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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도발 시리즈는 '힘들다'는 것, 제재 지키면.. ] [평양냉면]

뚝섬 2020. 6. 17. 06:21

[北 도발 시리즈는 '힘들다'는 것, 제재 지키면 북핵 폐기 열린다] 

[평양냉면]

 

 

 

北 도발 시리즈는 '힘들다'는 것, 제재 지키면 북핵 폐기 열린다

 

북한이 16일 개성에 있는 남북 공동 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김여정이 "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위협한 지 사흘 만이다. 우리 세금 약 180억원으로 지은 건물이 김여정 한마디에 가루가 됐다. 연락사무소 설치는 2018년 남북 정상이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것이다. 이번 폭파는 북이 판문점 선언을 파기한다는 행동으로 볼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북을 달랜다며 '전단 금지법' 만들고 탈북민을 수사 의뢰하고,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을 재개한다고 했지만 북은 '그걸로는 어림도 없다'며 걷어찬 것이다.

북의 이런 행동은 계획된 것이다. 북한군은 이날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지역 등에 다시 군대를 전진 배치할 것을 예고했다. 대남 삐라(전단) 살포 계획도 밝혔다. 북한군은 "군사 계획을 작성해 당 중앙군사위원회 승인을 받을 것"이라고도 했다. 핵·ICBM 같은 전략 도발이나 우리 영토·영해를 직접 위협하는 수준의 공격이 중앙군사위 승인 사안이다. 연락사무소 폭파를 시작으로 개성공단·금강산·NLL 등을 건드리며 한반도 위기 지수를 끌어올리겠다는 의미다. 미국을 겨냥한 핵·ICBM 카드도 만질 수 있다. 이미 모든 계획을 세워두고 순서대로 움직이는 것이다.

김정은은 자신이 죽을 수밖에 없는 전쟁을 목적으로 도발하는 것이 아니다. 살기 위해 도발하는 것이다. 이번 도발도 위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린 뒤에 '극적' 타결을 노리는 것이다. 해묵은 '벼랑 끝 전술'이다. 1990년대 초 1차 북핵 위기 때는 전쟁설까지 돌았지만 카터 전 미국 대통령 방북을 이용해 핵 동결만 내주고 식량과 에너지를 챙겼다. 이명박 정부 때는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을 한 뒤 물밑으로는 돈을 챙길 정상회담을 타진했다 한다. 이번에도 최종 목표는 '대북 제재 해제'에 두고 일부러 위기감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역으로 대북 제재 효과가 마침내 제대로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요즘 북한 사정은 김정은이 핵심 계층이 모여 사는 평양의 생활 문제를 논의하는 대책 회의를 가질 정도로 나쁘다고 한다. 2017년 말 북한 수출을 대부분 틀어막은 대북 제재의 효과에다, 코로나 사태로 북·중 국경 봉쇄가 겹치자 북한의 생명 줄인 대(對)중국 교역이 90%까지 줄었다. 이렇게 되면 장마당이 존립하기 어렵다. 북 보유 외화가 머지않아 고갈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도발 시리즈로 상황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간 뒤 문재인·트럼프에게 '극적 반전'을 타진할 것이다.

민주당 의원이 북한 사정을 경찰 무릎에 목이 눌려 "숨을 쉴 수 없다"고 하던 흑인에 비유했다. 지금 북한 사정이 정말 그럴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은 핵무기만 포기하면 제재가 풀리고 마음껏 숨을 쉴 수 있다. 대대적 경제 지원도 받을 수 있다. 제재는 군사력 사용 없이 김정은을 핵 포기의 길로 몰아가는 유일한 방법이다. 앞으로도 북의 발버둥이 계속될 것이다. 한·미가 흔들리지 않으면 사실상 처음으로 북핵 폐기의 길이 열릴 수 있다.

문제는 한·미 정부다. 문재인 정부는 말은 하지 않지만 이미 북핵 폐기는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이 던지는 카드에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악재가 쌓이고 있는 트럼프 역시 2년 전 싱가포르와 같은 거짓 쇼 유혹을 느낄 수 있다. 북핵의 최대 피해자인 우리 국민이 눈을 부릅떠야 한다. 지금은 우리 민족의 재앙인 북핵 먹구름을 마침내 걷어낼 수 있느냐, 아니면 또다시 북의 전략에 말려들어 다람쥐 쳇바퀴를 돌릴 것이냐 하는 기로다.

 

-조선일보(20-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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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냉면

 

전라남도 토박이가 1980년대 초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해 난생처음 서울에 살게 됐다. 식당에 '냉면'이라고 쓴 빨간 깃발이 내걸린 걸 보고 '저것이 필시 무슨 음식인 모양인데 도대체 무엇인가' 하고 어리둥절했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들려준 광주 주재기자 선배는 '왜 전라도 사람들은 냉면을 먹지 않느냐'고 묻자 이렇게 말했다. "밭과 들, 강과 바다에서 철 따라 나는 것 먹기도 바쁜데 웬 냉면?" 냉면에 대한 대접은 지역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한국의 양대 냉면이라고 할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은 흔히 '물냉'과 '비냉'으로 불리지만 본질적인 차이는 면의 재료다. 평양냉면은 메밀가루, 함흥냉면은 감자전분이 국수의 주 성분이다. 맛도 다르고 식감도 다르다. 그러나 평양냉면은 요리의 반열에 올랐고 함흥냉면은 시장통 비빔냉면과 비슷한 신세다. 고깃집 메뉴판에 비빔냉면을 '함흥냉면'이라고 쓰는 집은 많지만 물냉면을 감히 '평양냉면'이라고 쓰는 집은 없다.

 

▶평양냉면은 고기 육수에 무와 간장을 넣고 끓여 식힌 뒤 메밀과 전분을 섞어 빚은 국수를 말아 먹는 음식이다. 북한 '조선료리전집' 조리법에는 "소고기·돼지고기·닭고기는 젓가락이 쑥 들어갈 정도로 삶아 건져내고 국물은 소금·간장·파·후춧가루로 맛을 내 차게 식힌다"고 돼있다. 쌀농사 짓기 어려운 평안도의 주력 작물 메밀을 가을에 추수해 겨울에 먹던 음식이다. 잘 끊어지는 메밀국수를 뜨거운 국물에 말면 더 먹기 어려워 찬 육수에 먹었다고 한다. 처음 먹으면 밍밍하고 심심하다. "점심에 먹으면 저녁 먹을 때쯤 생각나는 맛"이라는 표현도 있다.

▶평양 옥류관 주방장이란 자가 문 대통령을 가리켜 "평양에 와서 옥류관 국수를 처먹을 때는 무슨 큰일이나 칠 것처럼 요사를 떨고 돌아가서는 전혀 한 일도 없는 주제"라며 "몽땅 잡아다가 우리 주방의 구이로에 처넣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우리 기업 총수들이 리선권에게서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는 말을 들은 데 이은 '냉면 막말' 2탄이다.

▶2년 전 남북 정상이 만났을 때 문 대통령은 옥류관 냉면을 두고 "제가 늘 먹어왔던 평양냉면 맛의 극대치"라고 했다. 남북 공연 교류로 북에 다녀온 연예인들도 옥류관 평양냉면이 어떻더라 저떻더라 말을 쏟아냈다. CNN은 평양냉면 조리법을 소개했고 영국 가디언지는 "평양냉면은 평화의 상징"이라고 보도했었다. '맛의 극대치인 평화의 상징'에서 '처먹고 요사 떠는' 음식이 된 평양냉면 신세가 딱 요즘 남북 관계 같다.


-한현우 논설위원, 조선일보(20-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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