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난하이 '화무십일홍']
['말발' 약해진 중국 공산당]
[1에 100을 때리며 굴종 요구했던 중국]
[21세기 황제 시진핑의 중국, 폭력적 패권 휘두를 수 있다]
중난하이 '화무십일홍'

자금성 서쪽에 있는 호수 중난하이(中南海)의 원래 이름은 태액지(太液池)다. 신선의 연못이란 뜻인데, 중국 고대 왕조는 궁궐 정원에 큰 연못을 파고 ‘태액지’라고 부르는 전통이 있었다. 그런데 물이 귀한 몽골 출신 원나라 황제가 연못(池)을 보고 바다(海)로 불렀다. 몽골어로 ‘정원’이란 뜻도 있다. 오아시스를 만난 듯 휴양용 별궁을 지었다. 베이징의 ‘바다’ 6곳 중 중해와 남해를 더한 것이 ‘중남해’다.
▶중난하이가 정치 중심으로 부상한 것은 청나라 말기다. 서태후는 자금성 대신 중난하이에 머물며 권력을 휘둘렀다. 개혁을 추진하던 광서제를 붙잡아 감금한 곳도 중난하이의 인공 섬이다. 서양 연합군은 서태후가 쓰던 중난하이 건물에 사령부를 차리고 베이징을 유린했다. 청나라 붕괴 후 위안스카이도 이곳에 총통부를 세우고 10명의 부인 및 자녀와 함께 살았다.
▶장제스가 수도를 난징으로 옮기자 중난하이는 일반에 공개됐다. 그런데 1949년 내전에서 승리한 공산당이 중난하이를 다시 ‘권력 심장부’로 삼았다. 집단 업무와 경호에 편리하다는 이유를 댔다. 마오쩌둥은 처음엔 “나는 황제가 아니다”라며 입주하지 않았지만 곧 들어와 죽을 때까지 황제 권력을 누렸다. 중난하이는 높은 벽으로 둘러싸여 안을 볼 수 없다. 천안문 사태 이후 일반인은 출입 불가이고, 외교 사절도 중난하이 서북쪽 접견 건물(자광각)까지만 들어갈 수 있다. 중국 최고 지도부와 가족이 그들만의 성을 쌓고 14억 인민을 통치하는 구조다. 그런데도 중난하이 정문에는 ‘인민을 위하여’라는 마오의 황금색 글씨가 걸려 있다.
▶시진핑이 어제 트럼프를 중난하이로 초청해 정원 깊숙한 곳까지 안내했다. 수백 년 된 측백나무와 소나무 등을 보여줬다. 트럼프가 “다른 외빈도 이곳에서 접대하느냐”고 묻자 시진핑은 “매우 드물다”고 답했다. 9년 전 자금성 문을 완전히 걸어 잠그고 트럼프 한 사람만을 위한 특별 대접을 했던 것과 마찬가지다.
▶트럼프가 중난하이에서 중국 장미 품종인 ‘월계화’를 보고 “아름답다”고 하자 시진핑이 씨앗을 선물하겠다고 했다. 베이징 월계화는 지금이 가장 붉을 때다. 그런데 이 꽃은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란 시구와 관련이 있다. 남송 때 시인은 ‘열흘 붉은 꽃이 없다고 하지만 월계화는 그렇지 않다’는 뜻으로 썼다. 그러나 월계화도 언젠가는 시들기 마련이다. 중난하이 꽃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붉게 타오른 권력이 영원하길 바라는 심정이 꽃말처럼 통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안용현 논설위원, 조선일보(26-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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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習 “트럼프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희망, 나는 중화민족 부흥 힘써”. 초유의 ‘두개의 태양’ 공존 실험.
-팔면봉, 조선일보(26-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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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발' 약해진 중국 공산당
지도를 보면 길이 800㎞, 폭 200여 ㎞의 커다란 산줄기가 중국의 복판을 흐른다. 친링(秦嶺)이라는 산맥이다. 옛 당나라의 수도 장안(長安)이 있던 산시(陝西)가 무대다. 큰 관심을 받는 곳이다.

지상의 최고 권력자인 황제의 기운이 흐른다고 하는 풍수상의 용맥(龍脈) 관념 때문이다. 그러나 이 산맥의 한 줄기도 개혁·개방 이후 거센 개발 붐에 싸인 적이 있다.
산맥의 북쪽 한 자락이 옛 장안, 지금의 시안(西安)으로 흘러내리는 곳에 호화 별장이 많이 들어섰다. 2000년 이후 지금까지의 상황이다. 2012년 중국 공산당 총서기 자리에 오른 시진핑(習近平)은 2년 뒤 이 별장들을 철거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중국을 이끄는 공산당 총서기의 명령은 그러나 잘 먹히지 않았다. 보도에 따르면 지금까지 시진핑은 모두 여섯 차례에 걸쳐 철거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말발'이 먹히지 않자 시진핑은 아주 분노했다는 후문이다.
마침내 이 친링의 호화 별장군은 2018년 들어 대규모 철거 작업의 국면을 맞았다. 거듭 이어지는 공산당 최고 권력자의 명령을 피할 수 없었던 까닭이다. 개발 이익을 노렸던 현지 지방정부의 관료들은 이제야 법의 철퇴를 맞고 있다.
친링산맥은 생태 환경이 좋아 국가 차원의 보호가 필요한 곳이다. 따라서 시진핑의 거듭 이어진 지시가 어색하지 않다.
더 큰 관심사는 이를 두고 "정치 명령이 중난하이를 벗어나지 못한다(政令不出中南海)"는 말이 나돈 점이다. 최고 지도부의 지시가 그들이 살고 있는 중난하이에서만 맴돈다는 뜻이다. 공산당 중앙의 통제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시선이 깔려 있다.
경제 침체의 가능성에 무역·과학기술·군사·외교 영역에서 미국과의 충돌이 불가피한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요즘 '정치적 단결'을 연일 강조한다. 친링의 호화 별장 철거 스캔들과 맥락을 함께하는 현상이다. 중국이 이래저래 어수선하다.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조선일보(19-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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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에 100을 때리며 굴종 요구했던 중국
마늘파동 때 일방적 굴종 강요, 사드 때는 불투명·無道한 보복
韓에 공격적인 중국의 독재화… 1인 '변덕'에 위기 올 수도
1990년대 말 중국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마늘 때문에 국내 마늘 농가들이 비명을 질렀다. 통마늘·깐마늘·절인 마늘이, 국산 마늘의 3분의 1도 안 되는 가격에 수입돼 들어왔다. 정부는 마늘 농가 피해의 심각성을 확인하고 2000년 6월 통마늘을 제외한 깐마늘과 절인 마늘에 대해 관세를 크게 올리는 세이프가드 조치를 내렸다.
중국의 대응이 기가 막혔다. 한국산 휴대폰과 폴리에틸렌 수입을 전면 중단시켰다. 당시 한국의 중국산 마늘 총수입액은 연간 1000만달러 정도. 그에 비해 한국 전자업체들이 중국으로 수출하는 휴대폰과 폴리에틸렌 수출액은 연간 6억7000만달러가 넘었다. '1000만달러'에 대한 대응이 '6억7000만달러'였다.
중국은 이런 나라다. 국가 간 무역 분쟁에서 보복 조치를 주고받는다 하더라도 3~4배로 대응하는 것도 과하다 할 수 있다. 중국은 67배로 갚겠다고 했다. 통마늘은 수입 제한 대상이 아니었으니, 실제로는 100배쯤 되갚겠다고 한 것이다. 한국 무역 분쟁사(史)에서 이런 예는 없었다. 정상적인 국가 간 협상이 아니라 일방적인 굴종을 요구했던 것이다.
중국은 자국의 이해와 상충하는 사안이 발생할 때 비슷한 행태를 반복했다. 사드 배치 결정 후 내린 한한령(限韓令)과 한국으로의 단체관광객 차단, 중국에 공장을 지은 한국 기업의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판매 봉쇄, 롯데마트 영업 정지가 그런 사례들이다.
어느 날 갑자기 한국에서 제작된 드라마가 일시에 중국 TV에서 사라졌다. 한국 연예인이 출연하는 드라마·영화 제작도 중단됐다. 그 과정에서 어떤 공식적인 법적·행정적 조치는 없었다. 오히려 중국 당국은 "한한령이라는 건 없다", "민심이 반영된 결과일 뿐"이라고 했다. 단체관광객 차단 때도 똑같았다. 그러나 중국의 그런 민심은 너무나 일사불란하게 나타났다. 중국은 투명성과 합리(合理)가 없다. 어떤 법 절차에 따라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 알 수가 없고, 설명도 없다.
이런 비합리와 불투명성, 이해관계에 따라 언제든 폭력적 패권 성향을 드러내는 중국이 1인 독재체제로 변하고 있다. 몇 개의 정치세력이 상호 견제하고 조율하던 집단지도체제는 와해됐다. 시진핑 주석은 경쟁자 없이 당·정·군 3권(權)을 모두 장악했다. 사상은 더 통제하고 있다. 국가 주석의 임기 제한까지 철폐해 장기집권의 길을 열었다.
인구 14억의 지구상 최대·최강의 독재국가 등장은 세계 각국에 큰 리스크일 수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의 수석 칼럼니스트 마틴 울프는 "독재는 국가 전체를 한 사람의 견제되지 않는 변덕에 노출한다"고 했다. 잘못된 정책 결정이나 오판에 제동을 걸고 스크린하는 내부 시스템이 약화되기에 그렇다. 독재는 한 사람의 판단과 변덕이 시스템을 압도한다.
마오쩌둥의 오판과 변덕은 대약진운동과 문화혁명이라는 비극을 낳았지만, 그건 중국 내부에 그쳤었다. 지금 중국은 죽(竹)의 장막을 치고 있던 마오의 시대가 아니다.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자 군사 대국이다. 한 사람의 오판과 변덕으로 전 세계가 '중국 리스크'에 휩싸일 수 있다는 말이다.
독재체제는 목적과 효율을 위해 인권과 합리, 절차의 정당성을 무시한다. 중국은 지난 30년간의 굴기 과정에서 국가 자원의 계획적인 배치, 선택과 집중을 통한 고도의 효율성을 보였다. '시진핑 1인 체제'의 중국은 목적을 위한 효율은 더 강조될 것이고, 합리와 정당성은 더 약화될 우려가 있다. 우리는 그런 양면성을 가장 가까이서 상대해야 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조중식 국제부장, 조선일보(18-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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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황제 시진핑의 중국, 폭력적 패권 휘두를 수 있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국가 주석의 10년 임기 제한을 폐지하는 개헌안을 통과시켰다. 시진핑 장기집권 체제의 막이 오른 것이다. 시 주석의 '시진핑 신(新)시대 사상'은 중국 공산당 당헌뿐만 아니라 새 헌법 전문(前文)에도 삽입됐다. 반(反)부패 정책을 총괄하는 국가감찰위가 새 헌법기관으로 신설됨으로써 그의 권력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중국 내에서 견제 세력 자체가 사라진 것이다. 당 총서기·국가주석·중앙군사위주석을 종신토록 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시(習) 황제'가 됐다는 게 빈말이 아니다.
시 주석은 지난해 19차 당 대회에서 2035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를 실현하겠다고 한 바 있다. 시 주석이 자신이 내세운 중국몽(中國夢·중국의 꿈) 완성을 위해 82세가 되는 2035년까지 집권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관측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중국은 마오쩌둥 장기 집권의 폐해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국가주석 3연임 금지, 차차기 후계자를 내정하는 격대지정(隔代指定) 등을 통해 집단지도체제를 유지해왔다. 시진핑은 이를 모두 무너뜨리며 권력을 무한대로 키워나가고 있다. 당과 정부, 군부에서 반대 파벌이 대거 쫓겨나고 시 주석의 측근을 의미하는 시자쥔(習家軍)으로 교체됐다. 중국 인터넷에선 1인 독재체제를 비판하는 글은 남김없이 삭제되고 있으며 '황제' 등의 단어는 금기어가 됐다. 시곗바늘을 어디까지 거꾸로 돌릴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시진핑은 과거 중국이 몰락한 수치스러운 역사를 아시아 패권 확립을 통해 씻으려는 야심을 가진 사람이다. 그가 내세우는 중국몽은 과거 '중화 제국(帝國)'의 재건을 염두에 둔 것이다. 우연히 트럼프 미 대통령을 통해 시진핑의 한반도관이 우리에게 알려졌다. 시진핑이 트럼프와 만난 자리에서 "한국은 역사적으로 중국의 일부였다"고 말한 것이다. 이것이 시진핑의 역사 인식이며 한반도관이다.
시진핑이 북핵 방어용 사드 문제로 핵 피해국인 한국에 폭력적인 보복을 가하고 중국을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을 의도적으로 푸대접한 것 모두가 한·중 관계를 대등한 주권국가 간 관계로 보지 않는 것이다. 심지어 4년 뒤 동계올림픽을 주최하면서 평창올림픽 때 방한(訪韓)은커녕, 중국에서 아무런 존재감이 없는 인사를 대신 보냈다. 한반도에 대해 왜곡된 인식을 갖고 한반도를 미국과의 패권 경쟁 무대로만 보는 사람이 견제 세력 없이 1인 독재체제를 확립했다는 것은 우리의 외교·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중국은 다른 나라와의 문제를 폭력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는 데 주저함이 없는 나라다. 전면 침공, 포격, 발포, 충돌을 예사로 감행한다. 그런 나라의 장기 집권 독재자가 자국에 대한 자부심·자존심이 도가 넘을 정도로 강하다. 앞으로 한반도, 센카쿠(댜오위다오), 남중국해, 대만 등의 문제에서 시진핑이 어떤 태도로 나올지 주시해야 한다. 1인 독재에 대한 중국 내 비판이 커지면 시선을 밖으로 돌리기 위해 위험한 모험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시진핑이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과 충돌할 경우도 예상해야 한다.
시 주석의 장기집권을 다른 나라의 내정(內政)으로만 볼 수 없다. 우리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목전에 닥친 심각한 외교 환경 변화다. 시진핑 1인 치하 중국은 과거의 중국이 아니다.
-조선일보(18-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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