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時事-萬物相]

['지역사회 감염 우려'.. ] ['공포 반응'과 '분노 반응' 관리가 관건] [손님 없는 가게 주인의 속] ['세금 퍼붓기 특단' 말고.. ]

뚝섬 2020. 2. 19. 08:03

'지역사회 감염 우려' 연속 3, 심상치 않다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우한 코로나 폐렴 환자가 또 발생했다. 29·30번 환자에 이어 31번까지 연속 세 명이다. 이들 모두 중국을 포함한 해외여행을 한 적이 없고 기존 확진자와 접촉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한다. 29·30번 환자 거주지는 서울, 31번 환자는 대구다. 방역 통제망을 벗어난 감염 사례가 서울·대구만이라고 볼 게 아니다. 전국 곳곳에 퍼졌다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우한 폐렴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면서 "입국자 검역, 접촉자 격리뿐 아니라 지역사회 감염 대비책을 가동해야 하는 시기"라고 했다. "앞으로 유사 환자가 보고될 가능성이 있다"고도 했다.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이다.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는 2009년 신종플루와 비슷한 성격이라고 한다. 전파력은 빠르지만 치명률은 낮다는 것이다. 신종플루 때 국내 70만명 넘는 환자가 발생해 200명 가까이 숨졌다. 우한 폐렴 확진자는 지난 한 달간 31명이다. 신종플루처럼 어느 순간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단계로 넘어가는 일만큼은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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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대응은 아무리 봐도 무슨 도박을 하는 것 같다. 발원지인 중국을 향한 문을 열어놓은 채 방역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운에 맡기는 듯한 모습이다. 대한의사협회는 18 "지역사회 감염을 막기 위한 1차적 방역이 실패했다"면서 "중국 전역에 대한 입국 금지 조치를 해야 한다"고 했다. 지역사회 감염까지 사태가 확산한 것은 결국 중국에서 감염원이 유입되는 걸 막지 않은 책임이 크다는 것이다. 정은경 본부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지역사회에서 공기 전파로 감염됐을 가능성은 작다"면서 "중국에서 들어온 여행객들이 먼저 경증으로 발병했고 그로 인해 2차 전파가 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원인을 알았으면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처방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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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 감염 확산을 막으려면 원인 불명 폐렴 환자까지 조사해야 한다. 박능후 장관도 16 "원인 불명 폐렴 환자는 우한 코로나 여부를 검진하겠다"고 했다. 의무적으로 전수조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바로 다음 날 정은경 본부장은 "의사 판단에 따라 할 것"이라고 했다. 의료 현장에선 누구 말이 맞는지 헛갈려 한다. 감염 진단 키트를 하루 1만개까지 늘릴 것처럼 말하더니 아직도 현장에선 하루 1000개도 안 된다고 한다. 격리 병상 같은 중요한 준비도 제대로 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말이 의료계에서 나온다.

 

-조선일보(20-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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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코로나, '공포 반응' '분노 반응' 관리가 관건

 

실제 리스크 작아도 체감 리스크는 수습 불능 치달을 수 있어
방역 당국 실책과 상황 은폐 있으면 분노 반응이 폭발

 

연이은 세 명(29·30·31)의 경로 불명(不明) 확진자가 나와 국내 우한 코로나 사태가 또 한 번 기로를 맞았다. 방역 당국, 의료 기관, 국민 모두의 철통 대처가 필요하다. 아울러 침착한 대응도 필요하다. 자칫 심리 공황(恐慌) 상태에 휩싸이면 수습하기 힘든 혼란으로 간다. 관건은 '공포 반응' '분노 반응'의 관리에 있다.

2009
년 쓴 리스크 커뮤니케이션 관련 책에서 두 개의 공식(公式)을 제시해봤다. '실제 리스크=유해성 강도×위험발현 확률' '체감 리스크=유해성 강도×증폭 계수'라는 것이다. 적어도 현재까지는 한국의 코로나 바이러스 리스크는 그 자체론 대수롭지 않다. 12일 퇴원한 3번 확진자는 "센 독감 정도다. 2년 전 겪은 일반 폐렴의 10분의 1도 안 되는 고통이었다"라고 했다. 다른 환자들도 속속 완쾌되고 있다. 18일까지 감염자는 국민 5000만명 중 31(0.00006%)이다. 현재로선 실제 리스크는 '센 독감×0.00006%'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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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감 리스크는 실제 리스크와 완전히 다를 수 있다. 노르웨이 심리학자가 2009 8월 도요타 렉서스를 몰고 미국 샌디에이고 고속도로를 달리던 일가족 네 명이 숨진 사고를 분석했다. 가속 페달이 바닥 매트에 끼여 차가 통제 불능이 됐다. 도요타 차종에서 7년간 21명이 유사 사고로 목숨을 잃은 것이 확인됐다. 도요타는 무려 900만대를 리콜했고, 사장이 미 의회 청문회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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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
만대에서 7년간 21명이 죽었다면 '연간 300만대 중 한 명'의 사망 확률이다. 심리학자는 비행기 사고사 확률이 연 35만분의 1, 계단 실족사 15만분의 1, 음식 먹다 질식사 10만분의 1, 미국의 교통사고 사망 확률 6500분의 1이라는 걸 상기시켰다. 도요타 사고 확률은 무시해도 괜찮을 수준이었는데도 패닉으로 빠져들었다. 2008년 한국 광우병 사태도 마찬가지다. 필자가 미국 수입 쇠고기를 먹을 때 인간광우병에 걸릴 확률을 평가해봤는데 높게 잡아도 '1000년에 한 명' 확률이었다. 그런데도 끔찍한 사회 혼란을 야기했다. 노르웨이 심리학자는 이에 "이미지와 느낌이 중요할 뿐 숫자와 확률은 의미 없다"고 했다. 사람들의 리스크 인식은 '확률맹(probability blind)'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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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감 리스크를 키우는 또 하나 작용은 '증폭(增幅) 계수'이다. 증폭 계수엔 '공포 반응' '분노 반응'의 두 가지가 있다. 앞서 렉서스 사고 경우 운전자가 마지막 순간 911과 했던 통화("큰일났어요. 브레이크가 안 들어요. 멈춰, 멈춰, 제발, 잠깐만요, ! 기도해주세요") 녹음이 TV에 생생하게 보도됐다. 도요타 차주들은 자기 차가 갑자기 미쳐 자신을 죽일 수도 있다고 겁을 먹었고, 이것이 공포 반응을 촉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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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 반응으론 2015년 메르스의 예를 들 수 있다. 첫 환자가 병원 안팎을 누비고 다녔는데도 방역 당국은 격리 대상을 그의 입원 병실로 국한시켰고, 어느 대형 병원을 보호하느라 그곳 차단을 늦추다가 감염 확산을 방치했다. 방역 당국의 터무니없는 실책과 유착 은폐 의혹은 분노 반응을 일으킨다. '확률맹' '공포 반응' '분노 반응'의 세 가지가 각각 승수(乘數·더하기가 아니라 곱하기)로 작용할 경우 체감 리스크는 실제 리스크의 수백, 수천 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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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코로나는 렉서스, 광우병과는 또 다른 측면이 있다. 바이러스는 자기 증식이 가능하다. 지금은 31명이지만 방역이 허술하면 수천 명, 수만 명으로 확산될 수 있다. '닫힌 확률'이 아니라 '열린 확률'이다. 또 우한 코로나는 내 의지만 갖고는 피하기 힘들다. 렉서스 사고는 자동차를 바꿔서, 광우병 공포는 미국 쇠고기를 안 먹어 대처할 수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어디서 어떻게 노출될지 알 수가 없다. 방사선이 무서운 것도 아무 느낌·고통이 없어도 방사선이 이미 몸을 뚫고 지나간 것일 수 있다는 사실에 있다. 눈에 안 보이고 원인·경로를 모르는 미지성(未知性)은 체감 리스크를 더 증폭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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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반응과 분노 반응을 관리하지 못하면 사회 이성(理性)이 마비된다. 방역 당국이 우한 코로나의 감염 경로, 증세, 대처법을 상세하고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면 공포 반응을 어느 정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다. 2008년 멜라민 파동 때 보건 당국이 '멜라민이 가장 많이 검출됐던 과자를 몸무게 20(6) 아이 기준으로 하루 17개씩 평생 먹어야 건강 이상이 생긴다'고 쉽게 이해시켜 주부들의 동요(動搖)를 막았다. 정부가 핵심 정보를 숨기다 들통난다든지 말도 안 되는 실책을 범해 분노 반응이 폭발하면 리스크 관리는 불가능해진다.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고 절대 정치적으로 활용하려 들어선 안 된다.

 

-한삼희 선임논설위원, 조선일보(20-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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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없는 가게 주인의 속

 

벌써 오래전 일이다. 아버지 사업이 어려워진 후 어머니가 식당을 열었다. 권리금과 월세에 맞추다 보니 구청 주변이긴 했지만 거리도 좀 멀고 위치도 외졌다. 한번 먹어본 사람들은 맛있다며 찾아주어서 점심때는 그럭저럭 테이블이 채워졌지만 퇴근 시간 후에는 손님이 드물었다. 번화가도 아니어서 오다가다 들르는 사람은 더더욱 없었다. 평생 전업주부로만 살다 가족의 생계를 떠맡은 장사가 쉬울 리 없었다. 그렇게 몇 달, 손님 없는 가게를 지켜내던 어머니는 속이 새카맣게 타서 응급실에 실려 갈 지경이 되었다. 가게는 문을 닫았고 빚은 더 늘었고 어머니는 건강을 회복하는 데 오래 걸렸다.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존 골즈워디가 1912년에 발표한 단편소설 '최고의 품질'에는 성실하게 구두를 짓는 게슬러 형제가 나온다. 그들은 심혈을 기울여 아름답고 튼튼한 수제화를 만들었지만 기성화에 익숙해진 고객들은 주문하고 오래 기다려야 하는 형제의 구두를 더 이상 찾지 않는다. 세상이 숭고한 예술혼을 알아주지 않았든 그들이 시대 흐름을 못 따라갔든 결과적으로 가게에 손님이 없게 되자 동생은 마음을 앓다 병들어 죽고 형도 곧 세상을 떠난다. 사망 원인은 아사.

"
식당에 손님이 적어서 편하겠다"는 어느 공직자의 말을 마음 넓은 주인은 농담으로 받아들였을지 모르지만 나조차 오래전 그 시절이 떠올라 가슴이 따끔거렸다. 주인이든 그 가족이든 종업원이든, 손님 없는 가게에서 출입구만 뚫어지게 지켜본 적 있는 사람은 안다. 손님이 없다는 건 죽을 만큼 속이 바짝바짝 타 들어가는 일이라는 걸. 손님이 적다는 건 결코 편하고 좋은 게 아니다. 몰라도 정말 너무 모른다.

 

-김규나 소설가, 조선일보(20-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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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퍼붓기 특단' 말고 '정책 바꾸는 특단'을 하라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신종 코로나 사태와 관련해 "비상 경제 시국"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생각보다 매우 심각하다" "전례를 따지지 말고 특단 대책을 모두 내라"는 등의 지시를 쏟아냈다. '비상' '특단' '파격' 등의 표현을 써가며 "예상을 뛰어넘는 정책적 상상력"을 주문하기도 했다. '특단 대책'이라고 했지만 결국은 세금을 더 과감하게 풀라는 뜻일 것이다. 연초까지 "경제가 회복 기미"라며 낙관론을 펼치던 문 대통령이 갑자기 '위기론'으로 급변해 총선 전 재정 지출 확대를 주문하고 나선 것이다.

문 대통령 말대로 한국 경제가 '비상'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지난해 정부의 세금 퍼붓기 총력전으로 겨우 2.0%에 턱걸이했던 경제성장률이 올해는 코로나 사태까지 겹쳐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1%대로 추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경제가 활력과 성장 동력을 잃고 침체 국면을 향한 것은 신종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다. "경제가 견실하다"고 자화자찬만 거듭하던 대통령이 감염병 사태가 터지자 돌연 입장을 바꿔 "경제 비상"이라고 한다. 경제 실정(失政) 책임을 돌릴 핑곗거리를 찾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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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지시를 신호탄으로 본격적인 세금 풀기 대책이 쏟아질 것이다. 예비비 투입을 비롯해 각종 금융·세제 지원책이 추진되기 시작했고, '총선전 추경'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절벽에 부닥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위한 긴급 지원은 꼭 필요하지만 '진통제'를 놓는 임시 대책만으로는 '비상시국'을 극복할 수 없다. 친시장·친기업의 경제 활성화 정책이라는 가장 확실하고 근본적인 처방은 놓아두고 문 대통령은 엉뚱하게 "정책적 상상력"을 주문하고 있다. 그동안의 억지 황당 정책이 빚은 비정상적 경제 환경부터 '특단 대책'을 통해 바꿔야 경제도 숨통을 틔울 수 있을 것이다.

 

-조선일보(20-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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