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무부의 한국계]
["빅터 차 밀어낸 건 NSC 결정 아닌 스티븐 밀러다”]
[서울 바뀌어야 워싱턴 바꿀 수 있다]
美 국무부의 한국계
30년 전 1차 북핵 위기가 터졌을 때 미 국무부 한국과(課) 인원은 한 자릿수였다고 한다. 북이 핵을 개발하며 ‘서울 불바다’까지 협박하는데도 신속한 분석과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이후 미 국무부와 CIA에서 한반도 역사와 정치에 익숙한 한국계 채용을 늘리기 시작했다. 이 무렵 CIA에 들어간 사람이 앤디 김 전 CIA 부국장이다. 지금 한국과는 북핵 관련 인력을 포함하면 50여 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 외교부 차관은 “한국과뿐 아니라 중국과에도 한국계 직원이 여럿 보일 정도”라고 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워싱턴에서 열리는 각종 포럼의 절반 이상이 ‘북핵’ 관련이었다. 한국 전문가들의 수요가 급증했다. 때마침 변호사나 박사가 된 한국계 2세들이 미국 공직에 속속 진출하기 시작했다. 상대적으로 다른 아시아계 인재 풀은 제한적이다. 중국 본토 출신은 공산당 영향을 받을 가능성 때문에 경계 대상이고 대만계는 숫자 자체가 많지 않다. 일본계는 19세기 말부터 미국 이민을 왔지만 공직보다는 비즈니스 쪽에서 더 활약하는 편이다.
▶미 국무부의 한국계 최고위직은 성김 동아태 차관보 대행이다. LA 검사로 일하다 국무부 한국과장을 거쳐 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대사가 됐다. 차기 주한 대사 후보인 조셉 윤은 2018년 6자회담 미국 대표를 지냈다. 당시 중국의 6자회담 대표가 조선족인 쿵쉬안유 현 주일 대사였다. 남·북·미·중 북핵 대표가 모두 한국어를 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는 한·미·일 안보를 주제로 ‘적대적 제휴’라는 책을 썼는데 공화당 주목을 받았다. 그가 부시 백악관 NSC의 아시아 국장일 무렵 CIA엔 북한 분석관으로 한국계인 수미 테리 박사가 있었다.
▶CIA 북한 분석관이던 한국계 정 박 브루킹스연구소 박사가 최근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 이루지 못할 약속을 위해 국내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북 전단 금지법과 탈북민 압박 문제도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인수위원회에 참여했기 때문에 동아태 부차관보 내정설과 백악관 NSC 발탁설이 돈다.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1·2인자가 모두 한국계가 될 수도 있다.
▶지금 미 외교·안보 부서의 한국계는 대부분 전문가들이다. CIA에서 김씨 일가만 분석했거나 북핵 협상에서 잔뼈가 굵은 경우도 있다. ‘김정은 비핵화 의지’ 같은 환상은 없는 사람들이다. 노예나 다름없는 북 주민의 인권 실태도 잘 안다. 트럼프 때와 같은 엉터리 북핵 정책은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안용현 논설위원, 조선일보(21-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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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 차 밀어낸 건 NSC 결정 아닌 스티븐 밀러다”
밀러, 빅터 차 성향 문제삼아 반대
차, 군사옵션 우려하는 글 보내자 NSC도 그와 거리두기 시작
백악관, 한국 안심시킬 후보 찾기… 해리 해리스·월터 샤프 등 거론돼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지난 연말 차기 주한 미대사 내정자였던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에게 대북 군사 옵션을 위한 주한 미국인 소개 작업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차 석좌의 지인은 "차 석좌가 당시 군사 옵션을 우려하는 견해와 함께 글 몇 편을 첨부해 보낸 이후 NSC와 연락이 되지 않았다"고 했다.
첨부된 글은 존 햄리 CSIS 소장이 지난해 말 쓴 것으로 "워싱턴에서 나오는 한반도 발언이 우려스럽다"는 내용이었다. 또 한 편은 마이클 그린 CSIS 부소장이 대북 군사 옵션을 비판한 글이었다. 공교롭게도 두 글은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이 이미 필자들에게 강하게 항의를 했던 일이 있었다. 맥매스터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경고가 신뢰를 받으려면 다양한 군사적 방안으로 뒷받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시 차 석좌는 대사 공식 지명을 앞두고 이미 정보 브리핑을 받고 있었다. NSC와 연락이 끊어진 후에도 차 석좌는 백악관 인사팀으로부터 "지명이 늦어지고 있을 뿐 문제는 없다"는 답을 들었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 기자가 "백악관으로부터 검증에 문제가 있다는 식의 말을 들었다"며 연락해왔을 때 상황이 이상하게 가고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고강도 검증이 끝난 후에 도저히 나올 수가 없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스티븐 밀러(왼쪽), 빅터 차
지난달 27일 백악관 인사팀은 그에게 내정 철회를 통보했다.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1일 브리핑에서 "그는 주한 미대사에 지명된 적이 없다"고 했다. 맞는 얘기다. 공식 지명 직전 내정이 철회됐다.
차 석좌의 낙마 이유는 제한적인 대북 선제 군사타격 방안인 '코피(블러디 노즈) 작전'에 대한 이견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차 석좌도 대사 내정 철회 사실이 알려진 직후 워싱턴포스트 칼럼을 통해 코피 작전의 위험성을 경고해 의견 차이를 확인했다. 하지만 '코피 전략'에 대한 국내외의 관심이 과열되고 긴장감이 높아지자, 트럼프 행정부는 급히 진화에 나섰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조시 로긴은 최근 내부 관계자들을 인용, "코피 전략이 가까운 시일 내에 실현될 가능성은 없다"고 전했다. 국무부 대변인도 "최대 압박 전략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자 워싱턴의 외교·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선 "차 석좌의 희생이 트럼프 정부의 코피 작전을 약화시켰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차 석좌의 대사 내정 취소 배경에는 NSC가 아니라 스티븐 밀러 백악관 선임 정책 고문이 있었다는 주장도 있다. '트럼프의 복심'이라 불리는 밀러는 백악관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강경 우파로, 트럼프 정치 철학의 대변자이다. 그는 "트럼프에 대한 완벽한 충성을 요구하는 분위기에서 차 석좌가 이 정책에 의문을 제기한 것은 밀러 고문의 눈엔 '충성심 부족'으로 비쳤을 것"이라고 했다.
차 석좌는 최근 가까운 지인에게 "교통사고를 당한 기분"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또 "이미 검증이 끝나 아그레망(임명 동의)까지 받은 상황에서 문제가 있다는 식의 말을 누군가 퍼뜨리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백악관은 급하게 '한국을 안심시킬 수 있는' 후보를 물색 중이다. 현재 호주 대사로 검토중인 해리 해리스 태평양 사령관을 주한 미 대사로 돌리는 방법, 월터 샤프 전 주한 미군 사령관, 에드윈 퓰너 전 헤리티지 재단 회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강인선 기자, 조선일보(18-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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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바뀌어야 워싱턴 바꿀 수 있다
북한 强性 제재론자가 온건파로 落馬하는 워싱턴 현실
대북 정책 주무르는 '왼손잡이' 得勢… 한·미 不通 '한국 패싱' 불러
트럼프 대통령이 차기 주한 미국 대사로 내정됐던 빅터 차 지명을 철회했다. 그의 낙마(落馬)는 미국과 영국 신문 보도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는 깜깜했다. 한국은 얼마 전까지 새 대사가 평창올림픽 개막 전에 부임했으면 하는 희망을 미국에 전달했다. 작년 12월 하순 무렵 내정 철회가 결정됐다니, 경질(更迭)된 사람을 빨리 보내 달라 조른 꼴이다. 한·미 관계는 정상이 아니다. 비정상(非正常) 동맹이다. 뻔한 인사(人事) 사항마저 귀띔하지 않을 정도다. 수백 수천만 국민 사활(死活)이 걸린 북핵 대응 방식을 놓고 속엣말을 나눌 사이가 못 된다.
이번 일로 '코피(bloody nose) 터트리기 작전'이 새삼 주목받게 됐다. 아그레망까지 오간 대사 내정이 철회된 이유가 이 작전의 실효성(實效性)에 이견(異見)을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해서다. 작년 12월 '코피 작전'을 처음 보도한 영국 언론에 따르면 '북한 핵 시설 전체를 제거하지 않으면서도 제한적 예방 공격으로 핵무기와 ICBM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의지와 능력을 북한이 깨닫도록 하는 것'이 코피 터트리기다. 작전이 성공하려면 공격받은 김정은이 북한을 지도에서 지워버릴 미국의 2차 대량 보복이 두려워 반격을 포기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김정은은 때로는 진짜 미친 듯 때로는 겉으론 미친 척하면서 속으론 영리하게 계산하는 모습을 번갈아 연출해왔다. '코피 터트리기 작전'은 '광인(狂人)'과 '약은 인간' 사이를 오가는 김정은을 '정상 인간'으로 가정(假定)하고 있다. 이 가정은 얼마나 현실적일까. 모든 전쟁이 그렇지만 특히 핵 대결에선 '그냥 굴러가기'보다 '잠시 멈추기'가 훨씬 어렵다. 북한의 반격은 미국의 2차 대량 보복을 불가피하게 만들 것이다. 빅터 차가 백악관 면접에서 '코피 작전이 지하 깊숙이 감춰둔 북한 핵 시설을 파괴하지 못하면서 한국에 있는 23만 미국 국민을 위태롭게 하지 않겠는가'라고 반문(反問)했다면 합리적 의문 제기다.
아들 부시 대통령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아시아국장으로 있었던 빅터 차는 북핵 강경파다. 그보다 강성(强性)은 찾기 힘들 정도다. 그런 그의 눈에 비친 현재 워싱턴과 백악관 모습은 '거기(한반도)서 (전쟁으로) 죽는 것이 여기(미국)서 (북한 핵 미사일 공격으로) 죽는 것보다 낫다'고 말하는 분위기다. 그의 대사 임명 철회는 워싱턴에선 그렇게 믿는 사람들이 숫자로 다수(多數)이고 영향력에서 주류(主流)라는 사실을 말해 준다. '비현실적 현실'이다.
바다 건너 서울에는 또 다른 '비현실적 현실'이 있다. 그쪽이 '오른손잡이'라면 이쪽은 '왼손잡이'라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서울의 왼손잡이 득세(得勢)와 대북 강경파가 온건파로 몰려 내쫓기는 워싱턴 현실은 인과(因果) 관계가 있다.
이종석씨는 노무현 정권에서 통일부장관을 지냈다. 임동원·정세현·문정인씨로 이어지는 이 정권 안보 외교 분야 병풍 그룹의 일원이다. 이 정권 안에는 자기 목소리를 내는 외교·안보 실세(實勢)가 없다. 정권 밖에 실세가 있다는 뜻이다.
이씨는 며칠 전 현 정권과 함께 가는 어느 신문에 '북한이 평창올림픽 전날 인민군 창건 기념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를 벌이는 모습에서 정상(正常) 국가로 향하는 북한 변화를 읽었다'고 했다. 창군 기념일을 김일성이 인민 유격대를 만들었다는 4월 25일에서 해방 후 인민군 출범일인 2월 8일로 옮긴 게 그 증거라고 했다. 신성시(神聖視)하던 선대(先代)의 불합리를 바로잡았다는 것이다. 그의 신통한 눈은 반복되는 군 수뇌부의 계급 강등(降等)에선 김정일 시대의 계급 거품을 빼는 합리화 정신을 읽어냈다. '강성 대국(大國)'에서 '강성국가'로 바뀐 국가 목표도 허장성세(虛張聲勢)를 벗는 변화라고 풀이했다. 결론은 '맹목적 호전주의(好戰主義)'에서 '실용적 호전주의'로 탈바꿈하는 북한 변화를 놓치지 말고 '비핵화와 바꿀 북한 체제 안전보장 카드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김정은이 실용주의자로 변신했다면 군사 퍼레이드를 붙들고 미·북 대화 계기를 이렇게 흘려보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대북 제재가 막 효과를 내기 시작했는데도 미국은 '비현실적 군사 조치'를 '현실적 대안(代案)'으로 여전히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다. 핵무기 없이 홀로 설 수 없는 김정은 처지를 뚫어보고 있기 때문이다. 정권의 다수, 정권의 주류로서 김정은 목소리에 때맞춰 반주(伴奏)를 넣어온 한국 좌파를 믿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서울을 바꿔야 워싱턴을 바꿀 수 있다.
-강천석 논설고문, 조선일보(18-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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