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時事-萬物相]

[晩秋의 주제곡 ‘최재형·윤석열 현상’] [5·18 정신 모독하는 집권층의 위선] ....

뚝섬 2020. 11. 14. 07:11

[晩秋의 주제곡 ‘최재형·윤석열 현상’] 

[5·18 정신 모독하는 집권층의 위선] 

[정부가 개인 대출금 용도까지 감시하겠다니]

 

 

 

晩秋의 주제곡 ‘최재형·윤석열 현상’

 

적폐와 농단은 우파만의 舊惡이 아니라 좌파의 新惡이기도 하다
‘우린 진보니까 괜찮다’ 한다면 그거야말로 내로남불
최재형·윤석열 감사·수사 적중하면 진보의 실패 인정해야 한다
 

 

2020년 만추(晩秋)의 주제곡은 이브 몽탕의 ‘고엽’이 아니라 최재형 감사원장이 검찰에 넘긴 원전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수사 참고 자료’였다. 그리고 그걸 받아보고 한수원·산업부·가스공사를 압수 수색한 윤석열 검찰총장의 서릿발이었다. 이 두 공직자의 듀엣을 들으니 1992년 이탈리아에서 있었던 ‘마니 풀리테(Mani Pulite, 깨끗한 손)’ 사태를 연상하게 된다. ‘마니 풀리테’는 밀라노 검찰청의 안토니오 디 피에트로 검사를 두고 한 말이다. 뇌물 혐의로 구금된 피의자의 제보에 따라 그는 당시 연립 여당이던 이탈리아 사회당 소속 정치인 마르코 키에사를 구속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11월 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오른쪽으로 윤석열 검찰총장,은성수 금융위원장, 최재형 감사원장등이 있다./연합뉴스

 

이 사건은 발생 2년 만에 1948년 성립한 이탈리아 제1공화국을 송두리째 날려버린 엄청난 파국으로 번졌다. ‘탄젠토폴리(뇌물의 도시)’라는 이름으로도 부른 이 사건에선 4500여 명이 체포돼 1200명이 기소되었다. 국회의원 절반이 걸려들어 더러는 자살도 했다. 보수만 썩었다고 하더니 진보도 썩었다. 부패 정치인들과 공생하는 마피아가 죽이겠다고 협박했으나 피에트로 검사는 수사를 소신껏 밀어붙였다. ‘마니 풀리테’ 25주년에 그는 언론에 이렇게 술회했다. “전엔 도둑과 경찰의 전쟁을 바라봤는데, 요즘엔 도둑 떼와 도둑 떼의 전쟁을 바라보는 것 같다.”

 

최재형 감사원장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역할을 ‘마니 풀리테’와 성급하게 동일시할 시점은 아니다. 수사와 재판이 끝날 때까지는 뭐라 예단할 순 없다. 다만 주목할 포인트는 있다. 지난 1년을 장식한 철판 깐 스캔들과 게이트를 계기로 한국 정치의 쟁점이 또 한 번 재설정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정치의 쟁점은 지난 70여 년 동안 여러 차례 바뀌었다. 자유당 시절엔 권위주의 보수 여당이냐 자유주의 보수 야당이냐가 쟁점이었다. 3·4·5공화국 때는 근대화·산업화·민주화를 둘러싼 갈등이 초점이었다. 그 연장선에서 보수·진보·우파·좌파 쟁점이 생겼다.

 

이 이념적 심화 과정에서 확증 편향이 하나 생겼다. “우리가 정의를 대표한다”고 한 운동꾼들의 도덕적 우월감이 그것이다. 그러나 2020년 만추의 시점에도 그들은 계속 “우리가 정의를 대표한다”고 자처할 수 있을까? 그럴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될 일이다. 이탈리아의 ‘탄젠토폴리’ 사태에서도 드러났듯이, 적폐와 농단은 우파만의 구악(舊惡)이 아니라 좌파의 신악(新惡)이기도 하다. 신악을 저질러놓고도 우린 진보니까 괜찮다고 한다면 그거야말로 내로남불이다.

 

그렇다면 보수도 진보도 차례로 때를 묻힌 오늘의 하향 평준화 세상에선 무엇으로 권력 투쟁과 문화 전쟁에서 다툴 시대적 쟁점을 만들어낼 것인가? 억지·궤변·독설, 말도 아닌 말, 논리 장난은 치워야 한다. 그 대신 이젠 예컨대 최재형 감사원장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제기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과정의 ‘범죄 개연성’이라는 것이 진실인지 아닌지를 가리는 철저한 ‘팩트 체크’로 다투는 방식을 가져가야 한다. 그래서 최재형·윤석열 감사·수사가 적중하면 보수뿐 아니라 진보 일부도 진보의 실패를 인정해야 한다. 반대로 적중하지 않으면 진보뿐 아니라 보수 일부도 보수의 실패를 인정해야 한다. 이러면 ‘오늘 이곳’의 경찰은 누구이고 도둑은 누구인지도 국민적 합의로 드러낼 수 있을 것이다. 이게 이 시국의 쟁점이다. 그러나 이러려면 좌도 우도 ‘닥치고 집단체조’에서 벗어나 영롱한 개개인으로 거듭나야 한다.

 

최재형 감사원장은 “외부 압력에 순치(馴致)된 감사원은 짠맛을 잃은 소금과 같다” “흰 것을 희다고 하고, 검은 것을 검다고 해야 한다”고 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살아있는 권력의 비리를 눈치 보지 않고 수사하는 게 검찰 개혁” “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고 했다. 200명이 넘는 일선 검사는 “정치가 검찰을 덮었다” “무서워서 말도 못 하는 세상이 온 것 같아 슬프다”고 했다. 모두가 개개인의 자발적 양심 고백이었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현상이었다.

 

한국 민주주의는 지금 유사 전체주의, 포퓰리즘, 중우정치라는 문화혁명 3종 세트로 무너지고 있다. 전문가가 배제되고 운동꾼들이 차(車) 치고 포(包) 치는 세상이다. 이래서 요즘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우울증 같은 게 꽤 퍼져 있다고 한다. 야당다운 야당이 있으면 이 가슴앓이를 떠안아 치고 나와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최재형·윤석열·검사들의 양심 고백은 그래서 야당의 그런 한계를 대신 보상해준 셈이었다고 하면 맞는 말일까?

 

-류근일 언론인, 조선일보(20-11-14)-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5·18 정신 모독하는 집권층의 위선

 

5·18 역사 왜곡 처벌법은 표현의 자유와 이성적 소통이란 5·18 정신을 정면으로 파괴
강압적 신성화는 시대착오일 뿐

 

현 집권층을 향한 ‘나라가 너희 것이냐’라는 대중적 비아냥거림이 국민적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전체 유권자의 3분의 1 득표로 차지한 국회 다수 의석이 국정 전횡(專橫)을 넘어 폭정의 면허증이라도 된다는 듯 국가 행정 체계에 이어 국헌 문란까지 기도하고 있다. ‘5·18 신성화’ 입법(5·18 역사 왜곡 처벌법)이 그것이다. 3·1운동이나 4·19의거와 차별적으로 광주 민주 항쟁에 관해서만은 어떤 비난은 물론 학문적 비판마저 금지하려 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5.18 관련법' 국회 의안과에 제출 더불어민주당 설훈, 이형석 의원과 광주지역 국회의원들이 27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당론으로 채택된 '5.18 관련법'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하고 있다./연합뉴스

 

5·18 정신은 명확하다. 국민적 합의 과정 없이 반대 정파를 폭력으로 제압하는 헌정 파괴 방식으로 정권을 찬탈한 행위에 대한 시민적 저항이다. 그것은 곧 모든 정치적 분쟁은 표현의 자유 속에서 정파 간 이성적 소통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헌정 이념 수호 의지의 표현이다. 5·18 정신을 계승한다는 현 집권층이 그것을 정면으로 파괴하려는 것이다.

 

‘5·18 신성화’가 이뤄지려면 최소한 두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사건 실체에 대한 철저한 규명을 통해 관련된 의혹 모두가 해소되어야 하고, 진상 규명을 근거로 그 역사적 의의가 외세에 대한 거족적 저항인 3·1운동이나 국기 문란의 선거 부정에 대한 범국민적 저항인 4·19의거보다 상위에 있다는 점을 국민 대다수가 승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절차가 없는 ‘5·18 신성화’란 ‘5·18 정략’일 뿐이다.

 

특정 사건이나 인물에 대한 강압적 신성화 정략은 중세 신정 체제나 20세기 초 전체주의에서나 가능하다. 권력 집단이 피치자들의 정치 의식을 철저히 세뇌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개인이 운영하는 사회적 소통 수단이 무한하게 열려 있는 이 시대에 그런 정략은 시대착오적이고, 무엇보다 국가 발전 저해 행위이다.

 

5·18 정신이 대변하는 자유민주주의 헌정 체제의 핵심은 사고의 개방성에 있다. 모든 문제를 자유로운 탐색, 철저한 사실 규명, 진지한 토론, 공개적 논박으로 해결하려는 태도이다. 그런 과정에서 정책의 합리성이 증대되고, 국민의 정신 능력 및 창의성이 함양되며, 역사적 사건의 의미나 가치가 자연스레 국민 마음속에 자리 잡게 된다. 집권층이 혐오하는 ‘5·18 망언’이 유포된다면 그런 과정을 통해 그 부당성과 허구성을 입증하면 된다. 망언은 입법에 의한 강제가 아니라 통렬한 비판에 의한 공개적 망신으로 퇴치된다.

 

현 집권층은 과거 온갖 저급한 언행도 표현의 자유라는 원칙을 내세워 줄기차게 옹호한 바 있다. 굳게 신봉한다는 원칙을 갑자기 저버리는 인간은 대체로 다음 세 가지 유형에 속한다. 그 원칙 자체의 의미를 제대로 모르는 지적(知的)으로 허망한 인간, 그 원칙이란 것이 대중적 인기 등 범속한 목적을 성취하기 위한 겉치레일 뿐인 진정성 없는 인간, 타인의 시선 밖에서는 그 원칙과 다르게 행동하는 위선적 인간이다. 현 집권층이 그런 유형의 인간이 아니라면, 5·18 정신을 모독하는 5·18 정략은 철회해야 한다.

 

마르크스는 자신의 이념을 파당적 관점이나 이해 타산에 따라 제멋대로 해석하고 ‘씩씩하게’ 행동하는 추종자들을 보고 “나는 마르크스주의자가 아니다(Ich bin kein Marxist)”라고 선언한 바 있다. 민주화 투사들이라는 현 집권층 인사들은 언행의 모순이 유달리 많았는데, 5·18 정략으로 스스로 표명한 정치적 정체성까지 부정하려 한다. 민주주의자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고대 아테네의 페리클레스가 환생한다면 그들을 보고 ‘나는 민주주의자가 아니다’라고 단언할 것 같다.

 

-양승태 이화여대 명예교수, 조선일보(20-11-14)-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정부가 개인 대출금 용도까지 감시하겠다니

 

금융위원회가 정부의 집값 잡기 전선에 동참하기 위해 1억원 이상 신용대출을 받은 사람이 1년 이내에 규제지역 주택을 사는 경우 대출금을 토해내게 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개인의 대출금 용도까지 국가가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뉴시스

 

금융위원회가 1억원 이상 신용대출 받은 개인이 1년 이내에 ‘규제지역’ 내 주택을 사면 대출금을 토해내게 강제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가계부채 관리를 명분으로 내걸었지만, 실상은 신용대출로 집 사는 것을 막으려는 또 하나의 부동산 규제다. 개인이 대출금을 어디 쓸지는 개인의 자유에 해당한다. 재산권 행사를 제약하고 위헌 소지마저 있는 정책을 법률도 아닌 ‘행정 지도’라는 이름으로 실행한다.

 

정부는 시민의 자유권, 재산권을 침해하는 정책 시행에 거리낌도 없다. 정책 실패로 집값이 급등하자 시가 15억원 이상 주택을 사는 사람은 대출을 한 푼도 못 받게 틀어막았다. 규제지역 내 주택 구입자에겐 매입 자금을 어떻게 조달했는지 재산 내역을 낱낱이 공개하도록 강제하고, 공시지가를 올려 징벌적 보유세를 때리기 시작했다. 집주인의 재산권을 제약하는 임대차법을 밀어붙여 전세 시장을 뒷돈이 오가는 암시장 판으로 만들었다. 심지어 서울의 특정 지역 아파트를 사려면 관할 구청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조치까지 취했다. 독재 치하에서나 있을 법한 일을 정부 시행령 하나로 태연히 밀어붙인다.

 

정권은 5·18 민주화 운동을 폄하하면 감옥에 보내는 법을 추진하고, 법무장관은 ‘휴대폰 비밀번호 자백법’을 만들라고 한다. 이들은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조차 자신들은 무시할 수 있다고 본다. 무슨 무리한 일을 벌여도 ‘선거에 이기면 그만이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조선일보(20-1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