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스톡홀름 증후군’을 우려한다]
[‘北 눈치 보기’ 꼬리표, 軍은 뗄 의지 있나]
[관료주의의 망령]
한국판 ‘스톡홀름 증후군’을 우려한다
北 “南에는 核 안 쓴다”… 그대로 믿고 안심한다면 인질범 동조 심리에 빠진 것
핵 인질 상태임을 인식하고 北核에 맞설 수 있도록 힘의 균형 찾아야 평화 이룬다

지난 14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 기념 열병식에서 '북극성-5ㅅ' 문구가 적힌 신형 추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등장하고 있다./조선중앙TV 뉴시스
최근 북한 노동당 당대회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전술 핵무기 등 각종 신무기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미국 외교협회(CFR)는 미국의 최대 위협으로 이란 핵, 사이버 공격과 더불어 북핵을 ‘1등 위협'이라고 평가했다. 핵실험을 여섯 번 한 북한은 우리에 대해 아무런 거리낌 없이 핵 위협을 가해 왔고, 우리는 북한의 핵 위협에 전전긍긍하는 ‘핵 인질’이 되어버렸다.
북한의 핵무장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우리가 ‘한국판 스톡홀름 증후군’에 빠져 있다는 점이다. 스톡홀름 증후군은 1973년 스웨덴 스톡홀름 한 은행에서 무장 강도가 은행원 4명을 인질로 잡고 6일 동안 대치한 사건에서 비롯된다. 벌벌 떨고 있던 인질들은 인질범이 웃옷을 입혀주는 등 우호적인 제스처를 보이자 인질범에게 정서적으로 가까워지고 나중에는 옹호하는 태도까지 보였다. 한 여자 인질은 “나는 경찰이나 국가의 품보다 그와 함께 있을 때 더 안정적이고 평화롭다”고까지 말했다.
2018년 우리 특사단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 김정은은 특사단에게 핵무기는 물론 재래식 무기를 남측을 향해 사용하지 않을 것임을 확약했다고 한다. 이를 듣고 우리가 안심한다면 스톡홀름 증후군에 빠져든 것이다.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은 우리가 스톡홀름 증후군에 빠져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억압되고 폐쇄된 체제에 살고 있는 북한 주민들에게 자유 세계의 소식을 보내는 일을 자제하라고 권고할 수는 있으나 범죄시하겠다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국가 입장에서 보면 선을 넘은 것이다. 우리 수도권이 북한의 미사일 공격에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는데도 불구하고 추가로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를 배치하지 않고, 미국이 주도하는 미사일 방어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한 ‘3불(不) 합의’는 또 하나의 스톡홀름 증후군 사례이다.
스톡홀름 증후군은 인질이 범인에게 동조하고 감화되어 범인을 변호하는 비이성적인 심리 현상이다. 대북 유화 정책을 하면 언젠가 평화가 이루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것이 한국판 스톡홀름 증후군이다. 인질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북한이라는 인질범의 선의에 기대하는 것이다.
북한 비핵화를 추구하면서 인질 상태에서 벗어나려면 나라 전체가 인질 상태에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먼저 북한의 핵무장으로 인해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이 오래전에 폐기됐다고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 선언은 1991년 부시 미국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이 각각 TV 연설을 통해 전술핵 철수를 발표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영토를 가진 소련 연방의 해체가 눈앞으로 다가오자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등 소련 변방에 배치되어 있던 2만여 핵무기가 테러리스트 손에 넘어갈 것을 우려한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핵무기 철수를 발표했다. 같은 시기 부시 대통령은 한국에 있던 약 600개 전술핵을 포함해 서태평양에 있는 6000여 전술 핵무기를 철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 세계 평화를 위해 부시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한 결단인데, 당시 노태우 정부는 이를 자신의 정치적 업적인 것처럼 선전하면서 국민을 오도했다.
비핵화 공동선언은 한반도에 비핵 시대가 온 것으로 착각하게 했고, 북한에 핵무기를 만들 시간을 벌어 주었다. 30년이 지난 오늘 공동선언이 북한의 위반으로 인해 휴지 조각이 되었다고 하면, 북한에 대한 도덕적 우위를 가져야 한다면서 반대하는 이들이 있다. 인질이 인질범에 대해 도덕적 우위를 말하는 것은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다.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아 남북 관계에서 주도권을 장악하고 북한 주도의 적화통일을 달성하려 한다. 북한은 자유롭고 풍요로운 대한민국이 코앞에 있다는 것 자체가 폐쇄된 북한 체제에 대한 위협이기 때문에 한국을 없애려는 것이다.
얼마 전 방한해 아산정책연구원을 방문했던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한국과 일본이 핵무장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이 비핵화를 안 하면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을 수용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5000만 국민과 한국에 체류하는 230만 외국인을 보호하기 위해 최소한의 조치를 해야 하기 때문에 전술 핵무기를 재반입할 명분도 충분하다. 냉전 시기 미국은 3만 개, 소련은 4만 개의 핵무기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는 힘의 균형을 가져와 미국과 소련 간의 냉전이 끝나게 되었다. 우리도 북핵 인질 상태에서 해방되면서 진정한 평화를 이루려면 한반도에서 힘의 균형을 추구해야 한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 조선일보(21-01-19)-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北 눈치 보기’ 꼬리표, 軍은 뗄 의지 있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5∼12일 진행된 8차 노동당 대회를 주재하고 있다. 이번 당 대회에서 북한은 국방력 강화 목표를 당 규약에 명시했다. 노동신문 뉴스1
“남북 관계 개선의 책임이 군에 집중되고 있어 우려스럽다.”
북한의 8차 노동당 대회가 이어지던 지난주 군 고위관계자가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당 대회에서 핵 무력 증강을 천명하며 한반도 안보 불안을 높이는 와중임에도 정부 내에선 군이 대북 유화 분위기를 만드는 데 일조해야 한다는 강한 기류가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남북 대화가 얼마나 꽉 막혀 있으면 군에까지 이런 역할을 요구하겠느냐”고 토로했다.
여러 정부 관계자들의 말들을 종합해 보면 장장 8일에 걸쳐 진행된 북한 당 대회는 우리 정부의 남북 관계 개선 ‘프로젝트’에 큰 변수가 된 모양새다. 김 위원장은 당 대회 닷새째인 9일 공개된 사업총화(결산) 보고에서 정부의 방역보건 및 인도주의적 협력과 개별 관광에 대해 “비본질적인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김 위원장 말 한마디로 지난해부터 정부가 공들여 온 여러 대북 협력 ‘시그널’이 사실상 허사로 돌아간 셈이다.
그럼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신년사에서 북한에 “멈춰 있는 북-미 대화와 남북 대화에서 대전환을 이룰 수 있도록 마지막 노력을 다하겠다. 언제, 어디서든 비대면으로도 대화하자”고 했다. 하지만 이를 현실화할 묘안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군 내부에선 임기 말이 가까워질수록 군도 남북 관계 개선 노력에 기여해야 한다는 청와대의 압박이 심해질 것이라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한 군 관계자는 “이에 따라 북한에 저자세를 보이는 ‘북한 눈치 보기’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군 당국이 이런 우려를 해소할 만한 의지를 갖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그 우려는 당장 3월로 예정된 상반기 한미 연합훈련에서 현실화될 공산이 크다. 문재인 정부가 임기 내(2022년 5월)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을 실현하기 위해선 한국군의 독자 운용 능력을 검증할 만한 규모의 연합훈련을 진행해야 하지만 이 경우 북한이 거세게 반발할 수 있기 때문. 특히 김 위원장은 “미국과의 합동군사연습을 중지해야 한다는 우리의 거듭된 경고를 (남측이) 계속 외면했다”며 연합훈련 중단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그러자 군 당국이 실제 훈련 대신 컴퓨터 시뮬레이션 훈련인 지휘소연습(CPX)으로 현 정부에서 축소된 연합훈련 규모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가닥을 잡고 있다는 분위기마저 감지된다.
이처럼 현 정부 들어 우리 군에 꼬리표처럼 붙어 다니는 ‘북한 눈치 보기’ 문구를 어떻게 봐야 할까. 군은 일부의 ‘트집 잡기’에 불과하다며 발끈해 왔지만 군 내부에서는 ‘눈치 보기’가 엄연한 현실이라고 지적하는 관계자들이 적지 않다. 군은 지난해 두 차례 한미 공중연합훈련(비질런트 에이스)을 하고도 실시 여부조차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해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이 실종됐을 땐 북한을 의식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조명탄도 쏘지 않고 야간수색을 했다.
이는 대북 대비태세에도 큰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군은 2019년 창린도 해안포 도발, 지난해 감시초소(GP) 총격 사건 등 사실상 북한이 사문화한 9·19남북군사합의를 ‘나 홀로’ 지켜 왔다. 이에 따라 연간 20억 원에 가까운 혈세를 들여가며 서북도서에 배치된 K9 자주포를 육지로 반출해 훈련하고 있다. 최신 무기인 천무 다연장로켓(MLRS)을 서북도서에 배치해 놓고도 실사격 훈련을 하지 못해 해병대 사수들이 육군의 훈련을 참관만 하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지고 있다.
일부 군 관계자들은 “대북 유화책이 정책기조인 상황에서 군 홀로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또 “군이 눈치를 보는 건 북한이 아니라 청와대”라는 볼멘소리까지 나온다. 국가 외교안보 정책의 큰 틀에서 관계 부처가 보조를 맞추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저자세의 정도가 심하다”는 말까지 나오는 건 분명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북한이 고사총으로 대북전단 풍선을 쏘자 군이 대응 사격을 실시했던 2014년 10월.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최윤희 합참의장에게 “청와대 국가안보실에 보고해 지침을 받았느냐”고 물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은 이 발언이 정확히 현 정부가 군을 대하는 시각과 일치한다고 강조한다. 군의 존재 가치와 직결된 문제조차 사사건건 북한의 눈치를 보는 지금의 상황은 분명 북한의 ‘국방력 강화’에 맞설 강한 군을 바라는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일은 아닐 것이다. 분단국가에서 군은 존재 가치를 스스로 증명할 의지가 있는지 묻고 싶다.
-신규진 정치부 기자, 동아일보(21-01-19)-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관료주의의 망령
[임용한의 전쟁史]

임진왜란 기록에 자주 등장하는 표현이 있다. 정찰병을 보내지 않아 적이 다가오는 줄 몰랐다. 경계병을 세우지 않아 야간 기습에 당했다. 임란 후반기에 선조가 이런 한탄을 한다. “전쟁 초기라면 실전 경험이 없으니 그럴 수도 있다. 도대체 전쟁이 몇 년째인데, 달라진 게 없는가.” 40년 후의 병자호란 때도 이는 반복된다. 조선의 무장들은 정찰과 경계라는 군사의 기초도 몰랐던 걸까.
이런 보고엔 억측과 소문, 지휘관에게 패전 책임을 전가하려는 마녀사냥식 보고가 섞여 있다. 감시원을 세웠다고 도난을 100% 방지하지는 못한다. 감시 시스템 실패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양란 때도 정찰대를 운영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정찰대를 파견해도 적을 탐지하지 못하거나 적에게 살해되고, 심한 경우 겁을 내서 제대로 임무수행을 하지 않은 거다. 경계 실패도 마찬가지다. 초병이 졸거나 사각지대가 넓었던 것이다. 즉, 상식이 아니라 능력의 실패였다. 정찰장교, 정찰병은 지휘관급 안목과 최고의 실력을 갖춘 전사여야 한다. 평소에 전문가 집단을 양성하지 않으면 전시에 활용할 수 없다.
4군 6진을 개척한 세종 때 ‘체탐자’라는 특수수색부대를 창설해서 운영했다. 조선판 네이비실인 이 부대는 적진 정찰, 침투, 수색, 각종 특수임무를 훌륭하게 수행해냈다. 16세기에 국경이 안정되자 이 부대는 제일 먼저 없어졌다. 특수임무는 사고 위험이 크다. 책잡힐 일은 기피하고 보는 관료주의의 결과였다. 임란 때 그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그래도 관료주의는 죽지 않았다. 병자호란 전에 체탐자 같은 부대가 잠시 운용됐지만, 극소수 임시직으로 마무리됐다. 세계 최강의 기병부대를 상대해야 했던 병자호란 때 전문 정찰부대의 결여는 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했다.
군대가 관료화하고, 관료가 군대를 지배하게 되면 국방은 실패한다. 우리 군사력이 세계 6위라는 통계가 나왔다. 자랑스러운 결과지만 궁금하다. 군사력 통계에 잡히지 않는 수백 년을 괴롭혀온 관료주의는 과연 떨쳐냈을까.
-임용한 역사학자, 동아일보(21-01-19)-
=========================================
'[세상돌아가는 이야기.. ] > [時事-萬物相]'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입양 아동 교체” 하나만 남은 文 회견, 4년간 어찌 이리 똑같은가] [ ... 국민통합 외면한 文 신년회견] .... (0) | 2021.01.19 |
|---|---|
| [이재용 또 구속 수감, ‘교도소 담장 위’가 숙명인 한국 기업인] [ … 글로벌경영 一大 위기 맞은 삼성] (0) | 2021.01.19 |
| [“다신 이런 일 없어야”, 이 정권이 말할 자격 있나] [‘충성 서약서’ 쓴 與의원들] (0) | 2021.01.18 |
| [노영민 “윤석열 대권 가능성 없어… 대통령, 언론 댓글까지 다 본다”] (0) | 2021.01.18 |
| [가짜 스펙으로 의사 자격 딴 조국 딸, ‘공정’이 짓밟혔다] [‘나쁜 놈’을 적법하게 처벌하는 게 法治다] (0) | 2021.01.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