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김명수'는 연기였나
김명수 대법원장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은 2017년
8월 22일의 일이다.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다음 날이었다. 춘천지방법원장이었던 그는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가르침을 받으러 왔다"며 이날 대법원을 방문했다.
그는 이때 관용차를 쓰지 않았다. 춘천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동서울터미널에 내려 지하철 2호선으로 환승해 대법원 바로 앞 서초역에서 내렸다. 그가 대법원
청사로 걸어 들어오는 장면은 전국에 생중계됐다. 김 대법원장 측은
"춘천지법원장이 아닌 대법원장 후보자로서 방문하는 것이기 때문에 법원장에게 배정된 관용차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했었다. 나랏돈을 한 푼도 허투루 쓰지 않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남기는 장면이었다. 그는 이날 기자들 앞에서
"31년 재판만 한 사람(본인)이
어떤 수준인지 보여 드리겠다"고 했다.
이로부터 805일 뒤인 지난 5일 대법원은 기자단에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2017년 대법원장 공관(公館) 리모델링 때 재판 등에 써야 할 다른 예산 4억7000만원까지 공사비로 돌려썼다는 감사원 지적을 인정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도
대법원은 "사실관계를 명확히 한다는 차원에서 알린다"면서
공관 예산을 전용(轉用)하기로 결정한 시점은 김 대법원장
취임 전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호화 리모델링' 논란은 전임인 양승태 대법원장 소관이고, 김 대법원장은 무관하다는
것이었다. 김 대법원장이 진짜 하고 싶은 말이 이 말이었을 것이다.
법원 안에서 나오는 얘기는 달랐다. 전용 예산 4억7000만원은 공관 내부 인테리어 비용으로도 쓰였다. 그런데 이 작업을
챙기고 지시한 사람이 김 대법원장 부부였다는 것이다. 법원 내에선
"(대법원장 부부가) 공관 내부의 벽지와 커튼도 직접 골랐는데 상당히 고가(高價)였다" "공관
안 계단 난간까지 손보라는 지시를 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대법원은
공관 벽지·커튼의 종류와 가격은 밝힐 수 없다고 했다. 또 김 대법원장은 취임 후 공관 외벽을 이탈리아산
고급 석재로 꾸밀 예정이라는 보고도 받았다. 과하다고 생각했다면 바꾸라고 지시할 수 있었지만 그리 안
했다.
그렇게 리모델링된 공관에 그는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분양받은 판사 아들과 변호사 며느리를 불러들여 같이 살았다. 공관에 공짜로 살게 해 강남 아파트 분양 대금을 마련할 수 있게 도운 것이다.
손주들을 위해 공관 잔디밭에 그네와 모래사장, 축구 골대를 설치했다. 세금 들인 호화 리모델링의 혜택을 본 사람은 철저히 김 대법원장과 그 가족이었다. 그런데 "전임 대법원장이 한 일이고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한다. 2년 전 관용차를 거부하고 버스·지하철로 대법원에
온 것이 그의 진짜 모습이었다면 '나는 모르는 일'이라는
해명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조백건 사회부 법조팀장, 조선일보(19-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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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법규 어기고 원장 공관 사치, 부끄러운 줄은 알까
대법원이 김명수 대법원장 공관(公館)을 리모델링하는
과정에서 예산 4억7000여만원을 무단 전용했다고 감사원이
발표했다. 예산이 국회에서 5억원 넘게 깎이자 다른 예산을
끌어다 썼다는 것이다.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정부 기관은 예산을 정해진 용도와 다르게 쓸 수 없다. 부득이한 경우에도 국회의 허가나 기재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런
절차 없이 제멋대로 국민 세금을 이탈리아 석재 등으로 공관 사치를 부리는 데 썼다. 이런 사람들이 다른
국민을 재판한다고 한다. 보통 얼굴이 두꺼운 사람들이 아니다. 예산
전용 때문에 일부 법원은 보안 시설도 제때 설치하지 못했다. 사리분별 능력이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감사원은 대법원장 공관 시공사 선정도 불투명하게 진행돼 공사비가 적정하게 산정됐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고 했다. '해외 연수 법관에 재판 수당 지급' '공휴일 업무추진비 사용' '납품 자격 없는 업체와 구매 계약' 등 위법·부당한 예산 지출
사례가 무려 32가지에 이른다고 했다. 완전히 안하무인이다. 제대로 조사하면 더 심각한 일들이 드러날 것이다.
OECD가 37개 회원국 사법부에 대한 신뢰도를 조사한 결과 한국이 꼴찌였다고 한다. 대법원이 설문 문항을 문제 삼아 발표를 막았지만 감추려 한다고 감출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심지어 검찰보다도 못하다는 국내 여론조사 결과도 나와 있다. 현
정권 들어 자격 미달인데도 무슨 이념을 가졌다고 대법관에 발탁된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 자신도
위장 전입을 해놓고 위장 전입한 다른 사람에겐 징역형을 내린 사람도 대법관이라고 앉아 있다.
정권과 코드가 맞는 판사 서클 출신들이 대법관을 비롯한 법원 요직을 싹쓸이하면서 재판 받는 사람들이 담당 판사가 어떤 성향이고 무슨 모임 출신인지부터 물을 지경이라고 한다. 대법원의 판결로 외 교 관계가 파탄 날 위험이 벌어지자 이를 막기 위해 고심한 전임 대법원을 '사법 농단'이라고 검찰에 넘기는 일까지 벌였다. 종범들은 모두 구속했으면서 주범인 조국 동생 영장은 황당한 사유로 기각하는 이상한 판결들도 잇따르고 있다. 그에 더해 이제 법까지 어겨가면서 국민 세금을 대법원장 공관 사치하는 데 쓴다. 자격 없는 사람들이 부끄러운 줄도 모를 것이다.
-조선일보(19-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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돛대 부러진 사법부
윌리엄 셰익스피어 '베니스의 상인'
'베니스의 상인'에서 법관으로 변장한 포샤는, 안토니오가 빌린 돈을 기일 안에 못 갚았으니 차용증서에 명시된 대로 안토니오의 가슴에서 살 한 파운드를 베어내겠다고
달려드는 샤일록에게, 꾸어준 돈의 3배를 받고 '자비'를 베풀라고 호소한다. 그래도
살점으로 받아야겠다고 우기자 "그렇다면 계약서상 네게 그의 피를 흘릴 권리는 없으니 피를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살을 베어야 한다"고 판결한다. 법조문에
완벽하게 충실한 동시에 기막히게 '창의적인' 판결이었다. 복수심의 화신(化身) 샤일록을
증오한 관객에게는 물론, 그의 설움을 지극히 가슴아파한 필자에게도 샤일록이 살인자가 되는 것을 막아
준 고맙고 감동적인 명(名)판결이었다.
김명수 현 대법원장이 법관의 '튀는 판결'에
토를 달지 말라고 주문한 것은 이런 창의적 해석을 장려하자는 뜻이 아니었을까? 그런데 김명수 사법부의 '튀는' 판결은, 헌법이
보장하는 대통령 권한에서 월권한 것이 없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전(前)
정부 인사들에게 언어도단의 형량을 '때린' 것과
국민의 형평성 감각이 납득하기 어려운 '양심적 병역 거부' 인정
따위이다.
지금 검찰이 수사한다는 양승태 대법원장이 이끌었던 대법원 판결은 이석기 사건, 일제 징용 등이라고 하는데, 정확히
어떤 부분이 위법이라는 것일까? 행정부와
판결 내용을 협의했다는 의혹 때문이라는데 판사가 모든 분야에 통달할 수 없으니, 더욱이 국가 안전과
국제 관계 문제는 해당 부서와 전문가 의견을 충분히 참작해야 마땅한 것 아닌가?
지금 문재인 정부의 극도로 독단적인 중대 정책들이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무려 60조원 투입이 예상되는 예비 타당성 조사 면제 토목 사업 수십 건, 5000만
국민 생명 값이 된 1200억~1400억원 주한 미군 주둔비
추가 분담 거부로 안보 위기 초래, 중산층을 몰락시킬 부동산세 폭탄,
국민연금 지분을 활용한 대기업 의결권 행사 기도(企圖) 등…. 모두가 가히 전횡(專橫)이다. 이에 비해 양승태 사법부가 독단적인
판결 대신 고민하며 행정부 의견을 참고한 것은 불가피하고, 합당한 일이 아니었을까?
전임 대법원장 구속으로 나라의 품격이 한없이 추락했다. 국민이 사법부를 위해 상복(喪服)을 입는 날이 오지 않기를 바라는 심경, 비통하다.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조선일보(19-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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