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유재수 감찰로 해체된 靑특감반원 30개월 만에 증언
지난주 조국 전 법무장관 재판을 유심히 지켜봤다.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이 다뤄진 재판이었다. 조 전 장관은 2017년 10월 민정수석으로서 청와대 특감반의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당시 금융위 금융정책국장) 감찰을 중단시키고 이후 특감반 해체를 결정했던 당사자였다. 재판에는 그 과정을 겪었던 특감반 출신 검찰 수사관들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부시장의 비위를 처음 수집해 보고했던 이모씨도 있었다.
관심은 그들이 검찰에서 했던 진술을 법정에서도 그대로 하느냐였다. 여전히 공무원 신분인 데다 일부는 청와대에서 퇴출될 때 '개인 비위 의혹' 꼬리표를 달고 나와 수사를 받고 있는 게 부담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입에선 생생한 증언이 흘러나왔다.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현 의원), 김경수 경남지사, 천경득 전 총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공소장에는 'ㄱ○○' 'ㄴ○○'식으로 처리된 정권 실세들이 실명으로 거론됐다. 유재수를 봐주자고 했던 인사들이다.
검사 질문은 집요했고 이씨 등의 답변은 별 거리낌이 없었다. 이씨는 유 전 부시장이 천 전 행정관과는 청와대·금융위 관련 인사 청탁을 주고받고, 윤 전 실장과 김 지사 등과는 청와대 조직 구성과 인사를 논의했던 텔레그램 메시지를 확인했다고 했다. 그 자체로 불법 논란에 휩싸일 내용이다. 작년 말 청와대가 그와 관련된 언론 보도를 공식 부인한 것도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청와대는 당시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은 존재하지도 않았고 금융위 고위급 인사를 논의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다른 특감반 출신 인사의 진술은 '증거 인멸'을 떠올리게 했다. "2018년 11월 말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이 갑자기 회의를 하자고 하더니 그날 저녁 6시 부로 특감반이 해체된다고 했다. 보안 규정에 따라 (감찰 관련 자료를) 다 폐기해야 한다고 해서 다음 날 다들 휴가 내고 나와서 컴퓨터 돌려주고 자료를 폐기했다.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야간에 나와 컴퓨터를 수거하고 자료를 폐기했으며 어떤 인수인계도 없었다." '텔레그램 대화'를 포함한 포렌식 자료 등은 폐기됐거나 공직기강비서관실로 몽땅 넘어갔다는 말이었다.
그 몇 달 전 검찰 출신 특감반원들은 순차적으로 원대복귀 조치됐다. 반면, 유 전 부시장은 60여일간 병가를 쓴 끝에 금융위를 나와 민주당 수석전문위원에 이어 부산시 경제부시장으로 영전했다. 유 전 부시장이 여당 전문위원으로 있던 시절, 찾아온 특감반원에게 "아직도 거기(청와대)서 근무하느냐"고 핀잔을 줬다는 일화는 오래전부터 법조계에서 떠돌던 얘기다. 사법 절차는 마무리됐지만 이런 증언들을 곱씹을수록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은 '국정 농단'의 냄새를 풍긴다. 증언대로라면, 이 사건은 청와대 참모들이 '우리 편'이란 이유로 '유재수 감찰 건'을 암장(暗葬)하고, 제 할 일 했던 청와대 내부팀 하나를 해체해버린 사안이다. 실세의 위세에 눌려 있던 특감반원들은 조국 사태가 사건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뒤에야 검찰 조사에 응하는 태도가 달라졌고, 이는 조 전 장관 등에 대한 기소로 이어졌다.
여당의 총선 압승 이후 울산선거 개입, 라임 사건 수사가 벽에 부딪혔다는 말이 나온다. 사건 당사자들이 굳이 협조해 혹시라도 여권에 밉보일 이유가 없다고 본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前) 정권 등에서 우리가 경험했던 바는 그렇지가 않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익는 데 시간이 걸릴 뿐 실체만 있다면 어차피 터진다는 게 비리 사건의 철칙"이라고 했다. '유재수 사건' 역시 그런 경우라는 것이다.
-최재혁 사회부 차장, 조선일보(20-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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