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해 자체보다 대응 능력에 인명 좌우]
[책임 안 지는 ‘보 해체’ 위원들]
[1280억 들인 세종보를 누가 망가뜨렸나]
['보 해체 경제성 평가' 거의 조작 수준이다]
재해 자체보다 대응 능력에 인명 좌우
[한삼희의 환경칼럼]
사라·매미 수준이라던 괴물 태풍 힌남노… 인명 피해 크게 준 편
세계 재해 사망자는 100년 사이 11분의 1로
기후 붕괴도 적극 방어 투자로 막아야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마산어시장 일대에 설치된 기립식 차수벽. 높이 2m로, 고정으로 서 있는 강화 유리벽까지 치면 1㎞ 길이다. 2018년 해일 피해를 막기 위해 완공됐다. /김동환 기자
오래전, 1984년 9월 2일 일이다. 초년병 기자로 사건·사고 취재를 맡을 때다. 전날 1일 새벽 서울에 비가 양동이로 들이붓듯 했다. 밤늦게까지 비 피해를 취재하다가 강동구 성내동 강동경찰서(현 강동구청 2청사) 2층 기자실에서 잤다. 3일 아침 깨보니 경찰서가 섬이 돼 있었다. 허리 내지 가슴팍 정도까지 물이 올라와 있었다. 군인들이 젓는 고무보트를 타고 겨우 빠져 나왔던 기억이 있다.
그날은 일요일이었는데 신문은 호외(號外)를 찍었다. 호외 1면은 ‘망원-풍납동 주민 16만 대피…118개 지역 침수’라는 제목이었다. ‘고립된 수중 도심’이란 항공 사진엔 풍납·성내동 아파트와 주택들이 점점이 물 위에 떠 있는 모습을 담았다. 유수지 배수펌프가 물에 잠겨 성내천 물이 역류한 탓이다. 안양천 배수 펌프도 터져 버렸다. 마포구 망원동 유수지 수문은 수압을 못 견뎌 무너졌다. 한강물 역류로 합정·성산·서교·동교동까지 물에 잠겼다. 그날 사망·실종자가 147명, 이재민은 20만명 이상 나왔다. 북한에서 수해 지원이라며 쌀과 시멘트를 보내왔을 정도다.
1984년 재해연보를 찾아보니 당시 한강 본류 구간에 353㎜ 비가 내렸다. 이에 반해 지난달 8~9일 서울 기상청 관측소의 누적 강수량은 524㎜나 됐다. 기상 관측 115년 사이 최대 폭우였다. 그랬는데 인명 피해는 사망 13명, 실종 6명이었다. 이재민은 1492명 나왔다. 물론 맨홀 남매, 반지하 세 모녀 등 너무나 안타까운 죽음들이 있었다. 재산 손실도 적지 않았다. 다만 통계로 볼 때 1984년에 비해 훨씬 강력한 폭우였는데 피해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았다. 충주댐이 1985년 완공돼 남한강 홍수 유량을 통제할 수 있게 된 요인이 컸을 것이다. 4대강 사업 때는 강바닥을 준설해 통수량을 키웠다. 제방, 배수 설비도 보강했다. 우리가 독자적으로 띄운 천리안 기상위성도 활약 중이다. 1984년엔 일본 기상위성이 6시간마다 보내는 구름 전송 사진에 의존해야 했다. 이런 사정들이 모여 1984년과 2022년의 차이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번 힌남노 태풍도 기상청은 1959년 사라, 2003년 매미에 견줄 만한 괴물 태풍이라고 누차 경고했다. “여태껏 경험해 보지 못한 강도”라고 했다. 지나치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하지만 6일 오후까지 힌남노의 인명 피해는 12명으로 집계돼 있다. 그 한 명 한 명의 목숨은 귀중하다. 다만 사라 때는 849명, 매미 때는 131명 희생됐다.
세계 통계를 봐도 세상은 점점 더 안전해지고 있다. ‘아워월드인데이터’가 192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100년간을 10년 단위씩 묶어 집계한 ‘세계 자연재해 사망자’ 숫자를 보면 1920년대 52만명에서 일직선 감소 경로를 밟아왔다. 2010년대 10년 동안엔 4만5000명이었다. 인구 변동을 감안한 ‘인구 10만명당 사망자’는 1920년대 27.77명에서 2010년대엔 0.64명까지 42분의 1로 줄었다.
과학기술, 산업, 인프라, 제도, 시스템이 발전했기 때문일 것이다. 국가마다 속도는 달랐지만, 총체적으로는 경제가 부강해진 것이다. 경제력을 가진 나라와 빈곤 국가 사이 재난 대응의 극적 격차는 2010년 한 달 시차로 발생했던 아이티 지진과 칠레 지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진 강도는 칠레(규모 8.8)가 아이티(7.0)보다 수백 배 강력했다. 사망자는 아이티 22만명, 칠레가 450명이었다. 지진이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지진 대비 능력이 사람 목숨을 좌우했다.
19년 전 매미 때 해일이 마산 앞바다를 덮친 후 바닷가 산책로에 높이 2m, 길이 1㎞ 기립식 차수벽을 설치한 것이 이번 태풍에서 역할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언제 닥칠지 알 수 없는 미래 재해에 대비해 투자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뭣보다 투자의 효과를 납세자에게 납득시키기 어렵다. 예를 들어 1994년 가뭄과 4대강 사업 뒤인 2014·15년 가뭄은 둘 다 혹독했다. 농경지 피해 면적은 1994년이 2014·15년의 20배였다. 4대강 주변 농민들은 4대강 사업의 효과를 알 것이다. 대다수 국민은 그걸 느끼기 힘들다.
신월동 대심도 빗물터널은 투자 효과를 실증적으로 입증한 사례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011년 상습 침수 구역 7곳에 대심도 빗물터널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후임 박원순 시장은 ‘과잉 토목공사’라며 신월동만 진행시켰다. 직경 10m, 길이 3.6㎞의 신월동 빗물터널 효과는 8월 폭우에서 증명됐다. 빗물터널처럼 대조군(對照群)이 존재해 투자 효과를 뚜렷하게 대비시킬 수 있는 경우는 아주 드물 것이다.
기후가 연쇄 도미노 붕괴를 일으키는 상황까지 가면 기상 이변은 지금과 차원이 다를 수 있다. 재해 방비 투자에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한삼희 선임논설위원, 조선일보(22-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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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안 지는 ‘보 해체’ 위원들
문재인 정부의 ‘4대강 보(洑) 해체’ 결정은 과정부터 결론까지 속속 문제가 드러나고 있지만 핵심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방법은 없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라 보 해체 결정이 무효가 되더라도 이 결정을 주도한 민간위원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 ‘공범’으로 몰린 환경부 공무원들만 피해를 볼 뿐이다.
감사원은 작년 12월 이 건에 대한 감사를 개시했다. ‘사전 조사’란 절차에 따라 실제로 본격 감사는 4월부터 이뤄졌다.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단 소속 직원들은 이때부터 고강도 감사를 받았다. 관련 서류부터 컴퓨터 하드디스크까지 압수됐다. 한 공무원은 감사원에 “보 해체는 민간위원이 주도해 결정한 것이다. 민간위원들을 감사해야 하지 않나”라고 했다가 “감사원의 감사 대상은 민간인이 아니라 공무원”이라는 답을 들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2018년 8월 대통령 훈령으로 “보 개방에 따른 효과·영향에 대한 조사·평가 및 보 처리 계획을 수립한다”는 목적에서 당시 4대강 조사·평가단을 꾸렸다. 평가단 조직은 4대강 16개 보를 관할하던 국토부가 아니라 환경부에 마련됐다. 환경부 실장급(1급) 공무원이 단장을 맡고, 본부 공무원을 비롯해 각 지방 유역청·환경청에서 파견을 받았다. 그런데 사실상 의사결정권은 ‘민관 합동’ 체제였던 평가단 내 ‘4대강 조사·평가기획위원회’가 가졌다. 기획위는 총원(15명) 중 공무원 7명, 민간위원 8명으로 민간이 더 많도록 구성했다. 민간위원 8명 중 7명은 반(反)4대강 활동 및 저술 활동을 해온 이다. 나머지 1명도 민간위원장 추천으로 합류한 교수였다. 애초부터 균형 잡힌 평가를 하기 어려운 구성이었다.
기획위 안에는 ‘전문위원회’라는 하부 조직을 두었다. 민간위원 8명은 물환경·수리수문·유역협력·사회경제 등 4개 분과에 2명씩 분과위원장·간사 직위로 참여해 보 해체 결정의 근거가 된 ‘경제성 분석’ 보고서 작성을 주도했다. 문 정부는 이 보고서를 근거로 작년 1월 보 해체 결정을 내렸다. 외견상 환경부 주도로 보 해체 결정이 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의사 결정은 민간위원들 손에서 이뤄진 것이다.
환경부 측이 감사원에 소명한 내용 중 핵심도 “공무원 조직인 평가단의 업무를 실질적으로 감독·통제하는 민간 전문위원회를 구성해 그들 입맛대로 의사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었다. 한 공무원은 “보 해체는 주민 반대가 심해 어차피 진행이 불가능했다. 기획위가 ‘다만 해체 결정은 주민 동의를 전제로 한다’는 문구를 왜 삽입했겠느냐”고 했다. 당시 민간위원 중 몇몇은 문 정부 시절 공기업 임원으로 임명돼 지금도 연간 수천만 원의 보수를 받고 있다. 정권의 입맛에 따라 무책임한 결정을 하고선 세금 쓰는 자리를 차지해 여전히 사익을 누리고 있다.
-박상현 기자, 조선일보(22-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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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0억 들인 세종보를 누가 망가뜨렸나
50년 된 팔당댐도 고쳐 쓰는데 4대강 보는 5년 만에 철거 시도
전 정부가 방치한 세종보, 혈세 100억 더 들여야 할 판

지난 8월 14일 수문을 열어 물을 방류하고 있는 경기 하남시 팔당댐./뉴스1
남한강과 북한강 합류 지점에 세운 팔당댐이 올해로 건설 50년을 맞았다. 평상시 댐에 가둔 물로 전기를 생산하고, 하루 500만t을 취수해 2600만 수도권 시민에게 수돗물과 공업용수를 공급한다. 반세기 동안 수도권을 먹여 살린 팔당댐이 없었다면 ‘한강의 기적’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올여름 서울 폭우 사태 이후 ‘팔당댐 안전’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다시 나오고 있다. 이번 비는 댐 하류에 집중됐지만 이보다 큰비가 댐 상류에 쏟아지면 노후화한 팔당댐 수문이 홍수 압력을 견뎌내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로 5년 전 감사원도 ‘방류 능력 부족’ ‘기록적인 홍수 시 수문 전도(顚倒)’ 가능성 등을 들며 정부와 댐 관리를 맡은 한수원에 대책 수립을 요구한 적이 있다.
팔당댐에 문제가 생기면 재앙적 사태가 벌어진다. 수도권에 용수 공급이 끊기고 막대한 침수 피해를 피할 수 없다. 한수원에 알아보니, 감사원 감사 이후 댐 안전성 확보를 위해 ‘수문 교체’ 공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29m 높이 콘크리트 댐 본체에 가로 20m, 세로 17m 크기로 달린 15개 대형 수문이 일부 마모되거나 부식돼 ‘보강이 필요하다’는 진단도 내려졌다고 한다.
콘크리트, 강철 구조물도 세월을 이기지 못한다. 거센 수압과 상류에서 밀려온 부유물 등이 생채기를 내고, 그 틈에 스며든 물과 공기가 부식·균열을 일으킨다. 한수원은 50년 된 팔당댐뿐 아니라 60~70년 된 화천댐·춘천댐·의암댐·청평댐 등 북한강 수계의 댐 수문도 잔존수명 조사를 거쳐 2024년부터 순차적으로 교체한다는 계획이다. 수도권 주민의 안전을 위해 특단의 대책을 세운 셈이다.
팔당댐과 4대강 16개 보는 여러모로 닮았다. 강물을 가둬 가뭄에 대비하거나 용수를 공급하며, 지하수를 함양하고, 팔당댐 수력 발전기(120㎿)보다는 작지만 4대강 보에 달린 소수력발전기(51㎿)로 청정 전력을 생산한다. 홍수 예방을 위해 4대강 사업 당시 하천을 준설했지만, 보 자체로는 팔당댐처럼 홍수 조절 능력이 없다는 점도 비슷하다.
북한강 수계 댐처럼 50~70년 묵어도 안전에 결정적인 문제가 없으면 보강 공사를 하고, 그래도 안 되면 해체 검토를 하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4대강 보는 이와 정반대다. 전 정권 집권 5년 내내 사실상 보 철거가 시도됐다. 4조원 들여 지은 지 5년밖에 안 된 멀쩡한 보의 숨통을 끊으려는 작업이었다.

2018년 8월 14일 세종시 세종보 모습. 가뭄으로 보 수문을 열면서 수위가 낮아져 금강 바닥이 훤히 드러나 있다./신현종 기자
그 가운데 금강 세종보는 이미 제 기능을 상실한 상태다. 세종보 수문은 90도로 세우면 물을 담고, 0도로 눕히면 수문이 강바닥에 밀착되면서 물이 방류되는 전도식 구조다. 폭 360m 금강에 이런 수문이 100여 개 달린 세종보를 짓는 데 1280억원 들었다. 그런데 전 정권 집권 직후부터 수문을 상시 개방하는 바람에 강바닥에 설치된 수문 가동장치(유압실린더)가 토사로 뒤덮여 작동 불가능한 상태다.
3년 전 세종보에 현장 취재를 갔을 때 여러 전문가들이 이런 사태를 예견했다. 댐 관리를 맡은 수자원공사도 “수문을 닫아 정상 작동 여부를 알아야 한다”고 했지만 정부는 막무가내로 수문을 계속 열어뒀다. 1200억 넘게 들인 구조물이 망가지든 말든 개의치 않겠다는 식이었다. 세종보가 이렇게 무력화되면서 세종시에 공급할 용수가 부족해졌다. 그러자 보 상류에 2억원짜리 돌보를 만들었지만 여름철 큰비에 휩쓸려 해마다 복구-유실-복구를 되풀이한다. 지금은 강바닥을 5m 깊이로 판 곳에서 지하수를 끌어올려 용수를 공급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여기에 100억원 세금이 또 든다고 한다. 도대체 누구 지시로 이토록 희한한 일이 벌어졌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박은호 사회정책부장, 조선일보(22-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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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 해체 경제성 평가' 거의 조작 수준이다
죽산보 보 개방 후 수질 크게 악화됐는데 '해체면 수질 개선' 주장
믿기 힘든 '환경 가치' 계산
정부가 금강·영산강 5개 보(洑) 가운데 세종보·공주보(금강), 죽산보(영산강)를 해체 철거하겠다고 했다. 백제보(금강)와 승천보(영산강)는 상시 개방한다는 것이다. 판단 근거는 학자들이 수행한 경제성 평가 결과다. 그 보고서를 들여다보고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해체한다는 죽산보를 보자. 죽산보는 해체에 따르는 비용(철거비와 취·양수장 보강비 등 623억원)보다 편익(1580억)이 훨씬 크니 해체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편익 중 64%(1019억원)가 해체 시의 수질 개선 이익이었다. 한마디로 보를 없애면 수질이 개선될 테니 보를 뜯어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환경부의 작년 12월 보도 자료를 보면 죽산보 수질은 2017년 6월 보 개방 이후 악화됐다. 약간도 아니고 아주 뚜렷하게 나빠졌다. 엽록소 농도는 2013~16년 ㎥당 35㎎이던 것이 개방 후 2018년엔 72.4㎎으로 치솟았다. BOD(L당 3.2㎎→5.6㎎), 총인(0.094㎎→0.240㎎), 부유 분진(13.1㎎→40.7㎎), 유해 남조류(3001개→2만969개)도 마찬가지다. 보를 다 열었는데 수질이 크게 악화됐다면 보를 아예 해체할 경우 역시 수질은 나빠진다고 보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도 환경부는 "(보 개방 후) 수질이 나빠진 것은 유속 증가로 하천 퇴적물이 재부유하면서 나타나는 단기(短期) 현상이며 보 개방이 지속되면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죽산보는 1년반 넘게 개방했는데 그게 어떻게 '단기 현상'인가.
환경부는 '환경 가치 추정 기법'이라는 걸 활용해 경제성을 평가했다. 유역민들에게 '수질 또는 생태가 개선되면 얼마를 지불할 용의가 있느냐'는 설문을 한 후 그 값을 더해 편익을 계산한 것이다. 마음속 생각을 평가하는 것이어서 설문 설계에 따라 값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죽산보 경우 보를 해체하면 수질이 상당히 나아질 것으로 전제하고 그것의 편익을 묻는 질문을 했던 것이다. 사실을 비틀어 거꾸로 갖다 붙였다. 거의 조작(造作)에 가깝다. 평가에 관여하거나 평가 결과에 동의한 학자들부터 책임을 느껴야한다.
보 해체에 따른 '생태 개선' 편익을 보면 죽산보 49억원, 승촌보는 90억원인데 세종보는 755억원이나 됐다. 모래톱과 여울이 생기는 변화를 화폐 가치로 나타낸다는 건 아주 조심스러운 작업이다. 섣부르게 하다 보니 어떤 보는 49억원, 어떤 보는 755억원이 나왔다. 진실을 반영한다고 보기 어렵다. 보를 해체하고 나면 모래톱이 생기는 긍정적 변화도 있겠지만 갈수기엔 강이 말라 버리는 부정적 변화도 있을 것이다. 공정한 평가를 위해선 설문에서 긍정 요소만 아니라 부정 요소까지 충분히 설명해야 맞다.
공주보 해체의 종합 편익은 1230억원, 비용은 1140억원으로 계산됐다. 시설 내구연한 40년 동안 도합 90억원, 연간 2억원씩의 이익이 생긴다는 것이다. 수질, 생태에 관한 주관적 가치 평가로 나온 연간 2억원의 이익을 얻기 위해 1100억원 들여 지은 공주보를 533억원을 들여 해체하겠다는 것이다.
보가 물 흐름을 막아 강의 수질·생태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면 보 수문(水門)을 열어 운영하면 된다. 그러다가 상황이 바뀌거나 판단이 변하면 원래의 보 운영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 반면 보를 일단 부숴버리면 되돌릴 수 없다. 일종의 대못 박기다. 어떤 선택이 합리적인가. 자기편끼리 구성한 위원회에서 꿰맞추기식 경제성 평가를 한 후 보를 해체하겠다고 달려드는 걸 보고 전(前) 정권 지우기, 전 정권 보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게 이상하다.
-한삼희 선임논설위원, 조선일보(19-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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