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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核 증강, 안보 구멍이 ‘트럼프 성과’인데 계승하자니] ....

뚝섬 2020. 11. 11. 06:07

[北核 증강, 안보 구멍이 ‘트럼프 성과’인데 계승하자니]

[北 남침 때 첫 목표인 우리 軍 통신망이 스스로 마비됐다니]

[또 뚫린 전방, 지금 軍에 정상 작동하는 게 있기는 한가]

[제주 기지 사건이 軍이라고 할 수 없는 지금 한국군의 실상이다]

[어느 목선의 神通力]

["靑이 軍을 '핫바지'로 만들었다"]

[靑·軍 모두 金 화낼까 전전긍긍, 대북 경계는 '허울'뿐"]

 

 

 

 

北核 증강, 안보 구멍이 ‘트럼프 성과’인데 계승하자니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악수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을 축하하며 “트럼프 정부와 이뤄낸 (대북) 성과가 차기 정부로 잘 이어지도록 하겠다”고 했다. 트럼프와 김정은이 세 차례 만난 결과를 성과로 여기면서 바이든 시대에도 종전 대북 기조를 바꾸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런데 계승할 대북 ‘성과’라는 것이 뭔가. 문 정부는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확인했다”며 미·북 정상회담을 주선했다. 트럼프도 “북핵을 빠른 시일 내 없앨 것”이라고 자신하면서 김정은을 만났다. 그러나 북핵이 단 한 발이라도 없어지기는커녕 지금 이 순간에도 증강하고 있다. 지난달 북 열병식에는 ‘괴물 ICBM’과 함께 남한 전역을 핵 타격할 수 있는 신형 탄도미사일 3종까지 등장했다. 성과’라면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는 사기임을 확인한 것과 트럼프·김정은의 쇼 사진뿐이다.

 

그사이 3대 한·미 연합 훈련이 모두 없어졌다. 트럼프가 훈련을 “돈 낭비”라고 하자 김정은은 남한 경고용이란 미사일을 무더기로 쏘며 파안대소했다. 우리 육·공군은 지난 3년간 미군과 제병(諸兵) 협동 훈련을 한 번도 하지 않아 주한 미군 사령관이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하기까지 했다. 2년 전 남북 군사 합의로 확대된 비행 금지 구역 때문에 우리 무인기의 대북 감시 능력이 급감했다. 최전방 훈련도 제대로 못 하고 있다. ‘군사력이 아니라 대화로 나라 지킨다’는 군대는 북한은 물론 취객과 치매 노인에게도 뚫리고 있다. 북 남침 때 첫 목표가 될 군 지휘·통신망마저 스스로 마비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안보 태세가 대북 성과인가.

 

바이든 당선인은 트럼프의 대북 정상 외교를 “무의미하다”고 비판해왔다. “핵 능력 축소를 동의하는 조건으로만 김정은을 만나겠다”고도 했다. 김정은을 줄곧 ‘폭력배(thug)’라고 불러왔다. 트럼프와 거의 ‘내전’에 가까운 선거전 끝에 승리한 만큼 트럼프 정책 지우기에 속도를 낼 것이다. 트럼프는 대선 불복까지 하고 있다. 여기에 문 대통령이 ‘트럼프 성과 계승’을 다른 사람도 아닌 바이든을 향해 말한 것이다. 바이든 측이 이를 어떻게 보겠나. 어이없다는 말밖엔 할 수 없다.

 

-조선일보(20-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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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남침 때 첫 목표인 우리 軍 통신망이 스스로 마비됐다니

 

해군의 C4I 운용 개념도. /연합뉴스 

 

지난달 말 국군 주력이 배치된 수도권과 강원도 최전방 군단급 부대에서 군 전술지휘정보체계(C4I)가 동시에 먹통이 돼 사흘간 지휘 보고에 차질을 빚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C4I는 전시와 평시에 모든 군사 정보를 주고받는 지휘·통제·통신·컴퓨터 시스템이다. 우리 군의 중추 신경망이 사실상 마비됐다는 뜻이다. 전시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속수무책으로 몰살당했을 것이다.

 

군 지휘부와 일선 부대가 일사불란하게 소통하는 네트워크 중심의 작전 능력은 현대전에서 승패를 가르는 핵심이다. 군은 C4I 작동 중단을 인정하면서도 “예비 장비가 가동돼 큰 문제는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일부 부대에선 예비 장비마저 먹통 현상을 보였다고 한다. 요즘 군 변명이 이런 식이다. 치명적 문제도 별것 아니라고 둘러댄다. 그 순간만 모면하려고 한다.

 

전쟁이 나면 최우선으로 적의 통신망부터 파괴·마비시켜야 한다. 과거엔 봉화대를 공격했다. 현대엔 감시·통신 시스템을 마비시킨다. 상대의 눈과 귀와 입을 먼저 차단해야 승리할 수 있다. 북한도 유사시 우리 군의 중추 신경인 C4I를 마비시키기 위한 해킹을 연구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 군의 C4I는 외부 공격이 아니라 내부에서 고장나 스스로 마비됐다. 적과 대치하고 있는 군대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다.

 

최근 북 주민 1명이 강원도 최전방 철책을 넘었는데도 동작 감시 센서는 울리지 않았다. 지난 5월 북한군 GP 총격 때는 우리 군의 기관총 원격 사격 체계가 먹통이었다. 부대 경계는 취객과 치매 노인한테도 뚫리고, 군 감시·통신망은 수시로 먹통이 된다. 지금 우리 군 전체에서 정상 작동되는 것이 오히려 희귀할 수 있다.

 

-조선일보(20-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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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뚫린 전방, 지금 軍에 정상 작동하는 게 있기는 한가

 

강원도 전방 지역 철책.

 

북한 민간인 1명이 강원도 전방 지역에서 우리 군 철책을 넘어 내려왔다고 합참이 밝혔다. 귀순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군은 이 남성이 2일 군사분계선(MDL)에 이어 3일 저녁 남측 철책을 넘는 모습을 열상감시장비(TOD)로 확인했지만 14시간 넘게 우리 측 지역을 돌아다니는 것을 붙잡지 못했다. 북한군이 아닌 민간인에게도 전방 철책이 뚫린 것이다.

 

비무장지대 우리 측 철책에는 사람이나 동물이 닿기만 해도 센서가 울리는 ‘과학 경계 시스템’이 설치돼 있다. 군은 ‘멧돼지 한 마리도 넘어올 수 없다’고 자랑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북한 주민이 철책을 타고 넘었는데도 아무런 경고음이 울리지 않았다고 한다. 군은 “작동 안 된 이유를 확인 중”이라며 “보완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5월 북한군의 GP 총격 때도 우리 군의 기관총 원격 사격 체계가 먹통이었다. 지금 우리 군에 정상 작동하는 게 있기는 있나.

 

지금 우리 군의 ‘경계’는 허울뿐이다. 3일 대침투 경계를 ‘진돗개 하나’로 격상하고도 14시간 넘게 못 잡은 건 “어두워서” “지형이 험해서”라고 했다. 실제 전쟁이 나도 이런 변명을 할 건가. 지난해 북한 목선이 동해 삼척항에 입항할 때까지 까맣게 몰랐고 발견 장소도 ‘부두’가 아닌 ‘인근’으로 속였다. 올해 소형 보트들의 서해 밀입국은 주민 신고를 받고서야 알았다. 진해 해군기지는 치매 노인에게, 수도방위사령부 방공 진지는 취객에게 뚫렸다. 제주 해군기지는 철조망을 끊고 들어간 시위대의 놀이터가 됐다. 평택 탄약고 인근에선 거동 수상자가 달아나자 가짜 범인을 만들어 사건을 은폐·조작한 일도 있었다. 적군이 들어왔다면 그대로 몰살당했을 것이다.

 

군은 경계에 실패할 때마다 “반성한다”며 “특단 대책”을 다짐했다. 이젠 그 말을 국민은 물론이고 군인들 자신도 믿지 않을 것이다. ‘양치기 군대’가 돼가고 있다. 지금 군은 ‘군사력이 아니라 대화로 나라를 지킨다’는 군대다. 설마 전쟁이 나겠느냐’는 생각이 장군부터 사병까지 지배한다. 가장 중요한 한·미 연합훈련은 안 한 지 오래됐다. 미군이 해외로 나가 훈련해야 할 지경이다. 한국군 자체 훈련이라도 제대로 하고 있나. 북한 눈치 보면서 흉내만 내는 것 아닌가.

 

-조선일보(20-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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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기지 사건이 軍이라고 할 수 없는 지금 한국군의 실상이다

 

작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받을 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납될 수 없다고 한다. 경계가 잘못되면 작전을 펼 기회조차 없이 몰살당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주 해군기지에서 바로 그런 일이 벌어졌다. 드러난 실상을 보니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지난 7일 민간인 2명이 제주 기지 철조망을 자르고 내부로 들어가 시위를 벌였다. 펜스에는 센서로 움직임을 감지하는 감시 체계가 있지만 고장 나 있었다. CCTV 화면을 모니터하는 감시병 2명도 침입 장면을 못 봤다고 한다. 민간인들은 이미 당일 오전에 기지 출입을 거부당하고 "부대에 피해가 있을 것"이라고 위협한 사람들이었다. 군은 경계 태세를 강화하기는커녕 이들의 존재를 상부에 보고하지도 않았다.

이후 대처는 더 기막히다. 초소 근무자는 무단 침입 1시간이나 지나서 철조망 절단을 발견했다. 이를 보고받은 상황실은 그로부터도 42분이나 더 지난 뒤에야 '5분 대기조'에 출동 지시를 내렸다. '5분 대기조'는 5분이 아니라 11분 뒤에 현장에 도착했다. 이 모든 과정에서 해군작전사령부와 합참에 즉시 보고는 전혀 없었다. 그러는 동안 무단 침입 민간인들은 1시간 반 넘게 아무런 제지 없이 기지 안을 돌아다니고 기념사진까지 찍었다고 한다. 이들이 간첩, 테러분자였으면 어떤 일이 벌어졌겠나.

지난해 군은 북한 목선이 삼척항에 입항할 때까지 까맣게 몰랐고 발견 장소를 속이기까지 했다. 해군 탄약고 인근에서 거동 수상자가 달아나자 사병을 허위 자수시켜 사건을 은폐·조작한 일도 있었다. 이 거동 수상자는 초소 경계근무자였다. 음료를 사러 근무지를 무단 이탈한 것이었다. 당시 질책을 받자 국방장관이 나서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다짐했지만 다 말뿐이었다. '설마 전쟁이 나겠나' '설마 북한이 쳐들어오겠나'는 생각이 최고 지휘관부터 이등병까지 지배하고 있다. 장교는 월급 받는 샐러리맨이고 병사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전역 도장 받으러 온 사람들이다. 이것을 정말 군대라고 할 수 있나.

 

-조선일보(20-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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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목선의 神通力

 

북한에서 표류인지 귀순인지 한 목선의 높이가 1.3m인데 그날 파고가 2m여서 레이더가 탐지를 못 했다는 국방부 발표를 들으면서, 파도가 2m 높이의 빳빳한 두둑을 이루고 곧게 행진하고 문제의 보트가 두 두둑 사이의 고랑에 꼭 맞게 끼어 직진하는 재미있는 만화가 그려졌다. 국방부도 그런 상상을 유도할 심산이었을까? 파도는 마치 고체의 조형물처럼 보트를 흔들지도 않고 물 한 방울도 선체와 4명의 탑승 인원에게 튀기지 않았나 보다. 배는 전혀 파도에 시달린 모습이 아니었고 탑승자들도 파도에 부대끼고 물벼락에 넋 나간 모습이 아니었다.

희랍신화에는 '변신'이 자주 등장한다. 신들이 변신하기도 하고 신들이 인간의 모습을 바꾸기도 하는데, 대부분 어떤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이거나 어떤 비행을 숨기기 위한 방편이다. 정력절륜의 제우스신은 소나기나 백조, 또는 아름다운 하얀 황소로 변신해서 아름다운 여자를 기만하거나 제압하기도 하고, 사랑을 나눈 여자를 질투의 화신인 자기 아내 헤라에게서 감추기 위해서 암소 등으로 모습을 바꾼다. 헤라의 분노는 제우스가 감당해야 마땅한데 죄 없는 여자들이 피해를 본다. 
배 바닥에 어로 장비도 별로 보이지 않고 잡은 물고기 한 마리도 안 보이는 목선을 어선으로, 복장이나 자세가 전혀 어부 같지 않은 탑승원들을 어부로 둔갑시킨 힘은 백두신앙 교주의 신통력이었을까, 대한민국 국군의 군사력이었을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런 식의 침투 인력에 의해 생명과 재산을 잃을 수 있는 우리 국민은 그런 묘기를 구경이나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투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할 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할 수 없다'는 백번 지당한 진리다. 이번 사태로 경계 태세 불량, 경계 능력 제로임을 드러낸 국방부는 나아가 그날 파도의 높이, 해류의 방향, 선박의 동력장치 유무, 선박을 예인한 지점 등 거의 모든 사실을 허위로 발표했다. 그리고 목격한 시민에 의하면 '85분간 자연스럽고 능수능란하게 항구를 돌아다녔다'는 4명의 탑승 인원 중 2명을 황급히 송환했다. 그리고 문제의 목선은 폐기 처분한다고 한다. 국민에게는 우리 해안선에, 자기 마을 뭍에 올라오듯 상륙한 괴선 탑승자들의 얼굴과 침입 경로, 그리고 보트의 구조를 엄밀히 살펴볼 권리가 있는 것 아닌가? 나아가 국민의 안전보다 김정은의 심기가 더 소중한 당국자들의 북송을 요구할 권리도.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조선일보(19-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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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이 軍을 '핫바지'로 만들었다"

 

'北 목선 축소 발표' 汚名 쓴 軍 내부선 "있는 그대로 발표할걸"
'靑 가이드라인 제시'에 불만… "일선 부대장만 징계" 전망도

 

역대 정부는 트라우마가 되는 사건을 적어도 하나씩은 안고 있었다. 어떤 사건은 정권이 교체된 뒤에까지 전직(前職)들을 괴롭혔다. 사건 자체보다 그걸 감추는 과정에서 벌어진 행태가 더 문제가 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북한 목선 대기 귀순' 사건에서 그런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

북한 목선 귀순 사건으로 군(軍)은 치명상을 입었다. 경계 실패뿐 아니라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했다는 오명(汚名)까지 뒤집어썼다. 북한 목선은 15일 새벽 자체 동력으로 유유히 삼척항으로 들어와 부두 끝 방파제에 접안했다. 군은 처음부터 그 사실을 알았다. 그런데도 17일 첫 브리핑에서 "북한 목선을 삼척항 인근에서 접수" "북한 목선이 떠내려왔다"고 해 진상을 호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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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군 내부가 심상치 않다고 한다. 군 관계자는 "초기에 합참에서는 있는 그대로 상황을 내보내자(공개하자)는 의견도 있었던 걸로 안다"며 "청와대 '가이드라인'대로 했다가 이 지경이 됐다"고 했다. 그는 "청와대가 군을 '핫바지'로 만들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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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은 북유럽을 순방 중이던 문재인 대통령이 스웨덴에 머물 때 일어났다. 16일 낮 12시 50분 문 대통령이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할 때까지 최종 컨트롤타워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었다. 그런데 국방부는 15일 사건 발생 이후 이틀간 함구했다. 그때 국가안보실은 뭘 했던 것일까
.

국방부는 17일부터 브리핑을 시작했고 첫 번째가 문제의 "삼척항 인근서 목선 접수" 브리핑이었다. 당연히 청와대 안보실과의 '조율'을 거쳤을 것이다. 안보실은 행정관을 국방부 브리핑장에 보내 현장 반응을 체크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날 오후부터 북한 목선을 목격한 주민 증언에 사진까지 속속 알려졌다. 이틀 뒤인 19일 국방부 브리핑에서는 '왜 삼척항 인근 해상서 목선을 데리고 온 것처럼 사안을 축소했느냐'는 추궁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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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20일 정경두 국방장관은 대국민 사과에서 합참, 육군 23사단, 해군 1함대에 대한 고강도 조사 카드를 꺼냈다. 이날부터 국방부는 '조사 착수'를 방패 삼아 국회의 자료 요청에 비협조적으로 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빈틈은 다른 데서 생겼다. 해양경찰청이 북한 목선 발견 19분 만에 청와대, 총리실, 국정원 등에 전파한 상황보고서가 그날 오후 공개된 것이다
.

불똥이 자기 쪽으로 튀자 청와대가 나섰다. 청와대는 생뚱맞게도 '국방부 브리핑에 축소·은폐는 없었다'며 군을 감쌌다. 압권은 "삼척항 인근도 삼척항"이란 설명이다. 청와대 대변인은 "항(港)은 방파제, 부두를 모두 포함한다. '인근'은 군에서 많이 쓰는 표현"이라고 했다. 축소·은폐가 아닌 또 다른 근거로 동해해양경찰서가 목선이 입항한 15일 오후 지역 기자 10여 명에게 '북한 어선이 자체 수리해 삼척항으로 왔다'는 문자를 보낸 것을 들었다. 대부분 언론은 물론 국방부조차 그런 문자가 발송됐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는데 그것으로 책임을 다했다는 얘기였다
.

모든 정보를 장악한 청와대가 군의 초기 축소 브리핑을 방치하고, 대통령이 뒤늦게 "철저한 점검" 지시를 하기까지의 과정을 납득시키기엔 허점투성이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그 설명이 향후 국방부 조사에선 또 하나의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군 내부에서는 "컨트롤타워인 청와대는 빠져나가고 일선 부대장들만 경계 실패로 작살날 것"이란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런 식으로 군을 망쳐놔도 되는 것인가. "진실은 감추고자 할수록 더 드러나게 돼 있다"는 군 간부의 말이 의미심장하게 들렸다.

 

-최재혁 정치부 차장, 조선일보(19-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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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軍 모두 金 화낼까 전전긍긍, 대북 경계는 '허울'뿐

 

북한 목선의 '해상 노크 귀순'에 대해 당초 알려진 것과는 달리 청와대와 군(軍) 당국이 처음부터 정확한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국민에게 사실과 동떨어진 설명을 했던 게 몰라서 그랬던 게 아니었다는 얘기다. 지난 15일 이른 아침 북한 목선이 삼척항 부두에 정박한 직후 해경은 물론 경찰도 이와 같은 사실을 모두 보고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은 당일 오전 보고를 바탕으로 합참 지하 벙커에서 대책회의를 가졌던 사실도 확인됐다. 군 최고 수뇌부가 사건 당일 군 경계망이 완전히 뚫린 사실과 북한 배가 '표류'가 아니라 '귀순'해 왔다는 사실을 명백히 인식했기에 그에 대한 대책회의를 가졌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틀 후 국방부는 브리핑에서 "북한 목선을 삼척항 인근에서 접수했다"고 밝혔다. '삼척항 부두에 정박했다는 해경 발표와 왜 다르냐'는 질문을 받고 "해경 발표를 몰랐다"고 했다. 정부 기관이 거짓말을 대놓고 한다.

국방부의 이 언론 브리핑을 청와대 안보실 관계자가 현장에서 전부 들었다. 해경, 경찰의 상세한 보고를 이틀 전에 받은 청와대는 국방부가 거짓말 브리핑을 하고 있는 현장을 직접 보았다. 그런데도 바로잡지 않았다. 청와대가 군에 거짓 브리핑을 지시한 것 아닌가. 거짓 브리핑이 논란이 되자 청와대는 "항구 부두를 항구 인근이라고 발표한 게 뭐가 문제냐"며 축소 은폐가 아니라고 했다. 정부 설명처럼 배가 표류한 것이면 귀순이 아니게 된다. 북한 배가 부두에 스스로 정박했다면 귀순일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탈북민 귀순이 김정은을 화나게 할까 봐 '표류'했다는 거짓말을 한 것 아닌가. 북 귀순자들이 조각배를 타고 800㎞를 내려온 것은 목숨을 건 탈출이다. 청와대 수석은 "만일 (북 주민) 4명이 다 귀순 의사를 갖고 넘어왔다면 그것이 보도됨으로써 남북 관계가 굉장히 경색됐을 것"이라고 했다. 사람답게 살겠다고 사선(死線)을 넘은 헌법상 우리 국민을 '남북 쇼'를 방해하는 골칫거리인 양 취급한 것이다. 이러니 내려온 4명 중 2명을 두어 시간 조사하고 서둘러 북으로 돌려보냈을 것이다.

해경이 북 목선 상황을 보고하면서 정작 자신들을 지휘하는 육군 23사단엔 알리지도 않은 것은 어이가 없다. 동해안에서 대북 상황이 발생하면 23사단장이 지역 해경과 해군을 통합 지휘하는데도 청와대보다 늦게 관련 정보를 받았다. 정치 물이 잘못 든 우리 안보와 대북 경계 체계가 이름뿐인 '허울'이며 말단까지 허물어지고 있다는 징후다.

 

-조선일보(19-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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