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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사라지는 사람들] [中, 日 이어 우리도 '지역사회 감염', 아직 낙관은 이르다] ["그냥, 당연히 할 일을 한다"는 당신께]

뚝섬 2020. 2. 17. 06:40

중국에서 사라지는 사람들

 

중국 정부는 2015 7 9일 인권 운동가를 300명 넘게 잡아갔다. 3년 반 뒤인 2018년 말 베이징에서 여성 네 명이 삭발 시위를 벌였다. 이른바 '709 검거' 당시 실종돼 생사도 알지 못하던 인권 변호사의 아내들이었다. 중국어로 법이 없다는 '우파(無法)'는 머리카락이 없다는 '우파(無髮)'와 발음이 같다. 아내들이 정부의 무법에 항의하는 뜻으로 삭발을 한 것이다.

▶베이징의 30대 변호사 천추스는 작년 8월 홍콩으로 달려가 시위 영상을 직접 촬영해 인터넷에 올릴 정도로 열정 넘치는 시민 기자다. 이 열혈 젊은이가 최근엔 전염병이 기승을 부리는 우한으로 건너가 소식을 부지런히 동영상으로 전하더니 갑자기 사라졌다. 지인이 천추스 휴대폰으로 전화를 거니 신호가 울리다 뚝 끊겼다. 당국은 가족들한테 "격리됐다"는 통보만 남긴 상태라고 한다


 

▶지금 중국 정부는 우한 폐렴 감염자만 격리하는 게 아니라, 현지 실상을 알리거나 정부를 비판하는 사람들까지 격리시키고 있다. 우한 병원 앞에 있는 승합차에 시신을 담은 포대가 실린 영상을 올렸던 시민 기자 팡빈도 지난 10일 오후 당국에 잡혀간 뒤로 연락이 끊겼다. 시진핑의 '국가주석 연임 제한 폐지'를 신랄하게 비판해온 쉬장룬 칭화대 교수도 며칠째 연락 두절 상태다. 그의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있던 글도 삭제됐고 메신저도 막혀 있다. 시진핑 주석은 우한 폐렴 사태를 "정치·사회적 안정과 직결된 문제"라고 규정지으면서 간부들한테 "온라인 매체를 철저히 통제하고 여론을 이끌어야 한다"고 지시했다.

▶중국은 고속 성장을 거듭해 경제 규모는 세계 2위가 됐지만 인권과 언론 자유는 여전히 세계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프랑스 인권단체 국경 없는 기자회가 내놓은 언론자유지수 순위에서 중국은 180국 중 177(2019). 국제인권감시단체 프리덤하우스가 매긴 중국의 언론자유 수치는 북한과 더불어 최악인 '0' 그룹에 들어 있다. 같은 평가에서 미국은 최고점인 '4', 한국은 '3' 그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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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 인권단체 CHRD에 따르면 이번 우한 폐렴과 관련해 '헛소문 퍼뜨린 죄'로 처벌받거나 경고받은 사람이 중국에서 250명을 넘는다고 한다. 애초 우한 폐렴의 위험성을 알렸던 의사도 '괴담 유포자'로 처벌했다. 중국은 그런 나라다. 이번 사태를 걷잡을 수 없이 키워놓고도 아직 바이러스 차단보다 더 급한 게 정부 비판하는 국민 입을 틀어막는 것인가 보다.


-강경희 논설위원, 조선일보(20-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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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日 이어 우리도 '지역사회 감염', 아직 낙관은 이르다

 

우한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29번 환자는 작년 12월 이후 해외를 여행한 적이 없는 사람이다. 기존 28명 감염자와 국내에서 접촉한 사실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간 걱정해 온 첫 지역사회 감염일 가능성이 우려된다. 언제 어디에서 감염됐는지 방역 당국이 전혀 파악하지 못하는 게 지역사회 감염이다. 감염자와 접촉자를 찾아 격리하는 기존 방역 대책이 통하지 않게 된다.

중국에 이어 일본에서도 지역사회 감염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크루즈선 감염자 355명 외에도 자국 내 확진자가 50명을 넘어섰다. 일본 전역에서 발생한 감염자 중 10명 가까운 사람이 감염 경로가 전혀 파악되지 않고 있다. 80대 사망자도 나왔다. 일본 정부가 방역 대책에 소홀히 한 결과다. 미국, 유럽, 러시아 등 세계 각국이 중국 항공편을 줄이거나 없애고 심지어 국경 폐쇄 조치까지 했지만 일본은 지난 1일에야 후베이성 방문 외국인에 한해 입국 금지 조치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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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보다 더 늑장 대처한 게 우리 정부다. 후베이성 방문 외국인 입국을 금지한 게 일본보다 사흘 늦은 지난 4일이다. 일본이 입국 금지를 저장성으로 확대했지만 우리는 중국 눈치만 보고 있다. 정부는 입국 제한 확대를 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으면서도 총리는 "후베이성 이외 중국 다른 지역까지 입국 제한을 검토하겠다"고 다른 말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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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 환자는 닷새 만에 발생한 신규 확진자다. 새로운 환자가 한동안 발생하지 않으면서 이대로 감염 사태가 가라앉는 것 아니냐는 낙관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대통령은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은 채 많은 사람이 붐비는 시장에서 사람들과 악수하고, 총리도 감염 사태가 곧 종식될 것처럼 말했다. 지금까지 우리 방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성공적이다. 그러나 중국으로 향한 대문이 활짝 열려 있어 언제 사태가 악화할지 알 수 없다. 미국 방역 당국은 우한 폐렴 사태가 언제 끝날지 모르고 세계적으로 해마다 발생하는 토착병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비난받더라도 과잉 대응이 필요하다'고 한다.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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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20-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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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당연히 할 일을 한다"는 당신께

 

교민 보내고 武漢에 남은 외교관, 감염 위험에도 자원한 의료진
이들처럼 '당연히 할 일' 하면 "당신이 검사냐" 질문 받을 일 없다

 

중국 우한(武漢)의 한국총영사관 외교관들은 이번에도 남았다. 지난 12일 새벽 교민과 가족 147명을 전세기 편에 떠나보내고 공항에서 다시 우한 시내로 발길을 돌렸다. 지난달 31, 이달 1일에 이어 세 번째 반복한 일이다.

우한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환자가 4만명에 육박한다. 하루 추가되는 확진 환자가 수천명, 사망자는 수백명 단위이다. 누적 사망자는 1200명을 넘어섰다. 이곳 거주민을 더 불안하게 만드는 건 자칫 감염될 경우 제대로 치료받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의료진도 없는 호텔에 환자를 몰아넣은 뒤 봉쇄하는 야만적인 대응책이 외신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이런 도시에 총영사관의 이광호(51) 부총영사와 주태길·이충희·정다운 영사가 남았다(총영사는 공석). 여전히 우한에 교민들이 남아 있기 때문에 외교관들이 남는 건 마땅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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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의료원과 서울의료원, 명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등 국가 지정 격리병상을 갖춘 병원에선 의료진이 우한 코로나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다. 서울의료원 김연희 간호사도 그들 중 한 명이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도 격리병동 근무를 자원했던 그는 이번에도 격리병동 근무를 자원했다고 한다. 라디오 방송에서 들은 김 간호사의 인터뷰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왜 자원했냐는 질문에 "정확히 꼬집어 말하기는 어려운데, 그냥 당연히 근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서울의료원에선 간호사 27명이 격리병동에서 근무하는데 모두 자원한 사람들이라고 했다. "대단한 분들이다"는 말에 김 간호사는 "그렇게 대단하지 않고, 그냥 근무하는 건데요"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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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관들이 세금으로 월급을 받고 본분이 국가를 위해서 일하는 것이라 할지라도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다. 감염에 두려움을 느끼고, 혹시라도 감염돼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가정에 닥칠 타격을 걱정하는 생계의 전선에 선 생활인이기도 하다. 의료진은 감염 위험이 가장 높은 직군이다. 전문적으로 훈련을 받았고 방호복을 입었다 해도 허점이 생길 수 있다. 사스 때 그랬고, 메르스 때도 그랬다. 중국 우한대학교 중난병원이 우한 코로나에 감염된 환자 138명을 분석했더니 41%가 병원 안에서 감염된 사람들이었다. 17명은 다른 이유로 병원에 입원한 환자였고, 40명은 병원 의료진이었다. 메르스 사태 당시 국내 전체 환자가 186명이었는데, 그중 25명이 의료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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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난(危難) 상황에서 외교관과 의료진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일지라도 우리는 이들을 존중해야 한다. 그동안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말해야 할 것을 말하지 않는 공직자와 직업인들을 우리는 얼마나 숱하게 봐왔는가. "당신이 검사냐?"는 질문은 그래서 중요하다. 검사로서의 최저 기준, 도저히 포기하면 안 되는 마지노선을 지키고 있느냐는 물음이다. 그 선을 넘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거나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한다면 그는 더 이상 '검사'가 아니라는, 존재의 본질을 묻는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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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질문은 검찰총장과 다른 검찰 간부들, 수사팀이 모두 "기소해야 한다"고 한 조국 전 법무장관에 대해 홀로 "무혐의로 하자"는 검찰 간부에게 주어진 것이었다.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에 연루된 청와대 관계자 등 13명에 대한 총장의 기소 지시와 수사팀의 기소 건의를 뭉갠 서울중앙지검장에게도 해당된다. 어느 공직자, 직업인이든 이런 질문에 직면하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쉬운 해법이 있다. 김연희 간호사처럼 "그냥,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을 하면 된다.

 

-조중식 부국장 겸 사회부장, 조선일보(20-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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