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선 의원이 “X탱이”]
[나잇값, 밥값, 표값]
[이견 하나 용납 않겠다는 177석 與, 이 폭주 누가 막나]
5선 의원이 “X탱이”
각 시·도 교육청은 수업 시간에 막말을 한 교사를 징계한다. 오래전 서울교육청 사례를 보면 한 윤리 교사가 “영감탱이 법관 새X들이 시대에 어긋나게 꼴통 짓을 하고 있다”고 했다가 징계받은 내용도 있다. ‘영감탱이’는 늙은 남자를 얕보는 말이고, ‘꼴통’은 머리 나쁘고 둔한 사람에게 쓰는 속어다. 이런 말도 학생들 앞에서는 부적절하다고 본 것이다.
▶'곰탱이' ‘미련퉁이’는 행동이 느리거나 어리석은 사람을 뜻하고, 유명 브랜드를 흉내 낸 물건은 ‘짝퉁’이라 한다. 이렇듯 ‘~퉁(이)’ ‘~통’ ‘~탱이’에는 상대를 깔보는 속뜻이 배어있다. 단어 앞부분에 신체 부위 명칭을 붙인 ‘눈퉁이’ ‘젖퉁이’ 따위도 점잖은 입은 차마 삼가는 말이다. 그런데 한 글자로 된 성기(性器) 이름을 앞에 붙이면, 보통 사람은 평생 쓰기 힘든 천박한 욕설이 되고 만다.

▶5선(選) 중진인 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그 욕설 ‘X탱이’를 썼다. 한 민간 투자자가 경기 오산에 조류 테마 파크를 지으면서 이곳이 지역구인 안 의원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다. 안 의원은 지난 7일 “지금 공사는 의향서와 (다르다…). 해명이 필요하다”는 글을 보냈는데, 40분 동안 답장이 없자 “X탱이가 답이 없네”라는 문자를 또 보냈다.
▶충격을 받았을 상대가 잠시 뒤 “5선 의원님께서(…) 선의의 도움을 주기는커녕 밤마다 문자에 이제는 입에 담지도 못할 욕까지 한다”고 항의했다. 그러자 안 의원은 “후배에게 보낸 것이 잘못 갔다. 양해 바란다”고 짧게 사과했다. 나중에 이 투자자는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말도 했다. 안 의원이 사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문을 내자 같은 당 도의원조차 “무소불위 안하무인”이라고 비난했다.
▶불이익을 받을까 봐 입을 다물고 있던 사업가가 지난 주말 내용을 전격 공개한 뒤 안 의원을 성토하는 댓글이 쏟아졌다. “토가 나올 것 같다” “본인에게 욕을 돌려주자”고 했다. 과거 안 의원의 언행도 불려나왔다. “'최순실 비자금' 찾아온다더니 어찌 됐나.” “당장 윤지오부터 데려오라” 등이다. 안 의원은 ‘최 비자금은 30조’라고 자신 있게 주장했었다. 이 액수가 황당하다는 의심조차 하지 못한다. 블랙코미디가 된 윤지오 소동을 만든 장본인 중 한 명이 안 의원이기도 하다. 윤씨가 이상하다는 것은 금방 알 수 있는데도 이런 소동을 벌였다. 안 의원은 욕설 파문이 커지자 “친한 후배에게 보낸다는 게 실수였다”고 했다. 이 정도가 이들끼리의 일상 언어인 모양이다.
-김광일 논설위원, 조선일보(20-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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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잇값, 밥값, 표값
선거 압승 여당의 한 달 반… 어깨에 잔뜩 힘 들어간 채 할 일은 않고 할 생각도 없고
나이 들수록 나잇값 제대로 하기가 고민이다. 밥값 하기도 마찬가지다. 사람은 살기 위해 밥을 먹고 그 밥값을 하기 위해 또 살아간다. 그렇게 살다 보면 나이가 들어 나잇값도 해야 한다. 나잇값, 밥값을 한다는 것은 제 몫의 일을 한다는 것이다. 제 몫을 못 하는 사람을 두고 나이와 밥을 헛먹었다고 한다.
민주당이 총선 대승을 거두고 한 달 반이 흘러 21대 국회가 시작됐다. 그동안 민주당과 청와대의 행태를 지켜본 많은 사람 입에서 '표값 못 한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왜 표값을 못 하겠나. 표를 헛먹었기 때문이다. 여당의 총선 승리는 이러쿵저러쿵해도 '코로나'라는 천재지변 덕이다. 무수한 실정과 내로남불, 비리 의혹에도 코로나와 비호감 야당 덕에 선거에서 대승할 수 있었다. 잘한 일 하나 없는데 심판받기는커녕 유례없는 압승을 했다. 그런데 자기가 잘해서 177석 거여가 된 줄 안다. 표를 헛먹어 놓고 헛먹은 줄도 모른다.
나잇값 못 하는 사람의 무기는 나이다. 나이만 앞세운다. 말끝에 "너 몇 살 먹었느냐"는 사람치고 나잇값 제대로 하는 사람 못 봤다. 똑같다. 표값 못 하는 정권일수록 의석만 앞세운다. 어깨 힘이 잔뜩 들어간 민주당은 국회법을 여당에 유리하게 바꾸겠다며 야당 윽박지르는 일부터 한다. '말을 안 들으면 18개 상임위원장 전부 우리가 가져가겠다'고 한다. 청와대 출신 철부지 인사는 "세상 바뀌었다는 것을 느끼도록 해주겠다"고 했다. 검찰총장도 겁박한다. 유죄 물증이 확실해 대법원 선고까지 내려진 한명숙 전 총리 사건을 뒤집어 무죄로 만든다고 한다. 노무현 정권마저 북한 짓이라고 결론지은 KAL 858기 폭파 사건을 재조사하자고 한다. '친일파' 묘지를 국립묘지에서 파내야 한다고 했다. 6·25 전쟁 영웅 백선엽 장군을 친일파라고 공격한다. 윤미향은 또 뭔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가 "30년간 속고 당했다"고 절규하면 진상을 규명하고 사과부터 하는 게 도리건만 "굴복하지 마라"고 한다. 조국 사태에서 보여준 '도덕과 정의 기준은 우리 맘대로'라는 도덕 착란증은 거대 여당이 된 이후에 더 심해졌다. '우리는 모든 것을 거머쥔 거대 여당인데 누가 뭐라고 할 거냐'는 식이다.
밥을 먹었으면 밥값을 해야 하고 표를 받았으면 표값을 해야 한다. 여당에 표를 몰아준 국민 마음 바닥엔 그러잖아도 어려운 경제가 코로나 때문에 더 어려워질지 모른다는 걱정이 깔렸었다. 노인은 늘고 일할 사람은 주는 나라 사정에 제대로 손대 보라는 뜻도 있었다. 총선 직후엔 이 정권이 국민이 준 막강한 힘을 규제 혁신·노동 개혁에 쓸 수 있겠다는 기대도 했다. 좌파 정부가 노동 개혁에 팔 걷어붙인 선진국 사례가 많다. 최저임금, 주 52시간 노동, 탈원전 등 지난 3년간의 잘못된 정책을 과감하게 버리고 다른 길을 택하는 그림도 상상해봤다. 그러나 한 달 반이란 시간은 순진한 기대가 허물어지기에 충분했다. 국민이 만들어준 거대 의석을 국가적 병목(bottle neck)의 근원인 여러 기득권을 때려 부수는 데 쓰기보다 자기 성채를 높이 쌓아올리는 데 쓸 조짐이다. 이대로 가면 나라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걱정인데 허구한 날 돈 풀 궁리만 한다. 그러고 보면 이 정권은 덩칫값도 못 한다.
"나잇값 좀 해라"는 웬만한 사람에게는 최악의 욕설이다. 면전에서 했다간 주먹다짐을 벌일 수 있다. "밥값 좀 하라"는 말도 마찬가지다. 상소리 하나 없지만 대개 치명적으로 받아들인다. 지금까지 경험에 비춰보면 나잇값 밥값 못 하는 사람은 그런 욕을 먹어도 정신 차릴 가능성이 크지 않다. 그렇거나 말거나 문재인 정권에는 이렇게 말해야겠다. "제발, 표값 좀 해라."
-이동훈 논설위원, 조선일보(20-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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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견 하나 용납 않겠다는 177석 與, 이 폭주 누가 막나
민주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에 반대했던 금태섭 전 의원을 징계했다. 금 전 의원은 지난해 12월 공수처 법안 표결 때 민주당에서 유일하게 기권표를 던졌다. 민주당은 "공수처 법안 찬성이 당론인데 금 전 의원이 소신을 이유로 기권했기 때문에 당론 위배 행위"라며 윤리심판원 만장일치로 '경고' 처분을 내렸다고 했다. 당과 다른 목소리를 냈으니 처벌하는 게 당연하다는 것이다. 한 명 한 명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을 '당 거수기'로 보는 발상이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는 국회법 자유투표 조항은 뭐 하러 있나.
금 전 의원은 공수처 투표 전부터 여당 내에서 드물게 비판 목소리를 내다 미운털이 박혔다. 조국 인사청문회 때도 "말과 실제 삶이 다른 걸 보고 청년들은 충격을 받았다" "이걸 묻는데 저걸 말하는 상식에 맞지 않는 답변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일반 국민들 생각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소신 발언'이라고 할 수도 없는 상식 발언이었다. 그러나 극성 친문 지지층에 찍혀 금 전 의원은 자기 지역구 경선에서 '조국 수호'를 외치며 도전한 정치 신인에게 패했다. 정치인에게 공천 탈락만큼 큰 타격도 없다. 민주당은 금 전 의원에게 최고 강도의 정치적 처벌을 한 것이다. 그런데 그것도 모자라 국회의원 임기를 불과 5일 남겨두고 이례적으로 징계까지 했다. 보복이나 다름없다.
지금 여권은 행정부·사법부·입법부·지방 권력을 모두 장악했고, 177석 여당은 개헌 빼고는 뭐든 할 수 있다. 이 거대하고 막강한 여당이 내부의 비판·이견 하나 포용하지도 용납하지도 않겠다고 한다. 지지층만 지키면 선거에서 압승하니 일방통행을 계속한다. 국회 관행상 소수 야당 몫이던 법사·예결위원장을 포함한 18개 국회 상임위원장을 모두 가져가겠다고 한다. 10여년 전 민주당이 소수 야당일 때 법사위원장 등 7개 상임위원장을 가져간 일은 기억에서 지워버렸다.
이해찬 대표는 어제 의원총회에서 "잘못된 현대사에서 왜곡된 것을 하나씩 바로잡아 가야 한다"고 했다. 지금 여당에선 대법원의 만장일치 유죄 판결 난 한명숙 전 총리 사건, 북한이 벌인 폭탄 테러로 결론 난 1987년 칼기 폭파 사건 등도 뒤집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친일파 묘지를 국립묘지에서 파내서 옮겨야 한다"며 법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선거에서 이겼다고 흑을 백으로 바꾸려고 한다. 이런 일이 조선시대도 아닌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번 금태섭 징계도 소속 의원들에게 '괜히 소신 내세우다 험한 꼴 보지 말라'는 경고일 것이다. 앵무새처럼 당론만 되풀이하는 정당에서 내부 비판 목소리는 나올 수 없다. 이 대표가 함구령을 내리자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윤미향 의혹에 거의 모든 의원이 입을 다물고 있다. 금 전 의원은 이날 "국회의원들이 국민들이 가장 관심 있는 문제에 대해서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이게 정상인가"라고 했다. 민주당에서 '민주화'는 사라지고 '운동권 권력'만 남은 것인가. 이제 이 폭주는 아무도 막을 수 없다.
-조선일보(20-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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