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테미스 계획.. 다시 달에 가는 이유?]
[꿈틀대는 ‘달 식민지’ 경쟁]
[한국만 뒷걸음질 치는 달 탐사]
[달이 갑자기 인간들로 붐비기 시작한 이유]
아르테미스 계획.. 다시 달에 가는 이유?
'우주 휴게소' 만들기 위해서죠
지난달 1일, 전 세계의 시선이 미국 케네디 우주센터로 향했습니다. 인류를 다시 달로 보내려는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의 두 번째 임무(2호)를 수행하기 위해 우주선 오리온이 힘차게 발사됐기 때문이죠. 우주비행사 4명을 태운 오리온은 거대 로켓 ‘SLS(Space Launch System·우주 발사 시스템)’에 실려 날아올랐습니다.
달을 우주 휴게소처럼
인류가 처음 달에 발을 내디딘 것은 1961~1972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유인 우주 비행 탐사 계획인 ‘아폴로 계획’ 때였습니다. 당시 미국과 소련은 치열한 우주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었는데요. 소련의 우주선 루나 2호가 1959년 인류 최초로 달에 도달했지요. 하지만 이는 무인 우주선이었고, 인간을 태운 우주선이 달에 처음 착륙한 것은 1969년 미국의 아폴로 11호였어요.
이번 우주 프로젝트의 이름인 ‘아르테미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아폴론(영어식 이름 아폴로)의 쌍둥이 누나이자 달의 여신이에요. 이는 옛날 아폴로 계획의 뒤를 이어 인류가 다시 한번 달을 향해 나아간다는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아폴로 계획의 목적이 달에 인간의 발자국을 찍고 돌아오는 것 자체였다면, 지금 아르테미스 계획은 조금 다릅니다. 50여 년 만에 다시 시작된 이번 임무의 진짜 목표는 달에 기지를 세우고 사람이 오래 머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거죠.
그렇다면 인류는 왜 달에 가려고 할까요? 달은 지구보다 크기가 작고 중력도 약합니다. 지구에서보다 훨씬 쉽게 로켓을 쏘아 올릴 수 있지요. 서울에서 부산으로 장거리 운전을 할 때 쉬지 않고 한 번에 가느라 힘들었던 기억이 있나요? 하지만 중간에 휴게소에서 쉬었다 가거나 연료를 보충한 뒤 가면 좀 더 쉬운 여행이 되겠죠. 나중에 화성처럼 아주 먼 우주로 나갈 때, 달에 지어진 기지를 마치 우주 휴게소나 주유소처럼 활용하려는 것입니다. 특히 이 휴게소를 원활하게 운영하기 위해, 달 표면 아래 숨겨진 자원을 찾아내 실제 탐사에 활용하려는 연구가 전 세계적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요. 아르테미스는 인류가 더 넓은 우주로 뻗어 나가기 위한 첫 번째 관문인 셈입니다.

달 기지 가상 그림/출처: NASA
우주선을 달로 보내는 SLS 로켓
달에 가려면 먼저 지구에서 끌어당기는 강력한 중력을 벗어나야 합니다. 무게가 무거울수록 더 큰 엔진의 힘이 필요하고 연료도 더 많이 필요해요. 특히 대형 버스 2대 이상의 무게에 달하는 우주선 오리온을 지구 중력에서 벗어나 달까지 한 번에 보내려면 엄청나게 큰 엔진과 많은 양의 연료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아파트 30층 높이(약 98m)에 달하는 거대한 SLS 로켓이 사용됐어요. SLS는 NASA가 개발한 초대형 우주 로켓이죠. 우주비행사와 우주선을 달까지 실어 나르는 역할을 합니다.
우주비행사들이 탄 오리온은 로켓에서 분리된 뒤 4일 동안 달을 향해 날아갔습니다. 달 근처를 지나서 다시 지구로 돌아오는 아주 어렵고 복잡한 과정을 거쳤죠. 이번 아르테미스 2호 임무에서 우주여행을 한 오리온은 인류 역사상 지구에서 가장 멀리까지 사람을 태우고 비행했다는 대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우주비행사들이 직접 달 등 천체 사진을 찍기도 했어요.
비록 이번에 달에 직접 발을 내딛지는 않았지만, 아르테미스 2호는 사람이 달까지 안전하게 다녀올 수 있는지를 미리 확인해 본 아주 중요한 시험 비행이었습니다. 우주비행사의 달 착륙 임무는 2028년 아르테미스 4호 때 수행할 계획이에요. 아르테미스 3호는 달 궤도까지는 가지 않고 지구 저궤도에서 달 착륙선과의 결합 등을 시험한다고 합니다. 아르테미스 계획의 목표 중 하나인 유인 기지는 2032년 달의 남극 부근에 건설될 예정입니다. 과학자들은 달 남극에 물이 얼음 형태로 많이 저장돼 있다고 보고 있는데요. 이 물이 식수뿐 아니라 산소, 연료 등으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르테미스 2호에 참여한 한국 위성
특히 이번 여정에는 우리나라 우주항공청 산하 한국천문연구원이 만든 작은 위성 ‘K-RadCube(케이-라드큐브)’도 함께했습니다. 케이 라드큐브는 신발 상자 정도로 작은 위성이지만, 아주 중요한 역할을 맡았어요. 바로 우주비행사들이 달에 갈 때 마주하게 될 우주 방사선 환경이 얼마나 위험한지 미리 측정하는 겁니다. 방사선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사람의 몸에 해로워요. 그래서 우주 공간에서 직접 측정한 방사선 데이터는 우주 비행사와 탐사선 장비의 안전을 돕는 소중한 자산이 됩니다.
비록 우주로 나간 뒤 케이 라드큐브의 교신이 끊겨 임무를 온전히 마치지는 못했지만, 우리 연구진은 이 위성을 단 1년여 만에 만들어냈답니다. 또한 지구에서 약 6만㎞나 떨어진 곳에서 위성이 보낸 신호를 받고 거리를 측정하는 기술도 확인했어요.
-이덕행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기획·구성=정해민 기자, 조선일보(26-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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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대는 ‘달 식민지’ 경쟁

‘미국 아폴로 11호보다 먼저 소련이 달 착륙에 성공한다. 미국과 소련은 각각 달에 제임스타운과 즈베즈다 기지를 건설한다. 달 식민지다. 미국은 선점한 리튬 광산을 소련에 빼앗기자 달에 해병대를 파견한다.’ ‘포 올 맨카인드(모든 인류를 위해)’라는 애플TV 드라마다. 드라마 제목은 실제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선 사다리에 새겨진 글귀에서 따왔다. 하지만 드라마에 인류애는 없다. 달은 땅과 자원을 차지하려는 욕망이 가득한 또 다른 지구일 뿐이다.
▶서부 개척 시대에는 말을 달려 깃발을 꽂으면 자신의 땅으로 인정받았다. 우주는 다를까. 1967년 유엔 우주협정은 지구 밖 어떤 천체도 특정 국가가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도록 했다. 우주에 대량 살상 무기 배치를 금지했고, 모든 나라가 자유롭게 우주를 탐사할 수 있다는 조항도 담겼다. 하지만 아폴로 11호가 달에 가기도 전에 만들어진 이 조항이 계속 지켜질 거라 믿는 나라가 있다면 바보이거나 우주 꿈도 꿀 수 없는 후진국일 것이다.
▶1980년 미국 세일즈맨 데니스 호프는 우주 조약의 허점을 파고들어 백만장자가 됐다. 그는 조약이 ‘국가 소유’만 금지했다며 회사를 세운 뒤 달과 우주를 마구 팔아치웠다. 약 1200평당 2만6000원씩 받아 그가 번 돈은 160억원에 이른다. 3억원만 있으면 명왕성을 통째로 살 수 있다. 우주판 봉이 김선달인 셈이다.
▶1972년 아폴로 17호 이후 잠잠하던 달 탐사 경쟁이 다시 시작됐다. 미국이 유인 우주선을 달에 보내는 아르테미스 계획 1단계에 성공했고, 중국과 인도도 잇따라 달 탐사선을 쏘아 올렸다. 한국 첫 달 탐사선 다누리는 17일 달 궤도 진입을 시도한다. 일본 우주 기업 아이스페이스도 11일 달 착륙선을 발사했다. 이 회사는 달에서 흙을 채취해 판매하는 것이 목표다. 성공하면 세계 최초의 달 자원 거래가 된다.
▶원시 지구에 행성 테이아가 부딪히면서 만들어진 달은 자원의 보고다. 1t에 6조원 가치인 헬륨3가 110만t 묻혀 있고 스마트폰·전기차 제조의 핵심인 희토류, 실리콘·티타늄·마그네슘도 풍부하다. 미국은 2020년 일본·영국 등과 아르테미스 협정을 체결하고 우주 자원 채굴과 사용이 가능하다고 규정했다. 능력만 되면 달에서 자원을 캐도 좋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인류가 달에서 채취한 암석과 흙은 383kg으로 모두 연구용으로 쓰였다. 하지만 이제 우주 선진국들에 달은 38만km 떨어져 있는 거대한 광산이다. 지구 식민지 경쟁이 끝난 지 100년도 되지 않아 달 식민지 경쟁이 꿈틀대고 있다.
-박건형 논설위원, 동아일보(22-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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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만 뒷걸음질 치는 달 탐사
'허송세월' 달 궤도탐사선 … 550→610→664→678㎏, 무게 정하는데만 4년
항우연, 궤도선 무게 내부합의 못봐 설계도조차 아직 확정하지 못해… 지난달 678㎏ 결정후 개발 또 연기
무게 늘면서 임무 기간 줄어들어… NASA 극지촬영 카메라 半만 사용… 미국과 공동 개발 기회 놓칠 우려
달 탐사 성공 여부 불투명하자 항우연선 핵심인력 투입하지 않아… 과기부서도 단 두 課에서만 맡아
지난달 19일 대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위성시험동에 들어서자 견학을 온 남녀 고등학생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학생들은 2층 복도에서 유리창을 통해 완성 단계인 차세대 중형 위성 1호를 보고 있었다. 무게 500㎏의 이 위성은 작은 크기지만 카메라 해상도는 1t이 넘는 위성에 필적하는 50㎝ 해상도를 갖고 있다. 항우연은 2015년부터 이 위성을 개발해 내년 5월 발사할 예정이다. 바로 옆방에선 또 다른 위성이 진동 실험을 준비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처음으로 달 주위 궤도를 돌며 탐사할 '한국형 시험 달 궤도선(KPLO)'이다. 하지만 개발이 시작된 지 4년이 다 되도록 궤도선은 아직 형태를 갖추지 못하고, 발사 일정도 잡지 못한 상태였다. 고등학생들은 복도를 지나면서 창 너머로 보이는 달 궤도선 모형에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10일 당초 2020년 말로 예정됐던 달 궤도선 개발 일정을 2022년 7월까지 연기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달 궤도선과 착륙선 발사 일정을 각각 2년, 10년 미룬 데 이어 다시 달 탐사 일정을 늦췄다. 지난달 궤도선 개발은 2016년 시작됐다. 총사업비는 1978억원이다. 발사 연기에 따라 288억원이 늘어날 전망이다. 아폴로 우주인의 달 착륙 50주년을 맞는 올해 중국, 이스라엘, 인도가 잇따라 달에 착륙선을 보내는 등 전 세계적으로 달 탐사 열기가 고조되고 있지만 한국만 뒷걸음치고 있다.
◇달 궤도선 설계도조차 확정 못해
당초 계획대로 내년 말 달 궤도선을 발사하려면 벌써 상세 설계도가 나와야 했다. 하지만 항공우주연구원은 아직 설계도를 확정하지 못했다. 이날 연구원들은 진짜 위성이 아니라 무게와 구조만 비슷하게 만든 모형인 더미로 실험을 하고 있었다.
지난달 19일 대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위성시험동에서 연구원들이 달 궤도선의 구조 개발 모델에 센서를 장착하고 있다. 정부는 당초 내년 말까지 달 궤도선을 발사할 계획이었지만 개발 과정에서 무게를 결정하지 못하는 등 난항을 겪으면서 발사 일정을 2022년 7월로 연기했다. /대전=신현종 기자
사정이 이렇게 된 것은 지난 4년 동안 달 궤도선 무게를 두고 항공우주연구원 내부에서 합의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원래 달 궤도선 무게를 550㎏으로 하기로 했는데, 사업단장은 이를 맞출 수 있다고 하고 일선 연구원들은 불가능한 목표라고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과기정통부는 올 1월에야 외부 전문가들로 점검 평가단을 구성해 이 문제를 논의해 8개월 만에 달 궤도선 무게를 678㎏으로 확정했다. 이와 함께 개발 일정도 연기하기로 했다.
당초 궤도선 무게를 550㎏으로 잡은 것은 기술적 논의 결과가 아니라 정치적 고려였다. 550㎏은 우리나라가 개발 중인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탑재할 수 있는 화물 무게다. 누리호는 첫 발사가 2021년으로 잡혀 있어 2020년 발사 목표인 달 궤도선과 상관이 없다. 달 궤도선은 화물 탑재 능력이 훨씬 뛰어난 미국 스페이스X사의 팰컨 로켓으로 발사할 예정이다. 한 위성 전공 대학교수는 "누리호는 지구 관측용 위성만 쏠 수 있는 성능인데 항우연이 이를 달 궤도선과 연결함으로써 심우주 탐사용으로 포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달 궤도선 무게를 억지로 누리호에 맞추면서 개발 과정은 처음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탑재 장비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2016년부터 궤도선의 설계 무게가 계속 늘어나면서 이러다간 연료 부족으로 달까지 가지 못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계속 제기됐다. 달 궤도선에는 전자통신연구원, 천문연구원 등 국내 연구진의 탐사 장비 5개와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섀도캠이라는 카메라가 장착된다.
결국 달 궤도선 무게는 지난해 9월 610㎏에서 올 3월 664㎏을 거쳐 이번에 678㎏으로 확정됐다. 한국형 발사체와 달 궤도선을 무리하게 연결한 탁상공론 때문에 그동안 허송세월한 것이다.
◇미국과 추진하던 달 탐사 계획 불확실
궤도선 무게가 늘어나면서 미국과 추진하던 달 탐사 계획도 불확실해졌다. NASA는 자신들의 달 극지 탐사를 앞두고 우리나라 달 궤도선에 햇빛이 비치지 않는 극지도 촬영할 수 있는 카메라를 장착해 운영하기로 했다.
궤도선 무게가 늘면 연료도 그만큼 많이 쓴다. 자연 임무 기간이 줄 수밖에 없다. 정부와 항우연은 궤도 수정을 해결책으로 내놓았다. 달 궤도선은 원래 달의 남·북극을 고도 100㎞로 1년 돌기로 했는데, 이번에 타원궤도, 원궤도 복합 운영으로 바꿨다. 처음 달 궤도에 진입하던 대로 고도 100~300㎞의 타원궤도를 9개월 돌면서 연료 소비를 최소화하다가 마지막 3개월은 추력기를 분사해 100㎞ 원궤도로 들어가 임무를 한다는 것이다.
바뀐 궤도로는 NASA 카메라를 반만 쓸 수 있다. 남극은 원래 고도로 궤도선이 지나가 문제가 없지만 북극은 고도가 3배나 높아져 촬영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최원호 과기정통부 거대공공연구정책관은 "NASA와 협의 중이나 NASA 임무 수행에는 큰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과기정통부의 달 궤도선 계획 수정 발표 직후 미국 측 장비 개발자는 "궤도가 바뀌면 최소한의 과학적 임무 달성도 불가능하다"고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나라가 미국과 함께하는 우주개발 기회를 제 발로 차버릴 위기에 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 초에도 미국에서 국제우주정거장 참여를 권유받았으나 분담금 1500억~2000억원 때문에 포기했다. 한번 발사하고 끝난 우주로켓 나로호 개발에서 우리가 러시아에 준 돈이 2200억원이었다.
◇우주개발의 주변부로 몰린 달 탐사
사실 달 탐사는 항우연 내부에서 핵심 프로젝트가 아니었다. 달 탐사 사업단은 그동안 조직이 네 번이나 바뀌었다. 원장들은 핵심 인력을 달 탐사에 투입하지 않았다. 한국형 발사체와 지구 저궤도 위성 개발에는 수백 명씩 연구원이 투입됐지만 달 궤도선은 20여 명이 전부였다. 로켓이나 지구 관측용 위성 개발은 목적이 뚜렷해 돈과 시간만 있으면 그대로 굴러가지만 성공 여부가 불투명한 달 탐사는 마지못해 하는 형국이었다.
정부 관리도 부실했다. 과기정통부는 단 두 과(課)에서 우리나라 우주개발을 맡고 있다. 그나마 담당 과장이 1년도 안 돼 계속 바뀌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에 우주개발에서 정부 기관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형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박사는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2008년 우주기본법을 제정하면서 상용 위성이나 로켓 개발은 기업과 대학에 넘기고 위험 부담이 큰 우주 탐사로 임무를 전환했다"고 말했다. JAXA가 최근 인류 최초로 소행성에 무인 탐사선을 착륙시킨 성과를 거둔 것이 그 결과이다. 이창진 건국대 교수는 "우주 선진국들은 지구 관측 중심에서 심우주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달 탐사는 우리가 신우주 경쟁 시대에 진입할지 알아볼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주 개발, 항우연 대신 독립적 행정기구인 '우주청'이 맡아야"
우리나라 우주개발이 제대로 진행되려면 정부 연구소인 항공우주연구원 대신 전문성이 있고 위상이 독립적인 행정 기구인 우주청이 맡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최근 우리나라가 미국 주도의 달 정거장 프로젝트에 참여할 의사를 밝히면서 우주청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우주개발 담당 조직이 두 과(課)가 전부인 상황에서는 국가 간 우주개발 협력이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인공위성이나 우주 발사체를 활용하는 부처도 국방부·환경부·해양수산부·기상청으로 계속 확대되는 상황에서 과기정통부가 여러 부처의 의견을 조율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간 중심의 우주개발이 확대되는 상황이지만 과기정통부의 과제는 여전히 연구 개발 틀 안에 있어 기업 참여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한계도 있다. 탁민제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지난달 5일 국회 공청회에서 "우주청은 부처 간 의견 조율을 위해 총리실 산하 우주개발처 또는 우주위원회로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발표했다.
일부에서는 독립 우주청 설립은 법령 개정 등으로 상당한 시일이 필요해 다음 대통령 선거 공약으로나 가능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과기정통부는 우선 우주 담당 국(局) 신설에 무게를 두고 있다.
현재 전 세계에 우주청을 둔 국가는 70여 곳이다.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처럼 기존 우주 선진국은 물론, 볼리비아·페루·싱가포르도 우주청이 있다. 아랍에미리트(UAE)는 2014년 우주청을 신설하고 화성 탐사 계획까지 추진하고 있다.
-이영완 논설위원, 조선일보(19-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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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갑자기 인간들로 붐비기 시작한 이유
아폴로 11호 달 착륙 50년… 세계 각국 탐사 경쟁 불붙어
달은 지구 바깥 深우주 탐사 위한 전초기지, 자원도 풍부
오는 15일 오전 2시 51분(현지 시각) 인도가 달 탐사선 찬드라얀 2호를 발사한다. 우주선은 달 궤도를 돌다 오는 9월 초 착륙선을 달 표면에 내린다. 착륙선과 그 안의 이동형 탐사 로봇은 2주간 자원 탐사 등의 임무를 할 예정이다. 성공하면 미국과 구소련·중국에 이어 세계 네 번째로 달에 착륙하는 국가가 된다.
올해는 인류가 달에 간 지 꼭 50년이 된다. 지난 1969년 7월 21일 미국 아폴로 11호의 우주인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이 인류 최초로 달 표면에 발을 디뎠다. 이후 한동안 적막하던 달이 갑자기 부산해지고 있다. 올 초 중국은 인류 최초로 지구에서 보이지 않는 달 반대편에 탐사선 창어 4호를 착륙시켰다. 2월에는 이스라엘이 민간 최초의 달 탐사선 베레시트를 발사했다. 미국은 지난 3월 오는 2024년까지 다시 우주인을 달에 보내겠다고 발표했다. 왜 인류는 다시 달에 가려고 하는 것일까.
◇체제 경쟁에서 심우주 탐사 전초기지로
아폴로 11호가 촉발한 달 탐사 경쟁은 금방 끝이 났다. 미국 우주인은 1972년 아폴로 17호 달 착륙을 끝으로 다시 달에 가지 않았다. 구소련 역시 1976년 무인(無人) 달 탐사선 루나 24를 보낸 게 마지막이었다. 당시 달 탐사는 냉전시대 체제 경쟁의 일환이었다. 1957년 소련이 인류 최초 인공위성 스푸트니크호를 발사하자 미국은 '달은 미국인이 먼저 밟겠다'고 맞섰다. 미국은 아폴로 탐사에 연방 예산의 4%를 쏟아부었다. 소련도 진 싸움에 더는 힘을 뺄 필요가 없었다.
기술적으로도 한계가 있었다. 당시는 밤에 섭씨 영하 180도로 떨어지는 달의 극한 환경을 견딜 기술이 없었다. 아폴로 우주인들은 달에서 낮에만 잠시 머물다 떠났다. 태양전지도, 발광다이오드(LED) 조명도 당시엔 없었다. 유럽우주기구(ESA)의 유인 로봇 탐사 책임자인 데이비드 파커는 "남극이 20세기 초 정복됐지만 기술의 한계로 50년 넘게 방치된 것과 흡사하다"고 말했다.
새로운 달 탐사는 단순 착륙이 아니라 수주일씩 장기 체류가 목적이다. 탐사 목적도 분명하다. 달은 지구 바깥의 심(深)우주 탐사를 위한 전초기지가 될 수 있다. 인류는 그동안 지구 주위 궤도에서 인공위성과 우주정거장을 운영했다. 우주정거장은 지구 상공 400㎞를 돌고 있다. 달은 지구에서 38만4000㎞ 떨어져 있다. 달은 화성 등 먼 우주로 가는 우주 기술을 개발하는 테스트베드가 될 수 있다. 이창진 건국대 교수는 "달 탐사를 위해 개발된 극한 기술은 지구에서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달은 황량해 보이지만 의외로 자원도 풍부하다. 일단 대기가 희박해 태양광이 그대로 쏟아진다. 태양전지로 전기를 생산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찬드라얀 1호는 2008년 달에 물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확인했다. 이후 달 남극에 막대한 양의 얼음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물을 수소와 산소로 분해하면 우주로켓용 연료를 확보할 수 있다. 중력이 약해 우주선 발사도 그만큼 지구보다 쉽다. 찬드라얀 2호는 이번에 달에서 헬륨3을 탐색할 예정이다. 헬륨은 태양이 빛을 내는 원리를 이용하는 핵융합 발전의 연료가 된다. 달에는 우라늄과 백금·희토류 등도 풍부하다고 알려졌다. 달 궤도에 자원이 풍부한 소행성을 끌어와 채굴하는 방식도 제안됐다.
과학 연구의 가치도 크다. 달은 45억년 전 지구가 다른 천체에 부딪쳤을 때 떨어져 나간 조각으로 추정된다. 이후 지각 활동이 없어 큰 변화가 없었다. 지구의 과거를 알려줄 타임캡슐과 같다. 달 땅속을 보면 지구는 물론 태양계 형성 과정까지 알아볼 수 있다.
◇관광·택배 등 민간 우주 기업의 경쟁 치열
주광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미래융합연구부장은 9일 달 착륙 50주년 기념 포럼에서 "초소형 위성과 우주로켓이 개발되면서 우주개발 비용이 크게 떨어졌다"며 "새로운 민간 우주개발 시대가 도래했다"고 말했다. 달도 마찬가지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설립한 블루오리진은 지난 5월 2024년 달에 우주인을 보낼 착륙선 블루문을 공개했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는 2023년부터 달 주위를 도는 우주 관광 사업을 한다고 밝혔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국제 우주정거장 화물 운송을 민간 기업에 위탁했다. 달에도 같은 방법이 적용된다. 오비트 비욘드, 애스트로보틱스 등 민간 업체 세 곳은 내년부터 NASA 등이 의뢰한 탐사 장비를 실은 착륙선을 달에 보낸다. 애스트로보틱스의 댄 핸드릭스 부회장은 "정부 주도의 우주개발은 새로운 우주 산업화를 따라갈 수 없다"며 "작은 우주 기업들이 독창적인 방법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2024년 달 주위에 우주정거장 게이트웨이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지구에서 온 우주선이 이곳에 도킹하고 달 착륙선도 달과 정거장 사이를 오가게 할 계획이다. 미국은 유럽우주기구·일본·캐나다·러시아 등과 게이트웨이 공동 개발 협약을 맺었다. 미국의 경쟁자로 부상한 중국 역시 지난해 국제우주대회에서 공식적으로 미국과 달 탐사에서 협력하겠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도 게이트웨이 참여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조황희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원장은 "우리나라가 과거 국제 우주정거장에 참여하지 못해 우주 경쟁에서 밀렸던 경험이 있는 만큼 달 탐사에서는 반드시 우주개발의 한 축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역사는 늘 새로운 땅을 찾아 바다와 산을 넘은 이들이 지배했다. 우주는 한국이 유사 이래 처음으로 세계의 선두 대열에 서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조선일보(19-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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