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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기업 자산 현금화 안 돼” 돌변, 4년 反日 몰이는 왜 했나] [현재가 과거를 심판하면 미래를 잃는다]

뚝섬 2021. 1. 20. 06:22

 

日기업 자산 현금화 안 돼” 돌변, 4년 反日 몰이는 왜 했나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019년 12월 24일 중국 청두 샹그릴라 호텔에서 정상회담을 하기 전 악수를 나누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회견에서 법원의 강제징용 판결과 관련해 “(일본 기업 자산이) 강제 집행의 방식으로 현금화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법원은 작년 말부터 징용 피해자들의 청구에 따라 압류한 일본 기업 자산을 현금화(매각)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대통령이 이에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이다.

 

박근혜 정부 때 외교부가 징용 판결 관련 의견서를 대법원에 낸 것을 두고 여권은 ‘재판 거래’라고 공격했다. 한일 관계가 파국을 맞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대법원에 알릴 수 있는 문제인데도 사법 농단으로 몰고 갔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구속까지 됐다. 문 대통령은 2019년 신년회견에선 “사법부 판결에 정부가 관여할 수 없고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더니 2년 만에 태도가 돌변했다. 민주당 의원들도 일본에 가서 “강제징용 문제는 현 상태에서 봉합하는 게 좋다. 대법원도 파국을 원치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전 정부의 의견 제출은 범죄라더니 자신들은 내놓고 법원을 압박한다.

 

문 대통령은 또 “(현금화) 단계가 되기 전에 양국 간 외교적 해법을 찾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그런 외교적 해법이 박근혜 정부 때 한일 합의였다. 문 정부는 이 국가 간 합의를 파기하고 반일(反日) 몰이를 시작했다. 죽창가를 부르며 있지도 않은 친일파 공격도 했다. 그러더니 이제 와 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외교 해법을 찾자고 한다.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파기한 장본인인 문 대통령이 “(그 합의가) 양국 정부 간의 공식 합의였다는 사실을 인정한다”고 했다. 지난 4년 동안 정부가 벌여온 일은 다 무엇이었나. 결국 아무 방책 없이 국내 정치용으로 이용한 것에 불과했다.

 

이 정부는 그동안 한일 문제에 대해 외교적 해법을 얘기하면 ‘친일파’ ‘토착왜구’로 몰았다. 갑자기 태도를 바꾼 이유는 도쿄올림픽 때 김정은을 불러 남북 쇼를 다시 하려면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미일 협력’을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이 속 보이는 행태를 일본이 다 보고 있다. 부끄러울 따름이다.

 

-조선일보(21-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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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가 과거를 심판하면 미래를 잃는다

 

4년간 과거 파헤치느라 미래 비전 찾는 일 외면
지도자 탓만 할 게 아니다… 국민이 ‘편가르기’ 거부해야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격언은 영국 총리를 지낸 처칠이 한 말로 널리 알려졌다. 사실은 출처가 불분명하다. 처칠이 한 말은 그 반대였다. ‘현재가 과거를 심문하면 미래를 잃어버린다’고 했다. 그가 이 말을 한 것은 영국식 적폐 청산과 관련이 있다.

 

체임벌린 영국 총리는 히틀러에게 체코의 수데텐란트를 넘기는 대가로 유럽의 평화를 지켰다고 자랑했다. 그러나 히틀러가 1940년 서유럽을 침공하면서 거짓말이 됐다. 전쟁이 터지자 영국 의회는 유화주의 노선을 걸었던 체임벌린 불신임안을 제출했다. 이어서 집권한 처칠에겐 체임벌린 내각에서 죄지은 사람들을 쫓아내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처칠의 발언은 이를 거절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적폐를 몰아내자는 요구만 거절한 게 아니다. 처칠은 밖으로는 강경한 대독(對獨) 항전을 천명했지만 내정에선 포용 노선을 택했다. 집권 보수당뿐 아니라 야당을 모두 아우르는 연합정부를 꾸렸고, 5인으로 구성되는 전쟁내각 장관 자리엔 라이벌들을 앉혔다. 대표적 유화주의자 핼리팩스에겐 외무장관직을 줬다. 내각 핵심인 국방장관을 자신이 차지하고 미국을 끌어들이기 위한 외교 노력도 도맡았지만 국민을 향해서는 정치권이 화합하는 모습을 보이려 애썼다.

 

지난 4년 가까이 대한민국은 적폐 청산론에 포박된 신세였다. 과거만 파헤치느라 정작 국력을 쏟을 미래 비전을 찾는 데 소홀했다. 월요일 신년 기자회견에 나온 대통령은 지지 세력 눈치 보느라 전직 대통령들 사면 문제에 딱 부러진 입장을 내놓지 못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1위로 부상한 이재명 경기지사는 며칠 전 한 라디오에서 “청산해야 할 사람과는 통합하자, 포용하자 할 수 없다”며 “정리할 건 깔끔하게 정리하는 게 진정한 통합의 길”이라고 했다. 국내 일부에선 프랑스 비시 정부 시절 나치 부역자 청산을 모범 사례로 들며 거든다. 하지만 그 나라에서도 실제로 벌어진 것은 내 편 봐주기와 네 편 처단이었다.

 

지지자들에게 적폐를 쓸어버리는 게 진정한 통합이란 주장은 사이다일 것이다. 그러나 역사는 다른 말을 한다. 큰 도약을 이룬 나라들을 보면 “이런 사람들과도 화해하고 통합을 추진했나” 싶은 사례가 더 많다. 2차대전을 승리로 이끈 영국만 그랬던 게 아니다. 150여년 전 일본은 그때까지 실권이 없던 왕을 옹립해 도쿠가와 막부를 타도하는 메이지 유신을 단행했다. 우리로 치면 역성혁명에 해당하지만 유신 세력은 패배한 도쿠가와 가문을 몰살하지도, 막부 신료들을 탄압하지도 않았다. 정세가 안정되자 도쿠가와 가문에 총리직까지 제안했다. 도쿠가와 측이 “시대정신에 맞지 않는다”고 고사해 무산됐지만 국민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했다.

 

권력 잡았다고 관직을 독차지하지도 않았다. 그때까지 막부는 사실상 중앙정부였고 도쿠가와의 가신 중엔 유럽 유학을 다녀온 엘리트가 많았다. 비록 정권은 타도됐지만 인재까지 내치는 것은 국가적 손해였다. 3만명에 이르는 막부 신료 중 희망자 약 5000명을 메이지 정부 관료로 발탁했다.

 

우리 국민은 왜 이런 장면에 감동하고 박수칠 기회를 갖지 못하는가. 무엇보다 대통령 하겠다는 사람들이 앞장서 편 가르고 적폐 놀음 하는 탓이 크다. 좌우가 번갈아가며 그렇게 했다. 전후 프랑스에 불어닥친 청산의 광기를 중단시킨 주인공은 프랑스 국민이었다. 적폐 몰이에 열중하던 공산당과 사회당에 사실상의 선거 패배를 안김으로써 9년에 걸친 칼춤을 잦아들게 했다. 우리에겐 왜 통합의 멋진 드라마가 없느냐며 지도자를 탓하기 전에 국민이 정치인들의 편 가르기 유혹을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

 

-김태훈 논설위원, 조선일보(21-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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