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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앞에 서면 한없이 작아지는가] [6·25의 노래]

뚝섬 2020. 6. 27. 08:53

 

북한 앞에 서면 한없이 작아지는가

 

연락사무소 폭파 굴욕에도 대통령은 놀랍게 인내
北 독재 정권 위해선 국민의 기본 인권도 무시
요즘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인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북한이 개성에 있는 우리 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남북 특수 관계를 고려하면 우리 공관이 폭파당한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굴욕이 없다. 어떤 나라가 주재하는 우리 대사관을 폭파했다고 가정해보자. 그것이 무엇을 의미할까? 관계 단절은 물론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전쟁도 각오해야 하는 중대 사태다. 보통 국가라면 선전포고도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우리 대통령은 인내하겠다고 한다. 김여정의 광기 어린 폭언과 김정은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우리 여권이 춤춘다. 포가 아니라 다행이다. 우리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 눈치 보지 말고 제재 완화하고 대북 지원에 나서자. 전단 살포 금지법도 만들겠다고 나선다. 왜 북한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지는지 알 수가 없다.

가장 이해할 수 없는 일은 인권도 민주주의 가치도 작아진다는 점이다. 한국 정부는 북한 독재 정권을 달래기 위해 민주주의 가치와 권리를 희생하려 한다. 앰네스티, 휴먼라이츠워치 등 국제 인권 기구들은 일제히 정부 조치에 비판을 가하고 있다. 북한에 전단을 살포하는 이유가 북한이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지 않기 때문인데, 과거 인권 옹호자로서 권위주의 지도자들에게 표현의 자유를 요구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의 원칙을 저버리는 것에 놀랐다고 비판한다. 세계인권선언은 모든 사람이 간섭 없이 자신의 의견을 지닐 권리가 있고 국경에 관계없이 모든 매체를 통해 정보와 사상을 구하고 받아들이고 전파할 권리가 있다고 규정한다. 한국은 유엔 시민적·정치적 규약 가입국으로 국가 간 합의나 조약을 근거로 국민 기본권을 제한할 수 없다. 물론 북한이 원점 타격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접경 지역 국민 안전도 무시할 수 없는 일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포함한 역대 정부는 행정 조치로 대응했지 국제 규약과 헌법적 가치와 충돌하는 법을 만든 적은 없다.

국민의 기본 인권도 북한 앞에서는 무시당한다. 대한민국은 인권 선진국임을 자부한다. 국민이 해외에서 부당한 상황에 놓이게 되면 영사 보호 문제는 당장 국민적 관심사가 된다. 해외 공관에서 국민 보호를 소홀히 했을 경우, 당장 언론과 국민의 비난을 받고 관련 영사는 중징계받는다. 그러나 북한에 억류된 국민은 예외다. 우리 국민이 북한에 억류되어 있다는 기본적 사실조차 잊힌다. 선교사 3명 등 6명이 북한에 억류 중이다. 최근 유엔 산하 강제·비자발적 실종에 관한 실무 그룹은 6명 중 2명의 행방을 북한에 확인 요청했다. 4명은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북한에 구금된 다른 나라 국민은 영사 접근을 통한 보호를 받는다. 국교가 없는 경우 다른 나라 영사가 대신한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영사 접근은커녕 행방조차 모르는 비인도적 상황에 놓여 있다.

북한은 1969년 납치한 대한항공기 탑승객 중 11명을 돌려보내지 않고 있다. 유엔인권위는 50년 만에 강릉MBC PD였던 황원씨를 북한에 의한 자의적 구금 피해자로 규정하고 즉각 석방을 요청했고 11명의 진정한 의사 확인을 제안했다. 미 국무부가 발표한 북한 인권유린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전쟁 이후 납치되거나 억류된 한국 민간인은 516명이며, 전쟁 중 납치된 민간인도 2만여 명에 이른다. 화가 나는 점은 자국민을 석방하려는 의지가 우리 정부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의 세 차례 정상회담이 있었지만, 억류 문제가 의제가 된 흔적이 없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오토 웜비어씨를 북한이 석방하기 전까지 정상회담에 응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한국전쟁 70주년 기념행사에서 한 뼘의 영토·영해·영공도 침탈당하지 않겠다고 했다. 단 한 명의 국민은 어떠한지? 남북 관계를 위해 자국민은 희생되어도 좋은가?

운동권 출신 논객과 토론한 적이 있다. 민주화 세력이 왜 최악의 북한 인권 상황을 외면하고 있는지? 북한의 특수한 상황과 현실을 고려해야 하며 문제 제기 자체가 불순한 의도라는 것이다. 북한 정권은 외부의 적대적 환경으로 인해 체제 안전 차원에서 인권유린을 하기 때문에 북한 체제를 인정하고 관계 개선을 해야 현실적으로 인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귀를 의심했다. 과거 많이 듣던 이야기였다. 과거 군부 독재 세력은 인권유린과 관련, 분단과 북한 위협이라는 특수성을 언급하면서 '한국적 민주주의'라고 정당화했다. 그의 논리라면 전두환 군부 체제를 인정하고 협력하는 것이 현실적인 인권 개선의 길이었다는 것이다. 우리 민주화 운동을 부정하는 극도의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요즘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인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내가 믿어왔던 자유, 민주주의, 인권이라는 대한민국의 가치는 정말 존재하는 것인지?

 

-윤덕민 한국외대 석좌교수·前 국립외교원장, 조선일보(20-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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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의 노래

 

"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날을"로 시작하는 '6·25의 노래'는 1970년대까지만 해도 학교와 동네 골목에서 늘 울려퍼지던 노래였다. 여자아이들은 이 노래에 맞춰 고무줄놀이를 했고 초등학교 운동회 때도 응원가처럼 불렀다. "쫓기는 적의 무리/ 쫓고 또 쫓아/ 원수의 하나까지/ 쳐서 무찔러"라는 가사는 프랑스혁명에서 유래한 프랑스 국가 같다. 전쟁 직후에 만들어진 노래여서 그럴 것이다.

▶엊그제 6·25전쟁 70주년 기념식에서 이 노래를 참석자 전원이 제창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 노래를 따라 부를 때 "맨주먹 붉은 피로/ 원수를 막아내어"라는 가사가 화면에 나왔다. 이날 기념식은 70년 만에 조국에 돌아온 6·25전쟁 국군 전사자 147명과 미군 전사자 6명의 영결식을 겸해 치러졌다. 1990년대부터 북한에서 발굴된 유해들이 미군의 감식을 거쳐 드디어 돌아온 것이다. 88세 참전 용사가 전사자들을 대신해 "조국으로 복귀를 명 받았습니다"라고 신고를 했다. 유골이 되어서야 복귀 명령을 받고 돌아온 영웅들 앞에서 대통령도 감정이 북받치는 듯했다.

 

▶이날 영상 메시지를 보낸 참전국 정상들의 메시지도 특별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공산주의를 막기 위해 용감하게 싸운 모든 분께 경의를 표합니다. 여러분의 승리를 축하합니다"고 했다. 존슨 영국 총리는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보며 영국군의 희생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느낍니다"라고 했다. 어떤 역사 교과서보다도 6·25전쟁에 대해 정확한 가르침을 주는 현장이었다.

▶이날 국민의례 때 조포 21발이 발사됐다. 국가원수급 예우라고 한다. 참으로 오랜만에 6·25 참전 용사들이 제대로 대접받는 느낌이었다. 기념식 말미에 육군가·해군가·공군가·해병대가가 차례로 울려퍼졌다. 각군 참모총장과 참전용사 대표가 나란히 서서 후배들과 함께 군가를 불렀다. 서있기도 힘들어 보이는 노병들이 주먹을 내지르며 군가를 부르는 모습은 후배들에게 진정한 군인 정신이 무엇인지 보여주려는 것 같았다.

▶이제 '6·25의 노래'는 6·25전쟁 기념식에서만 들을 수 있다. 이 노래를 비롯해 '조국찬가'와 전국 시·군가를 많이 작곡한 김동진 선생은 21세기 들어 친일인명사전에 오르면서 노래 사용이 중단되는 수난을 당했다. 전쟁 영웅들의 유해가 운구되는 동안 또 다른 6·25의 노래가 울려퍼졌다.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앞으로 앞으로/낙동강아 잘 있거라/우리는 전진한다… 꽃잎처럼 떨어져 간/ 전우야 잘 자라."

 

-한현우 논설위원, 조선일보(20-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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