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직은 탈당하면 끝인가
펀드매니저였던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사업에 뛰어든 건 2002년이다. 당시 그는 금속가공업체인 KIC를 인수하면서 자신이 지분 99.99%를 가진 지주회사를 차린 뒤, 사명을 ‘에이스이공이공’이라고 붙였다. ’2020년까지 국내 20대 그룹으로 성장시킨다'는 목표를 담았다고 한다.
이후 그는 문어발식 확장에 나섰다. 2002년 삼양감속기를 시작으로 2003년 마스터솔루션, 2007년 신한이엔씨, 2008년 새만금관광개발, 2009년 KIC아이앤엠 등을 인수해 자회사로 만들었다. 또 자회사인 삼양감속기·이스타에프앤피·새만금관광개발을 통해 이스타벤쳐투자·이스타투자자문·현대종합기계·이스타항공·새만금 등의 회사를 설립·인수하면서 이스타항공그룹을 형성했다. 그룹 정점에 있는 에이스이공이공을 통해 이 의원은 자회사·손자회사 10여 개를 지배한 것이다.
그룹의 외형 키우기에만 집중한 이 의원은 우량 기업 KIC가 번 돈으로 다른 계열사를 부당 지원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그 결과 2008년 100억원이었던 KIC의 당기순이익은 2012년에는 278억원 당기순손실로 급변한다. 계열사에 대한 자금 지원 규모가 2008년 248억원에서 2012년 700억원으로 급증했기 때문이다. 법원은 2014년 이 의원의 친형 이경일씨에 대한 재판에서 “다른 회사에 자금을 부당 지원해 KIC에 대한 배임행위를 저질렀다”면서 징역 3년형을 선고했다. 이씨는 2008년 이 의원이 자신의 뒤를 이어 그룹 회장에 앉힌 ‘바지사장’이다. 이 의원은 이 무렵 국회의원을 꿈꾸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의원 일가는 회삿돈도 마음껏 빼돌렸다. 그룹 재무업무 총괄을 인척에게 맡긴 뒤, 이 의원의 전처를 계열사 임원으로 등재시켜 2009~2013년 4억6000여 만원을 송금했다. 이 의원의 누나와 이 의원 아들의 골프코치에게도 같은 방식으로 각각 3억5000여 만원, 7400여 만원을 지급했다. 그룹의 회계 감사는 이 의원의 고교 동기 동창이 대표로 있는 회계법인이 전담케 했다.
각종 불법·부정행위가 낳은 부실은 눈덩이처럼 커졌고 결국 주력 사업체였던 이스타항공은 코로나 발생 전인 지난해 9월 비상경영에 들어갔다. 올해는 체불 임금 250억원과 무더기 정리해고라는 항공업계 초유의 사태까지 초래했다.
그런데도 이 의원은 “경영진이 알아서 할 일”이라는 말만 반복하다 지난 24일에야 민주당을 탈당했지만 의원직은 유지했다. 노조는 “여당이 탈당이라는 꼼수로 꼬리 자르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탈당하며 “사즉생의 각오로 이스타항공을 되살려놓겠다”고 했지만, 그간 행보를 봐선 믿기 어렵다. 처음부터 의원 욕심을 버리고 회사를 책임지겠다는 자세를 보였다면 자신에게 정치 후원금까지 낸 직원들의 생계가 지금처럼 끊기지 않았을 것이다.
-김강한 사회부 기자, 조선일보(20-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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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이상직에게 무슨 신세를 졌는지 이제는 설명해야

민주당 이상직(왼쪽) 의원이 지난 4월 15일 총선 당선 확정 후 전처(모자이크 처리)와 함께 손을 들어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뉴시스
이스타항공 창업주 출신인 민주당 이상직 의원이 2000년대 초 이혼했지만 지난 총선 때 전처(前妻)와 함께 선거운동을 하고 행사를 함께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당선 직후 전처와 나란히 손을 들어 올리는 사진도 공개됐다. 이스타항공은 이 의원 전처를 회사 임원으로 올려놓고 4억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이스타항공 노조는 “재산 은닉을 위해 위장 이혼하고 실제로는 혼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공직이 아니라 수사를 받아야 할 사람이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을 거쳐 여당 텃밭에서 공천받아 당선된 것이다.
8개월째 임금을 체불한 이스타항공은 얼마 전 600여명을 무더기 정리해고 했는데, 이 의원과 가족들은 아무런 법적, 경제적 책임을 지지 않으면서 개인 재산을 고스란히 챙겨 빠져나갔다. 이 의원이 두 자녀에게 회사 지분을 편법 증여했다는 의혹을 비롯해 차명 주식 논란, 친척의 회삿돈 횡령 등 숱한 의혹이 쏟아졌다. 모두가 수사 대상이지만 수사는커녕 감독 당국의 조사도 받지 않았다. 도리어 여당 관계자가 나서 노조에 체불 임금의 절반만 받고 합의하라고 종용했다. 신고 재산만 200억원대 자산가인 이 의원은 회사가 고용보험료 5억원을 안 내는 바람에 해고 직원들이 실업급여조차 못 받는데 남의 일로 여긴다. 그래 놓고 국회 예결위원 자격으로 “이스타항공에 대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뻔뻔함에 혀를 차게 된다. 이런 사람이 어떻게 여당 공천을 받았으며 어떻게 지금도 멀쩡할 수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문재인 대통령 딸 다혜씨 가족이 해외로 이주한 것이 2018년 7월이다. 현직 대통령의 딸 가족이 갑자기 해외로 이주한 황당한 일에 대해 청와대는 2년여가 지나도록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고 있다. 경호 등에 국민 세금이 들어간다. 외손자가 한 해 수천만원이 드는 국제학교에 다닌다고 알려지면서 무슨 돈으로 사느냐는 궁금증도 이어졌지만 청와대는 묵묵부답이었다.
문 대통령 사위는 태국에서 이스타항공이 지급보증을 서 준 회사에 근무했다. 이스타항공을 창업했고 실질적으로 지배해온 이 의원이 대통령 딸 가족을 챙겼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스타항공은 대선 후보 경선 때부터 문 후보를 적극 지원했다. 이상직 의원이 누리는 상식 밖 특권은 뒷배가 대통령이 아니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대통령은 임기 3년이 넘도록 법에 규정된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않고 문제를 덮고 있다. 이상직 의혹을 파헤치면 문 대통령 가족과 어떻게 얽혔는지 드러나게 돼 있다. 그 전에 국민에게 설명하는 것이 옳다.
-조선일보(20-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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