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검찰국 특활비는 박근혜 국정원 특활비와 무엇이 다른가]
[‘靑 울산 선거 공작’ 수사는 뭉개고 재판은 질질 끌고]
[忠奸을 가리지 못하면 暗君]
법무부 검찰국 특활비는 박근혜 국정원 특활비와 무엇이 다른가

추미애(왼쪽) 법무부 장관이 10일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정부서울청사로 입장하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10일 점심 식사를 마치고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로 가야 할 특수활동비 중 매년 10억원 이상이 법무부로 흘러들어 간 사실이 확인됐다. 올해 대검에 배정된 특수활동비 93억원 가운데 10억3000만원을 법무부 검찰국이 가져갔다는 것이다. 매년 그 정도의 돈이 흘러갔다고 한다. 기획재정부 지침을 보면 특활비는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 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국정 수행 활동에 소요되는 경비’라고 규정돼 있다. 검찰이 수사와 정보 활동을 하다 보면 쓰임새 밝히기 힘든 경비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 곳에 쓰라고 검찰에 주는 돈이 특활비다. 그런데 인사·예산을 담당하는 법무부 검찰국이 검찰 특활비를 가져가서 어디에 썼나. 법무부 출신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은 몇 년 전 “법무부 장관부터 여직원까지 특활비를 월급처럼 받아 썼다”고 폭로했다. 당시엔 제대로 규명되지 않고 흐지부지됐지만 이번에는 제대로 진상을 밝혀야 한다. 특활비 논란은 추미애 법무장관이 국회에서 "검찰총장이 특활비를 주머닛돈처럼 사용한다”고 해 불거졌다. 오히려 법무부가 검찰 특활비를 주머닛돈처럼 사용하는 것은 아닌가.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정원장들로부터 35억원의 특활비를 받아 뇌물과 국고(國庫) 손실 혐의 유죄가 선고됐다. 국정원에 대한 인사권과 감독권을 가진 청와대가 국정원에서 돈을 받아 썼으니 뇌물이고, 정해진 용도가 아닌 곳에 특활비를 썼으니 국고 손실이란 것이다. 같은 논리로 검찰 인사권과 지휘·감독권을 가진 법무부가 검찰로부터 특활비를 받아 용도 아닌 곳에 썼다면 뇌물이고 국고 손실이다.
추 장관은 “서울중앙지검에 특활비가 지급되지 않아 애로가 있다”고 했다. 검찰총장이 친정권 이성윤 지검장의 서울중앙지검에 특활비를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야 의원들이 검증한 결과, 허위로 밝혀졌다. 2018년부터 최근까지 대검에서 중앙지검에 내려보낸 특활비는 이전과 큰 변화가 없었다. 오히려 중앙지검이 전국 검찰청 중 가장 많았다. 친정권 대검 감찰부장도 “문제가 없다”고 했다. 추 장관은 채널A 사건 때는 “검·언 유착 증거가 차고 넘친다”고 했지만 증거는 하나도 없었다. 라임 측 검사 접대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고 했지만 아무것도 확인되지 않았다. 추 장관의 ‘아니면 말고 식’ 주장이 벌써 몇 번째인가. 법무부 장관이 이래도 되나.
문재인 정권은 이전 정부 특활비를 적폐로 몰았다. 대통령이 직접 청와대 특활비를 줄이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행정부와 입법부도 특활비를 매년 줄인다고 해왔다. 내년 정부의 특활비는 2378억원으로 올해(2531억원)보다 줄었다고 한다. 하지만 2018년부터 특활비 70% 이상을 차지하는 국정원 특활비를 ‘안보비’로 이름을 바꿔 별도 항목을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안보비를 매년 늘려왔다. 내년 예산에서도 안보비(7460억원)를 더하면 기존 방식 정부 특활비는 9838억원으로 올해(9431억원)보다 더 늘어난다. 특활비를 줄이는 것처럼 국민 눈을 속이고 실제로는 늘려온 것이다.
-조선일보(20-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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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울산 선거 공작’ 수사는 뭉개고 재판은 질질 끌고

이성윤(맨 오른쪽) 서울중앙지검장이 법무부 검찰국장이던 작년 10월 청와대 소회의실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현안 보고를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대학 후배인 이 지검장은 당시 문 대통령의 말을 꼼꼼히 받아 적어 화제가 됐다. /연합뉴스
울산시장 선거 공작 사건 검찰 수사팀이 석 달 전 이진석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의 선거 개입 혐의가 인정된다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남긴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해당 수사팀은 지난 8월 학살 인사로 공중 분해됐는데 인사 이동 전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게 관련 혐의와 법리 검토 결과 등을 정리해 보고하면서 이씨를 기소하자고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 지검장과 새 수사팀은 지금까지 기소 여부 결정을 미루고 있다고 한다. 대놓고 뭉개고 있는 것이다. 이 내용이 보도되자 서울중앙지검은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명색이 검사라면서 거짓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울산 선거 공작은 대통령 친구를 시장으로 당선시키려고 청와대 7개 부서가 총동원돼 벌인 일이었다. 청와대 핵심 실세들이 여당 후보 공약을 만들어주고, 여당 내 경쟁 후보를 매수하려 하고, 야당 후보 주변 비리 첩보를 경찰에 내려 보내 수사를 지시했다. 청와대의 청부를 받은 경찰은 야당 후보가 공천장을 받는 날 그 사무실을 덮쳐 선거에 흙탕물을 끼얹었다. 대통령이 탄핵될 수도 있는 심각한 범죄행위다.
검찰은 지난 1월 송 시장 등 관련자 13명을 1차로 기소하면서 추가 수사는 총선 이후 재개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여당이 선거에 압승하자 수사가 완전히 멈춰섰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 이광철 민정비서관 등 핵심 관련자들에 대한 소환 조사는 7개월째 아무 소식이 없다. 기소된 13명에 대한 법원 재판도 10개월째 공판 준비기일만 진행되면서 우리법연구회 출신 재판장이 일부러 재판을 지연시키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이 모든 것이 선거 공작을 덮기 위한 또 하나의 ‘공작’ 아닌가.
-조선일보(20-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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忠奸을 가리지 못하면 暗君
역사를 평가할 때 명군(明君)과 암군(暗君)의 잣대는 명백하다. 먼저 ‘논어’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다. 제자 자장(子張)이 명(明)이 무슨 뜻이냐고 묻자 이렇게 답한다.
“(간신이 충신을 해치는) 서서히 젖어드는 중상모략과 (가족 측근들의) 살갗을 파고드는 하소연이 행해지지 않게 하는 것이 명(明)이다.”
그러려면 군자가 무엇보다 일과 사람에 밝아야 한다. 명(明)이란 이처럼 사람에 밝고 일에 밝다는 말이다. 또한 주변의 사사로운 민원이나 간청을 단호히 끊어내는 굳센 마음[剛]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적어도 중국에서는 고대부터 강명(剛明)이 임금 된 자의 첫째 자질이었다.
게다가 ‘주역(周易)’에서는 지속적으로 “군자는 나아오게 하기 어렵고[難進] 소인은 쉽게 성대해진다[易盛]”고 했다. 즉 군자는 쉽게 나아오지 않고 물러나기를 쉽게 여기는 반면 소인은 그와 정반대다. 요즘 우리 정치판이 딱 그런 상황이다. 여야 없이 군자다운 리더는 찾기가 어려운데, 권력을 쥔 여당 쪽에서는 이루 다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다종다양(多種多樣)한 언행을 선보이며 ‘신진’ 소인들이 현기증 날 정도로 빨리 늘어나고 있다. 오죽하면 정청래 의원 같은 이가 이들에게 밀려 언급조차 되지 않는 지경일까? 하긴 당대표라는 사람도 국민 눈치는 안 봐도 ‘대깨문’ 눈치는 열심히 보는 판이니 정 의원이야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말이다. 홍남기 부총리의 사퇴 쇼는 아예 이야깃거리도 안 된다.
이런 와중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충돌이 점점 격해지고 있다. 이미 누가 보아도 범죄자의 말에만 기대 여러 차례 헛발질을 해댄 추 장관의 ‘검찰 개혁’이라는 칼은 날이 다 깨져 무뎌질 대로 무뎌졌다. 거짓에 기반을 두었기 때문이리라. 윤 총장은 이에 맞서 “검찰의 주인은 국민”이라고 말했다.
이제 결단의 시간이다. 추냐 윤이냐? 그것은 두 사람 개인 문제가 아니라 인사권자의 명암(明暗)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갈리는 순간이 될 것이다.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조선일보(20-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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