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안이 벙벙해지는 월성 1호기 폐쇄 '사기극']
['월성1호 조작' 한수원 압수 수색으로 증거부터 확보해야]
['월성 1호기' 조작 무려 3차례, 검찰 수사 사안이다]
["보고서 수치 바꿔 월성 1호기 생매장… 명백한 게이트級 범죄"]
[虛無를 선사하는 정부]
[경제성 평가 요술]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어안이 벙벙해지는 월성 1호기 폐쇄 '사기극'
세 차례 실시 경제성 평가에서 "가동하면 최대
3707억원 이익"인데 한수원은 정반대로 조기 폐쇄 결정
끝까지 전말 규명해 책임 물어야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강행에 앞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세 번 경제성 평가를 실시했다. 세 권 보고서를 모두 읽어 보니
한수원에 사기당한 느낌이 대번에 들었다. 보고서 내용이 월성 1호기를
계속 가동하면 경제성이 떨어진다던 그간 한수원 주장과는 완전히 달랐기 때문이다. 2018년 3월 한수원이 자체 실시한 1차 평가에선 당초 예정대로 2022년까지 원전을 계속 돌리면 3707억원 이익이라고 했다. 그로부터 두 달 뒤 한수원 의뢰로 용역을 맡은 회계법인 평가에선
"(경제성 평가 전제를) 가장 보수적으로 가정해도 1778억원 이익" "가동률이 40%로 떨어져도 이익"이라고 했다. 국내 23기 다른 원전의 과거 평균 가동률(89%)의 절반 이하여도 월성 1호기를 폐쇄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결론은 한 달이 안 돼 달라졌다. 산업부 담당 공무원 2명과 한수원 관계자 등과 한 차례 회의를 가진 이후 회계법인 측은 한수원 주장을 그대로 반영해 전기 판매 수입을
낮춰잡고 원전 가동률은 10%포인트 더 떨어뜨렸다. 평가의
여러 전제를 대폭 바꾸면서 '아무리 못 돼도 1778억원
이상'이라던 이익은 224억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정부 의견도 한수원과 비슷했을 것이다. 이 보고서를 손에 쥔 한수원은 2018년 6월 여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한 바로 다음 날 긴급 이사회를
열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밀어붙였다. 그 무모한 결정의
배경에 이처럼 왜곡된 경제성 축소 과정이 있었던 것이다. "한수원이 국민 상대로 사기
친 거나 마찬가지"라는 말이 당연하게 들린다.
이런 내막이 최근 언론에 보도되자 한수원은 이상한 해명을 내놨다. "회계법인에
우리 의견을 설명했을 뿐 평가 전제를 바꾸라고 요구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경제성 축소는 회계법인 자체 판단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수원이
회계법인에 제시한 '월성 1호기 용역 수행 지침'은 한수원 해명과 사뭇 다르다. '계약 상대방(회계법인)은 발주자(한수원)의 업무 요청을 따라야 한다'는 규정이 지침에 들어 있다. 그런데도 한수원은 "의견 설명"이라며 딴말을 한다. 한수원이 월성 1호기 계속 가동을 위해 설비 교체비 등으로 쓴 돈이 7000억원이다. 이 손실은 전기요금 인상 등 형태로 결국은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감사원 감사든 검찰 수사든 한수원의 경제성 왜곡 전말은 언젠가는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 책임
당사자에게 왜곡 책임을 끝까지 추궁해야 국민에게 무모한 정책 뒷감당을 떠넘기는 행태를 막을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 선언이 나온 지 3년 가까이 흘렀다. 그사이 대통령 언행이 여러 번 도마에 올랐다. 원전이 안전하지 않아
탈원전을 한다면서도 외국에 나가선 "한국 원전은 안전하다"고
말하곤 했다.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도입하겠다"는
말도 국민 눈에 기이하게 비쳤을 것이다. 그런데 원전이야말로 가장 안전한 에너지원이라는 사실이 여러
연구를 통해 알려진 지 오래다. 전기 1TWh(테라와트시)를 생산할 때 대기오염이나 각종 사고로 숨지는 사망자가 원전은 0.07명인
데 반해 LNG는 2.8명,
석탄은 24.6명이라는 통계도 있다. 경제적으로
가장 저렴하고 온실가스도 배출하지 않는다. 요컨대 환경성·경제성·안전성을 가장 충족하는 에너지원이
원전인데 우리는 탈원전 타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그제 임명한 새 기후환경비서관은
전임자에 이어 환경단체에서 오랫동안 탈원전 운동을 해온 인물이다. 무모한 탈원전 행보가 계속될수록 국민
피해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박은호 논설위원, 조선일보(20-01-22)-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월성1호 조작' 한수원 압수 수색으로 증거부터 확보해야
한수원이 신고리 3·4호기를 운영하는 산하 새울발전소
노조 지부장 강창호씨의 컴퓨터를 '감사를 위한 증거 확인' 명분으로
봉인 조치를 했다. 월성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폭로가 이어지자
내부 제보자를 색출하려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한수원은 세 번에 걸쳐 작성한 '월성1호기 폐쇄 관련 경제성 평가'
보고서를 왜곡해 회사와 국가 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그런 사람들이 제보자를
적발하겠다고 직원 컴퓨터를 뒤지고 나선 것이다. 도둑이 되레 몽둥이 들고 나선다는 말이 생각난다. 부담을 느꼈는지 한수원은 하루 만에 봉인을 해제했다고 한다.
한수원은 20일 세 차례 왜곡 조작에 대해 "합리적
변수를 찾아내고자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는 과정"이라고 변명했다. 수명 연장 후 첫해였던 2015년 95.8%에 달했던 월성1호 가동률을 일부러 70%, 60%로 떨어뜨려 놓고서 '합리적 변수를 찾은 것'이라고 둘러댔다. 한수원은
2017년 가동률이 40.6%였던 걸 핑계로 들고 있지만,
2017년 가동률이 급락한 것은 한수원이 탈원전 정권 눈치를 보고 월성1호를 '정기 예방정비'라는 명목으로 1년
넘게 세워뒀기 때문이다. 같은 중수로 원자로인 월성2호기
경우 2018년 예방정비를 두 달 만에 끝냈다. 일부러
가동을 중단시키고 '가동률이 낮으니 경제성이 없다'고 한다. 소가 웃을 일이다. 원자력 전기 판매 단가 경우 2013년 ㎾h당 39원에서 2017년 61원까지 계속 올랐다.
그런데도 2022년이면 판매 단가가 49원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보고 분석했다. 이것은 경제성 평가가 아니라 사기 행위에 가깝다.
새울발전소 강창호 지부장은 "경제성 평가 날조,
왜곡, 변조는 게이트급(級) 범죄"라고 했고, 이에
가담한 산업부, 한수원, 회계법인의 관계자 11명을 검찰에 형사 고발했다. 감사원에서 국회 요구로 월성1호 문제 감사를 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것도 어떤 식으로 왜곡될지, 무슨
핑계로 4월 총선 이후까지 질질 끌지 알 수 없다. 이
사건은 울산시장 선거 공작, 유재수 감찰 무마 못지않은 국정 농단이다. 이 정권 사람들의 최근 폭주를 보면 증거인멸 정도는 우습게 할 수 있다. 검찰의
압수 수색으로 증거를 보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조선일보(20-01-21)-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월성 1호기' 조작 무려 3차례, 검찰 수사 사안이다
2018년 한국수력원자력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세 번의 경제성 평가를 했고 그 결과 모두 조기 폐쇄보다 계속 가동이 이익이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맨 처음은 2018년 3월 한수원의 자체 분석으로, 연장 수명대로 2022년까지 계속 가동하는 것이 즉시 정지보다 3707억원 이익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이때는 가동률(이용률)을 85%, 원자력 전기 판매 단가는 2017년 실가격인 ㎾h당 60.82원으로 잡았다.
그다음은 한수원 의뢰로 삼덕회계법인이 2018년 5월
작성한 경제성 평가다. 70% 가동률을 적용했고, 그 결과
계속 가동이 1778억원 이득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자
산업부·한수원·삼덕회계법인 관계자들이 모여 이를 수정했다. 최종 경제성 평가 보고서에선 예상 가동률을 60%로 더 낮추고 판매 단가는 2022년 48.78원까지 하락하는 것으로 가정했다. 거의 최악을 가정한 것이다. 그런데도 계속 가동이 조기 폐쇄보다 224억원 이득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예상 가동률과 판매 단가를 계속 낮춰 '조기
폐쇄' 결론을 유도하려 했지만 아무리 해도 안 됐던 것이다.
사실 국내 23기 원전의 과거 평균 가동률이
89.0%였는데 70%, 60%의 가동률을 적용한 것 자체가 납득할 수 없다. 원자력 전기 판매 단가 역시 2015~17년 3년 평균이 63.8원이었는데, 이것이
어떻게 2022년 48.78원까지 하락한다는 말인가. 그렇게 말도 안 되는 가정을 적용했는데도 세 차례 모두 계속 가동이 경제성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면 이 결과를
받아들였어야 한다. 그러나 한수원은 2018년 6월 15일 여당의 지방선거 압승 이틀 뒤 소집한 긴급 이사회에서
이사들에게 평가 결과는 보여주지 않은 채 왜곡된 요약 내용만 제시해 조기 폐쇄 결정을 유도했다. 또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달 24일 "우린 경제성 평가와는
관계없고 폐쇄 과정의 안전성만 평가한다"며 월성 1호기
영구 정지를 최종 승인했다. 경제성이 없다고 폐쇄를 추진해 놓고 나중에는 경제성은 어찌 되건
관계없다며 폐쇄한다고 한다. 막가파가 따로 없다.
이런 범죄적 과정이 양파 껍질 벗겨지듯 차례로 드러나고 있는데도 누구 하나 나서서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하고 있지 않다. 예상했던 일이지만 그 과정에 산업부가 개입 또는 주도했다는 사실도 확인되고 있다. 대통령 한 사람의 아집 때문에 국정이 왜곡 조작되는 일이 다시 되풀이되지 않도록 이 공모(共謀) 조작 은폐극의 주모자, 가담자, 방관자들 전부를 사법처리해야 한다. 검찰이 이 명백한
범죄를 보고만 있다면 그 자체가 직무유기다.
-조선일보(20-01-20)-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보고서 수치 바꿔 월성 1호기 생매장… 명백한 게이트級 범죄"
[나는 '고발맨'입니다…
강창호 신고리 원전 노조 지부장]
지금 여당에 정치 후원금 내왔고 탄핵 촛불 집회에 여러번 참석… 이제는 후회와 분노로 치 떨어
원전을 잘 아는 사람들이 아니라 괴담 퍼뜨리는 '탈핵 무당'에 의해 국가적 재앙이 진행되고 있어
울산역(驛)에서 버스로 1시간을 달려 종점에 내리니, 마중 나온 강창호(48)씨가 유쾌하게 인사했다.
"제가 생기기는 '원자력계 유해진'이지만, 실상은 '고발맨'입니다. 재작년에는 원전 관련 거짓 뉴스를 퍼뜨린 교수 두 명을 고소했습니다. 검찰에서
무혐의 처리됐습니다만, 작년에는 월성 1호기 폐쇄를 의결한
한국수력원자력 이사들을 배임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강창호씨는 "대통령 연설로 탈원전이 법적 근거 없이 진행될 때 대부분 권력 앞에 줄섰다"고 말했다. /울산 신고리 3·4호기
―송사(訟事)를 남발하는 것은 그렇게 칭찬받을
일은 아닌데.
"이렇게라도
이들이 잘못됐다는 흔적을 남겨두려는 겁니다. 작년 말 제 개인 돈으로 변호사 경비 300만원을 들여 성윤모 산자부 장관을 직권 남용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그러자 3075명이 고발인으로 동참했고 후원금 240만원이 들어왔습니다. 그 후원금으로는 월성 1호기를 생매장한 산자부 공무원, 한수원 담당자, 삼덕회계법인 관계자 12명을 또 고발합니다."
핵연료 담당 기술사
그는 '한국형 원전' 신고리 3·4호기(새울발전소)의 노조 지부장이다. 전체 조합원
8500명인 한수원 노조에서 새울발전소 지부는 330명에 불과하다. 말단 조직의 하나인 셈이다. 그는 노조 상근자도 아니다.
"저는 노조 활동을 안 좋아했습니다. 원자력발전소에서 24년 근무한 핵연료 담당 기술사입니다. 원래 고향인 영광 원전에서
근무했지요. 2012년 신고리 3·4호기를 시운전하려고 할 때 핵연료 면허증 가진 인력이 필요해 여기로 오게 됐습니다. 원자력 관련 자격증을 10개나 갖고 있습니다."
―그런 사람이 어떻게 발전소 노조 지부장이 됐지요?
"2014년 핵연료 운반용 기중기를 설치하다가 설계에 오류가 있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이게
한 대당 60억원짜리이고 안전 문제와 직결됩니다. 제가 이를
지적하자, 기중기 주문·제작·인수를 담당한 쪽에서 반발했습니다. 설치해놓고
나중에 고치자는 쪽이었습니다. 제가 감사 결재를 받아 올리니 본사에서도 덮으려고 했습니다. 나중에는 제 지적대로 해결됐습니다만, 그 과정에서 '배신자'로 찍혔습니다. 그때
방어막이 필요해 노조 간부가 됐습니다. 2017년 지부장에 선출된 뒤 작년에 연임했습니다."
―한수원 전체 노조에서 거의 유일하게 '탈원전'에
맞서고 있는 발전소 지부장인데?
"작년에 뽑힌 한수원 노조 위원장은 '탈원전'을
표방하는 민노총 계열이라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상황은 실제로 원전을 알고 있는 사람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괴담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에 의해 진행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사람들을 '탈핵(脫核) 무당'으로 부릅니다."
―'탈핵 무당'이라는 용어가 재미있군요.
"환경 단체 사람들은 원전과 상관없는 기형아 사진을 보여주고, 수명이 다한 화력발전소의 냉각탑 폭파 사진을 원전 폭발 사고 사진으로 둔갑시킵니다. '광우병 선동'에서 그랬던 것처럼 국민을 현혹하고 있습니다. 원전은 과학의 성과물이고 우리 에너지 현실과 기후·환경을 고려한 선택인데, 이를 '핵폭탄'이니 '방사선
오염' 같은 공포로 왜곡합니다."
―그런 비과학적 선동을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 정책으로 채택했지요. 취임 한 달 맞은
날(2017년 6월 19일)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탈원전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고 했지요.
"지난 20여 년간 저는 지금의 여당에 정치 후원금을 냈습니다. 탄핵 촛불 집회에는 뜨거운 가슴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여러 차례 참석했습니다.
그때 '제왕적 대통령제'를 규탄하던 사람들이
오히려 더 심하게 나오는 걸 보면 정말 후회와 분노로 치를 떱니다."
―어떤 이는 '탈원전은 문 대통령의 국정 문란'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원전에 대한 무지와 판단 잘못으로 엄청난
국가적 재앙을 초래했다는 것이지요. 이제는 문 대통령도 실상을 파악했을 텐데 입을 다물고 있군요.
"이 사태는 문 대통령에게서 비롯됐습니다. 저는 문 대통령을 직권 남용 혐의로
꼭 고발할 것입니다. 지금은 저 같은 사람만 화가 나 있지만,
머지않아 자녀를 키우는 엄마들도 탈원전의 문제점을 알게 될 겁니다. 반드시 그날이 옵니다. 그때는 문 대통령은 얼굴을 들고 이 나라를 못 다닐 겁니다. 다만
원전 산업 생태계는 너무 시간이 지나면 회복될 수 없다는 게 걱정입니다."
―여전히 일부 국민은 원전에 공포심을 갖고 있는데, 발전소 안에서 근무하는 처지에서는
어떤가요?,
"대한민국에서 방사선으로 사망한 사람이 있으면 제 개인 돈으로 1억원을 주겠습니다. 고리 1호기 원전을 가동한
1978년부터 지금까지 국내에서 방사선 노출로 죽거나 다친 사람이 한 명도 없습니다."
―한 원자력 전문가는 "같은 기간 자동차 사고 사망자는 30만여 명이었다. 원전 비율이 줄고 석탄 소비가 늘자 2017년 한 해 석탄을 캐거나 채석 작업 하다 죽은 사람은 417명이었다. 석탄에 의한 환경 파괴를 제외하고 순전히 사고사로 그렇다. 국민
안전을 위해 탈원전한다는 것은 정말 궤변이다"라고 하더군요.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첫 원전 사고였던 미국 스리마일섬 사고(1979년)에서
방사선에 의한 사망자는 한 명도 없었습니다. 격납 용기도 없이 정말 허술했던 체르노빌 원전 사고에서는 43명,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는 단 1명이었습니다. 원전은 현재 전기를 만들어내는 어느 발전 형태보다
가장 안전한 셈입니다."
이런 코미디가 또 있나요
―발전소에서 오래 근무하면 몸 안에 방사선이 쌓인다는 말도 있지요?
"우리는 초과 근무도 하고 발전소 안에서 살다시피 합니다. 퇴직자가 방사선
오염으로 고생한다는 말도 못 들었습니다. 가족도 발전소 바로 옆 아파트에서 생활합니다. 방사선 누적 위험이 있으면 어느 부모가 자기 자녀를 여기서 키우겠습니까."
그의 승용차에 옮겨 타고 동해안 간절곶을 따라 20분쯤 달려 신고리 3·4호기(새울발전소)에 도착했다. 그가 신고리 3·4호기 종합 준공 기념탑으로 안내했다.
"작년 12월에 준공식이 있었습니다. 신고리
3·4호기는 국내 첫 한국형 원전으로 UAE에 수출한 모델이지요. 그런데 여길 보십시오. 현 정권의 탈원전 정책에 맞춰 원전을 허무는 데 가장 앞장선 정재훈 한수원 사장 이름이 제일 앞에 새겨져 있습니다. 이런 코미디가 또 있습니까."
―공기업 사장으로서는 불가피하지 않았을까요?
"이분은 원전의 필요성에 관해 잘 아는 산자부 공무원 출신입니다. 한수원
간부들도 처음에는 내심 반발했지만 결국 인사와 밥그릇 때문에 다들 탈원전을 따라갔습니다. 본부장인 A씨는 10년 전 한수원 원자력정책처(현 기술전략처)에서 근무할 때 '월성 1호기를 계속 운전하면 탄소세 감축 등까지 포함해 4조원의 경제적
이익이 있다'는 보고서를 냈던 사람인데, 지금은 '계속 돌리면 손해'라는 입장으로 돌변했습니다."
―월성 1호기는 7000억원 들여 핵심
부품과 설비를 다 교체한 뒤 2015년 수명 연장 심사를 통과했던 원전입니다. 하지만 취임 초 문 대통령이 "설계 수명이 다한 월성 1호기를 가동해온 것은 운항 선령을 연장한 세월호와 같다"고
말해 명을 다하게 된 것이지요. 한수원 이사회가 대통령 뜻을 헤아려 조기 폐쇄를 의결했지요?
"저는 이를 '생매장'이라고 말합니다. 월성 1호기를 생매장하기 위해 먼저 경제성 평가를 해야 했습니다. 삼덕회계법인에 용역을 줬습니다. 하지만 한수원의 의도와 달리 재작년 5월 10일 삼덕회계법인은 '월성 1호를 계속 돌리면 1778억원의 경제성이 있다'는 보고서를 냈습니다. 그러자 다음 날 산자부 공무원, 한수원 담당자, 삼덕회계법인 관계자가 회의를 했습니다. 월성 1호기의 평균 가동률을
60%대로 낮추고 한전의 전기 구매 단가도 48원까지 낮추는 등 계산값을 바꿨습니다."
―수치를 마사지했다는 건가요? 그렇게 해서 월성 1호기를
계속 돌리면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을 냈다는 겁니까?
"그렇게 수치를 바꿨지만 여전히 224억원의 경제성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향후 원전 전망이 어둡다'는
식의 보고서를 만들어 생매장 근거 자료를 마련해줬습니다. 이렇게 해서 재작년 6월 15일 한수원 이사회는 폐쇄 결정을 내렸습니다. 배임, 문서 변조, 업무
방해에 해당하고, 이는 명백히 '게이트'급 범죄행위입니다."
목 자르는 王朝시대가 아니다
―작년 말 성윤모 산자부 장관을 직권 남용 혐의로 고발했는데?
"2017년 2월 산업부가 울진군수에게 보낸 공문에는 '전기사업법에 의거해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허가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하지만 현 정부는 탈원전의
로드맵이라는 '8차 전력 수급 기본 계획'에 따라 신(新)원전 건설을 중단시켰습니다. 원전
설계와 기자재 제작이 거의 다 이뤄져 조(兆) 단위가 이미
들어가 있는데 말입니다. 법적 절차에 따라 진행된 사업을 한낱 행정 계획으로 뒤엎은 겁니다."
―산자부 장관의 지시나 개입이 있었다는 증거가 있나요?
"산자부는 작년 4월 울진군수 앞으로 '8차
전력 계획에 의해 신한울 3·4호기는 적법하게 취소됐다'는 공문을 보냈습니다. 그해 8월
국정감사에서 성윤모 장관도 '8차 전력 계획에 의해 3·4호기는 취소된 적 있다'고 답했습니다. 스스로 직권 남용을 인정한 겁니다."
울산역으로 돌아오는 승용차 안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의 연설 하나로 탈원전이 법적 근거도 없이 진행될 때 남들보다 많이 배웠고 실상을 잘 아는 사람들마저 다 줄 서지
않았습니까. 지금은 목 자르는 왕조시대가 아니지 않습니까. 자신의
불편과 불이익을 조금만 감수하면 되는데 말입니다. 저는 아이 셋을 둔 아버지입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짓에 눈감고 모르는 체하는 것은 우리 자녀에게 어른 역할을 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현 정권의 위험한 폭주(暴走) 속에서 우리나라가
지탱하는 것은 기적 때문이 아니었다. 그래도 자기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최보식 선임기자, 조선일보(20-01-20)-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虛無를 선사하는 정부
알베르 카뮈, "시시포스의 신화"
희랍신화 속의 시시포스는 제우스의 노여움을 산 그를 쇠사슬에 결박하려는 죽음의 신에게 속임수를 써서 오히려 그를 쇠사슬에 묶어 놓고 놀러 다니다가 신들에게 붙잡혀서 죽게 된다. 하지만 또다시 명부(冥府)의 신(또는 여신)을 속여서 인간세계로 돌아와 머물며 지하로 돌아가겠다는 약속을 어기자 제우스 신이 엄중한 벌을 내린다. 거대한 바위를 산정(山頂) 위에 올려놓는 벌인데 바위는 산정에 닿는 순간 굴러떨어져서 시시포스는 영원히 반복해서 그 바위를 져 올려야 한다.
실존주의 작가 알베르 카뮈는 그의 장편 에세이 "시시포스의 신화"에서 시시포스처럼 힘겹게 져 올린 바위가 굴러떨어지는 실존적 허무와 무의미성에 직면하면 자연히 자살을 생각하게 되지만 자살을 해서는 안 되고 항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4대 강 사업으로 건설된 금강과 영산강의 다섯 보(洑) 중에서 3개를 허물고 2개는 상시 방류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지금 허물겠다는 보 3개를 짓는 데 예산 2000억~3000억원이 들었는데 허무는 데는 800억원인지 1300억원이 소요된다고 한다. 이 보들은 건설된 후 국민의 식수원, 농민들의 농업용수원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고, 따라서 이들을 철거하면 당장 농업용수 부족으로 농작물이 타 죽게 되고 장마철에 홍수를 막을 수가 없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농민들이 결사반대를 하는데도 정부는 철거를 강행하겠다고 하니 이는 다수의 국민에게 긴요한 국가적 자산을 임의로 파괴하는 행위가 아닌가? 이야말로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았을 뿐 아니라 상상조차 못해본 나라이다. 죽을힘을 다해 져 올린 바위가 굴러떨어진 시시포스의 허무함이 절절하게 와닿는다.
이제껏 이 정부의 주요 정책은 지난 수십 년간 정부와 국민이 함께 이룩한 번영의 토대를 잠식하고 파괴했다. 우리나라가 세계 제일의 원자력 강국이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피와 땀과 기도가 투입되었는가. 그런데 이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그 공든 탑을 폭파하고 있다. 청년들과 저임금 노동자를 위한다는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은 이들을 실업의 나락으로 추락시키고 있다. 다음 세대의 관심을 학업보다는 잡념으로 유도하는 '평등' 교육은 나라의 생존력을 저하시켜서 4차 산업혁명의 파도에 모두가 침몰해 버릴 것 같다. 그것이 이 정부의 의도일까?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조선일보(19-02-26)-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경제성 평가 요술
환경부 4대강위원회가 경제성 평가를 근거로 금강·영산강의 보 3곳 해체를
결정했다. 예를 들어 세종보를 뜯어낼 때의 편익(benefit)이
해체에 따르는 비용(cost)의 2.92배나 된다는 것이다. 972억원이라는 편익을 뜯어보면 89%, 867억원이 보 철거 후
수질·생태 개선 효과다. 그런데 보를 해체하면 보 때문에 풍부해진 강물의 생태 가치, 가뭄 방지 가치를 상실한다는 점에 대해선 별 언급이 없다.
▶수질·생태 같은 환경 개선(또는 악화) 효과는
객관적 시장가격이 없다. 그래서 경제학자들은 흔히 이해 당사자들에게 문제의 환경 개선을 위해 얼마를
지불할 용의가 있느냐를 묻는 것으로 이 문제를 해결한다. 이해 당사자 1만명이 평균 1만원씩 내겠다고 답했다면 해당 사업의 환경 개선 효과는 1억원 가치로 평가된다. 마음속 생각을 묻는 거여서 설문 구성이나
내용, 여론 분위기 등에 크게 좌우된다.
▶1989년 알래스카의 엑손 발데즈호 기름 유출 사고 후 배상·복구비 소송 과정에서 피해액 산출을 위해 '지불 의사(willingness to pay)' 조사가 동원됐다. 당시 연구팀이 모의 실험 참가자들에게 철새 2000마리, 2만마리, 20만마리가 기름 연못에 빠져 죽는 걸 막기 위해 얼마까지
낼 용의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세 집단의 평균 지불 의사액이 각각 80달러, 78달러, 88달러로 나왔다. 2만마리가 2000마리보다 훨씬 가치 있어야 하는데 결과는 거꾸로였다. 사람들
주관적 인식이란 이렇게 믿기 어렵다.
▶작년 논란이 됐던 흑산도 공항 예비 타당성 조사에서 '비용 대비 편익' 비율이 조사 시기에 따라 4.38, 2.6, 1.9로 뒤죽박죽 나왔다. 4대강에 앞서 계획됐던 한반도 대운하 사업 경우도 찬성 교수는 2.3, 반대파
교수는 0.05~0.28이라고 주장했다. 과거 새만금 사업도
간척지 쌀에 안보 가치가 있다는 '개발 강행파'와 갯벌의
생태·심미 가치가 막대하다는 '환경 보전파'의 주장이 부딪쳤다. 두 진영 모두 '지불 의사액' 조사를
갖다 댔다.
▶경제성 평가도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겠지만 미리 결과를 정해놓고 하면 정당화 수단이 된다. 의아한 것은 24조원짜리 지역 사업의 예타는 면제해줬던 정부가 4대강 보는 경제성 평가가 나쁘니 해체하겠다고 하는 점이다. 매표용
토건 사업은 타당성 부족으로 결론 날 게 뻔하자 경제성 평가를 생략하고 밀어붙였다. 그래놓고 앞 정권
사업에는 경제성 평가를 들이대고 멀쩡한 보를 허물자고 한다.
-한삼희 선임논설위원, 조선일보(19-0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