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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 '코로나 이재민' 신세, 대통령은 '방역 모범' 자랑] [서울 콜센터 100명 집단감염, 정치 열중 서울시 정말 준비돼 있나] ...

뚝섬 2020. 3. 12. 06:31

[국민은 '코로나 이재민' 신세, 대통령은 '방역 모범' 자랑]

[서울 콜센터 100명 집단감염, 정치 열중 서울시 정말 준비돼 있나]

[줄 한번 못 서보고 일주일을 공쳤다]

[정부 도움 포기하고 마스크 생산 나선 한 반도체 기업]

[외교인가, 유치원생 싸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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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 '코로나 이재민' 신세, 대통령은 '방역 모범' 자랑

 

코로나 확산은 신천지 탓이고 '검사 역량 넘버원' 功치사 바빠
7000
명 확진에 마스크 대란까지… 피난 생활 탈진한 국민만 불쌍

감염원 차단으로 확진자 47 '진짜 모범' 대만은 안 보이나

 

지난 2월 말 이후 코로나 대규모 확진으로 국민은 힘들고 겁나고 화나고 지쳐 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사람들은 코로나 대규모 확진을 업적으로 내세운다. 코로나 검사를 대량으로 신속하게 진행하는 시스템 구축 덕분이라는 것이다.

민주당 최고위원이 "코로나 확진 급증은 국가 체계가 정상 작동했다는 의미"라고 했을 때 튀기 좋아하는 그 동네 사람들의 일탈 발언으로 여겼다. 그게 아니었다. 청와대, 여당, 지지자 사이에서 비슷한 이야기들이 메아리쳤다. 며칠 전 복지부 차관은 대한민국 방역 역량이 '지구상 최고'라고 하더니 복지부 장관은 "우리 코로나 대응이 세계 표준이 될 것"이라고 했고, 대통령은 "한국은 코로나 방역의 모범 사례로 평가될 것"이라고 화룡점정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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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일 오후 현재까지 국민 7755명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고, 사망자는 61명으로 메르스 때 39명을 훨씬 넘어섰다. 본인과 가족을 덮쳐 왔을 고통과 슬픔을 헤아리기 힘들다. 그들과 접촉했던 20만명 이상이 코로나 검사를 받고 결과를 기다리며 불안과 불편, 스트레스를 겪었다.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이들을 맞이하고 보살피는 의료진들은 탈진 상태에서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다. 전 세계 절반이 넘는 국가가 확진자가 쏟아진 대한민국 국민에게 문을 걸어 잠갔다. 아프리카 섬나라로 신혼여행을 간 부부들은 첫날밤에 창고 같은 시설에 격리됐고, 중국에선 한국 교민이 현관을 각목으로 막고 못질한 집 안에 갇히는 수모를 당했다. 코로나 한파로 자영업자, 중소기업들은 생존의 경계선에서 신음하고 있다. 국민들은 마스크를 구하려고 추위 속에 몇 시간씩 줄을 서는가 하면, 신분증과 주민등록등본을 들고 약국을 찾아 헤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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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가까이 코로나 전쟁을 치르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들은 이재민 신세다. 그런데 집권 세력은 나라 방역을 '지구상 최고' '세계 표준' '모범 사례'라고 자랑한다. "도대체 저 사람들이 제정신인가." 울화가 치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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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防疫)은 감염원 유입을 막아서 내국인을 보호하는 게 본질이다. 그 조치를 교과서대로 실천한 진짜 모범은 대만이다. 우한이 속한 후베이발 입국 금지는 한국이 2 4일이었는데 대만은 1 22일로 열흘 이상 빨랐고, 2 7일엔 중국 전역과 홍콩, 마카오로부터의 입국까지 모두 막았다. 그 차이가 가져온 결과는 확연하다. 11일 오후 현재 대만 확진자 수(47)는 한국 사망자 수(61)보다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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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1 28 "중국에 마스크 200만장을 보내겠다"고 했는데 대만은 그보다 나흘 전 마스크 수출 금지 조치를 취했다. 대만 성인은 일주일에 마스크 3, 어린이는 5개씩을 어렵지 않게 구한다. 대만이 방역 역량 취약으로 투박한 조치를 한 것인가, 아니면 전체 투자 중 43%를 의존하는 대중(對中) 비율이 미미해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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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정부 사람들은 확진자 급증은 신천지 탓이고, 급증 확진자를 신속 진단한 것은 정부 덕이라고 한다. 참 편리한 정신세계다. 신천지의 독특한 집회 방식이 코로나 확산에 불을 지른 건 맞는다. 그렇다면 문제가 된 2 16일 대구 신천지 집회 나흘 전 복지부 차관이 "집단 행사를 평소처럼 진행하라"고 권한 책임은 어떻게 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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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코로나 확진 시스템이 뛰어난 것은 평가할 만하다. 그래서 우리 확진자 수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풀려진 측면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뛰어난 진단 능력은 그나마 '다행'이라는 부수적 고려 사항일 뿐이다. 그것이 확진자 대량 발생이라는 본질적 '불행'을 가릴 수는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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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 한국 방역을 칭찬한다는 것도 문 정부 단골 메뉴다. "한국의 대량 검사 덕분에 코로나 치사율을 제대로 파악했다"는 외신,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 자료를 요구한다"는 여당 대표의 자랑이 그런 부류다. 코로나 발원지 중국 통계는 믿을 수 없는데 한국에서 확진자 통계가 쏟아지니 좋은 참고가 된 것이다. 빙상 경기에서 한국이 거센 맞바람을 견디며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해주니 뒤따르는 국가들이 그 덕을 보며 "생큐" 립서비스를 한 것이다. 7000여 국내 확진자가 국제사회를 위해 코로나 모르모트 역할을 떠맡은 것이 그렇게 뿌듯한가
.

지난 7일 중국 관영 매체들은 "시진핑 주석의 전략적인 코로나 방역을 외신이 찬양하고 있다"고 전했다. 8만명이 확진, 3000명이 사망한 중국 코로나 전쟁 결과가 시진핑의 영도력을 입증했다는 거다. 문 대통령의 '방역 모범' 발언은 그 이틀 후에 나왔다. 시·문(習·文) 공동체란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김창균 논설주간, 조선일보(20-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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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콜센터 100명 집단감염, 정치 열중 서울시 정말 준비돼 있나

 

서울 구로구 콜센터에서 일어난 집단감염자가 11일 오후 100명 가까이로 늘었다. 콜센터의 근무 환경으로 볼 때 확진자가 얼마나 나올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구는 이제 큰불은 잡혀가고 있다. 반면 전국 곳곳에서 크고 작은 집단감염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잔불을 방치하면 결국 큰불이 된다. 서울은 대구보다 인구가 4, 경기도는 5.5, 인천은 1.2배다. 인구 2600만이 모인 곳에서 집단감염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폭발적 증폭'으로 치달을 수 있다.

확진 판정을 받은 콜센터 직원들은 대부분 서울과 인천, 경기도에서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했다고 한다. 콜센터 인근 2개 지하철역은 하루 이용객이 10만명을 넘는다. 적어도 열흘 넘게 서울·인천·경기도를 오가는 지하철·버스에서 2차 감염이 일어났을 수 있다. 콜센터만이 아니다. 중국에 문이 열려 있었던 상황에서 지금 현재 전국 어디서 무슨 상황이 물밑에서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대구는 사태 초기부터 병상·의료장비·의료진 부족에 시달렸다. 병실이 없어 환자들이 사망하는 경우가 속출했고 지금도 1000명 넘는 경증 환자가 집에 있다. 서울 등 수도권은 병원이 많이 있지만 이미 입원실은 꽉 차 있는 경우가 많다. 갑자기 확진자들이 쏟아질 경우 대책은 있나. 경증 환자들을 수용할 생활 격리 시설은 어떻게 준비되고 있나. '설마'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요즘 서울시는 실질 방역보다 '코로나 정치'에 더 열중하는 듯한 모습이다. 그 열의를 방역 현장에 쏟아부어야 한다. 일단 검진 규모부터 대폭 늘려야 한다. 서울시와 경기도, 인천에 있는 206곳 선별진료소를 총동원해 사소한 증상이라도 있는 사람들을 최대한 빨리 찾아내는 게 급선무다.

 

-조선일보(20-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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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 한번 못 서보고 일주일을 공쳤다

 

길게 선 줄 맨 뒤에서 맨 앞 보니… 설악산 먼 꼭대기 보듯 까마득
어쩌다 전 국민이 5개 조로 길바닥 방황… 오늘 못 사면 다음 주에나

쓰레기통에 새 제품이? 가서 보니 포장지, 뭐 눈엔 뭐만 보인다더니

 

남대문시장에 갔다가 약국 앞에 선 줄을 봤다. 대략 쉰 명은 넘어 보였다. 1인당 1분씩 잡아도 50, 2분씩이면 1시간 40분 걸려 그 잘난 마스크 두 장 살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그마저 내 차례까지 온다는 보장도 없었다. 나는 사흘째 쓰고 있는 마스크 속으로 낮게 육두문자를 읊조렸다.

줄 선 이들은 모두 나처럼 혼자였다. 아무도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하지 않고 다들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누군가와 함께 마스크를 사러 가려면 나와 동갑이거나 5의 배수로 나이 차가 나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 어디서 왔는지, 왜 남대문까지 왔는지 알 수 없는, 그러나 몇 년생인지 서로 짐작할 수 있는 사람들이 긴 행렬을 이루고 있었다. 나는 그들을 힐끔거리며 저 사람은 나보다 다섯 살 많겠네, 저치는 동갑일 것 같은데 내가 저렇게 늙었나 하는 시시한 생각을 했다. 줄 끝에서 다시 줄 맨 앞을 쳐다봤다. 설악산 소청에서 바라보는 대청처럼 까마득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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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일종의 동선까지 그려가며 마스크를 사러 나선 길이었다. 광화문 네거리 약국 두 곳, 서소문 초입 한 곳, 북창동 먹자골목 한 곳, 남대문시장의 세 곳까지 가보자는 심산이었다. 그러고는 남대문시장에서 칼국수로 혼자 점심을 해결할 생각이었다. 그만큼 마스크가 절실했다기보다 이날 못 사면 다른 1000만명과 함께 일주일을 공칠 수밖에 없다는 조바심이 더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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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들은 모두 출입문에 안내문을 써붙여 놓고 있었다. '공적 마스크 소진' '마스크 언제 들어올지 모릅니다' 같은 글귀였다. 단호하고 명확한 문구였다. "마스크 있어요?" "언제 들어와요?"가 이 호흡기 질병 대란의 양대 질문인 것이다. 어느 약국은 '공적 마스크 취급 안 합니다'라고 써붙였다. 좀 매몰차게 느껴졌지만 그 심정도 이해할 만했다. 생색은 정부가 다 내고 돈은 공급책이 쓸어간다는데 약사들이 하루 돈 몇 만원 벌자고 매일 생년을 바꿔가며 들이닥치는 사람들을 상대하고 싶겠는가.


일러스트=이철원

 

한 약국은 '오후 6시부터 판매합니다. 퇴근하고 편하게 오세요'라고 써붙였다. 그 상냥한 문구는 내게 아무런 위안도 주지 못했다. 퇴근 시각 전에 몰래 빠져나오면서 상사와 불편해진 사람들만이 마스크를 건질 수 있을 것이었다. 한 곳에 '소형 마스크는 있습니다'라고 씌어 있었다. ''이라는 조사에 성인용 마스크가 없어 팔 수 없는 미안함이 묻어있었다. 나는 문을 열고 소형 마스크는 얼마만 한지 물었다. 약사는 "열 살 이하 아이들용으로 나온 건데 얼굴 작은 사람은 쓸 수 있다"고 했다. 약국 유리문에 비친 나의 얼굴은 유난히 넙데데했다.

예정된 동선의 마지막 약국 출입문엔 아무런 글귀도 붙어있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문을 여니 약국 카운터 앞에 앉아있던 약사가 일어서며 나를 쳐다봤다. 그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천천히 가로저었다. 나는 가볍게 목례하고 문을 닫았다. 이것이 염화시중(拈華示衆)인가. 묻지도 않았고 대답할 필요도 없었다. 나는 칼국숫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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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전염병에 걸리게 될까. 아니기를 바라지만 그럴 수도 있다. 지난 50일간 감염자 수는 전체 인구의 0.02%에 미치지 않는다. 어쩌면 지금 우리는 내가 병에 걸려 잘못될 가능성보다 걸린 뒤 가족과 주변에 폐를 끼치는 것을 더 두려워하는지도 모른다. 아직 나에게 마스크는 나를 보호하는 도구이기에 앞서 남에게 염려를 끼치지 않으려고 쓰는 물건이다. 그간 쓰던 마스크는 정상 기능 작동 여부는 알지도 못한 채 너무 더러워지면 버려야 했다. 그래서 아직은 하나로 일주일을 견디고 있다. 그러나 2020년 대한민국에서 사람들이 마스크 사려고 줄 서있는 풍경을 보는 심사는 아주 복잡하다. 우리는 어쩌다가 전 국민이 5개 조로 나뉘어 길바닥에서 생필품을 사게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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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 끝에 서보지도 못한 채 일주일을 공치게 됐으므로 꼼짝없이 다음 주까지 기다려야 한다. 다음 주엔 고층 건물 2층 이상과 후미진 골목에 있는 약국들을 미리 찾아뒀다가 돌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그런 궁리를 해야만 마스크를 살 수 있다는 사실에 다시 기분이 나빠졌다. 회사로 오는 길 어느 상점 앞 쓰레기봉투에 새 마스크가 들어있었다. 가까이 가서 보니 누군가 뜯고 버린 마스크 포장지였다. 말 그대로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더니였다.

 

-한현우 논설위원, 조선일보(20-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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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도움 포기하고 마스크 생산 나선 한 반도체 기업

 

마스크 5부제에도 불구하고 '마스크 대란'이 여전하다. 이 약국, 저 약국을 기웃거리다 겨우 한 곳에 줄을 서면 매진이라고 한다. 산업 현장에선 근로자에게 꼭 필요한 마스크가 부족해 아우성이다. 유통 업체, 호텔, 음식점 등 고객을 대면(對面) 접촉해 매일 마스크를 갈아 써야 하는 업종조차 마스크를 구하지 못하는 지경이다. "마스크 공급에 문제없다"며 장담하던 정부는 "건강한 사람은 안 써도 된다" '사용 자제' 정책으로 돌변했다. 경제부총리는 "(마스크 수출 금지가) 더 일찍 됐으면 좋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고 뒤늦은 후회를 했다. '무능'이란 말도 아깝다.

국민이 가장 궁금하고 속이 터지는 것은 세계적 산업 대국인 대한민국이 마스크 문제 하나 해결하지 못하느냐는 것이다. 국내 마스크 업체들은 그동안 중국산 마스크 생산 설비를 주로 사용해왔다. 중국 정부가 수출 금지령을 내리는 통에 생산 라인을 긴급 증설하기도 어렵게 됐다. 핵심 부자재인 필터도 모자란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문제들은 정말 정부 말처럼 도저히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인가.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 기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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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톱텍'이라는 반도체 장비 업체가 3월 초 마스크 제조 장비 50대 제작에 착수했다. 오는 4월 초순 완성을 앞두고 있다. 필터도 자체 생산 가능한 회사다. 생산 라인이 갖춰지면 이 회사 한 곳에서만 하루 300만장 증산이 가능해진다. 그런데 여기에 정부는 한 푼도 지원하지 않았다. 민간 업체를 지원할 수 없다며 정부가 난색을 표하는 바람에 이 회사는 상당한 위험 부담을 안고 자체 투자에 나섰다. 마스크 생산 설비는 기술적으로 크게 어렵지는 않지만 증설했다가 나중에 마스크 수요가 사라지면 헛돈 쓰게 된다는 점을 기업들은 걱정하고 있다. 민간이 감당하기 힘든 이런 위험 부담을 방역 안보 차원에서 책임져줘야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코로나 추경예산 11조원 중 몇 백억원만 써도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생산 설비 증설엔 한 푼도 쓰지 않겠다고 한다. 표 얻는 포퓰리즘엔 몇 조원도 쉽게 지출하는 정부가 갑자기 인색한 이유가 도대체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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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런 기업이 개별 차원으로 나서기 전에 마스크 제조가 가능한 기업들을 신속하게 조사하고 이들에게 예산을 지원해서 마스크 설비 증설에 나섰어야 했다. 2월 초에만 시작했어도 이미 마스크 대란은 사라졌을 것이다. 그런데 스스로 생산 설비를 만들어 마스크 증산에 나서겠다는 기업에 지원하는 것조차 꺼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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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정부는 지난 한 달 새 국가 예산으로 마스크 생산 설비 60대를 발주해 제작한 뒤 몽땅 민간 업체에 기증했다. 그것도 모자라 예산을 추가 투입해 30대를 더 증설할 계획이다. 그 결과 하루 390만개 정도였던 마스크 생산이 한 달 만에 820만개로 2.1배 늘었다. 조만간 1300만개까지 늘어나 대만 전 국민 2400만명에게 이틀에 한 개꼴로 마스크가 돌아갈 정도로 사정이 좋아진다. 대만 정부는 민간 업체에서 생산한 마스크를 몽땅 사들인 뒤 국민에겐 장당 200원에 공급한다. 반면 우리는 유통 마진까지 붙은 마스크를 1500원에 사야 하고, 그나마 구하지 못해 난리. 대만의 6배나 되는 그 엄청난 국가 예산은 어디로 가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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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타임을 허비한 한국 정부는 11조원 넘는 코로나 추경에서도 마스크 관련 예산은 없고, 예비비만 70억원 배정했다. 그래 놓고 "민간 업체들이 생산 라인을 75기 주문했다"며 숟가락 얹기만 한다. 우리가 대만처럼 못 하는 건 기술이나 돈이 없어서가 아니다. 무능하면서 매일 자랑할 것은 많은 정부 때문이다.

 

-조선일보(20-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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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인가, 유치원생 싸움인가

 

앞 정부 시절 일본 정치인이 워싱턴에서 "한국이 '고자질 외교'를 한다"고 비난한 적이 있다. 우리 정부가 한·미 정상회담 때 "일본 지도자가 올바른 역사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촉구하자 일본이 그걸 '고자질'이라고 한 것이다. 반대로 미국 관료나 싱크탱크 인사가 일본 편을 들 때 우리 당국자는 "일본이 '돈질 외교'를 한다"고 했다. 일본이 공공 외교에 큰돈을 쓰는 걸 두고 한 말이다.

 

▶가위바위보도 지면 큰일 난다는 게 한·일 관계다. 외교 무대는 더하다. 어느 미국 관리는 "한·일 외교관들은 평소에는 점잖은데 경쟁할 일만 생기면 전투적이 된다"고 했다. 미 대통령이 한쪽만 방문한다든지, 정상 행사에서 의전의 격이 상대보다 낮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돌려놔야 한다. 한 외교관은 "일본에 밀렸다는 여론이 일면 또 얼마나 시달릴까 눈앞이 캄캄해진다"고 했다.


 

▶이런 싸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요즘은 좀 심하다.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일본은 불투명하고 소극적 방역으로 일관하다 뒤늦게 한국·중국인 입국을 제한했다. 한국은 비슷한 조치를 취한 100여 국가에는 별소리 안 하다 일본에만 펄쩍 뛰며 바로 맞불을 놨다. 일본은 "한국에 사전 통보했다"는데, 청와대는 바로 "그런 일 없었다"고 맞받았다. 복잡한 외교 합의도 아니고 단순 사실을 놓고도 180도 다른 말이 나온다.

 

▶이런 진실 게임이 몇 번째인지 모른다. 작년 말 지소미아 합의 후 청와대는 "일본이 사실과 다르게 발표한 것에 대해 사과를 받았다"고 했는데, 일본은 "사과한 사실 없다"고 반박했다. 한국 구축함이 일본 초계기에 공격용 레이더를 겨냥했는지 여부를 놓고 양국은 서로 "거짓말 말라"며 얼굴을 붉혔다. 무역 마찰 회담 후에는 "수출 규제 철회를 요구했다"()"그런 말 없었다"()"일본에 왜 갔겠냐"() "회의록에도 '철회' 단어는 없다"()는 공방이 오갔다. 이 정도면 외교가 아니라 거의 유치원 아이들 다툼이다.

 

▶아베 총리는 한국을 국내 정치에 이용하는 사람이다. 이렇게 노골적인 일본 정치인은 처음이다. 미국만 붙잡으면 된다는 생각이다. 한국에서 일본을 국내 정치에 이용한 역사는 오래됐다. 문재인 청와대는 '일본 비난'이라면 외교부에 맡겨도 될 일을 굳이 직접 마이크를 잡는다. 한·일이 상대를 때리면 국내 지지율은 오른다. 그러니 별일 아닌 사안까지 목청을 높인다. 이런 한·일 정권의 '적대적 공생'이 계속되는 한 양국 간 유치하고 소모적인 싸움은 끝이 없을 것 같다.

 

-임민혁 논설위원, 조선일보(20-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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