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애 당선인의 평범한 포부에 보수 정치의 길이 있다
이번 총선에서 부산에서 당선된 통합당 김미애 당선인이 본지 인터뷰에서 "통합당은 공감
능력이 떨어졌기 때문에 참패했다"고 했다. "국민은
함께 울어주고, 넘어지면 손잡아서 일으켜 주는 정치를 원하는데 통합당의 모습은 폼 잡고 의전 좋아하는
것으로 비춰졌다"는 것이다. 통합당의 패배 원인을
두고 많은 분석이 나왔지만 이 얘기만큼 고개가 끄덕여지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
김 당선인의 얘기가 공감을 자아내는 것은 그가 살아온 삶의 경험이 배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김
당선인은 어려서 고아가 됐고, 방직공장 근로자를 거쳐 초밥집을 운영하다 세상의 부조리를 느껴 늦깎이
공부로 야간 대학에 들어갔다. 야간 대학 공부로 사법시험에 합격해 변호사가 됐다. 그 후 아동·여성을 도우려 700여건의 국선 변호를 맡았다. 미혼이면서도 아이 셋을 입양해 키우고 있다. 그야말로 '흙수저' 같은 배경에서 스스로 딛고 일어나 자신의 삶을 일군 사람이다.
김 당선인은 '왜 민주당 아닌 통합당에 가느냐'는
말을 들었을 때 고통스러웠지만, 통합당 강령을 읽어보니 자신과 맞는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열심히 살아서 내가 잘 살고 그것으로 어려운 사람 돕는 것"이
곧 자기 삶의 궤적이었는데 보수의 가치도 다르지 않더라는 것이다. 김 당선인은 진보 좌파의
위선이 싫었다고도 했다. "그들 중 일부는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존중하지 않더라"며 "열심히 사는 사람을 향해 '뭐하러 그렇게 치열하게 사느냐'는 사람도 있었다"고 했다.
지난해 국민들은 '진보'를 자처하는 인사들의
위선을 생생하게 목격했다. 조국씨를 비롯해 많은 진보 진영 인사가 말로만 '정의' '민주' '인권' '여성'을 독점하면서 행동으로는 편법과 반칙을 휘두르는 '내로남불'의 민낯을 드러냈다. 김
당선인은 그들이 "자사고·특목고에 반대하면서 자기 아이들은 미국 유학을 보낸다" "자신만 옳은 척 대중을 선동한다"고
했다. "가난하게 태어난 사람이 부자가 되려고 노력하는 것은 박수받을 일이지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라고도 했다. 이 말에 동의하지 않을 국민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러나 통합당은 열심히 사는 사람을 위한 당이 아니라 가진 사람, 있는 계층을 위한 '기득권 정당'으로
각인됐던 게 사실이다.
김 당선인은 "20대는 (통합당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직접 만나 내 삶을 얘기하니 10명
중 9명은 공감했다"며 "좀 더 열심히 이들을 만나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고
했다. 통합당이 젊은 층의 마음을 얻는 길 또한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통합당은 기록적 참패를 겪었으면서도 여전히 수습 방향을 찾지 못하고 있다. 자기반성보다
당권과 대선 후보 자리를 놓고 자리다툼만 한다는 인상을 준다. 이들 누구도 왜 정치를 하며, 왜 보수의 가치를 추구하는지에 대해 국민을 설득하지는 못하고 있다.
김 당선인 말처럼 '열심히 살아서 내가 잘 사는 것' '그것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것'이 바로 '자유'와 '책임' '헌신'이라는 보수의 가치다. 이런 사람이 박수받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김
당선인의 포부가 모여 새로운 정치를 그려나가기를 기대한다.
-조선일보(20-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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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성을 잃는 순간 도태된다
이번 총선 키워드 '중도의 표심' 野, 이를 규정도 인식도 못 해
보수가 함께 이룬 진일보한 가치들, 고스란히 진보에 내줘선 안 돼
이번 2020년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모든 정당에 가장 중요했던 단어는 '중도(中道)의 표심'이었다. 미래통합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동부위원장을 하면서 매일 참여한
새벽 회의에서의 핵심 논쟁도 이 지점이었다.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기능적으로 잘못된 지점이 많기도
했지만, 이 낡은 보수 정당은 '중도층'이라는 유권자들을 정치적으로도 규정하지도 못했고 가치에 대한 인식 자체가 부족했다. 특히나 중도정치를 표방한다면서 들고나왔던 안철수 대표의 '극중주의, 평균값 정치'는 틀렸는데도 마치 안철수를 이야기하면 중도 확장성이
생기는 것과 같은 착각을 했다. 이미 중도는 대중이 새로운 기술로 만들어진 온라인 네트워킹 플랫폼 위에서
끊임없이 논쟁하며 형성한 '중도(衆道) 정치'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이러한 발전을 해 온 대중 위에 오만하게 서 있던 보수 정당은 이것과 괴리를 견디지 못하고 외면했으며 그 결과
몰락하기 시작했다.
흔히 야당의 선거 패배 요인을 '잘 싸우지 못해서 폭망하고 졌다'고 생각하면 그건 종합격투기(UFC)의 문제이지 정치의 영역이 아니다. '보수 전사'들이 정부·여당과 싸운다고 하지만 그 표독스러움을 고스란히
느끼던 것은 오롯이 국민이었다. 그 결과 보수 유튜버들의 아이콘이었던
'막말 국회의원'이 대거 낙선한 것은 국민이 수준 미달 정치인들을 자체 '필터링'한 것이다.
무엇보다 탄핵 이후부터 미래통합당 합류 후 총선을 치르면서 가장 뼈아팠던 지점들은 미래통합당이 훌륭함을 잃었다는 것, 품격을 잃었다는 것, 이끌림을 잃었다는 것, 대중이 사랑하는 정치인 하나 없었다는 것, 지역을 넘어서는 가치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 대한민국 미래에 관한 청사진을 전혀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 그리고 서사가 아름다운 정치인 하나 없는 정당이었다는 것 등이다. 국민이
처절하게 몰가치해져버린 미래통합당을 외면한 근본적인 이유다.
사회와 역사는 진일보한다. 전쟁을 겪고, 이겨내고, 경제를 부흥하고 정상 국가화를 시도하면서 발전한 모든 힘은 대한민국 국민이었다. 대한민국 사회를 진일보시켰던 모든 결과물은 진보 진영의 가치 투쟁으로 시작되었을지라도, 가장 보수적인 헌법, 법의 테두리 안에 그 가치들을 포섭함으로써
보수 진영이 성취를 완성한 내용들이다. 독재를 이겨낸 민주주의부터 분배, 공정, 인권, 문화, 평화 등 모든 대한민국 사회 전반의 발전된 현재까지의 모습들은 보수의 변화로 종국적으로 이룩한 성취다.
하지만 근래의 보수 정당은 사회의 진일보된 내용들을 모두 진보 진영만의 성취물 내지는 콘텐츠라고 오해하면서 함께 일궈온 '사회의 진일보'들을 부정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노태우의 개혁과 참회, 김영삼의 군부 독재 청산은 사라진 지 오래고, 마치 전두환의 악랄함과 박근혜(박정희)의 역사만 보수 진영의 주된 가치인 양 자리 잡게 된 것이다. 그
결과 대중의 기준에서는 대한민국 국민과 보수·진보 정당, 보수·진보 정치인들이 함께 성취한 사회의 진일보한
가치를 보수 정당에서 폄훼하거나 무시하면서, 보수 정당은 '사회를
역행하고, 뒤처지는 정치'를 하는 곳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보수 정당이 대중의 가치관을 외면하고 진보 진영과 진일보를 구별해내지 못한 결과다.
이번 총선을 치르면서 떨쳐버릴 수 없던 가장 근본적인 질문은 '과연 미래통합당이 빠른 시기에
당을 추스르고 대중과 교감할 수 있을까?'였다. 지금의
미래통합당은 진영·가치의 위축과 함께 대중이 외면하는 정당이 된 현실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 제1야당은 아무리 옳은 가치관이 생겨도 대중성을 잃는 그 순간 집권은커녕 결국 대한민국 정치에서 도태될 것이다.
-조성은 前 미래통합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동부위원장, 조선일보(20-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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