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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엔 축복, 진보엔 毒일 수 있다] [기둥 무너진 집에서 가재도구 놓고 다투는 통합당]

뚝섬 2020. 4. 21. 07:39

보수엔 축복, 진보엔 毒일 수 있다

 

대패한 보수 혁신 불가피… 외연 확대하고 새 방향 찾아야
진보, 승리 도취 급진화는 위험… 日 아베 정권 반면교사 삼아라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하고 미래통합당은 대패했다. 그러나 이번 결과는 보수 세력에 오히려 축복일지 모른다. 당내 갈등의 핵심이었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최종 결론이 내려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패배를 계기로 보수 세력은 자신의 방향성을 자성하고, 새로운 진용을 내놓아야 한다. 혁신의 길은 불가피하다. 나아갈 방향은 외연 확대다.

패배에 주눅 들 것이 아니라 날개를 펴고 새로운 인물과 정책에 적극 손을 뻗쳐야 한다. 변화를 두려워하면 돌아올 것은 일본 야권이 현재 겪고 있는 장기적 지리멸렬뿐이다. 2012년 자민당에 정권을 내준 후 일본 야권은 다 모아 봐야 불과 15% 내외의 지지율을 오르내리고 있다. 집권 가능 세력으로서 국민의 관심을 얻지 못하고 있다. 2009년부터 3년간 집권했던 일본 민주당의 실패에 일본인들의 실망이 그만큼 깊은 것이다. 미래통합당이 새로운 인물과 정책 찾기를 게을리한다면 일본 민주당의 전철을 밟게 될지 모른다. 영남에서의 선전에 안도해선 안 된다
.

진보 세력에 이번 결과는 새로운 도전이다. 사실 집권 세력에 앞으로 상황은 녹록지 않다. 대통령 임기가 반환점을 돌았지만 대북 정책과 경제정책에서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 지금까지는 의석수 부족 때문이라 변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실은 새로운 어젠다를 발굴하고 설득을 통해 실현할 의지와 기술이 부족했던 것은 아닐까
?

선거는 후보에 대한 가부만을 묻지만 정책은 더 복잡하다. 정치는 숫자라지만 정책은 숫자가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개별 정책을 위한 승리 연합을 만드는 것은 의석이 늘어나면 더 어려울 수 있다. 2004년 열린우리당은 탄핵 폭풍 속에 과반수를 확보했지만 입법 성과는 미미했다. 선거 대승으로 숫자만 믿고 정책을 소홀히 하면 위험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일본 집권 세력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현재 일본 자민·공명 집권 연합은 중·참의원에서 개헌선 근처를 이미 확보하고 있다. 지난 8년간 각종 선거에서 아베 총리는 모두 승리했다. 하지만 당초 약속했던 아베노믹스의 한 축인 구조 개혁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집권 초기 일본 주가 상승이 있었고, 청년 일자리 개선에도 성과가 있었지만, 연금·건강보험 개혁 및 새로운 성장 동력 창출 등 중요 어젠다에서 별 성과가 없다. 헌법 개정 역시 극우파를 달래기 위한 립서비스에 그칠 공산이 크다. 개헌은 시동도 못 걸었는데, 지금 코로나19 대응으로 북새통이고, 이러다 내년 9월이면 아베 총리 임기도 끝난다. 선거 연승은 아베 총리에게 오히려 독이 되었다. 사학재단 모리토모 학원, 가케 학원 등의 스캔들이 이어졌고, 최근에는 벚꽃 모임 사유화 논란까지 있었다. 장기 집권이 방심과 오만을 낳으면서 야권과 언론의 반발을 불러 정권의 발목을 잡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는 2년밖에 안 남았다. 대선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는 2년도 안 된다. 이제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에서 성과를 안겨줄 수 있는 몇 가지 정책에 집중하면서 거대 여당은 물론 야권도 인내심을 갖고 설득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특히, 대북 정책, 외교 안보, 경제정책 등에서 과감한 방향 전환을 통해 야권을 끌어안는 통 큰 모습을 보여줄 필요도 있다. 그래야 훌륭한 대통령으로 기억될 것이다
.

집권 세력에 가장 위험한 길은 선거 승리에 도취되어 급진화하는 것이다. 검찰, 법원을 마음대로 하려 하거나, 조국 교수를 복권시키려 하면 반드시 커다란 역풍을 맞게 될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국민은 친박 세력을 버렸지만, 친조국 세력도 선택하지 않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장부승 일본 관서외국어대 교수·정치학, 조선일보(20-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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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둥 무너진 집에서 가재도구 놓고 다투는 통합당

 

총선에서 참패한 미래통합당이 어제 의원총회를 열고 향후 지도부를 어떻게 구성할지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자는 의견과 전당대회를 열어 새 대표를 뽑자는 견해가 갈렸다고 한다. 선거에서 참패하고 지도부가 사퇴한 당 수습 과정에서 여러 방안이 제시되고 논쟁이 벌어질 수는 있다. 문제는 그 논쟁이 패배 원인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아니라 쪼그라든 당의 내부 자리다툼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이번 총선에서 당선한 다선 의원 가운데 벌써 10여 명이 원내대표 출마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미 대선 후보가 된 듯 행동하기도 한다. 통합당은 전국 단위 선거에서 4연패를 기록했다. 민주화 이후 30여 년간 없던 일이다. 야당으로선 지고 싶어도 지기 어렵다는 정권 3년 차의 총선에서 기록적으로 참패했다. 그런데 지금 기둥과 지붕이 다 무너져 내린 당에서 남아있는 가재도구라도 챙기겠다고 바쁜 모습이다. 그런 한편에선 아무런 근거도 없고 비합리적인 부정선거 음모론까지 펴고 있다. 국민의 절반 가까이가 통합당을 외면하고 혐오하는 것은 바로 이런 행태가 거듭되기 때문이다
.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통합당이 실제로 한 것은 수권 정당 재건이 아니었다. 지도부는 인재 영입과 정책 대안 마련보다는 당내 라이벌 부상을 견제하고 축출하는 데 더 신경을 썼다. 자리를 지키고 시간만 가면 대선 후보도 되고 어쩌면 정권도 잡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것 아닌가. 의원들은 3040세대의 민심 악화에 처방을 내놓기는커녕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깨닫지도 못했다. 통합당 비호감도가 북한 김정은과 같은 수준이라는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는데도 경보를 울리는 사람 한 명이 없었다
.

통합당이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는 예측하기 어렵지 않다. 당명을 또 바꾸고, 당 색깔도 다시 교체할 것이다. 그러나 사람은 그대로일 것이다. 뻔한 사람, 이미 국민의 평가가 끝난 사람들이 다시 나와 당을 더 밑으로 끌고 내려갈 것이다. 지금의 통합당 대의원들이 전당대회에서 지도부를 뽑으면 이런 사람들이 그대로 당선되게 돼 있다. 국민에게 신선한 충격을 줄 수 있는 사람은 결코 당선될 수 없는 구조다. 낡고 퇴행적인 구조를 혁파하자는 논의는 한마디도 없다
.

현재 야당은 국회법상으로는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다. 밤에 잠이 오지 않아야 정상이다. 그런데 자리다툼부터 하고 있다. 정권의 잘못된 정책에 반대해 어쩔 수 없이 통합당에 표를 던진 1200만표의 민심마저 등을 돌리는 날이 올 수 있다.

 

-조선일보(20-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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