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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한미 훈련도 北과 협의” 敵에게 양해 구하고 훈련하나] [말과 생각을 포기했다면 항복한 것]

뚝섬 2021. 1. 20. 06:25

 

文 “한미 훈련도 北과 협의” 敵에게 양해 구하고 훈련하나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미 연합훈련 중단 문제를 필요하면 남북 군사공동위를 통해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고 했다. 김정은이 노동당 대회에서 “미국과의 합동 군사훈련을 중지해야 한다”고 압박한 데 대한 답변이다. 군 통수권자가 적의 위협에 대한 방어 훈련을 적과 협의하겠다고 한 것이다.

 

북이 핵 무기, 시설 전부를 신고하는 등 진정한 비핵화 조치를 취해 한반도에 평화 체제가 자리 잡아 간다면 한미 연합 훈련도 당연히 논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김정은은 당 대회에서 36차례나 핵을 언급했다. 순전히 우리를 겨냥한 전술핵 개발까지 천명했다. 핵 추진 잠수함, 극초음속 무기 개발도 공언하며 무력에 기반한 통일을 선언했다. 현재 우리 독자적으로는 북의 핵 미사일 공격을 막을 방법이 없어 김정은의 말이 허세로 들리지 않는다. 미군과의 연합 훈련 강화만이 북의 위협에 대처할 수 있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미국 아닌 북한과 ‘훈련 협의’를 하겠다는 것이다.

 

2018년 남북 군사 합의에는 “군사 훈련 및 무력 증강 문제는 ‘남북 군사공동위’를 가동해 협의한다”고 돼 있다. 그런데 “적대 행위 전면 중단”을 약속한 군사 합의 자체가 북 도발로 의미가 없어졌다. 김정은은 “남한에 경고”라며 신형 미사일을 무더기로 쐈고 군사 합의에서 금지한 전방 해안포 훈련도 했다. 그때마다 문 정권은 군사공동위를 통해 항의하기는커녕 “합의 위반이 아니다”라며 북을 두둔했다. 그래놓고 김정은이 ‘한미 훈련 중단’을 요구하자 ‘군사공동위 협의'를 꺼내들었다. 김여정 한마디에 ‘대북 전단 금지법’을 만든 것 그대로다.

 

한미 동맹의 버팀목이던 3대 연합 훈련은 트럼프와 김정은의 ‘싱가포르 쇼’로 전부 폐지됐다. 비핵화를 위해서라고 했는데 북핵은 오히려 증강됐다. 트럼프는 바이든 승리를 끝까지 인정 않고 폭동 선동 혐의로 탄핵 과정에 있다. 그런 트럼프 정책을 이어가자고 하는 한국 정부를 바이든 대통령은 어떤 눈으로 보겠나.

 

2007년 유엔 북한 인권결의안 표결 당시 ‘문재인 비서실장 주도로 북한에 물어보고 기권으로 결정했다'는 논란이 지난 대선에서 불거졌다. 문 대통령은 ‘기권’으로 결정된 뒤에 북한 입장을 묻는 전통문을 보냈다고 부인했다. 먼저 물어본 게 아니라는 것이다. 이제 한미 훈련마저 북과 사전 협의할 수 있다는 문 대통령의 말을 듣고 보니 인권 표결을 북에 물어보고 정하는 건 별일도 아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조선일보(21-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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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생각을 포기했다면 항복한 것

 

조지 오웰의 소설 '1984'.

 

“사람들은 ‘현실 제어’라 불렀지만 신어로는 ‘이중사고’라고 한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것, 뻔한 진실을 교묘하게 꾸며 거짓말을 하는 것, 모순되는 두 가지 견해를 동시에 지지하고 동시에 믿는 것, 논리를 사용하여 논리에 맞서는 것, 도덕을 주장하면서 도덕을 거부하는 것, 민주주의가 아닌 줄 뻔히 알면서 당이 민주주의의 수호자라고 믿는 것.” 조지 오웰 ’1984′ 중에서.

 

북한이 현 정권을 향해 ‘특등 머저리’라고 비난을 퍼붓자 ‘좀 더 과감하게 대화하자’는 뜻이라고 민주당 의원이 해석을 내놓았다. ‘삶은 소대가리도 앙천대소할 노릇’이라고 했을 때 한 방송은 ‘애정이 있다는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관심 있는 사람에게 적극적으로 대화를 청하고 싶다면 “특등 머저리씨, 삶은 소대가리도 웃을 일이군요”라고 말하면 되는 것일까?

 

이익 공유제, 소득 주도 성장, 포용 국가, 공유 경제처럼 한글로 표기했으나 우리말로 느껴지지 않는 용어도 난무한다. 국정 최고 책임자가 신년사에서 언급한 착한 임대료 운동, 필수 노동자, 백신 자주권, 선도 국가, 가교 국가와 같은 말도 낯설기만 하다. 정부가 일찍이 내건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라는 표어도 국민이 기대했던 세상을 뜻한 건 아니었다.

 

1949년에 출간한 조지 오웰의 ’1984′는 사회주의, 공산주의, 전체주의에 대해 비판하고 경고한 소설이지만 2021년 전후를 내다보고 쓴 미래 예언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 책에서 작가는 ‘새로운 단어의 목적은 사고 폭을 좁히는 데 있다. 언어가 완성될 때 혁명도 완수된다. 2050년까지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말을 이해할 사람이 남아 있을 것 같은가?’라고 묻는다.

 

말은 시대에 따라 변화한다. 그러나 의도적으로 단어가 삭제되고 의미가 왜곡되며 특정 이념을 담은 용어가 범람하는 건 위험하다. 미사일을 쏘며 서로 죽이고 땅을 빼앗는 것만 전쟁이 아니다. 말을 포기했다면 항복한 것이고 적의 입맛에 맞게 이중사고를 해야 한다면 정복당한 것이다. 북한을 따르며 그들을 거스르지 않으려는 말과 생각이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고 있다.

 

-김규나 소설가, 조선일보(21-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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