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北 '희망 사고'
'김정은 핵 포기 뜻 없다'는 명백한 사실 직시해야 한다
북핵 협상 시작, 다른
일로 바쁜 韓 안보팀
'성동격서' 전술 북한의 진짜 노림수
文·트럼프가 北 SLBM 도발
자유 준 것, 북핵도 이렇게 되나
김일성의 꿈이 이루어지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對北 '희망 사고'
작년 12월 청와대 앞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이 처음 만나 악수하는 그림이 그려졌다. 그 무렵 문 대통령은 순방 비행기에서 "김정은 위원장 답방을 두고 국론 분열은 있을 수 없다고 본다"며 "모든 국민이 쌍수로 환영해 줄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좌파 단체들은 김정은을 '위인'이라 칭송하고 나섰다. '가까운 시일 내 답방할 것'이란 김정은의 9월 약속이 이뤄지는 줄 알았다. 그러나 김정은은 움직이지 않았다.
▶올 초 하노이 회담 결렬 30분 전까지 청와대는 "대통령이 참모들과 함께 (미·북) 서명식을 시청한 뒤 입장을 내겠다"고 밝혔다. 회담 성공 후 남북 경협 확대에 대비해 안보실 차장을 통상 전문가로 바꾸기도 했다. 회담장 안에선 이미 협상이 깨졌는데 우리 TV들은 '장밋빛' 남북 쇼를 그리고 있었다. 무엇을 간절히 바라는 통에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을 '희망 사고(思考)'에 빠졌다고 한다. 이 정부의 대북 굴종이 바로 희망 사고에 빠진 결과일 것이다.
▶하노이 이후 북은 돌변했다. 김정은은 문 대통령을 향해 "오지랖 넓은 중재자 행세 그만하라"고 했다. 이후 "겁먹은 개" "삶은 소대가리" "바보" "맞을 짓 말라"는 등 막말을 쏟아냈다. "남조선에 보내는 경고"라며 탄도미사일만 10차례 쐈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독일 일간지에 "한반도의 봄이 성큼 왔다"고 썼고, 트럼프·김정은의 판문점 회동 직후에는 "사실상 적대 관계 종식을 선언했다"고 평가했다. "남북 경협으로 일본을 단숨에 따라잡을 수 있다"고도 했다. 현실을 못 보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딴 세상을 사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국정원장이 최근 국회에서 '미·북 실무회담에 따라 김정은이 11월 부산 아세안 정상회담에 참석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김일성은 1986년 짐바브웨 비동맹 회의 참석을 위해 호텔까지 예약해 놓고도 막판에 취소했다. 1인 신정(神政) 체제에서 '신변 안전'이 문제였다. 김정은이 다른 곳도 아닌 한국에 올 용기가 있을까. 비핵화 사기극을 벌이는 그에게 우리 국민이 거센 분노를 표출할 수 있다.
▶그제 미·북 실무회담이 결렬되면서 청와대의 희망 사고는 또 한 번 된서리를 맞았다. 청와대도 김정은이 핵을 버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트럼프가 적당히 물러서 주기를 간절히 바라는데 그게 희망대로 잘 안 되고 있다. 그래도 문 대통령은 김정은 쇼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않을 것이다. 그 쇼 한 번으로 모든 것을 뒤집을 수 있다는 유혹이 너무 크다.
-안용현 논설위원, 조선일보(19-10-08)-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김정은 핵 포기 뜻 없다'는 명백한 사실 직시해야 한다
7개월 만에 열린 미·북 비핵화 실무협상이 결렬됐다. 태영호
전 북한공사는 협상이 열리기 직전 이미 결렬을 예상하면서 '김정은은 핵을 포기할 의사가 없다'고 했다. 북한이 미국과 협상을 이어가는 것은 비핵화 조건을
진지하게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을 제재 대열에서 이탈시키기 위해 '비핵화를 위해 노력했다'는 명분을 얻으려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북한 내부를 알고
있는 그의 이 예상은 다시 한 번 적중했다.
사실 태 전 공사의 예상은 김정은의 행태를 있는 그대로 살펴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내용이기도 하다.
협상에서 미국은 비핵화의 최종 목표를 포함한 로드맵을 작성하고 각 단계를 명확하게 정리하는 대가로 대북 제재 일부 완화, 종전선언 등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북은 비핵화 대화는
뒷전으로 밀어놓고 오로지 '완전한 제재 해제, 체제 보장
조치가 먼저'라는 주장만 되풀이했다. 비핵화의 가장 기초인 '비핵화 개념' 논의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 김정은이 진짜 비핵화 의지가 있다면 핵시설 신고·검증·폐기의 로드맵 작성을 기피할 이유가 없다. 이것은 핵 포기를 전제로 더 많은 것을 얻어내기 위해 밀고 당기기를 하는 것과 근본적으로 다른 태도다. 북이 애초에 비핵화 의지가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게 그나마 이번 협상의 성과라면 성과다.
김정은은 외교 업적이 궁한 트럼프를 몰아붙이면 핵 동결과 제재 해제를 맞바꿀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사실상의 핵보유국이 되겠다는 것이다. 북은 이날 미국에 '연말까지'라는 시한을 주면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위협했다. 트럼프는 그동안 대북 외교 최대 치적으로 '핵실험·ICBM 실험 중단'을
꼽아왔는데 북이 노골적으로 이 레드라인까지 건드리며 트럼프 흔들기에 나선 것이다. 트럼프가 이 술수에
넘어갈 가능성이 없지 않다.
한·미가 무엇을 어떻게 하든 김정은은 핵 보유 꿈을 버리지 않는다. 한·미의 모든 안보
전략은 이 명백한 현실의 토대 위에서 세워져야 한다. 북과 협상을 계속하되 유일한 지렛대인 제재를
더욱 강화하는 한편으로 북핵을 무용지물로 만들 실질적인 군사적 대응책도 함께 수립해나가야 한다.
-조선일보(19-10-07)-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북핵 협상 시작, 다른 일로 바쁜 韓 안보팀
미·북 실무 회담이 5일 열린다. 트럼프는
북의 SLBM 발사에 입을 닫았다. '탄핵' 궁지에 몰린 트럼프가 어쩌지 못할 것이란 북한 계산이 맞아떨어진 셈이다. 트럼프가 고철 수준인 영변 핵시설 폐기를 대가로 핵심 제재를 풀어달라는 북한 요구를 사실상 들어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국 한 매체는 "트럼프가 '영변+α'의 대가로 대북
석탄·섬유 수출 제재를 3년간 유예하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지금 북핵 위협은 영변이 아니라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수십 발의 핵무기와 핵물질·시설에
있고 석탄과 섬유는 북의 1·2위 수출품이다. 영변과 제재를 잘못 바꾸면 북은 핵보유국이 된다.
5100만 국민의 안위가 위기인데도 우리 외교·안보 라인은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다. 외교장관은 '투명 인간'이다. 그
장관을 제치고 전면에 나선 청와대 안보실 차장은 고압적이고 독선적 태도 때문에 연일 구설에 오르고 있다. 의전
실수를 한 외교관이 그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니 이것이 정상적인 조직인가. 청와대는 의전 실수에 대한
전면 조사를 한다고 한다. 북이 SLBM을 쏘았는데
한국은 빠지고 미·일 국방장관끼리만 통화했다. 우리 국방장관은 북 SLBM 도발이 "남북 군사 합의 위반은 아니다"고 감싸더니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북한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다 DMZ에서 돼지열병에 걸린 멧돼지 사체가 발견되자 하루 만에
멧돼지 전부 사살과 헬기 방역을 한다고 난리다. '북한 멧돼지 눈치까지 보느냐'는 말이 안 나올 수 없다.
정작 미·북이 만나는 스웨덴에 외교부는 간부급을 한 명도 보내지 않았다. 북이 '한국은 빠지라'고 했다고 기본 책무를 포기하나. 북핵 최대 피해국이 북핵 협상장에서 빠지는 것도 모자라 '귀동냥
외교'마저 포기하려 한다. 관심은 오로지 '김정은 쇼'다.
-조선일보(19-10-05)-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성동격서' 전술 북한의 진짜 노림수
SLBM 쏜 북한, 이번 스톡홀름 회담서 성공 여부에 관심 없어
대사 역임한 北 협상 책임자 여생 편히 살 수 있는데 무리해서 타결안 안 만들 것
이번에 미국과 북한이 지난 2월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후 처음으로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마주 앉으면서 연내 3차 미·북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는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미·북 사이의 미묘한 관계를 들여다보면 돌파구가 열리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미국과 협상 장소·날짜까지 합의해 놓고 불쑥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해 협상 성공 여부에는 관심이 없는 듯한 오만함을 보였다.
미국과 대화를 3차례의 정상 상봉 수준까지 승화시켰던 북한은 이번에 미국과 처음 만나는
듯 실무협상에 앞서 예비 접촉이라는 매우 이례적인 과정을 끼워 넣었다. 외교에서 예비 접촉은 한번 만나본다는
의미인데 협상 장소에 도착해 예비 접촉 단계를 만든 것은 미국 입장이 변했는지 확인해 보고 변화가 없으면 짐을 싸 돌아간다는 북한 특유의 '벼랑 끝 전술'이다. 북한
대표단은 베이징에서 스톡홀름으로 떠나면서 "미국이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온다고 해서 협상장으로
간다"고 했다. '싱가포르 합의'대로 미·북 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 논의를 먼저 한 다음 비핵화 문제를 단계별로 토의해야 한다는
북한의 '단계적 해법'을 미국이 받아들이면 좋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협상 실패 책임을 '새로운 계산법'을 가져오지 못한 미국에 돌리면 된다는 심산이다.
문제는 미국이 '계산법'을 바꾸었는가 하는 것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볼턴 보좌관을 경질하고 리비아식 모델을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지만 북한 비핵화의 최종 그림을
먼저 그리는 것을 협상의 최우선 순위에 놓고 있는 미국의 입장에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현 시점에서
미국의 입장은 북한과 비핵화 협상의 실질적인 진전보다는 트럼프의 정치 일정에 맞춰 내년 대선까지 북한이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을 하지 못하도록 외교 대화의 장에 묶어 두려는 데 있어 보인다. 북한도 미국의 이러한 속내를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북한이 스톡홀름으로
간 것은 북한 나름대로의 속셈이 있을 것이다.
지금 김정은의 동선을 보면 연내 미·북 정상회담에는 별로 의욕이 없어 보인다. 북한
사람치고 미국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이전에 제재를 풀어줄 것이라고 믿는 바보는 없다. 김정은의
최대 관심은 북·중 외교 관계 수립 70주년을 계기로 다시 베이징을 방문해 무상 원조를 받아 북한의
힘든 고비를 넘기는 것이다. 지금 북한의 목줄을 쥐고 있는 것은 중국이다. 북한이 실무협상에 응한 것은 미국과 협상하는 흉내라도 내야 김정은의 베이징 입성을 승인할 수 있다는 중국의
압력을 완화시키려는 목적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 중국
왕이 외교부장은 평양을 방문해 미국과 비핵화 협상에 나서라고 권고했다가 김정은을 만나지 못하고 귀국하는 수모를 당했다. 며칠 전 왕이는 유엔총회에서 미·북 사이의 비핵화 협상 재개를 독촉하면서 협상의 진전을 위해 대북 제재를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은으로서는 미국과 협상해 보라는 시진핑의 요구를 한 번도 들어주지도 않고 미국이 '계산법을 바꾸지 않아 협상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강변하면서
경제 원조를 달라고 할 수는 없다.
필자에게는 지금까지 미국과의 협상에 미온적인 자세를 보이던 북한이 갑자기 협상 장소와 시간까지 먼저 공개하면서 선수를 치고 있는
것은 미국과의 협상 절박감보다는 김정은의 베이징 방문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디딤돌을 빨리 마련하려는 절박감으로 보인다.
이번 협상에서 어떤 타결이 나오기 힘든 것은 협상에 나오는 북한 외교팀의 자세와도 관련된다. 이번
북한 외무성 협상팀은 지난번 하노이 회담 결렬 후 협상 대표였던 김혁철이 경질되고 김계관 외무성 1 부상이
고문으로 내려앉는 과정을 다 목격한 인물들이다. 김정은은 지난
4월 시정연설에서 미국이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나올 때만이 3차 정상회담에 나가며 북한의
입장이 담겨진 문건에만 사인하겠다고 했다. 실무팀이 김정은의 이러한 눈높이에 맞춘 문건을 미국과
만들기는 쉽지 않다. 특히 이번 협상 책임자 김명길은 북한 외무성 1부상
최선희보다 상급자였고 외교관으로서 마지막 자리인 대사까지 한 인물이어서 실책만 범하지 않으면 영예롭게 퇴직해 여생을 편안히 보낼 수 있는 인물이다. 그가 과욕에 사로잡혀 모험이나 융통성을 보이진 않을 것이다. 결국
이번 스톡홀름 협상이 북한 비핵화를 간절히 바라는 우리 대한민국에 득이 되는 결론이 나오지는 않을 것 같다.
-태영호 前 북한 외교관, 조선일보(19-10-05)-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文·트럼프가 北 SLBM 도발 자유 준 것, 북핵도 이렇게 되나
북한이 2일 오전 동해상으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보이는 발사체를 쐈다. SLBM은 북한이 지난 5월 이후 11번에 걸쳐 쐈던 미사일이나 방사포와는 성격이 다른 전략무기다. 미국에 직접 위협이 된다. SLBM을 쏘는 것은 가까스로 다시 시작되려는
미·북 협상을 탈선시킬 수도 있는 위험한 도박이다.
북은 미국과의 담판에 체제의 운명을 걸고 있다. 김정은은 한국 대통령에겐 '겁먹은 개' '삶은 소대가리' 같은
막말을 해가며 모욕을 주면서도 미국 대통령에겐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아름다운' 친서를 보낸다. 그렇게 대미 관리에 각별히 신경을 써온 북이 미국과
협상을 재개한다고 발표한 지 하루도 안 돼서, 또 그 협상을 불과 사흘 앞두고 SLBM을 쐈다. 북의 거듭된 미사일 발사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ICBM만 아니면 된다"고 했는데 ICBM이나 다름없는 '레드라인'을
일부러 건드린 것이다. 치밀한 계산에 따른 계획적인 도발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지난 2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은 고철이나 다름없는 영변 핵시설을 포기하는
대가로 제재를 모두 풀어달라고 요구했다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퇴짜를 맞았다. 이후 김정은은 올 연말까지
미국이 '새로운 계산법'을 내놓지 않으면 문제 해결은 어려울
것이며 매우 위험할 것이라고 협박했고, 트럼프는 "서두를
것 없다"며 맞섰다. 서로 상대방에게 양보를 요구한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 김정은이 시한으로 제시했던 연말이 임박하고 미·북 협상이 재개되려는 시점에서
북이 SLBM을 쏜 것이다.
김정은은 트럼프를 관찰하고서 '허풍쟁이'라는
결론을 내렸을 것이다. 대북 군사행동은 절대 없다는 확신이다. 자신이 이리저리 발사 장소와 발사체를 바꿔가며 도발을 해도 트럼프는 문제 삼지 않았다. 이란이 미국의 드론을 격추시키고 사우디 유전을 드론으로 공격해도 묵인하는 것도 봤다. 트럼프가 부동산 업자일 뿐이란 사실을 읽은 것이다. 또
트럼프가 내년 11월 재선을 앞두고 미·북 협상 외에 이렇다 할 외교적 성과를 내세울 것이 없는 데다가
노벨 평화상을 받고 싶어 안달하는 것도 눈치챘다. 안전보장회의도 피하면서 '평화'만 되뇌는 문재인 대통령은 아예 안중에도 없을 것이다. 김은 칼자루를 자신이 쥐고 있다고 보고 미국을 밀어붙여보는 것이다.
북의 SLBM 발사에 대해 미국은 일단 "현지
동맹국들과 긴밀하게 대응을 협의하고 있다"는 원칙적인 입장만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SLBM까지 "별것 아니다"라고 해버리면 북의 도발 행동반경은
결정적으로 넓어진다. 대북 제재도 약화될 것이다. 미국이
자신에 대한 ICBM급 위협도 눈감아 줬는데 어느 나라가 북의 도발을 문제 삼겠나. 미국이 북의 SLBM을 용인하면 북핵도 똑같은 코스를 밟아갈
것이다. 북핵 폐기의 실낱같은 가능성도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한반도 운명이 어두운 갈림길로 접어들게 될 것 같은 불길한 조짐이다.
-조선일보(19-10-03)-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김일성의 꿈이 이루어지다
김 '韓 뺀 美北 대화' 소원… 핵 보유, 미군 철수 전략
北核 협상장 '한국 결석' 어쩌다 당연한 일
됐나
김일성은 6·25 정전 직후부터 미국과 직접 협상하려고 안달했다. 주한 미군을 철수시키려면 '방해꾼'
한국이 협상 테이블에 없어야 했다. 주한 미군 철수를 공약으로 내건 카터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자 파키스탄 등을 통해 '직접 만나자'는 메시지를 줄기차게
보냈다. 1977년 북으로 넘어가 격추된 미군 헬기를 3일
만에 돌려보내기도 했다. 당시 미국은 '동맹국 한국을 뺀
미·북 대화는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박정희·카터
사이가 아무리 나빴어도 북과 '내통'하지는 않았다. 미·북 간 첫 대면은 1988년
12월일 것이다. 베이징에서 미국 대사관의 정무참사관이 국무부 승인을 받고 북 외교관을
만났다. 이는 미국 정책의 근본적 변화라기보다 1988년 7·7 선언으로 시작된 노태우 정부의 '북방 정책'이 영향을 준 것으로 봐야 한다. 1993년까지 미·북은 30여 차례 접촉했지만 단순한 입장 교환에
그쳤다.
그 시절 김일성은 다급했다. 동구권이 몰락했고 한·소, 한·중 수교가 이뤄졌다. 위기를 벗어나려고 핵과 미국에 매달렸다. 1990년 즉각적인 미군 철수 주장에서 물러나 "점진적으로
철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미군 유해 5구도 먼저 돌려줬다. 미국과 직접 마주 앉는 기회를 만든 건 결국
핵이었다. 1차 북핵 위기가 곪아가자 미국은 1992년 '한국 동의' 아래 국무부 차관과 김용순 노동당 비서를 뉴욕에서 만나게
했다. 그때만 해도 차관 발언 요지를 우리 측에 미리 알려줬고 후속 회담 일정도 맘대로 잡지 않았다.
한국이 빠진 미·북 협상 결과는 1994년 제네바 북핵 합의가 대표적이다. 북핵은 폐기가 아니라 동결이었고 북에 제공할 동결 대가도 우리가 대부분 지불하는 내용이었다. '전쟁 위기론'에 겁먹고 협상권을 섣불리 넘겼다가 뒤통수를
맞은 것이나 다름없다. 김영삼 대통령이 뒤늦게 "북
정권 연장을 도울 뿐"이라고 반대했지만 기차는 떠난 뒤였다.
북 노동신문은 "최대의 외교적 승리"라고
환호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제 나라 이익을 희생하면서 남의 나라 이익을 챙겨주는 법은 없다. 협상
테이블에 끼지 못했다가 국익이 훼손당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한국은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 조약에 2차 대전 승전국으로 참가하지
못해 일제 식민지 배상, 독도 문제 등에서 손해를 봤다. 우리의
중대 국익이 걸린 협상이라면 누가 '빠지라'고 해도 '어림없는 소리'라고 버텨야 정상이다.
그런데 이 정부는 5100만 국민의 안위가 걸린 북핵 협상이 미·북 둘만의 게임으로 흐르는
것을 내버려둔다. 오히려 미·북이 만나기만 하면 평화가 성큼 올 것처럼 선전한다. 평소 '자주'를
강조하면서도 북핵 문제에선 이상하리만치 '중재자' 운운하며
미·북 둘이 만나라고 한다. 덕분에 미·북 정상 회담이라는 북 소원이 이뤄졌다. 과거 한국 정부가 3자, 4자, 6자 회담 등 어떤 형태로든 북핵 테이블에 앉으려 했던 것과 대조된다.
북은 선거를 앞둔 민주주의 국가 지도자의 처지를 누구보다 잘 안다. 1994년
제네바 합의는 미국 중간선거를 보름쯤 앞두고 타결됐다. 작년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도 미 선거 5개월 전이었다. 그 결과 없어진 건 북핵이 아니라 한·미 연합 훈련이었다. 내년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는 '탄핵 조사'라는 정치적 궁지에 몰렸다. 돌파구가 필요한 트럼프와 핵보유국이 목표인
김정은이 만나면 황당하거나 재앙적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지금 한·미 관계가 튼튼한가. 트럼프와 김정은이 믿을 만한 사람인가. 이 둘이 만나 북핵을 담판
짓는 자리에 한국은 빠져도 괜찮다는 건 어느 나라 정부인가.
-안용현 논설위원, 조선일보(19-10-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