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도 “가덕도 공항 지지” 포퓰리즘 홍수 막을 둑 하나 없는 나라

2021년 2월 1일 오전 부산 수영구 국민의힘 부산시당에서 열린 현장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부산시장 보궐선거 예비후보들이 자리한 가운데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김동환 기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일 부산을 방문한 자리에서 “가덕도 신공항을 적극 지원하겠다”면서 “관련 특별법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키겠다”고 약속했다. 국민의힘은 가덕도 신공항 문제에 대해 어정쩡한 입장을 취해오다가 적극 지원으로 입장을 정한 것이다.
김해공항 확장안은 2016년 공항 부지 선정 최고 전문가들로 구성된 프랑스 업체가 1년간 조사를 거쳐 내린 결론이었다. 당시 가덕도는 2위도 아닌 3위였다. 바다 매립에 대규모 비용이 드는 데다 공법 자체가 어려워 공항 입지로는 부적격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그런 열악한 조건의 가덕도를 여와 야가 손을 맞잡고 지원하기로 뜻을 모은 것이다. 그 몇 년 사이에 공항 입지에 극적인 변화가 생겼을 리는 없다. 달라진 여건이 있다면 두 달 뒤에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열리고 부산 유권자들이 가덕도 공항을 강력하게 희망한다는 사실뿐이다.
부산 보궐선거는 민주당 시장이 성추행으로 물러나 치르게 된 선거인 데다 부산 경남권 경제도 나빠 야당이 유리하다는 것이 일반적 예상이었다. 그런데 민주당이 반전의 카드로 김해공항 백지화와 가덕도 공항 추진을 택하면서 부산 민심이 들썩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선거 앞에서 버틸 수 있는 정당은 없다. 정치인이 나라를 위한 소신을 지키다 선거에서 지면 그 소신은 아무 쓸모가 없게 되는 것이 정치의 숙명이다. 국민의힘이 가덕도 공항 찬성으로 가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나 마찬가지였다.
유권자는 대부분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투표한다. 대중의 이익 추구와 국가 전체의 이익은 서로 상반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정치의 본령은 이때 대중을 설득해 국가 전체의 이익으로 이끄는 것이다. 하지만 정당은 선거 승리를 위해 국가 이익이 아니라 대중에게 영합하고픈 강한 유혹을 언제나 받는다. 이것이 민주주의가 빠지기 쉬운 가장 큰 함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라 앞날에 지나치게 주름이 질 공약을 하지 않는 것은 민주국가 정당의 기본 양식이다. 설사 그런 공약을 했더라도 집권 후 실행에 옮겨서는 안 된다.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이것이 민주주의를 운영해온 나라의 지도자들이 지켜온 묵계였고 대한민국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 ‘수도 이전' ‘군 복무 단축' ‘현금 지원' 등 표를 얻을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정당 간 경쟁이 노골화되고 있다. 정치의 최소한의 양식마저 사라지고 있다.
국정 책임을 진 집권 여당이 오로지 불리한 선거 판세를 뒤집겠다는 한 가지 목표를 위해 모든 절차를 무시하고 10조원 단위의 무리한 개발 사업을 약속했다. 야당은 어쩔 수 없이 그 뒤를 따르게 된다. 포퓰리즘을 막던 둑이 무너지고 있다. 가덕도는 제2의 수도 이전 공약이다. 앞으로 제3, 제4, 제5의 가덕도가 줄을 이을 것이다. 전 국민 현금 살포도 계속될 것이다. 국가 부채는 무서운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민주주의는 선거로부터 타락한다. 남유럽, 남미가 그랬고 우리가 그 뒤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조선일보(21-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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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가덕신공항 받고, 한일해저터널도”… 판 커지는 부산 보선
부산 보선 이슈경쟁 난타전
열흘만에 입장 바꾼 김종인… “가덕도~규슈 해저터널 적극 검토”
與공약에 한개 더 얹어 ‘1+1’제시… 與 “日 대륙진출 고속도로 놓는 격”
반일프레임 내세우며 평가절하… 野 우세하던 판세 혼전 양상으로

“가덕도 신공항특별법 처리 노력”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1일 부산 강서구 가덕도 대항전망대에서 가덕신공항 예정 부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부산시당에서 연 비대위 회의에서 “가덕도 신공항 건설 특별법이 여야 합의하에 처리되도록 노력하겠다”며 “부산 가덕도와 일본 규슈를 잇는 한일 해저터널 건설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박경모 기자
“국민의힘은 부산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적극 지지한다. 가덕도와 일본 규슈 간 한일 해저터널 건설도 적극 검토하겠다.”(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해저터널로 부산이 일본 규슈 경제권에 편입돼 단순 경유지가 될 수 있다. 야당의 친일 DNA가 발동된 것이다.”(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수석대변인)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이 파상공세를 펴던 가덕도 신공항 건설 이슈에 맞대응하기 위해 국민의힘은 1일 ‘한일 해저터널 건설’ 카드를 꺼냈다. 부산 민심이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수십조 원 규모의 대형 공약들이 충돌하는 ‘부산 대전(大戰)’이 벌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2일 부산으로 총출동해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열었다. 김 위원장은 회의에서 “신공항 건설은 막대한 고용 효과와 경제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바닷길, 하늘길, 땅길을 모두 연결해 부산을 글로벌 물류 교통도시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21일 “가덕도 신공항 하나 한다고 부산 경제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민주당의 신공항 띄우기를 진압하려 했던 데서 말이 확 달라진 것이다.
김 위원장은 신공항 특별법 처리를 약속한 데 이어 한일 해저터널 건설을 공약하며 “일본에 비해 월등히 적은 재정 부담으로 54조5000억 원의 생산부가 효과, 45만 명에 달하는 고용유발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또 부산 경제·금융특구 지정 특별법 추진과 입주 기업 법인세 면제 등 ‘뉴(new)부산 프로젝트’ 공약 패키지를 준비 중이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예상치 못했던 ‘1+1 공약’(가덕도 신공항과 해저터널)에 곧바로 ‘반일(反日) 프레임’을 내세우며 반격했다. 최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일 해저터널 건설 추진에 대해 “우리나라보다 일본에 더 이익이 되는 게 확실하다”며 “일본의 대륙 진출 야심에 고속도로를 놓는 격”이라고 날을 세웠다. 또 “한일 양국 간에 정치 외교 역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느닷없는 선거용 해저터널 주장은 국민이 공감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낙연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달에만 21일, 29일 잇달아 부산을 방문해 “야당 지도부가 반대한다고 해도 저희는 갈 길을 가겠다”면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2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하겠다”며 부산 민심 잡기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부산 보선은 야당의 승리를 점치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YTN이 리얼미터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지난달 18∼22일 부산에서의 정당 지지율은 국민의힘 28.7%, 민주당 31.3%였다가 지난달 25∼29일 국민의힘 35.6%, 민주당 33.7%로 뒤집히는 등 민심이 요동치고 있어 여야의 기 싸움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두 조사 모두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0%포인트·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국민의힘 소속 TK(대구경북) 의원들이 가덕도 신공항 대신 경남 밀양 신공항을 추진하겠다고 반발하고 있는 점도 변수다. 민주당은 야당 내 분열을 집중 부각시키고 있어 국민의힘 내에서도 보선을 앞두고 내부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시국회 개원을 이유로 당 지도부 중 유일하게 부산 방문에 불참한 주호영 원내대표(대구 수성갑)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가덕도 신공항에 대한 당론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질문에 “나는 입장이 없다”며 모호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김희국 국민의힘 의원(경북 군위-의성-청송-영덕)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해저터널은 일본 침략 루트로 활용될 수 있다”고 반대 의견을 냈다.
강경석·강성휘 기자, 동아일보(21-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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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자 구도로도 이긴다’는 야권 막장 드라마
단일화 안 해도 승리? 헛다리 짚은 것
야당, 이번 보선도 지면 정권 교체 기회 잃고 당 간판 내려야 할 것
상식으로 가야 한다
오는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야권의 단일화 없이 3자 대결 구도하에서도 국민의힘이 승리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얼핏 제1야당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응원가’처럼 들리지만 결국 여당의 승리를 도와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다.
우리나라 선거 역사상 3자 또는 다자(多者) 구도에서 한쪽 세력의 단일화 없이 이긴 전례가 없다. 노태우는 김영삼-김대중의 양분으로 대통령이 됐고 김영삼은 3당 합당의 단일화 효과로, 김대중은 이회창과 이인제의 양분에다 JP와 이룬 단일화를 얹어 각각 대권을 얻었다. 노무현은 정몽준과 사실상 단일화해 이겼다. 우리나라처럼 좌우, 여야가 세력 분포 면에서 거의 대등하게 양분된 구조에서는 단일화 또는 분열이 승패를 갈랐다.
지금 문재인 정권의 실정(失政)과 민심 이반으로 집권 4년 차에 벌써 정권 교체의 전망이 밝아진 상황이기에 야당은 어느 면에서 들떠있어 ‘단일화 없는 승리’를 장담하는지 모르겠지만, 지난 4·15 총선에서 한때 기세가 좋았던 야당이 참패한 것을 보면 국민의힘은 여전히 헛다리 짚고 있다. 야당이 3자 구도로도 이길 수 있다고 낙관할 근거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그럼에도 단일화를 ‘별것 아닌 것쯤’으로 치부하는 발상은 적어도 야당과 야당을 지지하는 국민에게는 치명적이다.
한마디로 야권이 단일화하지 않으면 국민의힘은 이번 보선에서 또다시 참패할 것이다. 민주당 지지 세력과 문 대통령 보위 세력의 결집력은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 ‘문재인 보유국’이라는 몰(沒)민주적 발상도 예사로 나온다. 이들에게는 ‘드루킹의 무기’도 있다. 안철수씨가 여론조사에서 선두로 나선 것도 어떤 공작에 의한 허수(虛數)일지 모른다. 또 곳간을 풀어낸 돈줄도 있고, 나랏돈 쓰는 데 겁이 없다.
반면 국민의힘을 보는 국민의 시선은 차갑다. 사람들은 입만 열면 국민의힘의 공허한 존재감, 야권 지도부의 지리멸렬, 제대로 된 인물 하나 키우지 못한 무능과 내부 알력을 거론하며 그들에게 신임을 주기를 꺼리고 있다. 서울시장 후보 하나 만들어 내는 데도 안철수씨 등 당외(黨外) 인사에게 끌려다니고, 부산의 가덕도 신공항 문제로 우왕좌왕하는 상황을 연출하는 것을 보면서 이번 보선도 참패로 끝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런 절망과 부정적 평가는 안철수씨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자신에 대한 여론조사 점수가 우세하다는 것을 내세워 적통 야당인 국민의힘을 자기에게 끌고 오려는 처사는 마차가 말을 끄는 형국이다. 이번 선거를 야권의 승리보다 문 정권에 대한 국민 심판으로 끌고 가야 한다는 자신의 주장과도 부합하지 않는다. 그는 스스로 우선순위를 가려야 한다. 자신이 서울시장 되는 것이 우선인가 아니면 이번 보선을 문 정권 심판에 둔다는 대의(大義)에 충실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안 대표는 국민의힘 간판을 업어야 한다. 국민의힘 입당이나 양당(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이 절차적으로 어려운 일임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100석을 가진 제1야당이 제3당 후보를 위해 자당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것은 야당의 존재 의미를 잃는 것이라는 점도 이해해야 한다. 국민의힘이 뽑은 후보와 자신이 결선을 치르자는 주장은 야당에는 너무 모욕적이다. 결선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이기면 안 대표의 정치 생명은 거기서 끝나고, 안 대표가 이기면 국민의힘의 존재감은 거기서 끝난다. 제1야당이 이런 게임을 하겠는가? 그가 국민의힘 안에서 경선하면 누가 지든 상처는 입겠지만 그 상처는 정치적이지 치명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둘째 그는 국민의힘에 입당했을 때 전통적 지지 세력이 자기를 버릴 것이라고 한다는데, 자기가 적통 야당 간판을 업었을 때 제1야당의 전폭적이고 조직적인 지원을 대신 얻는다는 계산은 왜 하지 않는가?
국민의힘으로서는 야권 후보가 2자 구도로 가는 상황은 결단코 막아야 한다. 당내 경선에서 당내 후보가 이기면 그것으로 제1야당의 위상과 신임을 인정받는 결과를 얻는다. 그들이 끝내 안 대표의 독자 출마를 막지 못하고 그로 인해 여당이 승리하면 국민의힘은 내년 대선에서 정권을 교체할 절체절명의 기회를 잃을 뿐 아니라 사실상 당 간판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온다. 서로들 잔머리 굴리지 말고 상식(常識)으로 가야 한다.
-김대중 칼럼니스트, 조선일보(21-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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