 웬 착각? 지금 전례 없는 물난리를 겪으면서도 모르는가? 정작 자기 집이 물에 잠기는 줄도 모르는 채 다른 나라들에 미안해하며 겸연쩍게 뒤통수를 긁는 탄소 배출량 세계 7위 국가가 바로 우리다. 우리는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다.

나는 이미 우리가 앞으로 코로나19 같은 대재앙을 수시로 겪을 것이라 경고했다. 기후변화에 관해서도 똑같은 경고를 내릴 수 있다. 우리나라처럼 어정쩡하게 여러 기후대에 걸쳐 있는 나라는 앞으로 극단적인 홍수와 가뭄을 번갈아 겪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최근 발표한 그린 뉴딜에 끝내 2050년 탄소 중립 선언을 담지 않았다. 감축 약속을 지키지 않으려 국제사회 눈치나 살피는 지질한 '기후 깡패'인 줄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제 살 깎아 먹는 줄도 모르는 '기후 바보'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 조선일보(20-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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