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의 증언’ 출간한 나경원 前 의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나경원 연설'을 본 사람들이 갸우뚱하는 이유]
‘나경원의 증언’ 출간한 나경원 前 의원
“우파는 비겁했다, 함께 맞서지 않아 벼랑까지 밀려”
나경원 전 의원이 야당 원내대표 시절 얘기와 자신의 생각을 담은 ‘나경원의 증언’을 출간했다. 하지만 예정된 북 콘서트가 코로나로 취소됐다. 말할 기회를 대신 주려고 그녀를 만났다.

나경원 전 의원은“박원순 성추행과 자살로 비롯된 선거라는 게 완전히 희석돼 버렸다”고 말했다.
-책 얘기에 앞서, 당신이 지인 자녀를 스페셜올림픽코리아에 특혜 채용했다며 고발된 건(件)이 얼마 전 검찰에서 무혐의 났는데?
“한 좌파 단체 인사가 총선 전후로 나에 대해 무려 13건을 고발했다. 그는 민주당 공천관리위원까지 했던 사람이다. 몇 달 전부터는 여당이 ‘왜 검찰은 조국만 수사하고 나경원은 수사하지 않느냐?’며 집중 공세에 나섰다. 추미애 장관은 사실상 ‘나경원 수사’ 지시를 내렸다. 검찰이 법원에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했다가 통째로 기각되자 재청구하는 등 집요하게 털고 있다.”
-본인이 왜 그런 타깃이 됐다고 보나?
“조국 사태가 터졌을 때 내가 야당 원내대표로서 진두지휘했다. 여당과 좌파 단체는 물타기 작전으로 나와 내 자녀를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라치몬드 산후조리원
-당시 ‘원정 출산’ 의혹이 먼저 제기됐는데?
“조국 아들의 ‘이중국적’ 보도가 나오니까, 한 인터넷 카페에 ‘나경원이 LA에 있는 라치몬드 산후조리원에서 아이를 낳았다’는 글이 올라왔다. 그게 포털 실검 1위였다. 현 정권에서 박영선·강경화 장관이 ‘이중국적’ 아이를 뒀기에 그쪽으로 옮아가지 않도록 물타기를 하는 것인지…, 정말 헛웃음이 나왔다. 나는 부산에서 판사 하던 시절 아들을 낳았기 때문이다.”
-아들 출생신고 서류를 공개하면 되지 않았나?
“저들의 속성을 너무 모르고 하는 말이다. 내가 ‘아들은 1997년생이고 라치몬드 산후조리원은 2000년 개원했다’고 하자, 저들은 ’2000년에 공식 개원했지만 실제 영업은 1997년부터 했다'는 식으로 나왔다. 부산 출생 기록을 제시하면 저들은 ‘서류가 위조됐다’고 나왔을 게 뻔하다.”
-사실관계를 떠나, 세간에는 ‘나경원 자녀도 조국 자녀처럼 대학 진학에 뭔가 특혜를 봤을 것’이라는 시각이 있는데?
“맹세컨대 자녀 문제에서 조국처럼 해본 적이 없다. 현 정권에서 수사 당국이 샅샅이 다 뒤졌는데 위법이 있었으면 이렇게 놔두겠나.”
-당시 MBC 시사 프로 ‘스트레이트’는 나경원 자녀의 의혹과 관련해 세 차례나 보도했는데?
“공영방송이 같은 프로에서 45분짜리 두 번, 20분짜리 한 번을 내보냈다. 3회에 걸친 나경원 낙선(落選) 특집이었다. 인터뷰한 이들의 말을 교묘히 잘라 붙이고, 내용과 다른 자막도 넣었다. 그 뒤 여권의 공격을 받게 된 윤석열 검찰총장에 관한 방송을 할 때도 나를 엮었다. 정권에 의한 탄압이 이런 것이다.”
-그 방송이 선거에 얼마나 영향을 끼쳤나?
“유권자 눈빛만 봐도 안다. 방송이 나간 뒤 며칠간 지지율이 10%p나 빠졌다. 한 좌파 단체는 지역구 지하철역마다 ‘사사건건 아베 편’이라는 피켓을 들고나왔고, ‘투표로 100년 친일 청산’ ’70년 적폐 청산' 같은 현수막을 곳곳에 매달았다. 반면 내 지지자들이 만든 ‘민생 파탄’ ‘거짓말 OUT’ 같은 피켓은 불법 선거운동이라며 제지했다.”
-문재인 대선 캠프에서 활동한 조해주씨가 중앙선관위 상임위원이 되면서, 선관위가 엄정한 헌법기관이 아니라 ‘정권 하수인’이라는 인상을 줬다.
“선관위는 ‘친일 청산’ 현수막이 선거법상 문제가 안 된다고 했다. 친일 청산 앞에 ’100년'이 붙었기 때문에 ‘특정 후보와 선거’에 대한 의견 개진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성난 내 지지자들이 ‘반세기 민생 파탄’ ’100년 거짓말 OUT’으로 응수하자, 선관위는 선거를 이틀 앞두고 ‘친일 청산’ 현수막도 불허한다고 했다.”

/연합뉴스
-여권의 한 인사가 낙선한 당신에 대해 ‘국민 밉상’이라고 조롱했는데?
“우파 정당은 이를 그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고 함께 싸워주지 않는다. 저쪽은 조국·박원순 등에서 보듯이 창피한 일인데도 끝까지 편을 들어준다.”
-우파도 좌파처럼 상식이나 사실관계를 떠나 진영 논리로 뭉쳐야 한다는 건가?
“불법을 감싸달라는 게 아니다. 부당한 공격에 같이 맞서줘야 하는 것이다. 내 개인 문제를 얘기하는 게 아니라, 우파는 동지적 의리가 없는 것 같다. 함께 맞서 싸우지 않으니 우파는 현대사의 쟁점이나 정통성 논쟁에서 벼랑 끝으로 밀렸다. 저쪽에서 김대중·노무현을 기리는 것만큼 과연 우파 정당에서 이승만· 박정희를 기리고 있나.”
-우파 정당 구성원들은 지켜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공부가 안 돼 있거나, 그런 가치 대결에서 결코 밀려서 안 된다는 용기가 없는 것 같은데?
“저쪽에서 끊임없이 이승만·박정희를 공격하고 대한민국 정통성을 부정해도, 우파는 맞서 싸울 생각 없이 모두 숨어버린다. 우파는 지금껏 너무 비겁했지 않은가. 이런 얘기를 하면 ‘철 지난 이념’이라고 공박하지만, 나는 ‘이념이 곧 민생(民生)’이라고 본다. 현 정권에서 세금과 부동산 정책을 보면 알지 않나. 좌파 이념에서 이런 정책이 나오는 것이다.”
노영민과 비공개 만남
-총선 참패 뒤 야당에서는 ‘낡은 보수 이념을 버려야 산다’ ‘보수 가치가 시대 흐름에 뒤처졌다’는 내부 반성이 나왔다.
“선거에 크게 몇 번 졌다고 엉뚱한 곳에서 해답을 찾아선 안 된다고 본다. 어설프게 저쪽을 따라가면, 유권자는 원조(元祖)를 찍지 짝퉁을 찍지 않는다. 정당이 굳이 두 개 있을 필요도 없는 것이다.”
-정당이 살아남으려면 지금은 시대 흐름인 좌파에 올라타야 한다는데?
“이는 용기가 부족한 정치다. 일시적인 부정적 여론과 언론의 공격에 위축돼 물러서면 더 심각한 당의 위기를 맞는다. 우리가 스스로 옳다고 믿는 가치에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국민의힘 구성원들은 당의 확장성을 위해 빨리 중도로 가야한다는 강박감이 있는 것 같다.
“기득권 개혁은 필요하지만, 당 이념과 정체성을 바꾸는 것은 답이 아니다. 사실 ‘중도’는 움직이는 유권자들을 말하는 것이지 이념이 아니다. 보수와 진보의 이념이 있고, 시대 상황에 따라 이 중 하나가 선택받는 것이다. 물론 중도 유인 정책이나 포퓰리즘을 채택할 수 있다. 하지만 우파 정당이면 이를 좌파식이 아닌 우파식으로 내놓아야 한다.”
-이런 입장은 ‘수구 기득권의 반발’로 받아들여질 텐데?
“우파가 왜 수구(守舊)인가, 현 정권 같은 좌파가 시대에 뒤떨어진 수구다. 물론 뜬구름 잡는 식의 이념에 매달리면 안 된다. 우파적 정책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교육 개혁, 노동 개혁, 규제 개혁 등에서 얼마든지 우파가 국민들의 삶에 어필할 수 있다고 본다.”
-현 정권은 저 모양인데 왜 야당이 지지를 못 받는다고 보나? 국민의힘 지지율은 30% 이하 박스권에 갇혀 있다.
“국민의힘이 우파를 분열시키고 있는 게 아닌지 솔직히 걱정스럽다. 우파 가치를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니 국민이 신뢰를 못 한다. 당의 전통적 지지층 신뢰부터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국민의힘 의석수의 절대 열세를 감안해도 지금 모든 것이 여당의 뜻대로 가고 있는데?
“당초 여당이 법사위원장을 차지하고 다른 상임위원장 7개를 준다고 했을 때 협상해야 했다. 그걸 포기하는 바람에 입법부를 저쪽에 다 내줬다.”
-여당이 입법부를 마음대로 하는 걸 국민에게 보여줘 정권을 찾아오면 되지 않느냐는 게, 당초 김종인 위원장의 계산이었는데?
“상임위원장 7개를 갖고 있었으면 정권의 스케줄대로 임대차 3법이나 예산안 등이 통과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처럼 맹탕 국정감사도 없었다. 한 번도 야당다운 결기나 투쟁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총선 뒤 야당 안에서는 ‘문재인 정권에 사사건건 반대하고 발목을 잡은 게 참패의 원인’이라고 평가했다. 당신은 원내대표를 맡아 국회 보이콧과 장외 투쟁을 벌였으니 원인 제공자인 셈인데?
“이게 바로 정부·여당의 프레임이다. 당시 우리는 소득 주도 성장, 주 52시간제, 탈원전, 사법부와 헌법재판소 장악, 준연동형 선거제, 공수처법 등을 막기 위해 싸워야 했다. 총선 참패가 이런 투쟁 때문인가. 여당이 이긴 것은 코로나 방역과 재난지원금 때문이었고, 우리가 패배한 것은 공천 실패와 전략 부재, 막말 때문이었다.”
-그렇게 막으려고 했던 공수처는 현실화되고 있다. 요란한 투쟁만 있었고 성과는 없었는데?
“공수처 법안 저지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출범 시기를 최대한 늦추거나 몇 가지 문제 조항을 삭제하는 협상을 해야 했다. 작년 11월 노영민 비서실장과 비공개로 만나 ‘공수처 출범을 대통령 임기 종료 후 차기 대통령 때까지 연기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하자, ‘임기 후는 절대 안 되고 늦어도 임기 종료 6개월 전까지라면 생각해볼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 뒤 황교안 대표의 갑작스러운 단식으로 정국이 냉각됐다. 차악(次惡)이라도 과실을 땄어야 했는데, 그 부분이 아쉬웠다.”
분노 투표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박영선 장관에 이어 오차 범위 내 2위로 나왔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후보였던 박영선은 범야권 경선에서 박원순에게 졌고, 당신은 본선에서 패배했는데?
“오세훈 시장 사퇴와 안철수 등장으로 당시 서울시장 선거는 질 수밖에 없는 선거였다. 한나라당이 서울시장을 버렸는데 왜 또 한나라당을 찍어야 하는지를 설득해야 했다. 이번엔 저쪽에서 버린 서울시장 자리다. 하지만 박원순 성추행과 자살로 비롯된 선거라는 게 이미 완전히 희석돼 버렸다.”
-서울시장 보선을 어떻게 전망하나?
“보궐선거 투표율은 매우 낮다. 결국 분노 투표나 조직 투표가 승부를 결정짓는다. 서울시 25개 구청장 중 24개가 여당이다. 조직 투표에서 백배 불리하다. 결국 현 정권에 분노한 시민과 야당 핵심 지지층이 투표하러 나와야 이긴다. 이들을 잠깨워 투표장에 나올 수 있게 하는 후보가 필요하다.”
-낙선한 뒤 정치를 계속해야겠다는 열망이 더 강해졌나?
“정치를 그만두는 것까지도 생각해봤다. 그러면 현 정권의 탄압과 공작에 지는 것이 된다. 나는 쉽게 굴복하지 않는다.”
-최보식 선임기자, 조선일보(20-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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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지금은 '독립운동'을 하는 심정... 문재인 정권과 타협할 때 아니다"
나경원(56) 의원이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맡은 지 여섯 달 됐다. 당(黨) 체질이 얼마나 개선됐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녀의 이미지가 '공주'에서 '투사(鬪士)'로 바뀐 것만은 확실하다.
"지금은 독립운동을 하는 심정이다. 문재인 정권은 모든 실정(失政)을 세금으로 덮으려 하고 있다. 세금 징수와 배급사회로 가는 걸 막아야 한다. 나라가 불가역(不可逆·돌이킬 수 없는)의 사회주의 국가로 되지 않게 하는 것을 내 책무로 생각한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나는 신념이 강하고 힘든 상황에서 물러선 적 없다"고 말했다.
―이런 투쟁성은 자신도 몰랐던 숨은 재능의 발견인가, 아니면 상황 속에 주어진 역할 때문인가?
"지금 절박한 상황이 그렇게 만든 면이 크지만, 내게 원래 그런 본성이 있다. 나에 대해 '공주'니 어떠니 하는 말은 여성을 화초처럼 보는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다. 나는 신념이 강한 정치인이다. 이리저리 휩쓸리지 않았고, 힘든 상황에서 물러선 적이 없다. 선거에서도 나는 불리한 지역에 나가 싸웠다. 내 얼굴이 그렇게 안 보인다고 해서 내가 힘들지 않은 게 아니다. 사실 죽어라고 해온 것이다."
―지금은 무엇이 당신을 가장 힘들게 하는가?
"청와대다. 여당은 청와대의 입김 속에 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와 협상이 어려운 것은 청와대가 너무 개입하기 때문이다. 경색 국면을 풀기 위해 만나봐도 그에게는 재량권이 없는 것 같다."
―이인영 원내대표에게 '예쁜 누나'가 밥을 덜 사준 게 아닌가?
"한 번 더 살까(웃음)? 처음에는 잘 맞을 것으로 봤는데, 그는 너무 이념적이고 원리주의적이다. 협상은 주고받는 것인데 그와는 쉽지 않다."
―자유한국당에서 패스트트랙 철회와 사과를 요구하니, 민주당이 어떻게 받아줄 수 있겠나?
"철회가 안 된다면 유감만 표명하고 패스트트랙 법안에 대해 '합의 처리'를 약속해달라고 했다. 이렇게 한발 양보했지만 반응이 없다. 국회 정상화를 위해서는 패스트트랙 충돌 과정에서 벌어진 사건에 대해 고소·고발을 서로 취하하고 정치적으로 풀어가야 하지 않나. 검찰에 정치를 맡길 수 없지 않나. 이 대목에서도 여당은 원리주의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여당은 "패스트트랙에 올린 것은 단지 법안에 대한 논의의 시작"이라고 했다. 논의란 '합의 처리' 하겠다는 뜻인데 무슨 약속까지 받아야 하나?
"말은 그렇지, 논의하는 흉내만 내고 패스트트랙 일정에 따라 자기들끼리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그걸 고집하고 있는데, 어떻게 우리가 들어갈 수 있나."
―문 대통령이 "올 들어 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는 단 사흘 열렸고 4월 이후 민생 법안은 단 한 건도 처리되지 못했다"며 국회를 비판했다. 실상 자유한국당을 겨냥한 것인데.
"지난 1·2월에는 신재민·김태우의 내부 폭로와 손혜원 의원의 부동산 투기와 관련된 국정 비리 사건이 터져 여당에서 방탄(防彈)으로 국회를 안 열었다. 3월에는 법안 몇 개 통과시킨 뒤 곧바로 '패스트트랙 정국'을 만들었다. 그 배후에 청와대가 있었다. 문 대통령이 대형 사고를 내서 정국 정체(停滯)를 만들고는 국회 탓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국회 파행이 계속되면 어느 쪽이 국민에게 더 비판받을 것으로 보나?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우리가 한 번 투쟁을 보인 걸로 자족하고 등원하는 게 옳은가, 지금 국회를 무조건 정상화하는 게 맞느냐…. 국회를 열어서 더 나빠지는 것보다 안 열어서 더 나을 수 있다."
―국회를 여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당연한 의무 아닌가?
"우리가 왜 그렇게 패스트트랙 법안에 대해 강력 저지하려고 했을까. 연동형비례제나 공수처법을 그대로 통과시켜도 될까. 이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와 직결된 문제다. 국회를 열어 법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했을 때 우리가 막을 수 있을까. 어렵다고 본다. 여는 게 능사가 아니라 국회를 잘 열어야 한다는 뜻이다."
―가령 연동형선거제 개편의 경우 정당 지지도만큼 당 의석수를 갖고 가야 한다는 민주주의 명분이 있지 않은가?
"지역구 선거는 당 지지도뿐만 아니라 개인 후보에 대한 평가다. 2002년 헌법재판소는 '비례대표를 따로 투표하지 않고 지역구에서 받은 득표율로 비례대표 의석을 나눠 갖는 것'에 대해 위헌 결정을 했다. 이번에는 거꾸로 정당 득표율로 지역구를 갖겠다는 것인데, 이 또한 위헌일 수밖에 없다. 또 대통령제 국가에서 연동형비례제를 하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의원내각제인 독일과 뉴질랜드에서만 채택하고 있다."
―날치기 성격이 있었지만 연동형비례제는 패스트트랙에 올라탔을 정도로 논의가 진행됐다. 이제 와서 되돌릴 수 있겠나?
"연동형비례제를 하면 의석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우리 당은 기본적으로 의원 정수를 줄이자는 쪽이다. 선거제는 게임의 룰인데 여야 합의가 돼야 한다. 원점에서 다시 논의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마음이었으면 왜 패스트트랙을 강행했겠나. 시간이 갈수록 자유한국당은 국회 파행 책임으로 코너에 몰릴 것 같다.
"여당이 국회 정상화를 원하는 것은 추경(追更) 예산과 이념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것이다. 추경을 하려면 3조6000억원 국채(國債)를 발행해야 한다. '재해재난 추경'이라고 했지만 재난 피해 주민들에게 주는 지원금보다 소방헬기 구매 등 설비 투자가 더 많다. 또 전국적으로 벌이는 SOC(사회간접자본)의 추경 예산인데 대부분 총선용 사업이다. 나머지는 대부분 현금 살포성 복지 예산인데 역시 총선용이다."

―정부와 여당은 경기 부양과 민생을 위한 추경이 한시가 급하다고 한다. 가뜩이나 경제가 나쁜데 더 나빠지면 자유한국당이 국회를 보이콧했기 때문이라고 하지 않겠나?
"현 정권은 우리 경제를 완전히 파탄 내고 있는 소득 주도 성장, 탈원전 정책 등 그 어느 것도 포기하지도 바꾸지도 않고 있다. 지금 추경이 시급하다고 하지만 의도를 보면 '기승전·총선'이다. 국회를 열면 세금을 퍼주는 것밖에 없다. 세금으로 경제 실정을 덮겠다는 것이다. 돈 줘서 국민의 불만을 일단 막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여당이 시급하게 통과시키려는 법안들도 모두 이념 법안들이다. 이런 게 통과되면 나라가 정말 결딴난다."
―총선까지 국회가 안 열릴 수도 있다는 뜻인가?
"지금은 '강대강(强對强)'으로 맞붙는 상황이다. 불리한 의석수의 우리가 악법(惡法)을 막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재정 확대를 위한 예산과 이념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것을 총선까지 어떻게 막아내느냐가 우리 당의 과제다. 이미 선거 국면에 들어갔다. 현충일에 '김원봉'을 언급한 문 대통령의 추념사를 봐도 계속 싸움을 걸어 지지 세력을 집결하겠다는 것이다. 분위기 좋게 협치할 때가 아니다."
―여당에서는 참을 만큼 참았다며 단독 국회를 열겠다고 하는데?
"그쪽 마음대로 안 될 것이다. 현재 예결위가 지난달 29일로 임기가 끝나 해산된 상태다. 국회를 열어본들 우리가 합의해줘야 예결위 구성을 할 수 있다."
―이런 투쟁에서 황교안 대표와는 뜻이 잘 맞나?
"가치에 대한 생각은 거의 같다. 같은 법조인 출신이라 꼼꼼하게 일하는 스타일도 비슷하다."
―광화문 집회에서 황 대표가 연설하는 모습을 보니 정치를 처음 하는 사람 같지 않았다. 당 대표가 현안마다 전면에 나서 싸우는 게 바람직한지는 모르겠지만.
"정치 학습도가 빠른 만큼 신선도가 빨리 없어지지 않을까 걱정되는 면이 있다. 원내대표는 어차피 협상하면서 싸우는 게 일이다. 하지만 당 대표는 폼 나는 일을 더 많이 해야 한다. 정치인의 언어를 좀 덜 써도 되지 않나. 어쨌든 그를 중심으로 보수 대통합을 해야 하는데…."
―자유한국당 지지율이 올라가다가 최근에 하락세로 바뀌었다. 왜 그렇다고 보나?
"문재인 정부를 욕해도 우리한테 아직 마음을 주지 않는 국민이 많은 것이다. 최근에 국가 기밀 누출, 막말 등으로 청와대와 여당의 집중 공격을 받고 그 프레임에 갇히면서 우리 지지율이 빠진 부분이 있다. 지금 언론 환경이 너무 나쁘다. 민주당이 막말과 실언을 했을 때는 그런 비중으로 보도되지 않는다."
―열흘 전 한선교 사무총장이 백그라운드 브리핑을 듣기 위해 복도 바닥에 앉아 있는 기자들을 향해 "아주 걸레질을 하는구먼"이라고 말했다. 후배 기자들이 브리핑하는 당직자의 발 아래에서 받아 적고 있을 줄은 몰랐다. 연차가 낮아도 스스로 직업적 자존심을 지켜야 한다. 그러나 이런 취재 일상을 만들어온 자유한국당도 정말 문제가 많다. 함께 생활하는 출입 기자들을 저렇게 대하는데 일반 국민을 어떤 마음으로 대하겠나?
"과거에는 대변인이 기자실에서 브리핑했다. 이제 문화가 바뀌어 당 대표의 말을 직접 듣고 싶어 한다. 회의가 끝나면 기자들이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우리 당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당도 마찬가지다. 개선하겠다."
―여당 의원 수준이 더 높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정권을 되찾겠다면 여당보다는 능력과 품격에서 좀 더 나아야 하지 않는가. 막말과 과오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사과하거나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게 옳다. 자신은 그걸 회피하면서 청와대에 대해 공격하고 사과하라면 세상 사람들이 어떻게 보겠나?
"뼈아픈 지적이다. 받아들이겠다."
―내년 총선 전망은?
"현 정권은 모든 걸 동원할 것이다. 문 대통령과 '이심전심'이라는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하는 걸 봐라. 서훈 국정원장을 만났고, 박원순·이재명·오거돈·김경수 등 광역단체장을 만나고 다닌다. 관권선거를 하겠다는 것이다. 선거가 임박하면 남북, 미·북 정상회담 등 '북풍(北風)'도 할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무엇으로 싸울 것인가?
"우리가 갖고 있는 무기는 별로 없다. 국민에게 현 정권의 실체를 제대로 보여주는 것뿐이다. 그리고 보수 통합을 반드시 해야 하고, 새로운 인물이 많이 들어와야 한다. 당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은 사람으로 보여줄 수밖에 없다."
-최보식 선임기자, 조선일보(19-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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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연설'을 본 사람들이 갸우뚱하는 이유
연설에 독한 내용 수두룩했는데 '金 수석대변인'에 발끈한 與黨
연동형 비례제로 제1 야당 '포위'… 중간 없이 극단으로 가는 獨走政治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지난주 국회 연설이 어떤 의미로든 화제다. 도대체 무슨 내용이기에 국회 본회의장이 아수라장이 됐는지 궁금해서, 태어나 처음으로 '국회 교섭단체대표연설' 동영상을 찾아봤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개중에는 더불어민주당이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란 말을 듣지 않게 해달라'는 대목에서 왜 그렇게까지 흥분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이들도 꽤 있다.
그날 본회의장 상황이 상징하는 바는 작지 않다. 정치권 인사들은 "의기소침해 있던 보수의 반격이 시작됐다는 의미와, 이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친문(親文) 핵심부의 의지가 확인된 것"이라며 "내년 총선까지 역대 최악의 대치 정국이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여당의 정국 운영 방식은 지난 1월 김경수 경남지사가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법정 구속된 이후 거칠어졌다. '삼권분립 훼손'이란 비판이 수학 공식처럼 예상됐는데 재판부를 공격하고 법관 탄핵까지 추진했다. 그때는 '2차 미·북 정상회담'을 통한 북핵 타결 기대감이 살아 있을 때였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일자리 감소, 중산층 붕괴, 자영업자 몰락, 산업경쟁력 약화는 구조적 원인으로 돌리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진행됐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 지지율이 고공행진했던 것은 1~3차 남북 정상회담, 미·북 정상회담 등 외교·안보 빅이벤트가 경제 분야 실패를 상쇄했기 때문이었다. 지난달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의 결렬은 지지대 역할을 해 왔던 북한 카드를 당분간 쓸 수 없게 됐다는 걸 의미했다. 이달 들어 문 대통령 지지율은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김정은 수석대변인'에 여당이 과잉 대응한 것은 바로 그런 아픈 부분을 건드렸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나 대표 연설에는 더 독한 내용이 많이 있다.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을 '위헌(違憲)'으로 규정했고, 외교는 "반미, 종북에 심취했던 이들이 이끄는 '운동권 외교'"라고 평가절하했다. "촛불 청구서에 휘둘리는 심부름센터(정부)", "이분법과 선민의식에 찌든 정권, 사상독재, 이념독재, 역사독재"라고 후벼 팠다.
그럼에도 청와대·여당은 가던 길을 그대로 가겠다는 태도다. 문 대통령이 지난주 동남아 순방을 다녀오는 동안 국내의 대통령 측근들은 하노이 회담 결렬을 놓고 일본 탓, 한국당 탓에 나중에는 미국 민주당 탓까지 했다.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선 추호의 의문도 제기하지 않았다. 다른 한쪽에서는 문 대통령이 3·1절 경축사에 언급했던 '친일파 청산' 프레임이 작동했다. 친북배미(親北排美)를 비판하면 '친일파 아니냐'는 공격이 가해졌다.
이제 민주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매개로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이 참여하는 '범(汎)여권 블록'을 형성하려 하고 있다. 사실상 한국당 포위 전략이다. 바른미래당이나 평화당 내부의 이견으로 민주당 뜻대로 되지 않을 공산이 큰데도 밀어붙이고 있다. 여당은 이참에 문재인 대통령 공약인 공수처법, 검·경수사권조정법을 선거법 개정안과 함께 묶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올리겠다는 생각이다. '꼼수'란 지적이 나온다.
중간이 없는 정치는 극단을 부르게 된다. 여당이 '지지층'을 쳐다보면서 초강경으로 나간다면 야당도 그만큼의 반작용을 할 수밖에 없다. 나 원내대표 연설을 보면 알 수 있다. 한국당은 의원직 총사퇴도 불사하겠다고 한다. 앉아서 당하진 않겠다는 뜻일 것이다. 지금이라도 제1 야당을 배제한 패스트트랙 추진은 재고하고 정개특위 논의를 연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재혁 정치부 차장, 조선일보(19-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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