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에게도 ‘오징어 게임’, K팝 보며 자유를 꿈꿀 권리가 있다]
[“文 아래 한국 궤적 심각한 우려” 美 의원만의 걱정 아니다]
[‘대북 전단 금지법’은 김정은 폭압 체제 수호법]
[국정원 ‘치맥’ 정보]
북한 주민에게도 ‘오징어 게임’, K팝 보며 자유를 꿈꿀 권리가 있다
[노정태의 시사哲]
자유 향한 고뇌의 춤 그린 ‘백야’
철의 장막 무너뜨린 ‘소프트 파워’
소련 출신이지만 자유를 찾아 미국으로 망명한 세계적인 발레리나 니콜라이 로드첸코(미하일 바리시니코프 분)는 비행기 사고를 당했지만 목숨을 건졌다. 하지만 그의 불운은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비행기가 하필이면 시베리아에 불시착했기 때문이다. 눈을 뜬 니콜라이에게 다가온 KGB의 차이코 대령. 갈기갈기 찢어버린 여권 조각들을 니콜라이에게 부으며 말한다. “자네의 춤을 봤지, 로드첸코. 돌아온 걸 환영하네, 니콜라이.”

대령은 니콜라이를 돌려보낼 생각이 없다. 대신 그에게 감시자를 붙였다. 탭댄서 레이먼드 그린우드(그레고리 하인스)는 베트남전에 징집된 후 ‘가난한 자를 멸시하고 흑인을 차별하는 미국이 싫다’며 철의 장막을 넘어갔던 반항적인 영혼이다. 하지만 막상 건너와 보니 소련은 미국보다 훨씬 더 심하게 예술을 억압하는 나라였다. 잘못된 판단을 했다는 후회로 매일을 보낸다. 탈출했지만 붙잡힌 발레리나, 탈출을 꿈꾸었지만 스스로 목줄을 채워버린 탭댄서, 두 예술가는 자유를 향한 고뇌의 춤을 추기 시작한다. 영화 <백야>의 줄거리다.
차이코 대령은 대체 왜 이러는 걸까? 그는 소련 비밀경찰 KGB의 일원으로서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아직 냉전이 끝나지 않은 1980년대, 미국과 소련은 체제 경쟁 중이다. 러시아를 사랑하지만 소련이 싫다며 탈출한 니콜라이는 공산당의 체면을 구겼다. 차이코 대령은 니콜라이를 다시 무대에 세움으로써 소련의 ‘소프트 파워(Soft Power)’를 과시하고 싶은 것이다.
소프트 파워는 미국을 대표하는 국제정치학의 거장 조지프 나이(Joseph Nye)가 주창한 개념이다. 그는 <소프트 파워>에서 본인의 트레이드마크라 할 수 있는 그 개념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소프트 파워란, 강제나 보상보다는 사람의 마음을 끄는 힘으로 원하는 것을 얻는 능력을 말한다.” 흔히 말하는 ‘당근과 채찍’ 중 당근이 소프트 파워라고 오해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위에서 말한 ‘보상’일 뿐이다. 진정 소프트 파워를 갖고 있다면 어떤 보상 없이도 상대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어낼 수 있다.
윽박지르지도 구슬리지도 않고 상대방을 내 뜻대로 움직인다니, 그런 일이 어떻게 가능할까? “이런 파워는 한 나라의 문화와 그 나라가 추구하는 정치적 목표, 제반 정책 등의 매력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여기서 핵심어는 ‘매력’이다. 정당하고, 올바르며, 심지어 재미있고 매력적인 나라에 사람들은 절로 끌린다. 냉전 시기 동구권의 젊은이들은 몰래 미국의 로큰롤을 들었다. 이란 청년들은 금지된 미국 비디오나 위성 TV 방송을 몰래 시청하며 자유를 향한 꿈을 꾸었다. 이런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세계 초강대국 미국의 지위는 단지 군사력이나 경제력만이 아니라 다양한 소프트 파워에 의해 지탱되고 있는 것이다.
흔히 소프트 파워는 문화와 동일시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소프트 파워를 잘못 이해한 것이다. 물론 문화는 중요하다. 하지만 매력이 진정한 ‘파워’로 활용되려면 그 문화를 만들어낸 나라가 올바르고 정의롭다는 신뢰를 주어야 한다. “따라서 다른 나라 사람들이 보기에 미국의 여러 가지 정책이 정당할 때 미국의 소프트 파워는 강화되는 것이다.”
미국뿐 아니라 소련에도 나름의 소프트 파워가 있었다. 모든 사람이 평등한 공산주의 유토피아의 이상, 그리고 문학과 음악 발레 등 제정 러시아 시절부터 축적되어온 고급문화 유산이 그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가난과 차별 없는 세상을 찾아 소련에 온 레이먼드는 시베리아의 가난한 지역을 떠돌며 초라한 극장에서 춤추고 노래해야 한다. 8년 전 미국으로 망명하면서 헤어졌던 연인 가리야(헬렌 미렌 분)가 다시 무대에 서라고 회유하자 니콜라이는 마치 말한다. “난 영웅이 아니야. 오직 무용수일 뿐이야. 난 춤밖에 몰라. 춤은 내가 사는 이유야. 하지만 여기에선 나 자신을 위한 춤을 못 추게 해.” 사회주의라는 달콤한 이상을 좇아 38선을 넘었던, 혹은 납북 당했던 예술가들이 겪었던 일과 다르지 않다.
현지 시각으로 지난 12일, 제74회 미국 에미상 시상식.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황동혁 감독과 배우 이정재가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영어로 만들어지고 연기하지 않은 드라마가 에미상에서 주요 부문 후보에 오른 것 자체가 전대미문의 일인데, 그중 최고 영예에 해당할 주요 상을 가져갔다. 지난 4일 열린 예술·기술 부문 시상식에서 <오징어게임>은 이미 4개의 상을 받았으니 총 6개의 트로피를 들어 올린 셈이다. 대한민국이 글로벌 문화 강국이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여기서 한 가지 잊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전 세계인을 매혹시킨 <오징어게임>과 한국 드라마, 지구촌의 청소년과 청년들을 들썩이게 하는 K팝 등 우리의 문화가 철저하게 금지된 그 땅, 북한. 경제적으로 압도당하고, 핵을 제외한 재래식 전력에서도 크게 뒤처진 현실 속에서 김정은 독재 세습 체제가 극도의 폐쇄성을 띠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우리의 정치다.
휴전선 대북 방송은 가장 효과적으로 북한군을 괴롭히는 수단이었을 뿐 아니라 인근 북한 주민들에게 날씨, 음악, 생활 정보 등 다양한 소식을 전하는 소중한 창구였다. 문재인 정권은 그것을 하루아침에 중단하고 확성기도 철거해버렸다. 북한 주민과의 ‘소통’은 차단한 채 우리 국민들을 향한 ‘쇼통’만을 일삼았던 것이다. 비록 정권은 바뀌었지만 180석이 넘는 국회 의석의 힘으로 졸속 입법해버린 대북전단 금지법은 그대로 남아 우리 국민들의 자유를 억누른다. 북한 주민에게도 <오징어게임>을 보고 K팝을 들으며 자유민주주의를 꿈꿀 권리가 있다. 우리의 소프트 파워를 왜 포기해야 하는가.
<백야>로 돌아가 보자. 당국이 금지한 음악을 몰래 듣는 가리야를 보며 니콜라이는 절규한다. “당신은 비소트키와 같아. 당신은 숨어서 노래를 부르지. 난 내 느낌을 숨기지 않겠어. 난 그처럼 소리 지르고 싶어! 더 이상 거짓말 못 하겠어! 날 봐. 날 봐!” 그러고는 텅 빈 극장에서 마치 날개 꺾인 새처럼 처절하게 춤춘다. 그 어떤 권력도 억누를 수 없는 자유를 향한 몸짓. 휴전선 너머 갇힌 영혼들은 언제쯤 우리의 춤과 노래와 이야기를 자유롭게 즐길 수 있을까.
-노정태 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철학, 조선일보(22-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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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아래 한국 궤적 심각한 우려” 美 의원만의 걱정 아니다
크리스 스미스 미 하원의원이 문재인 정권의 대북전단살포금지법과 관련, “법이 통과되면 국무부 연례 인권·종교 자유 보고서에 한국을 비판적으로 재평가할 것을 요구하고 감시 대상(watch list)에 올리고 의회 청문회도 소집하겠다”고 했다. 그의 말엔 틀린 것이 없다. 미 의회 초당적 인권 기구인 ‘랜토스 인권위원회’ 공동의장인 스미스 의원은 대북전단금지법이 “가장 잔인한 공산 정권에서 고통받는 주민에게 민주주의를 증진하고 지원하는 행위를 범죄화한다”며 “문재인 대통령 아래의 한국의 ‘궤적’에 관해 심각한 우려가 있다. 우리는 한국 정부가 코로나 대응을 구실로 비판 세력의 종교·언론 자유를 축소해온 것을 봐왔다”고도 했다. 미 의원이 동맹국을 향해 이 정도 수위의 발언을 한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해 국제 인권 단체들은 “한국이 민주 국가 맞느냐”고 했고 미 국무부 전·현직 관료들은 “무원칙, 부도덕하다”고 했다. 우리 국회 전문 위원과 입법조사관들도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문제 제기를 했다. 문 정권이 이 모든 지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밀어붙인 이유가 북한 김여정의 요구 때문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김여정이 “대북전단금지법이라도 만들라”고 하자 우리 정부는 4시간 만에 “준비 중”이라고 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때와는 달리 ‘쇼’를 위해 북한 인권 문제를 덮고 지나가지 않을 것이다. ‘민주화 운동’을 내세우는 정권이 동맹으로부터 인권 감시 대상 취급을 받는 기막힌 일이 벌어지고 있다.
-조선일보(20-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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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전단 금지법’은 김정은 폭압 체제 수호법
‘김여정 하명법’ 대북전단금지, 헌법이 보장한 표현 자유 제한
대화·협력 북한 변화 위한 것 그 자체가 목적 될 수 없어
야만 국가 전락 막기 위해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해야
지난 12월 2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를 통과한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어젯밤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이 법의 통과는 대한민국의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오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자유민주국가가 지켜야 할 가장 소중한 가치를 포기하고 문명국가이기를 거부하는 법이기 때문이다.
이 법이 나오게 된 계기와 과정만 보면 ‘김여정 하명법’이라고 부를 만하다. 김여정이 6월 4일 담화에서 민간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거칠게 비난하면서 이를 “저지할 법이라도 만들라”고 엄포를 놓은 데 이어 6월 16일 개성공단에 있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함으로써 정부를 압박하자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이 2주 만인 6월 30일 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대표 발의한 법안이기 때문이다.

2016년 4월 29일 경기도 파주 임진각 인근에서 탈북자 단체 회원들이 대북전단을 날리고 있다./김지호 기자
그러나 이 법의 본질을 들여다보면 ‘김정은 체제 수호법’으로 부르는 게 더 적절하다. 공수처법이 대한민국을 독재국가로 만드는 데 필요한 장치라면 ‘대북전단금지법’은 김정은의 절대 권력을 영속화하는 데 도움이 될 법이다. 북한을 짝사랑하는 것만으로 모자라 북한의 폭압 체제를 지켜주기 위해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북한 주민의 알 권리를 봉쇄하는 위헌적이고 반민주적인 폭거다. 김여정의 협박을 대한민국 헌법보다 더 높이 받들고 김정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대한민국의 존재 가치를 부정하는 법이다. 억압받는 북한 주민을 팽개치고 억압하는 김정은 편에 서는 반인도적 입법을 하고도 부끄러운 줄 모른다면 김정은의 하수인임을 자처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북한과 대화도 필요하고 여건이 허용하면 교류 협력도 해야 한다. 그러나 대화와 협력은 북한의 한반도 평화 파괴 능력을 제거하고 북한 사회와 체제의 긍정적 변화를 촉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의미가 있는 것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 북한 동포들을 김정은 체제의 사상적 속박과 노예 상태에서 해방해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고 스스로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찾아주는 것은 민족적 양심 문제이고 포기할 수 없는 목표다. 통일이 이를 실현할 궁극적 방법이지만 이전 단계에서 북한 내에 변화의 동력을 만들어낼 핵심적 수단이 외부 정보 유입이다.
북한의 민초들과 엘리트들이 김정은 체제에 대한 진실을 알고 외부 세계에 대한 지식이 늘어날수록 변화에 대한 욕구는 증폭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지독한 폭압 체제도 아래에서 올라오는 변화 압력을 무한정 버틸 수는 없는 법이다. 북한 주민들이 외부 정보에 접근할 길을 차단하는 것은 2500만 동족을 세계 최악의 폭압 체제하에서 노예처럼 영원히 살아가라고 저주하는 반민족 행위가 된다. 일말의 양심과 이성이 남아있는 당이라면 가해자인 북한 정권을 위해 피해자인 동족에게 이런 잔인한 짓을 제정신으로 할 수는 없다.
일부 탈북자 단체가 생업 차원에서 벌이는 공개적 ‘전단 살포 쇼’를 규제할 근거는 현행법에도 얼마든지 있다. 일부 단체의 전단 발송 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대북 전단 발송 자체를 불법화하겠다는 발상이 외부 정보에 목마른 북한 주민들을 절망시키는 짓이다. 지난 4일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가 ‘반동 사상·문화 배격법’을 제정한 것은 외부 정보 유입의 효과를 반증할 뿐 아니라 이에 대한 김정은 정권의 공포심의 일단을 보여주고 있다.
국제적으로도 대북전단금지법은 문명 세계의 보편적 규범으로 되어있는 ‘세계인권선언(Universal Declaration of Human Rights)’ 제19조와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 규약’ 제19조가 규정한 표현의 자유 및 모든 종류의 정보를 접수, 전달할 권리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이를 근거로 국제 인권 단체들은 분명 이 문제를 유엔에 제소할 것이고 대한민국은 유엔인권이사회와 총회에서 북한 정권의 인권 탄압과 반인도 범죄의 공범으로 몰릴 수도 있다. 지난 11일 유엔 안보리가 북한 인권 문제를 논의한 정황도 예사롭지 않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민주주의와 인권을 외교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내년 중 민주주의를 위한 글로벌 정상 회의를 개최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인권 변호사 출신인 문재인 대통령이 이 정상 회의에서 대북전단금지법으로 지탄받고 북한의 인권 탄압을 두둔하는 모습은 대한민국을 욕되게 하고 국민의 자존심을 짓밟을 것이다. 대한민국이 야만 국가로 전락하는 것을 막고 헌법적 가치와 북한 주민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문 대통령이 이 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용단을 내려주기를 간곡히 호소한다.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前 외교안보 수석, 조선일보(20-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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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치맥’ 정보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이 합의된 직후 국정원은 김정일에게 뒷돈 4억5000만달러를 건네는 데 동원됐다. 그 돈으로 김정일은 고난의 행군 위기를 넘기고 핵 개발에 박차를 가해 6년 뒤 첫 핵실험에 성공했다. 한국 국정원은 적을 도운 역사를 갖고 있다. 세계 유일할 것이다. 2007년 국정원장은 국정원 홈페이지에 개인 신상을, 동문회 사이트엔 휴대전화 번호를 올렸다. 선거운동용이었다. 그는 대선 전날 북한에 가 북측에 “이명박 당선이 확실시된다”는 말도 했다. 한국 국정원은 이런 곳이다.

▶2011년 국정원 요원 3명이 인도네시아 특사단의 서울 호텔 방에 침투했다. 특사단이 청와대 예방을 떠난 사이 무기 협상 자료를 빼내려 했다. 특사단 중 한 명이 갑자기 돌아오면서 현장을 들키고 말았다. 첨단 장비로 방 주변을 감시하기는커녕 보초도 제대로 안 세웠다가 국제 망신을 당했다. “20층 국정원 방을 가려다가 실수로 19층 특사단 방에 간 것”이란 국정원 측 해명은 첩보물을 코미디로 바꿔놓았다.
▶국정원 국내 요원은 좌파 인물을 미행하다 들켜 공중전화 부스에 감금되기도 했다. 내놓고 사진 찍고 따라다니다 경찰에게 연행됐다. 당시 흥신소 사장은 “우리는 뒷조사하다 걸리면 의뢰인한테 돈도 못 받는다”고 했다. 리비아의 국정원 직원은 카다피 국가 원수의 후계 세습과 관련한 정보를 잘못 건드렸다가 추방당하기도 했다. 카다피 화를 달래느라 대통령 특사가 부랴부랴 날아가야 했다. 국정원은 간첩 재판 증거를 조작했다가 무죄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조작이 너무 수준 낮아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세계 모든 정보기관이 크고 작은 실수를 한다. 하지만 실수에도 종류가 있다. 국정원은 9년 전 김정일 사망을 까맣게 몰랐다. 김정은 첫 방중 때도 김여정인 줄 알았다고 한다.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북 핵실험 등 북이 한국을 수백 차례 공격하는 동안 국정원이 미리 알고 막은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나.
▶최근 국정원이 페이스북 계정에 ‘책 관리 꿀 팁’ ‘만년필 형태와 굵기’ 같은 생활 정보를 계속 올리고 있다. ‘음식 궁합’이라며 “치킨+맥주(치맥)는 통풍을 유발할 수 있다”고도 했다. 미 CIA도 소통을 위해 페이스북 계정을 두고 있지만 역사와 임무 관련 내용이 대부분이다. 여당이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도 없앴으니 이제 국민은 국정원에서 간첩 신고가 아니라 ‘음식 정보’를 얻어야 할 판이다. 그 많은 인력과 막대한 예산으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 거의 미스터리다.
-안용현 논설위원, 조선일보(20-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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