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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해법, 한·미간 시간표가 어긋나고 있다] ... [北 외교관 잇단 망명]

뚝섬 2021. 1. 26. 06:45

 

[북핵 해법, 한·미간 시간표가 어긋나고 있다]

[南北美 신뢰 구축에 지름길은 없다]  

[北 외교관 잇단 망명]

 

 

 

북핵 해법, 한·미간 시간표가 어긋나고 있다

 

文정부, 내년 대선 전 남북 관계 개선 명운 거는데
바이든 정부, 서둘지 않아… 전단금지법 등 ‘인권’도 충돌
트럼프식 비핵화보다 美본토 공격력 제한에 무게… 한국 안보 희생될 우려

 

조 바이든 46대 미국 대통령의 최우선 당면 과제는 트럼프가 물려준 국내 분열과 상처를 치유하고 코로나19를 퇴치하는 일이다. 외교·안보 전략의 기조는 동맹을 강화하고 중국과 러시아의 공세적 팽창 정책을 견제하는 것이지만 북한 핵 문제보다 해결이 어렵고 시급한 현안은 없다.

 

지난해 10월 북한 노동당창건75주년 열병식과 올해 1월 14일 노동당8차대회 열병식에 등장한 북한의 신형 ICBM. SLBM /조선중앙TV 연합뉴스

 

그런데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의 참담한 북핵 외교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너무 소박한 목표를 설정한 것 같다. 바이든의 외교·안보 책사들은 트럼프가 김정은과 세 번의 정상회담을 하고도 북한의 핵 능력 증강과 고도화를 막지 못한 근본 원인을 비핵화라는 비현실적 목표에 집착한 데서 찾고 있다. 실무적 준비가 부실한 상태에서 미·북 정상회담을 무리하게 강행한 것도 실패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그래서 불가능한 목표에 매달리다가 가능한 것조차 놓치는 우를 되풀이하지 않으려 스몰 딜을 통해 작은 성과라도 차근차근 쌓아나가는 점진적 단계적 접근법을 선택한 것 같다.

 

비핵화를 궁극적 목표로 남겨둔 채 잠정합의(interim deal)로 우선 북한의 핵 능력 증강부터 막아놓고, 가능하면 북한이 이미 보유한 핵탄두와 장거리 미사일의 일부를 폐기하는 것을 최선의 현실적 목표로 삼고 있는 것 같다. 이를 위해 1차적으로 북한 내 모든 핵 물질 생산 시설을 동결하여 핵무기의 양적 증가를 막는 한편, 핵과 장거리 미사일의 실험 중단으로 기술적 고도화를 차단하는 데 집중할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작년 10월 23일 트럼프와 마지막 TV 토론에서 김정은과 정상회담 조건으로 핵 능력 감축(draw down) 합의를 제시한 것은 이러한 인식의 일단을 드러낸 것이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도 지난 19일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대북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하면서 트럼프 임기 동안 북핵 문제가 더 악화한 사실을 강조한 것은 재검토의 방점이 상황 악화 방지에 있음을 시사한다. 바이든 행정부의 북핵 담론에서 ‘비핵화’라는 용어는 실종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이러한 해법은 성공할 수 있을까? 성공 가능성을 높여줄 두 가지 변수가 생겼다.

첫째, 지난 4년간 북한의 획기적 핵 능력 증강이 비핵화는 더 어렵게 만들었지만 핵 능력의 제한은 오히려 더 쉽게 만들었다. 북한의 핵무기와 핵 물질 보유량이 많을수록 추가 생산을 중단하거나 재고를 줄이는 부담은 감소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무기 또는 핵 물질 보유량이 목표치에 도달했거나 근접했다면 핵 동결로 잃을 것이 없고, 최소 목표치 이상을 확보했다면 이미 보유한 핵탄두나 장거리 미사일 일부를 폐기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그 대가로 북한이 제재 해제를 받아내고 싱가포르 정상회담 때보다 최소 10~20개의 핵무기를 더 지킬 수 있다면 대박을 거두는 셈이다. 북한의 핵 능력이 늘어난 만큼 사기극을 벌일 여지도 많아진다.

 

둘째, 북한의 경제 사정이 어려워진 만큼 미국의 협상력은 강화되었다. 김정은이 8차 당대회에서 경제 위기의 해법으로 자력갱생과 자급자족을 내세운 것은 제재 해제 외에는 살아갈 길이 없음을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북한이 제재 해제에 더 절박해질수록 미국의 제재 해제 카드는 북한의 양보를 받아내는 데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런데 바이든 행정부가 추구하는 잠정합의가 성사되면 무엇이 달라지나? 미국에는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를 무한정 방치하는 것보다 본토에 대한 공격 능력을 제한하는 것이 확실히 도움이 된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안보에 주는 실익은 불확실하다. 북한의 핵 능력 제한을 위해 제재 해제 카드를 다 써버리면 비핵화는 더 멀어지거나 사실상 물 건너 가게 된다. 한·미 연합훈련이 중단되고 김정은이 공언한 첨단 전술 핵무기 개발을 막을 방도가 없다면 미국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대한민국의 안보를 희생한 합의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한·미 간 북핵 해법이 지금처럼 근접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공조가 잘 이루어져야 마땅하나 낙관은 금물이다. 무엇보다 한·미 간 시간표가 다른 것이 문제다. 문재인 정부는 내년 대선 이전에 남북 관계 돌파구를 여는 데 정치적 운명을 걸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조급할 이유가 없다. 제재에 대한 철학도 대립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제재 강화를 성공적 딜의 관건으로 인식하는 반면에 문재인 정부는 선제적 제재 해제를 능사로 알고 있다. 대북전단금지법에서 보여준 대북 굴종도 북한 주민의 인권을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가치관과 충돌한다. 문재인 정부의 김정은 폭압 체제 옹호와 남북 교류 협력에 대한 조바심이 한·미 간 신뢰와 공조를 저해할 것이다.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前 외교안보 수석, 조선일보(21-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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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北美 신뢰 구축에 지름길은 없다

 

바이든號 출범 아시아 전략 재정립 시점
다급한 한국 8년 재집권 내다보는 미국
美 경청할 남북협력 북-미협상 로드맵 필요

 

국제정치에서 신뢰는 갖기 힘든 자산이다. 한미 양국 간 신뢰의 역사는 깊다. 양국은 혈맹으로 출발했고 공유된 가치와 정책 목표를 보존해 왔으며 이제 중견국 한국에 대한 미국의 의존도도 높아졌다. 사실 신뢰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신뢰는 감정, 기능, 전략의 세 차원으로 이뤄진다. 오랜 관계에서 상대방과 많은 것을 나누어 생긴 감정이자, 상대방의 능력과 힘에 대한 확신이자, 나와 같은 이익을 공유한다는 이성적 판단이 결합된 것이다. 혈맹이 감정이라면, 중견국 한국의 힘은 기능이고, 한미 간 정책 목적은 전략이다. 이제 감정은 옅어지고 한국의 능력은 향상된 반면 미국은 예전 같지 않다. 막 출범한 조 바이든 대통령 시대에 한미 양국이 어느 정도 외교 전략의 목적을 공유하는지 변화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새롭게 신뢰 기반을 다질 때이다.

도널드 트럼프 시대의 미국에 빼앗기기만 했다고 생각하는 수많은 국가들은 바이든 정부에 줄을 대어 미국 활용 경쟁에 뛰어들 것이다. 대외 전략에서 미국의 최대 관심사는 역시 중국이며 파트너를 평가하는 최대의 기준도 대중 전략이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는 인준청문회에서 트럼프 정부의 대중 정책이 방법은 잘못되었지만 목표는 올바른 것이었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정부와 바이든 정부의 연속성이 있는 유일한 분야가 대중 정책이라는 말이 틀린 평가는 아니다. 트럼프 정부는 중국 때리기에 열을 올렸지만 문제는 더욱 악화되었다. 미국의 대중 무역 적자는 줄었지만 전체 무역 적자는 늘었다. 블링컨 지명자는 북핵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상황이 오히려 악화됐다고 했지만 이는 정작 중국 문제에 적용되는 말이다.

국제정치 환경이 바뀌면서 한미 간에 감정적 신뢰가 기능적 신뢰로 대체되고 있다면 결국 전략적 이익을 둘러싼 신뢰가 형성될 수 있는가가 미래 관계의 핵심이다. 공유된 이익을 바탕으로 상대방의 행동이 예측 가능할 때 신뢰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바이든 정부는 중국을 묻겠지만 우리는 아시아로 대답해야 한다. 한국이 원하는 아시아 질서는 무엇이고 미국의 전략과 일치하는가. 한국 대중 전략의 핵심은 무엇이며 미국과 공유되는 부분이 있는가. 북핵 문제가 해결되고 한반도에 평화가 오면 한국과 미국이 각각 얻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어떤 아시아 지역질서를 추구해야 하는가. 첫째, 한국 국민에게 이로운 아시아이다. 자유무역질서를 통해 강압과 보복이 아닌 공정하고 자유로운 무역으로 우리의 경제활동이 정당하게 이익으로 돌아와야 한다. 둘째, 평화로운 아시아다. 강대국들 간 지정학 갈등으로 충돌이 발생하고 한국이 말려드는 미래는 반드시 막아야 한다. 셋째, 미중 강대국만이 아닌 아시아 국가 모두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아시아이다. 다양해지는 위기 속에서 제3세력 중견국 연대에 의한 질서 창출의 시대는 성큼 다가왔고 한국은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

 

아시아를 놓고 한미가 전략적 신뢰를 구축한다면 북핵과 한반도 평화에 대한 전망은 밝아진다. 북핵 문제에서 의견 차가 있어도 조정된 아시아 전략을 놓고 큰 틀에서 서로를 신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핵 문제를 두고 바이든 정부가 하는 고민이 반드시 한국과 같진 않은 것이 사실이다. 미국에 북핵은 한반도를 넘어선 문제이다. 항간에 북한이 8차 당 대회를 통해 제시한 화려한 핵무기 리스트를 놓고 미국이 북한을 사실상 핵 국가로 인정하고 핵 군축 회담을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이러한 노선 변경은 극히 어렵다. 북한의 핵무장은 결국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 중국의 핵 증강이라는 연쇄반응을 불러올 수 있다.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놓고 군축방식을 중간 단계에서 채택할 수는 있지만 전통적인 핵 국가 간 군축일 수는 없다.

먼 길이기 때문에 우리의 마음은 급하지만 미국은 다르다. 재집권을 포함한 8년의 장정을 기획하고 있을 민주당 정부는 긴 관점에서 전략적 목적을 정비하고 있다. 북핵 문제도 그중 하나다. 우리 현 정부는 5년 임기의 유산을 남기는 1년 남짓만을 남겨두고 있어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다. 당장 북-미 회담과 남북 정상회담으로 돌파구를 열었으면 하는 마음은 간절하겠지만, 남북미 모두가 천천히 신뢰를 쌓아 돌이킬 수 없는 평화를 이루어야 한다. 북핵 문제를 미중 간 협력 이슈로 안착시키고,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의지 및 북한의 체제 보장에 대한 미국의 의지를 일신하고, 남북 협력과 북-미 협상이 선순환할 수 있는 로드맵을 확인해야 하며, 무엇보다 아시아의 미래를 놓고 미국이 경청할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한국이 바이든 정부에 제시할 당장의 정책 목표들이다.

-전재성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동아일보(21-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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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외교관 잇단 망명

 

북한 노동당 39호실은 김씨 일가의 통치자금, 이른바 ‘궁정경제’를 관리하는 기관이다. 1970년대부터 각종 알짜 기업과 광산, 농어업에서 벌어들인 외화 수입을 관리했고, 위조 달러와 마약 밀매까지 불법 외화벌이는 물론 사치품 조달에 손을 대면서 미국의 대북제재 리스트 상단에 올라 있다. 그 금고지기 역할은 오랫동안 김정일의 중고교 동기동창인 전일춘에게 맡겨졌다. 전일춘은 김정일 김정은 2대에 걸친 39호실장으로서 권력자의 최측근이었다.

▷그런 전일춘의 사위인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대사대리가 재작년 9월 망명해 한국에 살고 있다고 한다. 망명 시점은 조성길 전 이탈리아 주재 대사대리가 한국으로 탈출하고 두 달 뒤다. 당시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래 유엔 대북제재에 따른 북한 노동자들의 12월 송환 시한을 앞둔 시기였다. 쿠웨이트 대사관은 파견 노동자 관리는 물론 무기 수출과도 관련된 중동의 거점공관이다. 국제사회와 북한당국 양쪽에서 오는 압박은 외화벌이를 책임진 고위 외교관의 탈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북한 외교관은 대부분 당 간부 자녀가 차지한다. 외교관 선발부터 친가 6촌, 외가 4촌, 처가 4촌까지 성분이 좋은 핵심 계층에 속해야 한다. 더욱이 해외에 나갈 땐 수많은 서면보증과 면접, 심사 등 엄격한 검증 절차를 거친다. 그래서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국민의힘 국회의원)도 장인이 숙청되면서 해외 발령을 포기했다가 1994년 강성산 총리의 사위 탈북 사건으로 간부 자녀들의 해외 파견이 전면 보류되는 바람에 ‘천운’을 얻었다고 한다.

 

▷북한 외교관의 잇단 탈북은 독재체제가 핵심부 언저리부터 무너지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몇 년 전까지도 20만 명이 넘던 해외 일꾼들이 대북제재로 대폭 줄어들면서 이제 해외엔 소수 외교관과 무역일꾼만 남아 있다. 외국 생활을 통해 북한의 참혹한 실상을 절실하게 느낀 외교관들이다. 무엇보다 자녀들이 귀국 후 닥칠 현실은 상상하기조차 싫을 것이다. 류 전 대사대리도, 태 전 공사도 자식의 장래 문제를 탈북의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김정은도 어려서 스위스에서 살았다지만 그건 경호원의 엄호 속에 한정된 경험만 하던, 잠시의 바깥바람이었을 뿐이다. 그러니 한때는 외국물 먹은 젊은 지도자에게 기대를 걸었던 이들마저 집권 10년 차가 되도록 나빠지기만 하는 현실에서 탈출을 결심하는 것이리라. 김정은도 외부인들에겐 “내 아이들까지 평생 핵을 짊어지고 살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고 한다. 자식의 미래를 걱정한다는 이 말에 내부 엘리트층이 먼저 코웃음 치고 있다.

 

-이철희 논설위원, 동아일보(21-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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