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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잇는 명장] .... [빨리빨리 對 모노즈쿠리]

뚝섬 2025. 9. 11. 06:31

[대 잇는 명장] 

[한·일 언어 소통의 어려움] 

[빨리빨리 對 모노즈쿠리] 

 

 

 

대 잇는 명장

 

‘한강의 기적’이 정점이던 1986년, 정부는 수출 주역인 기능공들의 땀과 기술에 존중을 담아 전국기능경기대회에 ‘명장(名匠)부’를 신설했다. 첫해 명장부는 3개 직종에서 진행됐는데, 용접 분야 박동수(당시 현대중공업)씨만 최종 통과했다. 국내 1호 명장으로, 한국 산업계에 명장(名匠) 시대를 연 순간이다. 당시 결승전은 성질·두께·녹는점이 각각 다른 두 종류의 금속을 잇는 기술 경연이었는데, 박 명인은 단 한 번 작업으로 완벽에 가까운 용접 비드(bead·용접 흔적)를 만들어냈다고 한다.

 

▶장인 정신의 계승은 지금도 이어진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매년 22개 분야 97개 직종에서 선정하는데, 올해로 누적 710명이 선정됐다. 7대째 가업을 잇는 이학천 도예 명장, 고졸 출신 명장으로 대우중공업 전무까지 올라 실력이 학력을 이긴다는 실증을 보여준 김규환 기계조립 명장, 한복의 세계화를 이끈 서정민 명장 등이 그 명맥의 주역들이다.

 

서양에서 장인 정신은 그 자체로 브랜드다. 3대에 걸쳐 시계의 역사를 쓰는 ‘브레게’ 가문, 300년 넘게 최고의 바이올린을 만든 ‘스트라디바리’ 가문 등 명기(名器)의 대명사들이 셀 수 없이 많다. 이들이 대를 잇는 이유는 기술의 진수인 장인 정신은 오랜 시간 축적이 필수적이고 그래서 결코 책이나 영상으로 전수 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국가에서 정부가 장인을 관리하는 것도 그만큼 명장의 대 잇기가 어렵고 중요하기 때문이다. 독일의 마이스터 제도, 일본의 ‘현대 명공(名工)’, 프랑스의 ‘MOF’(프랑스 최고의 장인) 등이 대표적이다.

 

▶장인 전통이 끊겼을 때 어떤 공백이 생기는지는 지금 미국이 보여준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라는 구호가 나온 것은 제조업이 붕괴했기 때문이다. 공장이 문을 닫으며 ‘러스트 벨트’가 생겨났고, 장인의 계보도 함께 끊겼다. 이제 와서 첨단 공장을 지으려 해도 숙련공이 없어 애를 먹고, 자부심을 잃은 노동자들의 상실감이 정치적 구호로 폭발했다. 미국 내 ‘장인의 붕괴’가 세계 정치를 흔들고, 그 여파가 한국까지 미치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에 ‘부자(父子) 명장’이 탄생했다. HD현대중공업 소속으로 2004년 선정된 고윤열 명장(67)에 이어 아들 고민철(43) 명장이 이름을 올린 것이다. ‘부자 명장’은 한국 제조업에서 처음이다. 장인에겐 단순 기술을 넘는 혼이 있다. 한 나라 제조업의 저력이 그 안에 있다. 장인의 역사가 이 땅에서 영원하길 바라며 그들의 빛나는 손끝에 경의를 표한다.

 

-이인열 논설위원, 조선일보(25-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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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언어 소통의 어려움 

 

1990년 아키히토(明仁) 일왕이 방일한 노태우 대통령에게 언급한 '통석(痛惜)의 염(念)'은 두고두고 사과의 진정성 논란을 남겼다. '아프고 안타까운 마음'이라는 뜻인데, 직접적인 사과 의미가 담겨 있지 않다고 해서 반발을 불렀다. 2012년 이명박 대통령은 다시 이 말을 끄집어내서 "(일왕이) 통석의 염 같은 표현을 쓰려면 한국에 오지 말라"고 했다. 그러나 한국에 우호적인 아키히토 일왕이 정치권의 반대를 무릅쓰고 고심 끝에 선택한 표현이라는 회고담이 나왔다. 

 

▶한·일 양국은 미묘한 언어 차이로 외교 갈등이 증폭되는 경우가 있다. 일본과 협상하면서 "전향적으로 검토(檢討)하겠다"는 답변을 들으면 그 협상은 실패한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 한국에선 '검토'라는 말이 적극적인 의미지만 일본에선 면피성 발언이거나 부정적 의미가 강하다. '유감(遺憾)'은 정식 사과는 아니지만, 한국보다 일본에선 더 정중한 느낌으로 쓰인다. 

 

▶같은 한자말이라도 의미나 뉘앙스가 전혀 다른 경우도 있다. 여러 방면에서 뛰어난 재주를 가진 사람을 일컫는 '팔방미인(八方美人)'은 일본에선 누구에게나 잘 보이도록 처신하는 기회주의자라는 뜻으로 통한다. 애인(愛人)은 불륜 상대라는 의미다. 한국 언론이 흔히 '극우' 또는 '우익'이라고 지칭하는 일본 정치인들은 이런 표현을 지극히 모욕적인 의미로 받아들인다. 일본에선 극우 또는 우익은 적군파(赤軍派) 같은 테러분자와 같은 수준으로 공안 경찰의 감시와 견제를 받는다. 

 

▶1995년 일본 정부 주도로 설립된 아시아여성기금이 실패한 것은 오역(誤譯) 탓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당시 아시아여성기금 측은 피해자 지원의 성격을 '쓰구나이킨(償い金·속죄금)이라고 밝혔는데, 일부 언론이 '위로금'이라고 번역했다. 이 보도가 나가자 당사자들은 "위로금을 받는 거지가 아니다. 일본 정부의 직접 사죄와 보상을 원한다"며 반발했고 아시아여성기금 활동은 중단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을 비판하면서 사용한 '적반하장(賊反荷杖)'이라는 표현을 일본 언론들이 지나치게 사전적으로 번역 보도하는 바람에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일본 마이니치신문의 지적이 있었다. 적반하장은 우리 생활에서 '잘못한 사람이 오히려 화를 낸다'는 의미로 쓰인다. 문 대통령도 그런 뜻으로 썼을 것이다. 그런데 적반하장은 일본에서는 쓰이지 않는다. 그런데 일본 언론이 이를 '도둑이 오히려 뻔뻔스럽다(盜っ人たけだけしい)'고 번역했다는 것이다. '도둑'이 나오니 의미가 크게 달라지고 말았다. 

 

-정권현 논설위원, 조선일보(19-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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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빨리 對 모노즈쿠리

  

"공부 잘하는 애는 공부로, 운동 잘하는 애는 운동으로 키워야 하지 않겠습니까." 왜 그동안 우리나라는 소재 산업을 육성하지 못했느냐'고 물었더니 미국 네바다주와 연결된 전화기에서는 이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1974년 한국반도체주식회사를 세우고 국내 최초 반도체인 손목시계용 칩을 생산한 강기동(85) 박사였다. 시대 변화에 따라 재빠르게 제품을 생산한 한국과 수십 년간 한 소재를 연구해 기술력을 이룩한 일본은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1등 제품만 팔리는 시대에 2등은 누구도 쳐다보지 않는다. 세계 1등을 하지 못하는 국산화는 공허하다"고 했다.

일본의 경제 보복에 맞서 온 나라가 '극일'을 외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일본에 의존해온 소재·부품 산업을 국산화하자는 움직임이 크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는 않다"는 것이 산업계와 학계 반응이다.

한국과 일본의 소재 산업 경쟁력 차이는 국민성으로 풀이할 수 있다. 장인 정신을 중시하는 일본은 한 분야를 천착해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세계 최고가 되는 것을 중시한다. 오랜 시간과 자금을 투입해야 결과를 얻는 기초 화학·소재 산업이 발달한 것은 이 때문이다. 한때 전 세계 전자업계의 맹주였던 일본이 하루아침에 힘을 잃은 것도 이런 '모노즈쿠리(장인 정신을 기반으로 한 제조 문화)'로 설명할 수 있다. 일본은 100년간 고장 나지 않고 튼튼히 사용할 수 있는 컴퓨터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그 컴퓨터가 기술 발달로 5년 후엔 쓰레기가 된다는 현실을 외면했다그렇게 일본의 IT 제조업은 망했고 하나만 파고들던 소재 분야만 살아남았다.

한국은 반대다. 한강의 기적을 이루며 빠르게 성장한 한국은 '패스트 팔로어' 전략을 추구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좋은 부품과 소재를 사용해 빠르게 좋은 제품을 만들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과 반도체는 그렇게 세계 1등이 됐다. 하지만 시간이 오래 필요한 소재 산업은 제자리걸음이었다.

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대한민국은 좋든 싫든 소재·부품 산업 국산화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이 움직임 속에서도 한국인의 '빨리빨리' 특성이 보인다. 정부는 1~5년 내 100가지 핵심 소재와 부품에 대한 국산화와 공급처 다변화를 완료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빨리빨리'만으로 진정한 국산화는 어렵다. 인내와 끈기를 갖고 기술력을 일군 일본의 모노즈쿠리가 필요하다. 현재의 일본산 소재를 따라잡는 데 5년이면 가능할지 모르지만, 이를 넘어서려면 더 많은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 일본산 소재보다 품질이 떨어지는 국산을 쓰는 건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모두가 죽는 길이다. 진정한 국산화로 가는 길은 반드시 세계 최고 품질이라는 다리를 건너야만 하는 것이다.

 

-김성민 기자, 조선일보(19-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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