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밖은 못 보는 좌파]
[文정권의 숨 막히는 좌파 권위주의]
['選民 DNA' 가졌으니 惡할 수 없다]
['조국 비리' 관련자 첫 유죄, 다른 거짓들도 모두 밝혀져야]
국경 밖은 못 보는 좌파

2013년 펴낸 '21세기 자본'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
‘21세기 자본’이란 책으로 스타 학자가 된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를 지난여름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는 불평등을 해소하려면 기본소득으로는 어림없다고 강조했다. 모든 젊은이에게 25세가 되면 나라가 억대의 기본자산을 지급하자는 해법을 제시했다. 재원은 부유세를 무겁게 물리면 끌어올 수 있다고 했다.
이 대목에서 피케티는 어떤 공격이 들어오는지 잘 아는 듯했다. 부유세가 과도하면 부자와 기업이 해외로 도피하고, 그로 인한 투자·고용의 부진으로 저소득층에 피해가 돌아가게 마련이다. 실제 프랑스는 직전 사회당 정부가 우격다짐으로 부유세를 강행하다 경기 침체를 불렀다. 정권을 잃은 이유 중 하나였다.
피케티가 방어용으로 내세운 비책은 여러 나라가 참여하는 ‘국적이탈세(Exit tax)’의 도입이다. 그는 도망가려는 부자를 모든 나라가 함께 세금으로 저지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나름 고민했겠지만 헛웃음만 나왔다. 수많은 나라가 ‘세금 담합’을 해야 한다는 얘긴데,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 전 지구적으로 치열한 세금 인하 경쟁이 벌어지는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 불과 2~3개 기업의 가격 담합도 어느 한 곳의 배신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물며 많은 나라의 세제(稅制) 통일이 가능할까.
좌파는 세상이 단순하길 바란다. 강자와 약자, 선과 악으로 명료하게 나뉘어야 한다. 그래야 ‘착취’하는 이를 응징해 세상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구호가 먹혀들어가기 편리하다. 이런 흑백 프리즘으로 복잡다단한 현대 사회의 갖가지 이슈를 단순하게 재단하는 버릇이 있으니 헛발질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집은 살아가는 공간이면서 동시에 거래하는 상품이지만 좌파는 거주 공간으로만 인식하려 든다. 그런 외눈으로 집을 둘러싼 정책을 주무르다가 시장의 역공을 받아 허우적대는 것 아닌가. 좌파에게 기업은 근로자의 고혈을 빠는 악한 존재로만 머물러야 편리하다. 일자리를 제공하는 고용주, 수출에 앞장서는 국가대표, 해외 투기 자본의 경영권 공격을 받는 피해자 같은 다른 면모에는 눈을 감아버린다.
그래도 피케티를 비롯한 유럽의 좌파는 한국의 좌파보다는 생각의 범위가 넓다. ‘국경’이라는 변수를 놓고 고민이라도 하니까 그렇다. 한국의 운동권 정치 세력은 나라 안에서 네 편, 내 편을 가르는 단순 구도에 함몰돼 있다. 국경을 넘나드는 복잡한 이해관계는 모르거나 알아도 못 본 척한다.
한국의 집권당이 이번에 통과시킨 갖가지 기업 규제법은 ‘한국 자본의 해외 이탈’과 ‘해외 자본의 한국 기피’라는 자해를 유발하는 양날의 흉기를 장착하고 있다. 결국 모든 국민이 직간접적인 피해자가 된다. 한국의 운동권 정치인들은 오랫동안 ‘정의의 사도’를 자처했다. 하지만 우물 안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파리=손진석 특파원, 조선일보(20-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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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권의 숨 막히는 좌파 권위주의
질문한 기자, 욕설한 與 대표… 둘 중 누가 욕 들을 만한가
여권서 文 비판은 사실상 금기, 朴보다도 더 ‘제왕적 대통령’ 된 文
집권세력 ‘운동권 권위주의’ 못 버려
윤미향 사태 68일째…. 아직도 정의(正義)는 실현되지 않았다. 고발장이 접수된 게 5월 11일. 검찰은 그새 21대 국회의원으로 신분을 갈아탄 윤 씨에 대해 소환 일정조차 못 잡고 있다. 수사 전문가는 아니지만 일개 시민단체의 회계부정 의혹 사건 수사가 이렇게 끌 만큼 복잡한가.
검찰 일각에선 워낙 근거자료 없이 주먹구구로 회계를 운영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단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기업 수사할 때 탈탈 털어내는 검찰의 능력으로 볼 때 엄살로 들린다. 이번 달 검찰의 대규모 인사를 앞두고 청와대와 추미애 법무장관 눈치를 보고 있다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더 바짝 조여 이른 시일 내에 결과물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그래서 윤미향 사태를 ‘된통 소나기 한번 맞고 지나간 일’로 치부하려는 작태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
‘역사는 진보한다’고 했다. 과연 그럴까. 요즘처럼 이 명제(命題)에 회의가 드는 때가 없었다. 역사가 진보하는 방향이 권위주의를 청산하고 권력을 분산하는 쪽이라면 거꾸로 가는 것만 같아 마음이 씁쓸하다. 무엇보다 기존 권위를 거부했던 좌파 집권세력이 훨씬 더 권위주의적 행태를 보인다는 점이 충격적이다.
집권당 대표라는 사람이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빈소 밖에서 성추행 의혹에 대한 당의 대응 방침을 묻는 기자에게 ‘××자식’이란 욕설을 했다. 박 전 시장의 비극적인 선택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묻는 직업인 기자로서 못할 질문은 아니다. 고인과의 연(緣) 때문에 불쾌했다고 해도 욕설로 응대한 것은 저열하다. 질문한 기자와 욕설을 퍼부은 당 대표, 누가 더 욕을 들을 만한지 알 만한 사람은 안다.
권위적인, 너무도 권위적인 그의 언행은 문재인 정권 들어 두드러진 좌파 권위주의와 무관치 않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사반세기를 지나 등장한 박근혜 전 대통령은 민주화 이후 어느 전임자보다 제왕적인 대통령의 모습을 보였다. ‘파출소 지나고 경찰서 만난다’고 했던가. ‘제왕적 대통령제 타파’ 부르짖으며 권력을 잡은 문 대통령은 박근혜보다도 더 제왕적인 대통령이 돼버렸다.
단적으로 현 여권에서 대통령 비판은 사실상 금기다. 누구라도 공개적으로 대통령의 털끝이라도 건드렸다간 정치적으로 살아남기 어려운 숨 막히는 분위기다. 박 대통령 때는 집권 3년차에 벌써 여당의 원내대표가 대통령에게 각을 세우기라도 했다. 민심을 청와대에 전해야 할 여당에서조차 감히 문 대통령을 비판할 엄두조차 못 내는 것이 바로 역사의 퇴보가 아니고 뭔가.
그래도 집권 초기에는 인간 문재인의 소탈한 모습에 기대를 거는 사람이 많았다. 나도 그랬다. 하지만 ‘경청의 달인’이라던 문 대통령은 기껏 경청하고 ‘내 맘대로’ 하는 새로운 통치 스타일을 선보였고, 그러면서 여권 내에서도 점점 대통령에게 직언하는 사람들이 사라졌다. 어느덧 집권 후반기를 넘어서면서는 역대 권력자처럼 듣기보다 말하기를 앞세우는 모습을 보인다.
그 결과 ‘청와대에서 나와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 ‘주요 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겠다’ ‘퇴근길에 시장에 들러 마주치는 시민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겠다’ ‘때로는 광화문에서 대토론회를 열겠다’는 취임사의 약속은 모두 식언(食言)이 됐다. 결국 ‘약속을 지키는 솔직한 대통령이 되겠다’ ‘잘못한 일은 잘못했다고 말씀드리겠다’는 말도 공약(空約)이 돼버렸다.
누구보다 소탈할 것 같았던 대통령이 누구보다 권위적인 대통령이 된 것은 집권세력 특유의 운동권 문화와도 관련 있어 보인다.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를 외쳤던 그들은 실제 현실에 적용되는 민주주의는 배울 기회가 없었던 듯하다. 같은 학생들끼리 전대협 한총련 의장을 ‘의장님’으로 떠받들며 옹위하는 기이한 운동권 권위주의에서 아직도 헤어나지 못한 채 ‘형’ ‘누나’ ‘동생’ 하며 자기편이면 무슨 짓을 해도 옳다는 시대착오적인 선민의식과 독선(獨善)에 빠져 있다.
말로는 민주주의를 외치지만, 행동은 집단주의 전체주의다. 그러니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이어 강민정 현 의원 사례에서 보듯, 털끝만 한 이견도 용납하지 않는 기류에 눌려 누구 하나 찍소리 못한다. 이런 분위기에서 무리하고 황당한 인사와 입법, 정책을 브레이크 없는 기관차처럼 밀어붙이고 있다. 기차에 탄 사람들은 그 폭주의 끝이 어디일지 두렵지만, 폭주를 막을 이들도 그 사람들밖에 없다.
-박제균 논설주간, 동아일보(20-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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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選民 DNA' 가졌으니 惡할 수 없다
윤미향·조국 등 무조건 옹호… '운동권은 무오류' 신화 盲從
얼마 전 386 운동권 출신의 여권 핵심 인사를 만났다. 윤미향 의원(정의기억연대 전 대표) 얘기가 나오자 버럭 역정부터 냈다. "왜 무고한 사람을 폄훼하고 괴롭히느냐"고 했다. "30년간 위안부 할머니를 위해 한길을 걸어온 윤 의원은 결코 나쁜 짓을 할 사람이 아니다"라는 것이었다.
이용수 할머니가 울분을 터뜨리고, 갖은 문제가 드러났는데도 막무가내였다. "우리처럼 이쪽 길을 걸어온 사람들은 사익(私益)을 취하는 따위 짓은 절대 하지 않는다"고 했다. 운동권은 태생적으로 악(惡)한 일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이란 얘기였다. 그는 "너희들이 뭘 아느냐. 언론이 잘못됐다"고 화살을 돌렸다.
작년 조국 전 장관 사태 때도 비슷했다. 여권 핵심 인사들은 "조국은 그럴 사람이 아니다" "원래 선(善)한 사람"이라고 감쌌다. 사모펀드 투자와 자녀 입시 부정의 증거가 곳곳에서 드러나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동지가 그런 악인으로 매도당하는 건 참을 수 없다"고 했다.
최근 한명숙 전 총리 논란도 다르지 않다. 여당 지도부는 '검찰의 진술 외압 의혹'을 내세워 감찰 조사를 밀어붙였다.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난 사안인데도 "한 전 총리는 억울하다"고 했다. 자기들 대모(代母)가 뇌물 전과자로 남는 것을 묵과하지 못하겠다는 태도다.
'선민(選民)의식'의 결정판은 청와대였다. 2018년 말 특감반 사찰 의혹이 터지자 김의겸 당시 청와대 대변인은 "문재인 정부의 유전자(DNA)에는 애초에 민간인 사찰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문 정부 사람들은 유별나게 순결한 DNA를 지녔다는 얘기로 들렸다. 작년 말 울산시장 하명 수사 의혹 때도 마찬가지다. 첩보 제공자가 송병기 전 울산 부시장이란 사실이 밝혀졌지만,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은 "청와대 하명 수사는 없었다. 문재인 청와대는 거짓을 사실처럼 밝히지 않는다"고 했다.
5·18과 세월호 역사왜곡처벌법에선 선민의식이 서슬 퍼런 독선(獨善)으로 바뀌었다. 자기들과 다른 말을 하는 사람은 악(惡)으로 몰아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 때 국정 역사교과서에 그처럼 반대했던 사람들이 역으로 상대에게 몽둥이를 들고 나선 것이다.
386 운동권 출신 인사는 "도덕적 우월감이 죄의식을 없애버렸다. 반성할 줄을 모른다"고 했다. "우리는 민주화·시민 운동을 한 정의로운 사람들"이라는 자만에 빠져 자신들의 부정과 비리, 불공정엔 눈감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 뇌물 사건이 터졌을 때 친노(親盧) 핵심 인사는 이렇게 말했다. "그건 정치적 동지가 준 용돈인데 뭐가 문제냐?" 친노 후원자였던 강금원 전 창신섬유 회장에 대해서도 "정치 발전을 조건 없이 지원하는 아름다운 독지가"라고 했다.
한 전 총리 돈은 대가성이 없고, 조 전 장관 입시부정은 눈감아도 될 수준이고, 윤 의원 의혹은 관행이라고 치부한다. 아무리 죄를 짓고 잘못을 해도 "잘못했다"고 인정하는 사람이 없다. 원래 '선한 사람'이라고 완장을 두르면 무조건 면죄부를 받는 세상이 된 듯하다. 여권 내부에서도 "친문(親文)은 특권 계급이냐"는 말이 나온다.
이번에 176석이란 절대 의석을 얻은 여권은 숫자의 힘으로 '정의(正義)'조차 바꾸려는 태세다. 자기들이 하면 정의요 법이요 진실이라고 여기는 듯하다. 하지만 우월감과 독선에 빠져 오만해진 권력은 오래가지 못한다. 세상엔 선민도, 유별난 DNA도 없다. 죄는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현 집권 세력이 맞서 싸웠던 과거 정권이 어떻게 됐는지 새겨 보길 바란다.
-배성규 정치부장, 조선일보(20-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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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비리' 관련자 첫 유죄, 다른 거짓들도 모두 밝혀져야
서울중앙지법이 조국 전 법무장관 부부의 재산관리인 김모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른바 '조국 비리' 사건 관련자 가운데 법원이 내린 첫 유죄 판결이다. 김씨는 검찰 압수 수색 전 조국씨 집 하드디스크 3개를 교체하고 조씨 아내 정경심씨 연구실 PC를 빼내 차량 트렁크와 헬스장 사물함에 숨겼다. 조국 자녀들 입시 비리 자료 등 범죄 증거를 인멸한 것이다. 정씨 지시였다. 새 하드디스크를 사라고 정씨가 신용카드를 주기도 했다. 김씨도 법정에서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그런데도 조씨 측은 "증거 인멸이 아니라 증거 보전"이라고 했다. 황당한 주장으로 끝까지 은폐하려 든 것이다. 재판부는 김씨에 대해 "국가 형사처벌권의 행사를 방해해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했다. 증거 인멸을 지시한 쪽의 책임과 그에 따른 처벌은 훨씬 무거울 수밖에 없다.
조씨는 뇌물 수수, 자녀 입시 비리, 펀드 투자 등 12가지 혐의로 기소됐고, 거기에 '유재수 감찰 무마'가 더해졌다. 정씨 역시 10여 가지 불법 혐의로 재판받고 있고 친동생과 5촌 조카도 기소됐다. 이들의 거짓과 위선은 재판 과정에서도 수없이 드러났다. "딸 일엔 전혀 관여 안 했다"던 조씨가 '학술대회에 참석하라'며 딸과 딸 친구에게 직접 보낸 이메일이 나왔다. 조씨 측이 '딸이 학술대회에 간 증거'라며 법원에 낸 동영상에는 엉뚱한 사람이 찍혀 있었다. 정씨는 '조국 펀드' 투자금을 "빌려준 돈"이라고 하더니 투자금 계산 메모와 문자메시지가 나오자 "문학도이다 보니 상상의 나래를 펼친 것"이라고 둘러댔다. 이들에게 과연 거짓과 진실을 분간할 능력이 있는가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조국 무죄'를 외치던 청와대 비서관 출신은 국회의원이 되자 연일 검찰을 압박하고 있다. 조국 지지자 6만명이 정씨 석방 집단 탄원을 하고, 친정부 방송은 "조국 펀드 주인은 따로 있다"는 보도를 했다. 최근엔 조국 인사청문회 신상팀장과 형사정책연구원장이 재판 증인으로 채택되고도 아무 이유 없이 불응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온갖 위선과 거짓으로 나라를 두 동강 내더니 이제 그 거짓을 무기로 법원을 속이며 조직적으로 재판까지 방해하고 있다. 그러나 거짓이 진실을 영원히 가둬둘 수는 없고 진실은 결국 드러나게 돼 있다. '증거 인멸 유죄 판결'은 시작일 뿐이다.
-조선일보(20-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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