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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라 엉망인데 행복해 보이는 野의원 많아”… ‘국민의 힘’ 못되는 국민의힘]

뚝섬 2020. 9. 25. 08:29

총선패배 6개월, 野의 현주소

 

제1 야당 국민의힘 당사는 서울 여의도에서 다리를 건너 영등포구 당산동에 있다. 그곳엔 기자실이 없어 기자들도 거의 찾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곧 여의도 한 빌딩으로 당사를 다시 옮길 계획이라고 한다. 매매 계약은 했지만 기존 세입자들을 내보내는 문제 때문에 언제 이사할지 불확실하다고 한다. 여의도 주변을 떠도는 야당 모습이 야당이 처한 현 상황을 상징하는 것 같다고 정치권 인사들은 말한다.

 

야당은 지난 4월 총선에서 졌다. 전국 단위 선거 4연패였다. 수도권에서 16석을 얻는 데 그친 역대 최악 참패였다. 한동안 수습이 힘들 것 같았다. 그런데 의외로 회복이 빨랐다. 김종인 비대위원장 체제가 들어서면서 다시 중심이 잡혔다는 평가가 나왔다. 김 위원장은 “진보보다 더 진취적인 정당을 만들겠다”고 선언하고 당명·당색을 바꿨다. 기본소득제를 제안하고 중도·실용 노선을 반영해 정강 정책도 고쳤다. 5·18 민주화 운동 희생자들 앞에 무릎 꿇는 퍼포먼스도 선보였다. 여당과 20%포인트 이상 벌어졌던 지지도 격차가 줄기 시작했고 한때 민주당을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바닥을 친 것일까. 그러나 최근 지지율 정체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표면적으론 보수 단체들의 8·15 광화문 집회 후폭풍이지만 “야당에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금 야당은 ①당의 간판인 유력 차기 주자가 없다당이 나아갈 방향을 놓고 여전히 혼란스럽다는 두 가지 문제에 직면해 있다. 방향 혼란은 이른바 ‘기업 규제 3법’을 둔 당내 이견으로 최근 표면화됐다. 박덕흠 의원의 피감 기관 공사 수주 의혹으로 도덕성 논란도 불거졌다. 김 위원장은 최근 의원들을 향해 “총선 패배 이후 가졌던 긴장감을 잊지 말라”고 했다. 다시 위기감이 불어닥친 국민의힘 의원·당직자·관계자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사진=이덕훈 기자, 그래픽=양진경

 

간판 없는 野…'김종인 대망론'까지

 

국민의힘은 지금 대선 후보라고 내세울 이렇다 할 인물이 없다. 당의 간판이자 미래가 없다는 얘기다. 여당에선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지율 1위를 놓고 경쟁하는데 국민의힘의 ‘자칭' 대선 주자들 지지율은 미미하다. 야당의 많은 문제가 여기서 파생한다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언제 유력 주자가 등장할지 알 수 없다. 이런 가운데 당의 키를 쥔 김종인 위원장이 사태를 방치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 관계자 A씨는 “대선 주자 경쟁 구도를 활성화해야 할 시점에 김 위원장은 반대로 간다”고 했다. 부산 출신 3선 장제원 의원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당에 인물이 없지 않은데 김 위원장이 마이크를 독점하고 있다. 선수들을 빛나게 해줘야 하는데 자기만 빛나려 한다.” B 의원은 “김 위원장이 기존 후보군을 품평·조롱·폠훼하고 영입 대상인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를 배척하는 비정상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이런 비정상에 대한 해석은 ‘김종인 대망론'으로 연결된다. 김 위원장이 자신이 대안이 되기 위해 다른 주자들을 견제한다는 것이다. 경남 출신 3선 조해진 의원은 “김 위원장이 자신에게도 기회가 올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 측은 대망론을 ‘여당의 이간계'라고 했다. 핵심 당직자 C씨의 말이다. “민주당은 김 위원장이 킹메이커가 될까 봐 두려워한다. 그래서 민주당 쪽에서 김종인 대망론을 적극 흘리며 이간계를 쓰는 것이다.” C씨는 “김 위원장도 대통령을 하고 싶겠지만 정치인이라면 갖는 꿈 수준”이라고 했다. 부산 출신 3선 하태경 의원은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승리하면 김 위원장을 달리 볼 가능성도 있다. 나이가 많다고 대선 후보군에서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선 주자는 스스로 크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안철수 대표에게 매달리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좋지 않다”며 김 위원장을 엄호했다.

 

◇ “정강·정책은 종이가 아니라 국민 마음에 새겨야”

 

김 위원장이 주도하는 중도 행보에 대한 논란도 여전하다. 당내 여론은 갈라져 있다. “김 위원장이 보수 야당의 닫힌 시각을 열어 줬다" “김 위원장의 방향이 맞는다. 중도로 가서 잃어버린 지지를 회복해야 한다”고 긍정 평가하는 의원·당직자가 적지 않다. 대구 출신 재선 곽상도 의원은 “이러쿵저러쿵 해도 김 위원장이 당 지지율을 10%에서 30%로 끌어올려 놓은 것은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하태경 의원도 “김 위원장이 승부사적 장점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충남 3선 김태흠 의원은 “중도를 잡겠다며 우리까지 포퓰리즘으로 가면 나라 미래가 없다. 유연성은 있어야겠지만 보수당은 분명한 자기 색깔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의 광주 5·18 묘지 참배를 두고도 뒷말이 있다. 한 원외 당협위원장은 “지금은 호남 권력을 경계해야 할 시점인데 김 위원장 행보는 과잉이다. 자신의 국보위 전력을 털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재계가 반대하는 ‘기업 규제 3법’을 김 위원장이 처리하겠다고 하면서 논란은 확산 중이다. “3법은 당 정체성과도 직결된 문제”라며 반대 목소리가 만만찮다. 아울러 김 위원장의 리더십이 독단적이고 권위적이란 지적도 나왔다. 조해진 의원은 “지금 당은 김종인 유일 지도 체제”라며 “경제 민주화 전에 정당 민주화부터 해야 할 판”이라고 했다. 당직자 D씨는 “중도 행보가 위기 관리 기술로는 유용하지만 정강 정책은 페이퍼가 아니라 국민 마음에 먼저 새겨야 한다”고 했다.

 

◇“혼자 행복해 보이는 야당 의원이 너무 많다"

 

의원들의 파이팅 부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10여 년 전 야당 시절보다 상황은 나쁜데 의원들 전투력은 더 떨어졌다는 것이다. 한 당직자는 “독립운동을 해야 할 비상 상황인데 의원들의 각성이 부족하다”고 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 아들 병역 특혜 의혹을 따져 묻는 국회 대정부 질문 과정에서 드러난 야당 의원들의 실력을 두고 ‘기대 이하’란 지적이 나왔다. 기자가 추미애 사태에 대한 입장을 묻자 “나는 경제 문제만 답하겠다” “입장이 없다”고 말한 TK 출신 의원들도 있었다. 의원들 투쟁력 부족이 야당에 유력 주자가 없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한 당직자는 “김 위원장이 당의 미래가 아니라 거쳐 가는 정류장이라고 의원들이 생각하기 때문에 몸을 던지는 충성심을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당 관계자는 “5공 시절 야당 민한당보다 지금 국민의힘이 더 온건하다는 생각마저 든다”고 했다. 그는 “야당에 투쟁은 기본인데 지금 야당은 민주당과 큰 차이가 없다”고 했다. 한 전직 의원은 “지금 야당엔 다음 대선에서 지더라도 4년 후 자기 배지만 달면 된다는 의원이 적지 않다. 나라는 엉망인데 혼자 행복해 보이는 야당 의원이 너무 많다”고 했다.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서 패할 땐 야당 사라질 것”

'大選 전초전 '서울·부산시장 보선서울 유권자 지형 민주당에 유리野 단일후보 여부가 승리 관건

 

내년 4월 7일 서울과 부산에서 시장 보궐선거가 치러진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사망하고 오거돈 부산시장이 사퇴하면서 실시되는 선거다. 서울과 부산 유권자는 1140여만 명으로 전국 유권자의 26%다. 유권자 수를 떠나 시기적으로 의미가 상당하다. 이듬해 2022년 3월 열리는 대통령 선거에서 11개월 앞서 치러져 ‘대선 전초전’이 될 수밖에 없다. 지방선거가 이어지는 점을 감안하면, 보선 결과가 중앙 권력과 지방 권력의 향배를 좌우할 공산이 크다.

 

특히 서울시장 선거 승패가 관심사다. 민주당에선 후보로 추미애·박영선 장관, 박주민 의원의 이름이 나온다. 국민의힘에선 나경원 전 원내대표나 오세훈 전 서울시장, 윤희숙 의원, 조은희 서초구청장 이름이 나온다. 당 밖 인사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내세우자는 말도 있다. 승패 전망은 이르지만 야당 관계자들이나 정치 전문가들 분석이 일치하는 대목은 있다. “야당이 내년 4월 선거에서 또 패배하면 총선 참패보다 더한 충격파가 닥칠 것”이란 점이다. 내년 보선이 야당에게 존망의 기로라는 것이다.

 

국민의힘 한 당직자는 “서울시장 보선에서 지면 이듬해 대선과 지방선거도 내줄 수밖에 없다. 민주당 20년 집권이 아니라 영구 집권의 길이 열리게 된다”고 했다. 한 재선 의원은 “당이 거의 사라지는 수준의 후폭풍이 밀어닥칠 것”이라고 했다. 승부 예측은 엇갈렸다. 핵심 당직자는 “김종인 위원장의 중도 행보는 서울시장 보선 승리를 겨냥한 것이다. 이 페이스대로 가면 승리할 수 있다”고 했다. 한 초선 의원은 “이대로 가면 진다. 야당이 존재의 이유를 못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여당 잘못으로 선거가 만들어졌고 코로나에 따른 민심 지지가 재현될 가능성이 낮아 상황은 일단 야당에 유리하다”며 “야권 단일 후보를 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홍성걸 국민대 교수는 “서울 유권자 지형이 원래 민주당에 유리하고 구청장도 여당이 모두 장악한 상황”이라며 “야당 승리를 낙관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동훈 논설위원, 조선일보(20-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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