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잡이’에 대하여]
[陳&尹 쌍끌이]
[미스터 트롯과 진중권은 왜 먹히나]
‘칼잡이’에 대하여
칼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도(刀)와 검(劍)이 그것이다. 도(刀)는 한쪽만 칼날인 경우이다. 중국요리집 주방에서 쓰는 직사각형의 묵직한 칼이 도에 해당한다. 검은 양쪽이 칼날로 되어 있다. 몇 년 전에 일본의 역대 다이묘(大名)나 유명한 사무라이들이 사용했던 명도검(名刀劍) 백여 자루 이상을 진열해 놓은 히로시마의 전시장에 갔던 적이 있다. 은색 같기도 한 검신(劍身)에서 풍기는 반짝거리는 검광이 진열 공간에 가득 차 있었다. 정신이 번쩍 드는 섬뜩한 살기이기도 했다. 짐작건대 칼 한 자루마다 수십 명의 목을 벤 전력이 있는 칼들이었다.
선가(禪家)에서는 칼을 좋아한다. 칼을 찾는 방이 따로 있다. 심검당(尋劍堂)이라는 현판이 그것이다. 불가에서 왜 칼을 찾는 방을 따로 만들었는가. 칼이 있어야 번뇌의 실타래를 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때의 칼은 지혜의 칼이다. 번뇌는 한 올씩 풀기보다는 한 번에 싹둑 잘라 버려야 한다. 선승(禪僧)은 칼을 품은 사람이다. 살인도와 활인검을 쓴다. 사람을 죽이는 도와 사람을 살리는 검을 모두 쓴다. 이름하여 살활자재(殺活自在)이다. 자기의 에고를 자를 때는 살인도를 쓰고 다른 사람의 종기에 들어 있는 고름을 짤 때는 활인검을 쓴다.
종교적인 칼잡이 집단이 불가의 선승들이라면 세속적인 칼잡이 집단이 검찰이다. 한국 사회에서 칼잡이 면허증을 소지한 집단이 검찰이라고 본다. 칼에 피를 묻힐수록 인사고과에 높은 점수가 반영되는 직종이 검사라는 직업이다. 검(劍)이나 검(檢)이나 발음이 같지 않은가.
그러나 그동안 검사의 칼은 이미 포로로 잡혀온, 저항하기 어려운 상태에 있는 인간들을 베어 버리는 데 주로 사용되어온 감이 있다. 그물로 잡혀온 물고기의 목을 치는 칼이었다고나 할까. 펄펄 뛰는 활어, 즉 살아 있는 권력을 향해 돌진해서 이를 베어 버리는 칼은 아니었다. 약자를 잡는 것은 살인도(殺人刀)이고 권력을 잡는 것은 활인검(活人劍)에 해당한다. 이런 각도에서 보자면 그동안 한국 검찰은 살인도만 휘둘러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활인검은 거의 휘두르지를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 윤석열이 나타났다. 살아있는 권력을 향해 돌진하는 활인검의 검투사가 역사상 처음으로 등장한 것이다. 이 검투사는 과연 어디까지 베어 버릴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턱에 보조개가 들어간 검투사 커크 더글러스가 주연한 영화 ‘스파르타쿠스’. 윤석열은 커크 더글러스보다 더 흥미진진한 장면을 보여줄 것인가?
-조용헌 교수, 조선일보(20-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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陳&尹 쌍끌이
영국의 데이비드 린 감독이 만든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1962)는 영화의 시작 부분부터 아주 인상적이다. 첫 장면은 사막의 지평선 끝에서 까만 점이 하나 시야에 들어온다. 롱 테이크 촬영 기법으로 잡은 이 장면은 까만 점 하나가 먼지를 일으키며 점점 다가오는 장면이다. 검은색 아랍 터번을 두른 오마 샤리프가 낙타를 타고 나타난다. 그리고 멀리서 장총을 발사하여 자기 구역 내의 우물에서 허가 없이 물을 먹은 자를 쏴 죽여 버린다. 사막 저 끝에서 등장하는 오마 샤리프의 장면을 찍기 위하여 데이비드 린 감독은 특별히 450㎜ 렌즈를 사용하였다고 한다. 영화 사상 인물의 등장 신 가운데 가장 멋진 장면이라고 회자된다. 오마 샤리프는 이 영화를 찍고 나서 국제적인 스타로 떴다.
나는 윤석열을 보면서 이 장면이 생각났다. 지평선 멀리서 점 하나가 먼지를 일으키며 다가오고 있는데, 가까이 왔을 때 보니까 손에는 장창(長槍)이 쥐어져 있다. 일본의 세키가하라 전투에서도 장창이 효력을 발휘하였다. 보통 2간창은 3.6m, 3간창은 5.4m 길이다. 윤석열이 들고 있는 창은 5m 길이쯤 되려나. 5m 길이의 장창을 휘두르려면 체중도 나가고 키도 어느 정도 커야 한다. 윤석열의 체격 조건은 여기에 부합된다.
'윤가창(尹家槍)'은 꼬치구이 전문이다. 박근혜 정권의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에서부터 적폐 청산, 조국 수사, 울산시장 사건까지를 장창에 꼬치구이처럼 꿰었다. 장창은 일이관지(一以貫之)의 상징이다. 그 '일이관지'는 불법이 있으면 살아 있는 권력, 정권 실세라도 전부 수사하겠다는 신념일 것이다. 장창을 들고 있는 윤석열을 잡기 위하여 살아 있는 권력 쪽에서는 자객을 보내기보다는 쇠그물을 준비하고 있다. 장창과 맞설 수 있는 칼잡이 자객은 현재 없다. 오직 쇠그물로 덮어씌워 장창을 잡는 방법밖에 없을 것이다. 윤석열이 쇠그물에 포박당해 순교자가 되면 한국 현대사에서 가인(街人) 김병로(金炳魯·1887~1964) 이래의 법조계 인물로 등극할 예정이다.
지상의 백병전에 윤가창이 있다면 공중에는 진가권이 있다. 진가권이 구사하는 철사장(鐵沙掌)은 공중폭격이다. 공중폭격이라면 바로 워딩을 가리킨다. 진중권은 워딩의 귀재이다. 선거에서는 워딩이 공중에서 떨어지는 폭탄에 해당하고, 지상에서는 땅개 작전이 벌어진다. 윤가창과 진가권이 현 시국을 쌍끌이로 끌고 있다. 로펌에 김앤장이 있다면 현 시국에는 '진앤윤'이 있다. 난세가 되어야 인물 나온다는 말은 맞는다.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콘텐츠학, 조선일보(20-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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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트롯과 진중권은 왜 먹히나
진영과 세대 뛰어넘어 재미와 통쾌함 주는 트로트 예능과 촌평
그 속엔 '진심'이 있다
굳이 따지면 좌파인 대학 후배는 매주 목요일 '미스터트롯'을 보는 게 낙이다. 뽕끼 가득한 일제 잔재라며 경멸했던 트로트를 두 시간 넘게, 그것도 TV조선 앞에서 울고 웃으며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했다. 굳이 따지면 우파인 교회 집사님의 요즘 낙은 매일 아침 진중권 페이스북에서 터져 나오는 촌평(寸評)을 읽는 것이다. '촛불'이라면 거품을 물던 그가 뼛속까지 좌파인 논객이 쏟아내는 독설을 즐기며 그간 쌓인 화병을 풀게 될 줄은 미처 몰랐다고 했다.
새해 벽두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는 미스터트롯과 진중권. 이 어울리지 않는 조합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생각했다. 이념, 세대, 성별 할 것 없이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우선, 대놓고 B급이다. 점잖은 척, 고상한 척하지 않는다. 둘 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직설을 날린다. 변절을 의심하는 애인에게 "니가 봤냐고, 봤냐고~" 하며 삿대질을 하고, "첫눈에 뿅 갔다더니 그 사랑 깊이 자로 재보니 1m도 못 되더라"며 팩트로 폭격한다. 진중권은 더 까칠하다. "유시민의 알릴레오는 성인용 디즈니랜드, 김어준은 걸어 다니는 음모론"이라더니, "통치에 대중의 폭력을 활용하는 PK 친문들의 선동 수법이 나치를 빼닮았다" 일침을 가한다. 민주당 인재 영입을 "일회용 추잉껌"에 비유한 건 압권이었다. "단물 빨리면 유통기한 끝날 그들 탓에 당에서 궂은일 하며 밑바닥부터 성장해온 사람들이 기회를 잃었다" 꼬집었다.
풍자와 해학도 으뜸이다. 집에 있다던 여자 친구가 '교회 오빠'와 클럽에 나타나자 "니가 왜 거기서 나와~ 너네 집 불교잖아~" 하며 뒷목 잡고 호통치는 트롯맨의 넉살은 팔도를 웃겼다. 진중권도 못지않다. 지역구 세습이 '아빠 찬스'가 아니라고 우기는 국회의장 아들에게 "지금 입고 계신 '빤쓰'가 원래 아빠가 입었던 거면 그걸 '아빠 빤쓰'라 불러요"라고 해서 배꼽을 쥐게 했다. 말싸움의 여왕 공지영을 두 손 들게 한 '성경 팩폭'은 또 어떤가. "조국은 그리스도, 공지영은 그를 만나 새 삶을 얻은 막달라 마리아…. 모쪼록 지영 자매가 저 사악한 문천지교 이단에서 벗어나 주님의 품으로 돌아오길 기도하겠다."
'버라이어티'하다는 점에서도 둘은 비슷하다. 노래만으론 모자라 태권도, 마술까지 총동원해 자기만의 무대를 죽을 힘 다해 창출하는 트롯맨들의 노력은 눈물겹다. 진중권은 저 홀로 버라이어티하게 싸운다. 익명의 좀비 떼부터 소설가, 장관, 국회의원을 가리지 않고 태권브이처럼 일당백으로 싸운다. 급기야 성역에도 창을 날렸다. "조국(曺國)에 마음의 빚을 졌다는 문재인은 과연 공직을 맡기에 적합한 사람인가?"
또 있다. 미스터트롯이 강호에 숨은 진짜 실력자가 얼마나 많은지 보여준다면, 진중권은 노무현을 숭배한다며 정의를 외치던 사람 중 가짜가 얼마나 많은지 폭로한다. 노무현은 "국민의 뜻은 무시하고 사리사욕과 집단 이기주의에 빠진 정치인을 가장 경계하겠다"고 다짐했지만, 가짜 노무현들은 우리 사회를 두 동강 내고, 반칙과 특권을 일삼은 실력자를 검찰 개혁을 위해 강제 순교된 심청이라며 떠받든다. 진중권은 이를 "친문 양아치들의 개그"라 명명했다.
포기할 게 없는 사람은 무섭다. 재기할 마지막 무대라 믿고 땀 한 방울까지 짜내 열창하는 트롯맨들은 그래서 절절한 울림을 준다. 집단 광기, 포퓰리즘과 싸우려 교수직을 버리고 저격수로 무장한 진(陳)의 독설은 그래서 막강 화력을 지닌다.
모르긴 해도 올 4월 총선엔 진중권과 미스터트롯의 한 수를 간파한 쪽이 표심을 얻지 않을까. 진짜를 골라내는, 아주 '버라이어티한' 구경이 될 것이다.
-김윤덕 문화부장, 조선일보(20-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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