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이든 시대 개막-미국 46대 대통령 취임
“지금은 암흑기지만 빛은 있어, 코로나 치유 위해 기억해야”
블링컨 美국무후보 “북한 비핵화 더 나빠져… 어려운 문제”

백악관의 새 주인-20일(현지 시각) 공식 취임한 제46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하루 전날 워싱턴DC로 떠나기에 앞서 연고지 델라웨어 뉴캐슬에 있는 주 방위군사령부에서 당선인 신분으로 마지막 연설을 하고 있다. 그의 뒤로 대형 성조기가 휘날리고 있다. /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낮 12시(현지 시각·한국 시각 21일 오전 2시) 제46대 미국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했다. 바이든은 이날 오전 백악관 인근 성당에서 미사를 마친 뒤 트위터에 “미국의 새날이 밝았다(It’s a new day in America)”는 짧은 글을 올렸다.
그는 전날 자택이 있는 델라웨어주를 떠나기 전 고별사를 통해 “지금이 어두운 시기라는 것은 알지만 언제나 빛이 있다”며 “(미국은) 희망과 빛, 끝없는 가능성의 땅”이라고 했다. 미국의 코로나 사망자가 40만명을 돌파한 가운데 임기를 시작하지만 미국은 여전히 희망의 땅이라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비행기를 타고 워싱턴DC에 도착한 그는 링컨기념관 앞에서 열린 코로나 희생자 추모 행사에서 “치유하기 위해 우리는 기억해야만 한다”며 “하나의 국가로서 그렇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미 상원은 19일 국무·국방·재무·국토안보부 장관 후보자와 중앙정보국(CIA) 국장 지명자에 대한 인준 청문회를 열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후보자는 북한 문제와 관련해 “여러 행정부를 대대로 괴롭혀 온 어려운 문제”라며 “북한에 대한 전반적 접근법과 정책을 리뷰(review·재검토)하려고 한다”고 했다. 북한의 비핵화가 “어려운 문제란 점을 인정”하고 원점에서부터 다양한 해법을 모색하겠다는 취지다. 그는 북한의 비핵화가 “더 나빠졌다”고도 했다.
19일(현지 시각) 고향인 델라웨어 주를 떠나기 전 고별연설을 마치고 눈물을 흘리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 /AFP 연합뉴스
그는 또 “우리는 중국을 능가하고 국민의, 국민에 의한 정부가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세계에 상기시켜 줄 수 있다”며 민주주의 가치 회복과 동맹 재활성화를 강조했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후보자는 청문회 서면 답변에서 “한·미 동맹은 역내 평화와 안보의 핵심 축(linchpin)”이라며 “인도·태평양 전역의 동맹들을 현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그 노력의 일환으로 한국과의 방위비 분담 협상의 조속한 타결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역내 동맹을 강화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거액 인상 요구로 막혀 있던 방위비 분담 문제도 조속히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태평양 지역 전략 강화를 위해 한국·일본·호주 등의 동맹이 중요하다며 “다시 여행이 가능해지면 이 지역이 내 첫 방문지가 될 것”이라고 했다.
블링컨 “모든 대북정책 재검토, 인도적 지원은 고려해볼 것”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초대 국무장관에 지명된 토니 블링컨(59) 후보자는 19일(현지 시각) 열린 미 상원 외교위원회 인준 청문회에서 “북한에 대한 전반적 접근법과 정책을 리뷰(review·재검토)하려고 한다”며 “이 문제는 더 나아지지 않았다. 사실, 더 나빠졌다”고 했다. 역대 미 행정부의 여러 노력에도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고도화된 점을 인정하면서 대북 정책을 다시 살펴보겠다는 취지다.
그는 이날 지한파(知韓派)로 불리는 민주당 소속 에드 마키 상원의원에게서 “검증 가능한 (북핵) 동결이나 다른 북한 대량 살상 무기 프로그램의 제한을 대가로 그에 맞는 제재 해제를 하는 단계적 합의를 추진하는 것을 지지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이처럼 답했다. 그는 “우리가 어떤 옵션들을 갖고 있는지, 그것이 북한이 협상장에 나오도록 압박을 강화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는지, 또한 다른 가능한 외교적 계획은 무엇인지를 살펴보겠다”고 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 문답(問答)은 바이든 행정부와 미국 민주당의 기본적 북핵 구상을 보여준다. 블링컨은 북한의 핵 동결(凍結)에 상응해 제재 해제를 검토하는 ‘단계적 해법’ 자체를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북한을 비핵화 협상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방법으로 ‘대북 압박 강화’를 기본에 깔고 있다. 북한이 핵·미사일을 계속 개발하고 있는데도 제재 완화를 원하는 문재인 정부의 입장과는 차이가 있다. 블링컨의 답변 후 마키 의원은 “나도 동의한다. 우리는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 정권을 겨냥한 제재를 잘 따르도록 (제재) 이행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블링컨은 “(바이든) 당선인은 민주주의와 인권을 다시 미국 외교의 중심에 놓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인권유린에 연루된 외국 관리에 대한 제재도 강화하겠다고 했다. 북한 인권 문제에서도 한·미 간의 이견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다만 그는 ‘북한이 (코로나로 봉쇄된) 국경을 다시 열면 북한 주민에 대한 정당한 인도적 지원을 허용하기 위해 일부 제약을 완화하겠느냐’는 질문에 “북한이나 비슷한 상황에 놓인 다른 곳의 주민들과 그들의 고통을 경감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데 유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려해보겠다”고 답했다.
블링컨은 클린턴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선임국장을 지냈고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부보좌관, 국무부 부장관 등을 지냈다. 2002년 상원 외교위원장이었던 바이든이 그에게 외교위 수석전문위원직을 맡기면서 시작된 인연이 2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선 그를 바이든의 ‘또 다른 자아(alter ego)’로 부른다.
-워싱턴=김진명 특파원, 조선일보(21-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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