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時事-萬物相]

[대통령이 민주주의의 敵일 수 있다는 교훈] ....

뚝섬 2020. 11. 9. 06:28

[대통령이 민주주의의 敵일 수 있다는 교훈] 

[이번엔 美 국민이 “트럼프, 넌 해고야!”]

[트럼프의 ‘불복 DNA’] 

[‘백인남성 정당’ 공화당·'유색인종 독점' 민주당… 이런 프레임 깨졌다] 

[드라마 ‘웨스트윙’과 MZ세대의 투표]

 

 

 

대통령이 민주주의의 敵일 수 있다는 교훈

 

트럼프의 4년은 대통령 한 명이 민주주의를 얼마나 망가뜨릴 수 있는지 보여준 시간
그보다 더 제왕적인 우리의 대통령제는 훨씬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지 않은가

 

미국 대통령 선거가 조 바이든 후보의 승리로 끝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패배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지만 선거 결과를 뒤집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트럼프 대통령 시대가 마침내 저물게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4년은 우리에게 많은 걸 생각하게 해 준 시간이었다.

 

미국은 우리를 비롯한 전 세계 많은 국가에 늘 특별한 존재였다. 세계 제1 경제 대국이고 군사 강국이라는 사실뿐만 아니라 자유민주주의라는 정치 시스템의 모범 국가였고 그 가치의 수호자였다. 특히 우리가 어렵고 힘들었던 시절 미국은 경제적으로 풍요롭고 정치적으로 자유로운 땅으로 선망 대상이었다. 그러나 지난 4년간 미국 대통령 트럼프를 지켜보면서 미국이라는 나라, 그리고 그 나라의 민주주의와 대통령제를 다시 보게 되었다. 

 

7일(현지시각) 조 바이든 민주당후보의 당선이 확정되자 수천명의 워싱턴 DC시민들이 백악관 앞에서 트럼프대통령을 규탄하는 시위를 하고있다./EPA 연합뉴스

 

미국을 건국한 이들은 철저한 권력분립과 상호 견제를 통한 권력 균형 체제를 고안해 냈다. 그것이 개인의 자유와 재산을 보장하고 민주주의 체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게 할 것으로 생각했다. 이들의 구상은 삼권분립, 양원제, 연방제로 제도화되었고, 그 시스템이 작동하면서 미국은 가장 모범적인 민주주의 국가로 유지되어 왔다. 하지만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미국에서조차 정치가 이렇게까지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지난 4년간 트럼프는 보여주었다.

 

제도로서 대통령으로 행동하기보다 개인적 선호와 탐욕에 의한 통치를 했고 독립 기관들의 자율성을 침해했다. 지지 기반 강화를 위해 분열과 적대감을 부추기고, 공공연하게 거짓말을 하고, 국민을 ‘아군과 적군’으로 나누고 반대자를 서슴지 않고 공격하는 모습은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그 결과 트럼프는 모두가 아니라 어느 한쪽의 대통령이 되었다. 이미 분열되었던 미국은 최악 상황으로 쪼개졌고 선거 결과를 두고 총까지 들고 나와 서로 대치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트럼프 대통령의 통치를 보면서, 민주주의는 어느 때라도 완성된 채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제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려면 끊임없이 감시하고 그 가치를 지켜내고자 애써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방심하면 민주주의는 언제라도 후퇴할 수 있다. 

 

지난 10월 27일 미시간 랜싱 국제공항에서 가진 유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빗속에 연설하고 있는 뒷 모습./AP 연합뉴스

 

트럼프 재임 4년은 우리에게도 많은 질문을 던져 주고 있다. 우리 대통령은 국민을 아군과 적군으로 나누지 않고 ‘모두의’ 지도자로서 통합의 중심에 서 있을까. 우리 정치 시스템에서는 권력분립과 상호 견제라고 하는 민주주의의 원칙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을까. 우리 정치는 증오와 배제라는 분열의 정치가 아니라 타협과 화합의 정치를 이뤄내고 있을까. 안타깝지만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은 부정적이다.

 

우리 사회는 정파적으로 심각하게 양분되어 있고 대통령은 분열과 갈등의 정점에 서 있다. 권력분립과 상호 견제는커녕 모든 권력이 대통령과 청와대에 집중되었다. 의회 내 다수 의석을 차지한 여당은 대통령 친위대가 되었고 그래서 의회 정치는 제 역할을 잃었다. 사법부의 독립성은 심각하게 의심받고 있고, 독립적이어야 할 감사원이나 검찰은 노골적인 정파적 공세의 대상이 되고 있다. 우리라고 해서 트럼프의 미국과 딱히 다를 바가 없는 셈이다. 그래도 미국은 연방제 국가라서 일반 국민의 일상적 삶과 관련된 권한 대부분이 주 정부에 귀속되어 있고, 제도적으로 볼 때도 의회정치나 사법부가 우리처럼 무기력하지는 않다. 이에 비해 우리는 동네 아파트 세금 기준까지 대통령이 정하는 나라다. 대통령으로 인한 문제점이 미국보다 우리나라에서 훨씬 심각할 수 있다는 말이다.

 

되돌아보면 우리는 이미 이런 대통령제의 문제점을 알고 있었다. 2016년 촛불 집회 당시 거리로 뛰쳐나갔던 많은 국민이 원했던 것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종언이었다. 그러나 오늘 우리는 민주화 이후 그 어느 때보다 권력이 집중되고 상호 견제 시스템이 무너진 ‘가장 제왕적인’ 대통령제하에서 살고 있다. 언필칭 민주화 운동 세력’의 집권하에서 우리의 민주주의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트럼프의 4년은 미국과 같은 나라에서도 대통령 한 명이 민주주의를 얼마나 망가뜨릴 수 있는지 잘 보여준 시간이었다. 트럼프 통치의 끝을 보면서 이제 우리의 민주주의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평가해 볼 때가 되었다. 우리 민주주의의 위기는 지금처럼 대통령 1인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된 통치 구조에서 비롯된 것이다. 대통령 1인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막고 배제와 분열의 정치가 아니라 타협과 조정의 정치가 가능하도록 새로운 통치 구조에 대한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조선일보(20-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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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美 국민이 “트럼프, 넌 해고야!”

 

할리우드 영화 ‘인 디 에어’에서 톱스타 조지 클루니가 해고 통보 전문가라는 생소한 직업의 주인공으로 분장해 열연한다. 1년에 300일 이상을 비행기 타고 미국 전역을 누비면서 해고 대상자를 찾아가 해고 사실을 통보하는 일이 주업무다. 누군가에게 엄청난 상처를 주는 일이지만 아무런 감정도 못 느끼는 듯 그 일을 해낸다. 그러다 그 역시 해고 위기에 몰리고 만다. 

 

▶영화 아닌 현실에서 “넌 해고야(You’re fired)”라는 말을 가장 많이 사용한 사람은 아마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일 것이다. 2004년 출연한 TV 리얼리티 쇼 ‘어프렌티스’에서 그 말을 즐겨 쓰는 바람에 트럼프를 상징하는 유행어처럼 됐다. 트럼프는 자신이 애용하는 소셜 미디어의 암호도 ‘넌 해고야’로 설정했을 정도다. 트럼프가 안하무인의 표현 “넌 해고야”를 스스럼없이 쓸 수 있었던 것은 금력과 권력의 최정점에 오른 ‘갑 중의 갑’이었기 때문이다.

 

▶2년 전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아프리카 순방 중에 ‘트윗 해고’를 당했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가 TV 쇼에서 했던 “넌 해고야” 방식의 해임이 실제 상황이 됐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의 폭로에 따르면, 오바마에 대한 트럼프의 질시와 깎아내리기가 너무 심해 오바마 닮은 배우를 데려다 모욕 주고 해고 통보를 하는 동영상을 찍은 적도 있다고 한다.

 

▶트럼프 유행어가 자신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온다. 조 바이든의 승리가 굳어지자 민주당 지지자들이 “넌 해고야”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트럼프 패배를 자축했다. 온라인에는 “넌 해고야” 동영상과 메시지도 넘쳐난다. 농구 스타, 할리우드 스타도 이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에서는 “대통령, 당신 해고됐어” 기념 티셔츠까지 팔린다. 영국 가디언지는 ‘민주주의’ 단어가 쓰인 옷을 입은 여성이 트럼프를 향해 “넌 해고야”라고 외치는 만평을 실었다.

 

▶ 트럼프 집권 이후 민주주의 퇴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베스트셀러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는 트럼프가 독립적인 수사를 방해하기 위해 사법부를 공격하고, 상호 관용과 제도적 자제라는 미국 민주주의의 근간을 무너뜨렸다고 지적했다. 패배를 인정 않는 트럼프를 향해 ‘트럼프가 패배했다’는 말 대신 ‘트럼프가 해고됐다’는 패러디가 넘쳐나는 건 의미심장하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을 ‘고용’하는 사람도, ‘해고’하는 사람도 국민이라는 상식을 강조하는 문구이기 때문이다.

 

-강경희 논설위원, 조선일보(20-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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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불복 DNA’

 

어린 시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형인 프레디는 오래된 건물의 창문을 교체하려 했다.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인데, 아버지 프레드는 “내 돈을 낭비하지 말고 망할 놈의 페인트칠이나 했어야지”라고 질책했다. 프레디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다고 했을 때도 아버지의 경멸과 조롱을 받았다. 프레디의 딸 메리는 가족사를 다룬 책 ‘너무 과한데 만족을 모르는’에서 “할아버지는 자신의 장남이 이기기 위해 무슨 수를 쓰든 경쟁자를 물리치는 ‘킬러’가 되길 원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런 기질이 없었던 프레디는 아버지의 학대에 무너졌고, 형을 제친 도널드가 가문의 일인자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어린 시절 집에서 배운 규칙은 ‘어떻게 해서든 강해져야 한다’, ‘거짓말은 해도 된다’,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거나 사과하는 건 나약한 것이다’라고 한다. 메리는 “아버지의 격려를 등에 업은 도널드는 자신이 과장해서 말하는 것들을 진실로 믿기 시작했다”고 썼다. 사실을 인정하는 것보다는 강해지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가르친 이런 ‘조기 가정교육’이 오늘날 트럼프의 불복 본능에 영향을 미쳤는지도 모른다.

▷조 바이든이 어제 대선 공식 승리를 선언하자 트럼프는 “바이든이 거짓 승자 행세를 한다”며 선거가 조작됐다는 소송을 법원에 곧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가 개표 중단 소송을 냈던 4개 주 가운데 미시간주와 조지아주 법원에서는 증거 불충분으로 기각당했지만, 이젠 우편투표가 조작이고 부정투표라는 소송을 할 태세다. 개표의 추가 기울면 승복 선언으로 자연스럽게 당선자를 확정해 온 정권 이양 전통에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가 러시아 스캔들 위증 등 혐의로 40개월 형을 선고받은 선거 책사 로저 스톤을 7월에 사면하자 ‘대선에 질 경우 불복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었다. 스톤의 이름을 딴 ‘스톤의 법칙’은 정치판에서의 승리를 위해 △아무것도 인정하지 마라 △모두 부인하라 △역습하라는 접근법을 제시한다.

 

▷바이든 당선을 축하하기 위해 거리로 나온 시민들은 트럼프를 지칭해 ‘역대 최악의 패배자!’라고 쓴 피켓을 흔들었다. 백악관 주변에는 과거 트럼프가 TV 리얼리티쇼에서 자주 사용한 유행어 “당신은 해고됐어(You‘re fired)”라고 쓰인 포스터가 내걸렸다. 대선 불복과 재검표 논란으로 정국 혼란이 길어질 수도 있겠지만 선거 결과 자체가 바뀔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4년간 돌출적 언행으로 대통령직의 품격을 떨어뜨려 온 트럼프가 하루빨리 깨끗이 승복하지 않는다면 ‘가장 질 나쁜 패배자’라는 오명까지 덧씌워질 것이다.

 

-김영식 논설위원, 동아일보(20-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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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남성 정당’ 공화당·'유색인종 독점' 민주당… 이런 프레임 깨졌다

 

공화당의 변신… 역대 최다 女 의원 배출, 히스패닉 지지율 급등
민주당의 고민… 상·하원 사실상 패배, 진보·중도 사이 갈팡질팡
바이든의 숙제… 진보 견제·중도 보호 정책 통해 균형 찾아가야

 

길고 치열했던 미국 대통령 선거는 미국 시각으로 지난 토요일 AP를 비롯한 각 언론사가 바이든의 승리를 선언하면서 끝났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개표와 관련한 소송을 계속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지만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까지 제기한 문제는 판사가 기각할 만큼 사소한 것들이고, 각국 정상들까지 바이든의 승리를 축하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결과를 뒤집기는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따라서 이제 ‘트럼프 이후의 미국’이 어떤 모습일지 가늠해봐야 할 시점이다. 

 

블루 칼라 파고드는 공화당

 

이번 선거는 단순히 대통령 교체 이상의 시사점을 지닌다. 언론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지 못하지만 공화당은 이번에 여성 의원을 당 역사상 가장 많이 배출할 전망이다. 현재까지 당선이 확정된 여성 초선 의원만 13명에 이른다. 흔히 “백인 남성 정당” 소리를 들어온 공화당으로서는 엄청난 변신이다. 더 놀라운 것은 공화당이 히스패닉 유권자들에게 파고드는 데 성공했다는 사실이다. 지난 선거에서 30% 정도의 미국 내 히스패닉 인구가 트럼프와 공화당을 지지했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40%를 넘겼다. 특히 플로리다에서는 그 비율이 45%에 달했다. 자세한 이유를 떠나 이 현상은 유색인종을 핵심 지지 그룹 중 하나로 생각해온 민주당에는 큰 충격이다.

 

트럼프가 박빙 대결을 벌인 이번 선거는 2016년 트럼프의 집권이 결코 우연한 행운이 아니었음을 증명했고, 더 나아가 20세기 중반 이후로 지속되어온 미국 정치 구도가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줬다. 특히 오바마 정부 때까지만 해도 불안하게나마 유지되어 왔던 ‘공화당=부자들의 정당, 민주당=친노동자 정당’이라는 이미지는 트럼프의 등장과 함께 빠르게 깨지고 있다. 테크 산업이 주도하는 21세기 미국 경제의 성장 과정에서 소외된 중서부 러스트벨트(rust belt)와 남부의 가난한 노동자들은 공화당을 지지하고, 실리콘밸리의 부유한 노동자들은 압도적으로 민주당 후보들에게 기부금을 몰아준다.

 

월스트리트에서 큰돈을 벌고 뉴욕 시장을 세 번이나 지낸 갑부 마이클 블룸버그는 사재를 털어서 최대 경합주인 플로리다에서 바이든 홍보에 힘을 썼지만 단결한 트럼프 지지자들은 플로리다를 지켰다. 고소득층에게 세금을 감면해준 트럼프가 민주당을 “월스트리트 부자들의 정당”이라고 공격할 자격이 있느냐 없느냐를 떠나 그 메시지가 가난한 노동자와 히스패닉 유권자들에게 먹힌다는 사실은 분명해졌고, 이를 깨달은 트럼프는 "공화당은 노동자의 정당”이라는 말까지 하면서 블루칼라 노동자들을 파고들고 있다.

 

진보·보수 섞인 바이든

 

민주당 내에서 이런 지각변동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버니 샌더스와 엘리자베스 워런,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AOC)를 필두로 하는 진보 진영이다. 이들은 중도, 혹은 온건 진보에 속하는 조 바이든을 당내 경선 때부터 강하게 밀어붙였고, 바이든이 후보가 된 후에는 지지를 조건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진보적 정책을 받아들이도록 협상을 벌여 바이든의 정책팀에 진보 세력을 넣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서 살펴봐야 할 것이 당선자 조 바이든의 정치 성향이다. 미국에서는 종종 정치인을 자기 신념이 강한 사람들과 여론의 방향에 따라 유연한 태도를 갖는 사람들로 나누는데, 바이든은 후자에 속하는 정치인이다. 만 30세가 되기도 전에 연방 상원 의원이 된 바이든은 긴 정치 역정에서 때로는 진보적 정책에, 때로는 보수적 정책에 동조했다. 이런 태도 때문에 바이든은 당내 진보 세력에는 쉬운 공격 대상이 되지만, 워싱턴 정가에서는 ‘협상과 대화가 가능한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다.

 

쉽게 말해 바이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 시점에서 여론과 당론이 어디로 향하느냐다. 민주당의 진보 세력이 선거운동 중에도 쉬지 않고 바이든에게 진보 의제를 강하게 요구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고, 트럼프가 선거운동 내내 “바이든은 급진 세력의 허수아비”라고 공격한 것도 이런 민주당 내 구도를 알기 때문이었다. 물론 허수아비라는 말은 지나치지만, 그렇다고 근거가 전혀 없는 주장도 아니다.

 

중도 성향 확보가 열쇄

 

이렇게 민주당 진보 세력이 바이든을 왼쪽으로 끌고 가려는 것을 최대한 저지해서 중도에 가깝게 남아있도록 하는 건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 같은 민주당 중진의 역할이다. 하지만 민주당의 바람이 불 것으로 잔뜩 기대했던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은 상원을 가져오는 데 실패했고, 하원의 과반은 지켰지만 의석은 줄어들었다. 이런 사실상 패배로 상·하원 민주당 의원들은 펠로시와 슈머에게 화가 난 상태다. 특히 하원 의원들은 펠로시가 AOC 같은 진보 의원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는 바람에 민주당 후보들이 전국적으로 ‘사회주의자’라고 공격받았음을 지적했다.

 

당내 진보 세력과 중도 세력 모두에서 공격받는 펠로시는 어쩌면 이번에 하원의장직을 잃을지 모른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지만, 이런 상황이 빚어진 것이 펠로시의 잘못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AOC를 포함해 ‘스쿼드(squad)’라고 하는 진보적 유색인종 여성 하원 의원을 탄생시킨 2018년의 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을 빼앗을 수 있었던 것은 뉴욕처럼 민주당 우세 선거구에서 뽑힌 진보 세력이 아니라, 공화당과 팽팽하게 맞서는 경합 지역에서 탄생한 중도 성향 의원들 덕분이다.

 

결국 민주당이 의회를 지키기 위해서는 당내 진보 세력을 적절하게 견제해서 경합주에서 싸우는 중도 성향 의원들을 보호해줘야 하지만, 그렇게 하는 과정에서 민주당은 소위 ‘트럼프 동맹’에 매력을 느끼는 경제적 중하위층 노동자들에게 서서히 외면당하게 될 위험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이 줄다리기는 이미 시작되었고, 정책이 구체화되는 바이든 정권 초기에 두드러질 것이다. 이 균형을 어떻게 잡느냐가 바이든 정권의 성공 여부는 물론, 미국 정당 구도의 미래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박상현 코드 미이어 디렉터, 조선일보(20-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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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웨스트윙’과 MZ세대의 투표

 

웨스트 윙(The West Wing)은 미국 NBC에서 방영된 드라마로 에런 소킨이 제작. 1999년부터 2006년까지 방영.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오피스, 보좌관들의 사무실이 위치한 백악관의 웨스트 윙이 배경이며, 가상의 민주당 대통령 바틀릿의 집권기를 다루고 있다. 2000년부터 2003년까지 4년 연속 '에미상 최우수 TV 드라마 시리즈상'을 수상했고 주연급 배우들이 차례로 '에미상 TV 부문 주연상 및 조연상'을 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당신의 인생 드라마는 뭔가요? 이 질문에 대한 내 답은 성인이 된 이후 변함없다. 바로 미국 NBC방송이 만든 드라마 ‘웨스트윙’이다. 1999년 9월 22일 시작해서 2006년 5월 14일 7번째 시즌으로 막을 내렸다. 제목이 말해주듯 미 대통령과 핵심 참모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가상의 세계이지만 현실의 어젠다를 다루는 진지한 드라마이면서 백악관이라는 직장을 배경으로 치열하게 일하는 유능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드라마 속 바틀렛 대통령은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학자이면서 뉴햄프셔 주지사를 거쳐 민주당 소속으로 당선된 인물로 나온다. (참고로 드라마가 시작될 시점엔 빌 클린턴이 대통령이었으나, 2001년 1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취임한다. 현실에서는 공화당 정부 시기였으나 드라마 세계에선 반대다.)

 

이 드라마는 대중적으로도, 비평적으로도 대단한 성과를 거두었다. 에미상에서 4년 연속 최우수 드라마 작품상을 수상했고, 극본을 쓴 에런 소킨의 이름을 미국 엔터테인먼트 역사에 또렷이 남기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빛나는 까닭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이 드라마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자신이 바라는 이상적인 리더와 국가의 모습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으며, 입법·사법·행정 분야에서 일하는 캐릭터들이 젊은 세대의 롤모델로서 영감을 줬기 때문이다.

 

하버드 케네디 스쿨에 다니던 시절, ‘웨스트윙’ 배우들이 학교에서 강연한 적이 있다. 드라마가 끝난 지 5년이 지난 시점이었지만, 학교 중앙홀은 참석자들로 인산인해였다. 질의응답 시간에 어떤 학생이 마이크에 대고 이렇게 말했다. 어린 시절 봤던 ‘웨스트윙’ 덕분에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공공 영역(Public Sector)에서 커리어를 선택했으며, 이 학교에도 오게 됐다고. 그 순간 국적을 불문하고 강연장에 함께 있던 사람들이 나눈 놀라운 유대감을 잊지 못한다. ‘너도 그랬어?’라는 마음이 전달되는 분위기란. 훌륭한 콘텐츠는 시간과 장소를 초월하여 생명력을 가진다.

 

2020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웨스트윙’ 제작진과 배우들이 다시 손을 잡고 특별판 드라마를 만들었다. HBO 맥스에서 10월 15일 방영된 1시간짜리 작품. 시즌 3 중 한 편을 연극 무대 연출로 다시 찍었다. 이들이 20년 만에 다시 만나서 공연한 이유는 유권자들 투표를 독려하기 위한 것. 배경은 뉴햄프셔 작은 마을이다. 민주주의는 선거로 평가되며, 공정하고 자유로운 선거하에, 누구를 지지하든 모든 표는 소중하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지난 7일 저녁, 46대 대통령 당선자로서 조 바이든이 승리 연설을 했다. 두 후보 간 뜨거운 경쟁은 120년 만에 최고 투표율이란 기록을 남겼다. 의미 깊게 봐야 할 것은, 다가올 미래의 주력인 MZ(밀레니얼 Z)세대는 누구에게 왜 투표를 했는지에 대한 스토리다. ‘웨스트윙’에 등장하는 유능한 가상의 인물들은 현실 누군가에게는 롤모델이 되고, 영감을 받아 성장한 이들이 현실에서 직접 미래를 만든다는 것을, 대학원에서 만난 전 세계 MZ세대를 관찰하며 깨달을 수 있었다. 이제 소셜 미디어와 유튜브로 촘촘히 연결된 글로벌 세계에서 MZ세대의 공통분모는 국적을 불문하고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이런 정서를 먼저 파악하고 자신의 언어로 설명할 수 있는 인물이 한국의 MZ세대를 대변하고 미래를 만들 것이다.

 

-박소령 스타트업 퍼블리 대표, 조선일보(20-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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