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가 친·인척?
文 대통령이 국민 앞에 '선거 공작' '비리 비호' 해명하라
이 정권에도 '언더' 조직이 있는가
독 묻은 칼을 수습할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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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가 친·인척?
재작년 여름 느닷없이 '레밍'이란 동물이 뉴스를
탔다. 충북에 물난리가 났는데 충북도의원들이 유럽 연수를 가 비판을 받았다. 그중 한 도의원이 전화 인터뷰에서 "국민들이 레밍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레밍은 나그네쥐라고도 하는
동물로, 우두머리를 맹목적으로 따라 움직이는 설치류다. 이
사람은 이후 사과를 한다며 "레밍이란 말에 상처받았다면 레밍이 되지 말라"고 해 불에 기름을 부었다. 결국 당에서 제명돼 우두머리를
잃고 무소속이 됐다.
▶인간 세상 문제에 동물이 본의 아니게 등장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다. 과거 한 관료가
사석에서 "민중은 개·돼지로 취급하면 된다"고
했다가 이 말이 보도되는 바람에 곤욕을 치렀다. 그런데 요즘 인터넷에선 '그 말이 맞는 것 아니냐'는 댓글들도 꽤 있다. 조국 전 장관은 과거 "대한민국은 어린이에게 주식·부동산·펀드
투자를 가르치는 '동물의 왕국'"이라고 했으나
자기 집안이 수십억 사모펀드에 투자한 '동물의 왕국'이었음이
드러났다. 또 "용이 되지 않고 개천에서 붕어·개구리·가재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을 만들자"고 했으나 자기 가족은 전부 용이 되려 했음이 밝혀졌다.
▶루이 14세 때 프랑스 재무장관이었던 콜베르는 귀족에게 세금을 부과하면서 "세금은 거위가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깃털을 살짝 뽑는 것"이라고 했다. 같은 말을 2013년 세제 개편 때 청와대 경제수석이 했더니 사람들은 "우리는 거위가 아니다"라며 분노했다.
▶동물 비유를 잘 쓰면 쉽게 이해되기도 한다. 예전 한 검찰총장은 공안부를 '동물원', 특수부를 '사파리'라고 했다. 공안 검사들은 우리 속에 있고, 특수부 검사들은 우리 밖에 있다는 뜻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작년 미·북 정상회담 후 비핵화 작업을 '칠면조 구이'라고
비유했다. 서두르면 망친다는 뜻이었다. 그땐 그럴싸했는데
요즘 돌아가는 걸 보면 칠면조를 잡지도 못한 채 김칫국부터 마신 꼴이다.
▶검찰 조사를 앞두고 극단적 선택을 한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직원이 작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문제 의 울산 지역에 간 것에 대해 청와대가 "고래 고기 사건 때문에 간 것"이라고 연일 주장하고
있다. 선거 공작 피해를 입은 야당 소속 전 울산시장은 "민정비서관실
업무가 대통령 친·인척 관리인데, 고래가 대통령 친·인척이냐"고 했다. 선거 공작의 실체를 아는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 만큼 사안이 엄중한데 고작 고래 고기 때문이라니, 그 말을 누가 믿을까.
-한현우 논설위원, 조선일보(19-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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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대통령이 국민 앞에 '선거 공작' '비리 비호' 해명하라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민생보다
정쟁을 앞세우고 국민보다 당리당략을 우선시하는 잘못된 정치가 정상 정치를 도태시켰다"고
했다. 민주당 등 범여권의 선거제도 강제 변경 추진에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로 대응하는 한국당을 강하게 비난한 것이다.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언급하며 "신남방 정책이
본궤도에 안착했다"고 자찬하기도 했다.
지금 국민이 대통령에게서 듣고 싶은 얘기는 이런 게 아니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과 유재수 전 부산 경제부시장에 대한 권력 비호 때문에 국민의 의혹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내 '백원우 별동대'에서 활동하며 울산시장 선거 첩보를 수집했다는 의혹을 받는 검찰수사관이 바로 하루 전 자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 사람이 잘못한 일이 없으면 왜 극단적 선택을 했겠나. 이
모든 일이 문 대통령과 연결돼 있다.
국민이 문 대통령의 입을 쳐다보고 있는데 문 대통령은 어이없게도 읽은 책을 홍보했다. 그래도 휴일이 끝난 뒤 월요일에는 선거 공작과 권력의 비리 은폐 사건에 대해 한마디라도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많은 사람의 생각이었을 것이다. 이번에도 한마디도 하지 않고 남 탓만 했다. 얼마 전까지 청와대에 근무했던 수사관의 자살에 대해서조차 침묵했다.
선거 공작과 권력의 비리 은폐는 대통령 측근들이 권력을 자의적으로 남용한 것이다. 대통령이
취임 때 국정 과제 1호로 내걸었던 적폐 청산은 바로 전 정권의 이런 행태를 겨냥한 것이다. 두 사건 모두 민정수석과 대통령 측근 실세 비서관을 넘어서는 윗선이 얽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여러 정황이 그 윗선으로 대통령을 지목하고 있다. 선거 공작으로 당선된 민주당 소속 울산시장은
대통령과 30년 친분이 있는 사람이다. 대통령은 그의 당선을 "가장 큰 소원"이라고 했다. 조국 전 민정수석은 일면식 없는 유재수씨에 대해 처음에는 강한 감찰을 주문했다가 갑자기 입장을 바꿨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군가. 유씨는 문 대통령을 '형'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문
대통령이 두 사건에 어느 정도 관여했는지가 사건의 핵심이다. 직접 관여했으면 실정법 위반이다. 실정법을 위반한 대통령에게 어떤 벌이 부여되는지는 국민 모두가 안다.
이 사건들은 청와대 특감반에서 활동했던 김태우씨가 감찰 보고서를 통해 폭로했다는 점에서 전 정권 임기 중반인 2014년에 터진 청와대 공직비서관실 '십상시' 문건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야당 비상대책위원이었던 문 대통령은 "청와대 비서실이 저지른 국기 문란"이라며 "그것만으로도 대통령은 당당할 수 없다"고 했었다. 선거 공작과 권력의 비리 비호는 그보다 훨씬 중대한 사건이다. 문
대통령이 국민 앞에 나와 자초지종을 해명해야 한다.
-조선일보(19-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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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권에도 '언더' 조직이 있는가
운동권은 '언더'가 실세
靑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드러나지 않은 배후 있다면 얼굴 내놓고 권력 행사해야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사건을 보면서 신동엽의 시 '껍데기는 가라'가 떠올랐다.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이 금융위 재직 시절 비리 의혹이 드러나자 당시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은 휴대전화 포렌식을 포함한 강도 높은 감찰을 지시했다. 그러나 '누군가'에 의해
감찰은 중단됐다. 유 전 부시장은 이후 더불어민주당 전문위원, 부산시
부시장으로 영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천경득
총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 등이 감찰 중단을 요구했다고 한다. 그러나 대통령의 총애를 받고 차기
대선 주자로 거론되던 조 전 수석이 자기 밑의 비서관과 옆 사무실 행정관의 말 한마디에 지시를 거둬들였을 것 같지는 않다.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은 조 전 수석이 감찰 도중 '여러 곳'에서 전화를 받았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유 전 부시장은 천 행정관 외에도 김경수 경남지사,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등과 여러
차례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민주당 전문위원으로 활동할 때는 민주당 관계자들에게 "호철이 형 잘 아느냐"며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의
친분도 과시했다고 한다. 질문은 이것이다. 도대체
누가, '천하의 조국'마저
'껍데기'로 만들었나.
1980년대
대학 운동권에는 '언더(under)' 조직이 있었다. 말 그대로 지하에서 활동하며 학생 운동권을 실제로 움직였다. '언더'에서 운동 방향을 정하고 투쟁 방침을 세우면 전대협이나 각 학교 총학생회 등 전위 조직이 이를 수행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김경수 지사도 서울대 운동권에서 '언더'에 속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고려대의 대표적 '언더'였다. '언더'들은 전대협을 만들고 이인영, 우상호, 임종석 등을 전면에 내세웠다.
80년대 '언더'들은 노무현·문재인 정부를 거치며 차례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앞서 언급한 사람들도 대부분 공직을 맡거나 공개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유재수 사건을 보면 이 정권에 아직도 드러나지 않은 '언더'
조직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여권 내부에선 "이 사람은 부산 실세 누구의 사람, 저 자리는 누가 맡아놓은
자리" 등의 말이 나온다. 이런 상황을 빗대 대안신당
박지원 의원은 "북한은 우리 민족끼리, 남한은
우리 식구끼리"라고 했다. 요즘 여권은
같은 식구라도 아랫목과 윗목 차지가 따로 있는 것 같다.
신동엽은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고 했다. 껍데기는 알맹이를 위해 존재한다. 외부의 적으로부터 알맹이를 보호한다. 알맹이의 가치를 돋보이게 하는 역할도 있다. 일본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이 강경화 장관을 '장식품'에 비유했다는 일본 언론
보도가 있었다.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치욕스러운 보도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강 장관뿐 아니라 현 정부 장관 상당수가 지위만 있고 권한은 없는 '껍데기'라는 평가를 받는다. 알맹이들은 어딘가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행사 주체와 방법이 명확히 기술되어 있다. '언더'나 비선 실세는 이를 행사할 권한이 없다. 오히려 법이 규정한 권력은
껍데기들에게 있다. 드러나지 않은 알맹 이들이 권력을 행사하면 그게 권력 사유화고 국정 농단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이미 경험한 일이다.
이 정권에 최순실 같은 '언더 알맹이'가 없기를
바란다. 만약 있다면 당당히 나와서 장관이든 국회의원이든 공직을 맡길 바란다. 청문회를 통과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해서 법이 부여한 권한을 정당하게 행사하라.
그리고 스스로 실력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그게 법치국가다.
-황대진 정치부 차장, 조선일보(19-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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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 묻은 칼을 수습할 자
셰익스피어 '햄릿'
'햄릿'에서 자기 친형인 햄릿의 아버지를 암살하고 왕위를
찬탈한 클로디어스는 햄릿을 해외에 보내서 죽이려다가 실패하자 레어티스와 결투를 하도록 기획한다. 검술이
뛰어난 레어티스의 칼에 독까지 바르고 햄릿에게 내리는 술잔에 독을 푼다. 햄릿은 레어티스의 칼에 가볍게
베이고 두 사람은 칼을 떨어뜨렸다가 상대방의 칼을 집어들고 결투를 계속한다. 햄릿은 레어티스에게 깊은
상처를 가해서 승리하는데 햄릿 술잔의 술을 마신 어머니 거트루드가 독이 몸에 퍼져 쓰러지면서 햄릿에게 그 술에 독이 들었다고 경고하고, 레어티스는 죽어가면서 햄릿도 칼에 바른 독 때문에 곧 죽을 것이라고 한다. 햄릿은
죽기 전에 독 묻은 칼로 클로디어스를 찔러서 응징한다.
작년 울산시장 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의 김기현 후보를 기획 수사로 낙선시켰다는 혐의를 받는 청와대 백원우 민정비서관 휘하의 'A' 수사관이 숨진 채 발견되었다. 경찰은 '자살'로 보고 있으나 많은 국민은
'글쎄?' 하는 표정이다. 그가 자살을 했든, 아니면 요즘 유행하는 표현대로 자살을 '당했'든, 청와대 때문에 죽은 것은 명백하다. 국민은 이미 상당 기간 조국이 '자살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하며 그가 빨리 구속 기소되어서 신변의 안전을 확보하길 바라고 있다. 그렇다면 이 정부는 사람이 근처에만 가도 독 기운에 죽고 시드는 맹독성 칼이 아닌가?
이 정권 출범 직후부터 정권의 맹렬한 칼부림에 별반 지탄을 받지도 않던 전 정권 인사들의 목이 우수수 떨어지는 것을 국민은
겁에 질려 바라보았다. '소주성'이라는 독소 가득한 경제정책은 나라 경제를
무너뜨려 가계를 파탄시키고 청년 일자리를 파괴해서 청년들을 복지에 목매달게 한다. 국가 경제의 엔진인
기업을 억누르고 옥죄어서 가동이 멈출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에게서 세금을 착취해 좌파 100년 집권을 위한 매표에 통 크게 풀어서 국고를 고갈시킨다.
이 정부에서 인사는 무능·무자격자 선발대회로 전락했다. 무능한 '낙하산 인사'들은 그들이 꿰찬 부서를 과거 '운동 경력'에 대한 포상으로 내려진 잔칫상으로 간주하고 마음껏
포식하고 있다. 적과 우방을 혼동한 외교로 나라를 국제적으로 고립시키고, 평화를 증진한다면서 국방을 파괴해서 5000만 국민의 생명을 김정은에게
인질로 제공했다.
청와대가 개입한 선거는 울산만이 아니라는 추측이 힘을 얻고 있다. 청와대는 한 건 한 건
밝혀질 때마다 무고한 생명으로 진실을 가릴 것인가. 이 독 묻은 검을 빨리 주인이 거두도록 해야 할텐데….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조선일보(19-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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