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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비판 대자보에 '건조물 침입' 유죄, 민주국가 아니다] [네 번째 함구령] [간신도 못 되는 사람들]

뚝섬 2020. 6. 24. 06:20

 

대통령 비판 대자보에 '건조물 침입' 유죄, 민주국가 아니다

 

대통령 비판 대자보를 대학 구내에 붙인 20대 청년에게 법원이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대학 건물에 대자보를 붙인 것이 '건조물 무단 침입'이라는 것이다.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이 사건은 애당초 수사와 기소 자체가 무리한 것이었다. 대자보는 패러디 형식을 빌려 정부의 친중 노선을 비판하고 홍콩 자유화를 지지하는 내용이었다. 경찰과 검찰은 대자보 내용을 법적으로 문제 삼기 어렵자 건조물 침입 혐의를 적용했다. 무단 침입은 핑계에 불과하고 사실은 대통령과 정권 비위를 맞춘 것이다. 그런데 '유죄'라고 한다.

이 대학은 사실상 외부인에게 24시간 개방돼 있다. 동네 주민은 물론 영업사원, 배달원 등 다양한 사람이 제약 없이 드나든다. 공개된 건물에 들어가는 것은 원칙적으로 무단 침입이 아니다. 대자보를 붙였다고 처벌한다면 앞으로 영업사원이 광고물을 붙여도 다 처벌할 건가. 더구나 청년은 대자보를 붙이기만 했을 뿐 대학에 아무 피해를 준 적이 없다. 대학 관계자도 법정에 나와 "처벌을 원치 않는다" "피해 본 게 없다"고 증언했다. 대학 관계자는 "대한민국은 표현의 자유가 있는 나라" "이 사건이 과연 재판까지 와야 할 일인지 의문"이라고도 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경찰과 검찰이 억지 혐의를 붙여 기소하자 판사까지 이에 동조했다. 앞으로 정권 비판을 하려면 감옥 갈 각오를 하라는 협박이나 다름없다. 민주국가가 맞나.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다. 특히 공직자나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과 감시는 폭넓게 허용돼야 한다. 이 정권에선 그 반대 경우가 빈발하고 있다. 여당이 비판 칼럼을 쓴 교수를 고발하겠다고 위협했다. 대통령을 '김정은 대변인'으로 표현한 외신기자를 '검은 머리 외국인'이라고 공격하는가 하면 이를 인용한 야당 대표를 '국가원수 모독죄'로 처벌하겠다고도 했다. 조국 전 장관에게 분노해 광화문 시위에 나선 시민들이 내란죄로 고발당하고, 지하철역에서 대통령 비판 전단을 돌리던 50대 여성에겐 경찰이 팔을 뒤로 꺾어 수갑을 채웠다. 공수처법에 대해 당과 다른 목소리를 낸 여당 의원은 징계를 받았다. 대북 전단을 날린 탈북단체를 온갖 억지 혐의를 씌워 처벌하겠다고 하고, 5·18이나 세월호 사건에 대해 정부와 다른 의견을 말하면 감옥에 보내겠다는 법까지 발의됐다. 한 현직 부장판사가 이에 대해 "더 이상 법치가 아니다" "전체주의나 독재국가가 아니면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틀린 말이 아니다.

 

-조선일보(20-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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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함구령

 

정치권에선 수시로 함구령(緘口令)을 내린다. 민감한 현안에 대해 이 말 저 말 말고 아예 입을 다물라는 것이다. 인사나 정책 보안을 지키기 위해서도 함구령이 떨어진다. 비공개 의원총회장에서 원내대표가 의원들에게 함구령을 내리는 장면을 몰래 지켜볼 기회가 있었다. 뜻밖에도 지시가 아주 구체적이었다. 언론이 이런 질문을 해올 수 있는데 이렇게 답하라면서 예시 질문과 모범 답안까지 제시했다. 그러고 "우리가 이런 얘기한 것도 언론에 절대 얘기해선 안 된다"는 당부까지 덧붙였다.

 

▶과거 어떤 당대표는 함구령을 어긴 의원을 '촉새'로 규정했다. "나불거리지 말라"는 경고였다. 이 경고를 전해 들은 주변 인사들은 "입이 봉해지는 게 아니라 아예 얼어붙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권력자들은 아랫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싫어하는 경우가 많다. 제일 혐오하는 것이 인사 내용 발설이었다. 김이 빠진다는 것이다. 개각 내용 일부가 신문에 보도됐다고, 내정하고 통보한 장관을 바꿔버리는 황당한 일도 있었다. 

 

▶2004년 17대 국회 다수당이자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의원들의 입이 비교적 자유로웠다. 초선 108명이 각자 자기주장과 소신을 자유롭게 내세워 혼선을 일으키자 이들을 '108번뇌'로 부르기도 했다. 참다못한 다선 의원이 "군기를 잡겠다"고 하자 "물어뜯겠다"고 한 초선 의원도 있었다.

 

▶민주당에서 윤석열 검찰총장 사퇴 압박 발언이 계속 나오자 이해찬 대표가 "윤 총장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말라"며 함구령을 내렸다. 그런데 이 대표의 함구령은 총선 이후 벌써 네 번째다. 얼마 전 '윤미향 의원 의혹'에 대해 "개별 의견을 분출하지 말라"고 함구령을 내렸다. 당론을 따르지 않은 금태섭 전 의원을 징계하면서 그 문제에 입을 닫으라고 했다. 개헌 논의도 입에 올리지 말라고 했다. "전체주의 정당이냐" "운동권 MT 같다"는 비판이 나오지만 개의치 않는다. 이 대표는 '108번뇌' 전철을 밟지 말자는 생각에 때마다 함구령을 내리는 모양이다.

 

▶의원은 국민이 선출한 헌법기관이다. 그 책무의 본질은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발언 내용으로 처벌받지 않도록 법적 보호도 받는다. 그런 민주당 의원들이 아무 권한도 없는 당대표의 함구령에 순응한다. 떠들다가 선생님이 '조용!' 하면 일제히 입을 닫는 초등생들을 보는 것 같다. 열린우리당이 망한 것은 함구령이 없어서가 아니라 무리한 이념형 정책을 잇달아 내놓으며 독주, 폭주했기 때문이다. 지금 민주당이 걷고 있는 그 길이다.

 

-이동훈 논설위원, 조선일보(20-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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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신도 못 되는 사람들

 

유자광(柳子光), 조선 예종 때 남이 장군의 '역모'를 고발해 공신이 됐고, 조선 시대 연산군 때 무오사화를 일으킨 주역이다. 흔히 그를 간신으로 분류하지만, 당시 역사 속으로 들어가 보면 그를 단순히 간신으로 분류하기에는 문제가 있다.

사림의 영수(領袖)인 김종직의 제자 김일손이 사관으로 있으면서 스승 김종직이 지었던 '조의제문(弔義帝文)'을 사초에 포함시켰다. 이를 당상관 이극돈이 찾아내 유자광에게 보이자 유자광이 일을 크게 확대하는 바람에 김일손을 비롯한 여러 사람이 처형됐다. 그것이 흔히 말하는 무오사화다.

당시 사건만 놓고 보면 유자광은 종묘사직을 위한다는 명분에선 정당성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김종직의 글은 항우에게 죽은 의제(義帝)를 추모하는 글이지만, 실은 의제를 단종에 비유해 세조의 왕위 찬탈을 비판한 것이라서 왕실 입장에서 보자면 김종직의 글에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유자광을 단순히 간신의 범주에 넣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렇다고 그가 충신이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저 자신의 신분적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그 같은 사건을 잘 활용한 인물일 뿐이기 때문이다. 즉 고양이 목에 누구보다 먼저 방울을 달아 자신의 출세를 도모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간신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충신도 아니다.

오늘날 우리 정치에서 이런 인물을 찾자면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설훈 의원을 당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설훈 의원은 가장 먼저 "윤석열 검찰총장은 물러나야 한다"고 선창했다. '5선 의원'이라는 중망(重望)이 무색할 지경이다. 과거 그는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후보가 한 로비스트로부터 20만달러를 받았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던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것은 거짓으로 드러났고 그로 인해 피선거권이 박탈되기도 했다. 진중권씨의 촌철살인을 인용치 않을 수 없다.

"어떻게 하면 고양이 목에 방울 달까 궁리하다가 뾰족한 수가 없으니 구멍에서 목만 내놓고 조 짜서 교대로 고양이 물러가라고 찍찍거리는 상황이다." 어쩌면 설 의원은 유자광만큼도 안 되는 것인지 모른다.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조선일보(20-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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