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 공정성 중요”라더니 법무차관 등 ‘尹 제거’ 사전 모의]
[결국 ‘尹 제거’ 직접 나선 文, 선거 공작·원전 조작부터 해명하라]
[원전 조작 공무원 “신내림” 궤변, 文은 “3차관 신설” 점입가경 농단]
[겁 먹으면 홍위병 되는 것이다]
[소총 세 발에 멈춰선 ‘秋 탱크’, 文은 그래도 느낀 게 없나]
[일언상방 (一言喪邦)]
“징계 공정성 중요”라더니 법무차관 등 ‘尹 제거’ 사전 모의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4일 국회 소위에 참석해 법무부 관계자들과 윤석열 검찰총장 관련 텔레그램 메시지를 주고 받고 있다/뉴시스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와 관련해 법무장관 정책보좌관 등과 텔레그램으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언론 카메라에 잡혔다. 국회 참석한 이 차관에게 장관 보좌관이 윤 총장 관련 기사를 보내며 “징계위에 영향이 있나요”라고 묻자 “윤(석열)의 악수인 것 같은데”라며 대화를 나눴다는 것이다. 징계위원은 재판으로 치면 판사나 마찬가지다. 당연히 징계위가 열리기 전까지는 양쪽 당사자와 접촉을 피하고 중립을 지켜야 한다. 법무부가 징계위원 명단을 윤 총장 측에도 알려주지 않는 이유다. 이 차관 스스로 “백지 상태로 (징계위에) 들어간다” “결과를 예단말고 지켜봐달라”고 했다. 그러더니 뒤로는 몰래 윤 총장 제거 모의를 주도하고 있었다. 기막힌 일이다.
이 차관의 텔레그램 대화방에선 ‘이종근2’라는 인물이 “네^^ 차관님”이라는 문자를 보낸 것으로도 나온다. 추미애 장관 측근인 이종근 대검 형사부장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검찰에선 동명이인으로 인한 혼동을 피하기 위해 이름 뒤에 숫자를 붙이는데, 실제 이 부장은 과거 내부 문서에 ‘검사 이종근2’라고 써왔다. 이 부장은 윤 총장 감찰이나 징계 담당이 아니다. 이 차관이 윤 총장 제거에 앞장서자 정권 편 검사들이 가세한 것이다.
이 일이 논란이 되자 이 차관은 “이종근2는 (이 부장의 아내인)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이라고 했다. 박 담당관 전화번호를 남편인 이 부장 이름으로 저장하고 구별하기 위해 숫자 ‘2’를 붙였다는 것이다. 도무지 상식에도 맞지 않는 말을 해명이라고 했다. 이 부장의 ‘해명’ 역시 황당하기 짝이 없다. 이 부장은 “차관님께 부임 인사차 전화했는데 통화 불가 메시지가 와서 답문(‘네^^ 차관님’)을 보낸 것”이라고 했다. 문자 내용을 부인할 수 없게 되자 ‘텔레그램은 안했다’고 둘러댄 것이다. 하나의 거짓을 덮으려면 열 가지 거짓말을 해야 한다는데 딱 그꼴이다. 문제의 대화가 있은지 한 시간 뒤쯤 박 담당관이 새로 텔레그램에 가입한 흔적도 나왔다. 대화는 남편 아닌 자신이 했다고 조작하려는 것 아닌가. 명색이 검사라는 사람들이 끝까지 잡아떼고 그걸로도 안 되면 대놓고 조작하려 든다.
박 담당관이 윤 총장 감찰과 관련해 박상기 전 법무장관을 조사하면서 이 차관의 변호사 사무실을 이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당시 이 차관은 월성 1호기 조작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 변호인이었다. 결코 우연일 리 없다. 윤 총장 징계와 느닷없는 직무 정지는 정권이 원전 수사를 막기 위해 벌인 일이었다. 그런데 윤 총장 관련 감찰 조사까지 원전 비리 변호인 사무실에서 했다는 것이다.
그래 놓고 문재인 대통령은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이 매우 중요” “이 차관이 징계위원장 직무대리를 맡지 않도록 한 것도 그 일환”이라고 했다. 모두 거짓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 차관은 징계위원은 물론 법무차관 자격도 없다. 문 대통령은 당장 이 차관 임명을 철회하고 원전 수사와 윤 총장 문제에서 손 떼겠다고 국민 앞에 선언하라.
-조선일보(20-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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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尹 제거’ 직접 나선 文, 선거 공작·원전 조작부터 해명하라

지난해 7월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 때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검찰총장.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법무부 차관에 법원 내 좌파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 이용구 변호사를 임명했다. 법무차관이 있어야 4일로 예정된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위원회를 열 수 있다. 그러나 전임 고기영 차관이 막무가내식 윤 총장 찍어내기에 항의하며 사표를 내 공석이 됐다. 그러자 문 대통령이 법무차관 자리를 하루 만에 급히 메웠다. 그동안 뒤에 숨은 채 추미애 법무장관을 내세웠던 윤 총장 몰아내기가 난관에 부닥치자 어쩔 수 없이 전면에 나선 것이다.
윤 총장 몰아내기가 얼마나 급했는지 문 대통령은 신임 이 법무차관에 대해 기본적인 검증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신임 고위 공직자는 ‘1주택자’가 청와대 최우선 기준인 듯이 강조했지만 서울 강남 아파트만 두 채를 갖고 있는 이 차관에게는 이 원칙조차 무시됐다. 지금 문 대통령 눈에는 ‘윤석열 제거’ 외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듯하다.
이성을 상실한 듯한 이 모든 무리수는 청와대의 울산 선거 공작과 조국 일가의 파렴치 비리,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등 정권 불법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를 덮기 위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런 일을 절대 직접 하지 않는다. 이번에는 추미애 법무장관을 내세웠다. 행동대장 격인 추 장관은 울산 선거 공작 수사팀을 공중분해시키고 사기꾼들 일방 폭로를 빌미로 윤 총장 손발을 묶었다. 잇단 검찰 인사로 윤 총장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식물 상태로 만들었다.
그러나 산업자원부의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범죄에 문 대통령이 관여한 명백한 정황이 감사원 감사로 드러나게 됐다. 이 사건이 검찰에 고발되면서 수사가 진행되고 대전지검이 산업부 책임자들에게 구속 영장을 청구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정권은 온갖 억지를 갖다 붙여 윤 총장에 대한 직무 배제와 징계 청구에 나섰다. 도둑이 수사관을 쫓아내는 법치 파괴가 극에 달하는 지경이 됐다. 추 장관이 총대를 메고 윤 총장을 진흙탕 싸움으로 끌어들이려 했지만 뒤에 문 대통령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법원이 윤 총장 손을 들어주면서 뒤에 숨어있던 문 대통령이 나오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지금 징계를 받아야 하는 사람이 있다면 문 대통령과 무법 장관으로 불리는 추 장관일 것이다. 문 대통령은 재임 중 형사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하지만, 추 장관의 위법 행위는 당장 단죄돼야 할 정도로 심각하다. 전국 모든 지검의 검사들이 한목소리로 개탄하고, 법원이 지적하고, 주로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법무부 감찰위원회가 경고하고, 심지어 정권 편이라는 서울지검 1차장까지 사직한 것은 ‘정권의 무도한 폭주를 멈추라'는 것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거꾸로 윤 총장을 징계해 쫓아내겠다고 한다.
문 대통령이 윤 총장을 제거하고 월성 1호 평가 조작을 수사하는 검사들을 또 공중분해시키겠다면 이를 막을 방법은 없다. 그러나 국민 앞에 헌법 수호의 선서를 했고 법치 수호의 책무를 진 대통령이라면 이 모든 사태의 출발인 울산 선거 공작과 월성 1호 평가 조작에 대해 국민 앞에 나와 무슨 변명이라도 해야 한다. 이렇게 막무가내로 깔아뭉개도 ‘선거에 이기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면 나라와 본인의 불행이다.
-조선일보(20-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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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조작 공무원 “신내림” 궤변, 文은 “3차관 신설” 점입가경 농단

문재인 대통령이 11월 27일 '2050 탄소중립 범부처 전략회의'에 참석해 산업부 3차관 신설 추진 등의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작년 12월 1일 일요일 밤 산업부 원전산업정책과 사무실에 들어가 월성 1호 문건 444건을 삭제한 산업부 공무원이 “누구 연락을 받고 한 일이냐”는 감사원·검찰 추궁에 “연락받은 일 없다. 나도 내가 신내림을 받은 것 같았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감사원이 바로 다음 날 컴퓨터를 압수해 가져갔는데 어떻게 그럴 걸 미리 알았느냐는 추궁에 신기(神氣) 들려 그렇게 했다는 식의 해괴한 답변을 했다는 것이다. 궁지에 몰리면 사실을 숨기려고 둘러대는 수가 있다. 그런데 ‘신내림 받았다'는 것은 감사관이나 검사를 우습게 본다는 뜻이다. 이럴 수 있는 것은 자기 뒤에 대통령이 있다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월성 1호 폐로 과정 자체가 경제성 평가 조작, 회계법인·한수원 협박 공갈, 증거 은폐·인멸 등 조직 범죄단 움직이는 것과 비슷했다. 그런데 검찰 수사받는 과정까지 범죄단 조직원들 버티는 것과 비슷하게 한다. 조직에서 결국 자신을 책임지지 않겠느냐고 믿고 있는 것이다.
이 정권은 대전지검이 월성 1호 관련 공무원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고 대검에 보고하자 그날로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 배제, 징계 청구를 단행했다. 윤 총장을 밀어내 월성 1호 수사를 주저앉히기 위해서라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바로 그다음 날 국무총리가 산업부를 찾아가 ‘적극행정상’을 나눠준 것도 그런 의심을 뒷받침한다.
그다음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문 대통령은 27일 산업부에 ‘에너지 전담 차관 신설'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중앙 부처 가운데 3명의 차관을 갖고 있는 부서는 하나도 없다. 3차관이 신설되면 산업부는 대규모 승진 인사와 조직 확장이 있을 것이다. 대통령 지시로 월성 1호 평가 조작을 한 ‘공로'와 그 불법 행위로 감사와 수사를 겪는 데 대한 보상으로 비친다. 검찰 수사가 청와대까지 번지지 않도록 입단속과 함께 끝까지 버텨달라는 당부 의미도 있을 것이다. 이러니 산업부 실무 공무원이 검사 앞에서 ‘내게 신 내렸다'고 조롱하는 것이다.
-조선일보(20-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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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 먹으면 홍위병 되는 것이다
‘어느 공무원이 겁 없이’ 발언은 장기판 卒로 순치하려는 의도
줄 세우고 눈치 보게 만들면 국민만 피해 보는 세상 돼
“어느 부처 공무원들이 겁 없이 집단행동을 감행하느냐”는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의 발언은 단지 추미애 법무장관에게 반기를 든 검사들만을 겨냥한 말이 아니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할 것이지 어디다 대고 고개를 쳐드느냐는 식의 이 말은 대한민국 공무원들을 향한 경고이자, 문재인 정부에 공무원은 어떤 존재인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불법·부당한 상관의 지시에도 찍소리 말라는 뜻으로, 권력에 맞서는 검찰 공무원들을 겁주고 모든 공직자를 순치하려는 것이다.
사실 공무원들을 장기판의 졸(卒) 정도로 보는 문 정부의 속내는 지난해 김수현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과 이인영 당시 원내대표가 나눈 대화에서 이미 드러났다. 김 실장이 “집권 4년 차 같다”며 제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공무원들에게 강한 불만을 나타내자, 이 원내대표는 공무원들을 “장관 없는 사이에 자기들끼리 이상한 짓을 많이 하고” “잠깐만 틈을 주면 엉뚱한 짓을 하는” 집단으로 묘사한다. 그땐 방송 마이크가 꺼진 줄 모르고 한 실수였다.

2019년 5월 10일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인영(오른쪽) 원내대표와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정·청 을지로 민생현안회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젠 자신들의 정책 실패조차 대놓고 공무원 탓으로 떠넘긴다. 얼마 전 홍익표 민주당 의원은 국토부 공무원들한테 설득당해 임대사업자에게 인센티브를 준 게 뼈아픈 실수라며 부동산 가격 급등과 전세난 책임을 공무원 탓으로 넘겼다. 민주당 중진 출신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전셋값 불안이 저금리 탓이라며, 금리를 내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들에게 화살을 돌렸다.
공무원 길들이기는 점점 노골화하고 있다. 최근엔 나랏일에 몸 사리지 않으면 징계하지 않는다는 공무원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복지부동 공무원방지법’으로 포장된 이 법안은 현 정부를 위해 열심히 일하다 실수하면 문제 삼지 않겠으니, 충성 맹세 하라는 뜻으로 공무원들은 해석하고 있다. 실제 정세균 총리는 국무회의 다음 날에 월성 원전 1호기 관련 자료 은폐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산업부 직원들을 찾아가 “소신 있게 해달라” “수고 많았다”고 격려하고 상까지 줬다. 어르고 달래며 공무원들을 줄 세우기 시작한 것이다.
눈치만 보던 공무원들의 정신을 바짝 들게 만든 건 윤석열 검찰총장과 추 장관의 갈등에 침묵하던 문 대통령의 한마디였다. 공직자들에게 공동체의 이익을 받들라며 선공후사(先公後私) 자세를 요구한 그의 말은 현 정부 편에 서는 게 공익을 위한 올바른 자세요, 반대편에 서는 건 사익이나 챙기는 것이니 확실하게 노선을 정하라는 강요나 다름없다. 문 정부가 흔히 쓰는 편 가르기 프레임을 공무원들에게 건 것이다.
공직자들을 권력 집단의 홍위병으로 전락시킬 참이다. 이미 공무원 사회는 문 정권 3년 반 사이에 무력감에 빠져 버렸다. 노무현 정부 때 똑똑한 관료들한테 창피당한 경험 때문에 문 정부는 3류 공무원을 장관에 기용하고 있다는 전직 경제 장관 말처럼, 지금 공직 사회는 믿고 따를 만한 공무원 출신 장관도 딱히 없다. 능력이 떨어지는 ‘늘공' 장관들은 청와대와 여당 입만 쳐다보고 있다. 제 목소리를 내기는커녕, 후배 공무원들의 조언조차 무슨 뜻인지 알아듣지 못한다. 여당이 재난지원금 필요하다며 돈 내놓으라면 뚝딱 빚내어 현찰 만들어주는 ATM처럼 쉬운 길만 찾아갈 뿐이다.
문 정부가 원하는 공무원의 표상은 하명(下命)이나 떠받드는 로봇 충신이다. 눈치 100단 공무원들을 겁주면 못할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이도 저도 싫은 공무원은 바닥에 딱 달라붙어 꼼짝도 하지 않는 ‘낙지부동'이 될 것이다. 민심을 돌보는 게 아니라 권력 표정이나 살피는 관료들만 남으면 우리 사회는 어떻게 될까. 결국 국민만 피해보는 세상이 된다.
-김영진 경제부장, 조선일보(20-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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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총 세 발에 멈춰선 ‘秋 탱크’, 文은 그래도 느낀 게 없나
2일 징계로 尹 제거 정권 계획 감찰위·법원·법무차관이 제동.. 권력도 순리 거스르면 힘 못 써
하루 만에 차관 임명한 대통령 秋의 실패 되풀이한다는 뜻.. 維新이 맞은 최후 안 두려운가
계획대로 풀려 나갔다면 문재인 대통령, 추미애 법무장관, 그리고 정권의 핵심 지지층은 구름 위를 떠다니는 행복감 속에 3일 아침을 맞았을 것이다. 2일로 예정됐던 법무부 징계위가 윤석열 검찰총장 해임을 결정해서 ‘정권의 앓던 이’를 뽑아냈다면 얼마나 개운했겠나. 논란이 됐던 박재동 화백 만평처럼 윤 총장은 목이 잘려 나가고, 추 장관은 “내 부하가 아니라더니, 소원처럼 됐네”라며 비아냥대는 대사를 읊조렸을지 모른다. 그러나 현실은 권력자들이 머릿속에 그린 시나리오처럼 진행되지 않았다.
윤석열 제거 고지를 향해 폭주하던 문재인 정권은 12월 1일 하루 동안 과속방지턱에 세 번 부딪혔다. 법무장관 자문 기구인 감찰위원회가 신호탄이었다. 위원 11명중 7명이 참가한 가운데 “징계 청구, 직무 정지, 수사 의뢰 등 추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해 취한 조치는 모두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당초 추 장관은 감찰위를 건너뛰고 징계위로 직행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외부 위원들의 반발로 징계위 하루 전 감찰위가 열렸다. 추 장관이 취임 후 감찰위 외부 위원 비율을 3분의 2로 늘린 것이 화근으로 작용했다. 검찰 구성원끼리 짬짜미를 못 하게 하려던 의도였는데 오히려 추 장관 자신의 발목을 잡았다.
법원이 윤 총장 직무 정지 중단 결정을 내린 것이 두 번째였다. 추 장관이 스스로 벌어서 맞은 매였다. 만일 윤 총장에 대한 직무 정지 없이 징계만 청구했다면 법원이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 징계위에서 해임 결정이 나온뒤 윤 총장이 행정소송을 제기해 본들 1년, 2년 뒤에 나올 판결은 실익이 없다. 그런데도 추 장관은 법원에서 뒤집힐 가능성이 높은 직무 정지까지 함께 밀어붙였다. 판단력 부족이 빚은 자충수라고밖에 달리 해석이 안 된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 집행정지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 인용 이튿날인 2일 경기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추미애(왼쪽) 법무부 장관이 청사를 나오며 축하 꽃바구니를 살펴보며 같은 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업무 복귀한 윤석열 총장을 응원하는 화환과 입간판이 놓여 있다 2020.12.02.뉴시스
고기영 법무부 차관의 사표는 추 장관에게 의외의 일격이었다. 자신이 직접 고른 2인자마저 “총장 징계는 부당하다”고 했으니 “기득권 검사들의 반발”이라고 변명을 대기도 궁색하다. 더구나 고 차관 사퇴로 그가 위원장을 맡기로 예정됐던 징계위는 4일로 미뤄졌다. 무리하고 어설펐던 윤석열 잘라내기라는 비판을 48시간 더 감내하는 것 자체가 고통일 뿐 아니라, 그사이에 동력 자체가 상실될 위험도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는 요즘의 문 정권 행태를 보면서 “아버지의 의원직 제명을 밀어붙였던 유신 정권이 떠올랐다”고 했다. 1979년 10월 4일 유신 정권은 신민당 김영삼 총재 징계 동의안을 국회 법사위와 본회의에서 몰아치기로 처리했다. 경찰 300명이 야당 의원 진입을 막은 가운데 몇 분 단위로 진행한 군사작전이었다. 그때 그 권력의 야만과 무도를 자칭 촛불 정권에서 다시 보게 될 줄은 짐작도 못 했다.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수원의 일선 고검장 6명 전원과 전국 지방검찰청, 지청 전체 59곳 평검사들이 빠짐없이 총장 징계가 부당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추 장관 밑에서 검찰국장을 지낸 총장 권한대행마저 “장관님, 한 발만 뒤로 물러나 달라”고 했다. 대통령의 대학 후배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한 줌 충견 검사들을 제외하면 검사 2100명 전원이 추 장관에게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윤석열 참수 작전에 티끌만 한 명분이라도 있었다면 검사들이 이렇게 똘똘 뭉쳐 인사권자에게 맞설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2020년 12월 1일은 대한민국 정치 교과서의 한 페이지에 기록될 것이다. 법과 규정, 상식과 원칙을 깔아뭉개며 돌진하던 추미애 탱크가 법무부 감찰위원, 행정법원 판사, 법무부 차관 같은 소총수들의 저격을 받고 멈춰 서는 것을 보면서 국민은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포악한 맹수처럼 날뛰던 절대 권력도 순리(順理)를 거스르자 생쥐처럼 무기력해지는 광경을 생생하게 지켜봤다.
추 장관에게 진격 명령을 내렸던 통수권자는 그래도 느낀 게 없는 모양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되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렸다”고 했다. 추가 쓰러진 곳에서 대통령은 가던 길을 계속 가기로 했다는 것이다. 우리법연구회 출신 법무차관을 하루 만에 임명한 것도 그런 뜻일 것이다.
김영삼 총재 제명에 반발해 부산과 마산 시민들이 들고일어난 것이 10월 16일 부마 항쟁이다. 차지철 경호실장은 “각하, 캄보디아에서도 300만명을 죽였는데 우리가 시위대 100만~200만명 정도를 탱크로 밀어버리는 게 대수입니까”라며 강경 진압을 밀어붙였다.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총탄이 철권통치의 심장을 멈춰 세운 것은 그로부터 딱 열흘 뒤였다.
-김창균 논설주간, 조선일보(20-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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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언상방 (一言喪邦)
1574년 3월에 선조가 불사(佛事)에 쓰기 위해 의영고(義盈庫)에 황랍(黃蠟) 500근을 바치게 했다. 양사(兩司)에서 이유를 묻자, 임금은 내가 내 물건을 내 마음대로 쓰겠다는데 너희가 알 것 없다고 했다. 이이(李珥)가 어찌 이다지 노하시느냐고 하자, 어떤 놈이 그 따위 말을 했느냐며 국문하여 말의 출처를 캐겠다고 벌컥 역정을 냈다. 이래서 내가 아무것도 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진다는, 해서 안 될 말까지 했다.
계속 발설자를 잡아오라고 닦달하자, 신하의 간언에 위엄을 세워 입을 재갈 물리려고만 하시니 임금의 덕이 날로 교만해지고, 폐해는 바로잡을 기약이 없어 걱정이 엉뚱한 곳에서 생길 것이라고 다시 간했다. 임금이 고집을 꺾지 않자 “전하께서 이리하심은 신 등을 가볍게 보시어 벼락 같은 위력으로 꺾어 바른말이 들어올 길을 막자는 데 지나지 않습니다. 결국 신하들이 감히 말하지 못하게 되면 전하의 총명이 날로 가려질 테니 ‘말 한마디로 나라를 잃는다(一言喪邦)’는 데에 가깝지 않겠습니까?” 앞뒤로 다섯 번을 간했어도 임금은 ‘너희가 나를 가르치려 들어?’ 하면서 끝까지 누가 이기나 보자는 식으로 나왔다. 이이는 임금의 태도에 실망하여 물러날 뜻을 품었다. ‘연려실기술'에 나온다.
글 속의 ‘일언상방’은 논어 ‘자로(子路)’에서 보인다. 정공(定公)이 물었다. “한마디 말로 나라를 잃을 수도 있다는데 그런 것이 있습니까?” 공자의 대답이 이랬다. “말이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이렇게 말하더군요. ‘나는 임금 되는 것은 즐겁지가 않지만, 내가 말만 하면 내 말을 거스르지 않는 것은 즐겁다.’ 그 말이 옳아서 어기지 않는다면 훌륭하겠지요. 하지만 옳지 않은데도 어기지 않는다면, 이야말로 한마디 말로 나라를 잃는 것에 가깝다 하겠습니다.”
임금의 위엄은 아무도 거역 못 하고 그대로 따르는 데서 서는 것이 아니다. 바른말에 자신의 잘못을 돌이켜 바른 길로 돌아오는 데서 우뚝해진다. 임금이 옳지 않은 일을 하는데도 그 말을 그대로 따른다면, 임금은 날로 교만해지고 신하는 갈수록 아첨하게 되어 나라를 잃고 마는 것이 실로 잠깐 사이다.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조선일보(20-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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