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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원전 문건, 또 ‘신내림’ 받았다고 할 건가] [“경제 망쳤지만 핵 있잖으냐”며 개혁·개방 싹 자른 김정은] ... [중국에 관한 한 트럼프가 옳았다]

뚝섬 2021. 2. 2. 06:34

北원전 문건, 또 ‘신내림’ 받았다고 할 건가 

정부, 北원전 건설 문건 작성·삭제 사실 드러나
문건 모두 공개하고 진솔하게 국민에게 설명해야

 

2018년 산업통상자원부가 작성한 대북 원전 지원 문건 리스트가 공개되자 여야 수뇌부가 정면충돌했다. 정치권 공방에 가급적 거리를 둬온 청와대가 ‘북풍 공작’이라며 정색을 한 것도 이례적이다. 그만큼 대북 원전 이슈가 갖는 인화성이 간단치 않다는 방증일 게다. 여권의 초기 대응은 오락가락했다. 해당 문건은 박근혜 정부 시절 검토됐던 내용이라고 주장한 여당 의원이 산업부가 공개적으로 부인하자 “내용은 모르고 추론이었다”고 발뺌하는 일도 벌어졌다.

문제의 문건은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180504)’ 등 17건이다. 작성 시점은 1차(4·27), 2차(5·26) 남북 정상회담 사이다. 1차 정상회담이 끝난 뒤 문재인 대통령은 후속 조치를 차질 없이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이 1차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에게 준, 한반도 신경제구상을 담았다는 USB메모리가 개괄적 총론이라면 산업부 문건은 실무 차원에서 준비한 후속 조치 중 하나일 것이다.

논란이 계속되자 산업부는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이라는 제목의 문건 내용은 공개했다. 북한 내 건설, 비무장지대(DMZ) 건설, 국내 신한울 원전 3, 4호기를 통한 전력 송전 등 3가지 방안을 검토한 결과 첫 번째 방안이 가장 설득력이 있다고 했다. 산업부는 ‘정부 공식 입장이 아닌 내부 검토 자료’라는 문건 내용을 강조했다. 청와대 등 윗선 보고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집권 이듬해 청와대 위세가 기세등등하던 시절에, 그것도 대통령의 지시 사항인데도 실무자가 이런저런 가능성만 살펴본 습작용 문건이라는 주장은 쉽게 납득할 수 없다. 공교롭게도 그 시점은 산업부가 정부의 탈원전 기조에 따라 사용 연한이 남아 있는 월성 원전의 조기 폐쇄를 밀어붙이던 시기였다. 그렇다면 겉 다르고 속 다른 이율배반 아닌가. 공직자가 그 누구의 지시도 받지 않고 제 마음대로 탈원전 기조에 배치되는 원전 건설을 검토할 수 있었을까. 풀리지 않는 의문이다.

 

월성 원전 폐쇄 관련 감사원 감사를 앞두고 일요일 심야에 도둑처럼 잠입해서 문건들을 지웠던 산업부 공무원은 검찰 조사에서 “신내림을 받았다”는 황당한 진술을 했다. 위계질서가 엄격한 공직사회에서 든든한 정치적 뒷배 없이 이런 어처구니없는 진술을 할 수 있었을까. 더욱이 이번에 문제가 된 북한 원전 문건은 월성 원전과 관련된 감사원 감사와 전혀 무관한 내용인데도 모두 삭제됐다. 삭제 경위는 오리무중이다. 감사원 감사와 뒤를 이은 검찰 수사가 없었다면 이런 일은 그냥 묻혀버렸을 것이다. 전직 청와대 비서실장이 감사원장을 겨냥해 “집 지키라 했더니 안방을 차지한 개”라고 막말을 퍼부은 이유를 알 것 같다.

 

여권 일각에선 대북 원전 지원 구상이 새로운 것이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김영삼 정부 시절 북핵 협상으로 북한 신포에 경수로 2기를 지어주기로 한 사례를 든다. 당시 경수로에선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 추출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지금 북한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며 우리나라와 세계를 상대로 핵위협을 벌이고 있다. 당시 상황을 20여 년이 지난 지금 기계적으로 대입할 순 없을 것이다.



야당이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에 나서겠다고 하자 문 대통령은 “버려야 할 구시대의 유물 같은 정치”라고 비난했다. 북한과 탈원전은 현 정부 정책의 핵심 키워드다. 여야가 서로 쉽게 물러서기 어려운 이유다. 더욱이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있다. 피할 수 없다면 여권은 문서 내용을 모두 공개하고 국민에게 진솔하게 설명해야 한다. 좌고우면할수록 의혹은 더 커질 뿐이다.

-정연욱 논설위원, 동아일보(21-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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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망쳤지만 핵 있잖으냐”며 개혁·개방 싹 자른 김정은 

김정은은 이번 8차 당대회를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두 가지 메시지를 전달했다. 하나는 ‘경제는 실패했으나 핵 개발에선 큰 성과를 내지 않았느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경제가 어렵지만 참고 견뎌달라’는 것이었다. 김정은이 9시간에 걸쳐 낭독한 사업총화 보고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국방력 강화’라는 치적 선전이었다. 지난 5년간 ‘핵전쟁 억제력과 자위적 국방력 강화’를 통해 북한을 ‘세계적인 핵 강국, 군사 강국’으로 부상시킨 것을 자신이 이룩한 ‘가장 뜻깊고 긍지 높은 대승리’라고 자화자찬했다.

 

동시에 김정은은 새로운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제시했다. 민생 향상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며 ‘자력갱생 투쟁’에 동참을 독려하는 내용이다. 그만큼 경제난으로 인한 민심 이반이 심각한 수준임을 인식하고 분위기 전환이 절실하다는 판단을 했다는 의미다. 이것이 ‘견뎌 달라’는 메시지다. 김정은이 2박 3일간 강조한 5개년 계획을 살펴보자. 핵심은 “여전히 자력갱생, 자급자족”이다. 거창하게 ‘5개년 계획’이라고 포장했지만 구체적 숫자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평양·검덕에 살림집 7만5000세대 건설’ ‘시멘트 800만t 생산, 모든 시군에 매년 1만t씩 분배’ 정도가 전부다.

 

앞서 김정은은 당대회 첫날 개회사를 통해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수행 기간이 끝났지만 내세웠던 목표는 거의 모든 부문에서 엄청나게 미달됐다”며 실패를 고백했다. 더 나아가 김정은은 과거 사업 방식의 문제점도 일부 지적했다. ‘신(新) 5개년 계획은 과거와 다를 것’이란 메시지를 발신하고 싶었을 것이다하지만 김정은의 반성은 자아비판이라기보다는 ‘남 탓’에 가까웠다. 김정은은 경제가 망가진 우선적 요인으로 “적대 세력들이 감행한 최악의 야만적인 제재·봉쇄 책동” “혹심한 자연재해” “지난해에 발생한 세계적인 보건 위기의 장기화”를 꼽았다. 하지만 제재는 자신의 ‘핵 폭주’가 자초한 것이고, 방역을 빌미로 한 국경 봉쇄도 과도했다. 홍수·태풍 피해도 치산치수 소홀이 원인이다. 설사 3중고가 아니더라도 경제 개방이 없는 한 경제 회생은 요원했다.

 

물론 김정은은 북한 내부의 ‘그릇된 사상 관점과 무책임한 사업 태도, 무능력’을 지적하긴 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김정은이 지적한 내부 문제의 근원이 당·군수·민생 경제가 따로 노는 분절 경제, 무엇보다 개혁 부재에 있다는 데 대해 김정은은 무지했다. 김정은이 정말 5개년 계획 성공을 원한다면 알아둘 게 있다. ‘내각이 경제 문제를 통일적으로 장악하라’는 김정은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노동당과 군 산하 경제 단위들은 통계 제공조차 소홀히 했다. 과학기술 투자도 민생 경제가 아니라 국방 공업에 편중됐다. 전력·강재·외화 등 중요 자원의 배분에 앞서 내각과의 사전 협의를 의무화했지만, 보안상의 이유로 내각을 패싱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번 당대회를 통해 박봉주 전 총리 등 그나마 민생 경제 회복을 고민했던 개혁 간부들 다수가 사라졌다. 경제 실패에 대한 김정은의 인식이 ‘부하 탓’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은 북한 경제의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한다. 부하들에 대한 책임 전가는 역대 북 최고 지도자들이 경제 실패의 책임을 덜기 위해 최종적으로 택했던 방식이다.

 

가장 근본적인 한계는 개혁·개방에 대한 거부감과 김정은 유일 영도 체계 강화 기조가 정비례한다는 데 있다. 김정은 집권 초기만 해도 ‘젊고 해외 유학 경험도 있으니 개혁·개방에 대해 열려 있을 것’이라던 세간의 기대 섞인 관측이 있었다. 하지만 실상은 우리가 지난 10년간 목격한 대로다. 자력갱생, 자급자족’으로 점철된 이번 당대회는 아예 개혁·개방 논의의 싹을 잘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정은이 선언한 ‘그 어떤 외부적 영향에도 흔들림 없는 경제’를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한기범 전 국정원 1차장, 조선일보(21-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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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자강론 

[임용한의 전쟁史]

 

구한말 조선은 중국, 러시아, 일본, 미국이라는 4대 강국의 틈에서 생존을 모색해야 했다. 오랜 쇄국으로 국제 정세에 문외한이었던 조선은 주일 청나라 공사관 참찬관 황준헌을 만나 자문했다. 이때 황준헌이 김홍집에게 써 준 글이 ‘조선책략’이다.

조선책략의 요지는 “현재 조선을 위협하는 국가는 러시아다. 조선이 생존하려면 중국과 전통적인 사대관계를 유지하고, 일본과 우호를 맺고, 미국을 새로운 우방으로 끌어들이라”는 것이었다. 조선책략에는 중국의 입장이 반영됐고, 이미 종이호랑이로 전락한 중국의 국력을 엄청나게 과장했다. 각론에서도 비판할 내용들이 많다. 하지만 조선에 주는 교훈은 국제사회에서 독자생존이란 불가능하다는 것, 조선은 지금 위기 상황이니,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현실 정세에서 미래의 이익을 선택하라는 것이다. 실제로 30년이 지나지 않아 조선은 청, 일본, 러시아의 전쟁터가 되었고, 결국 나라를 잃었다.

 

이 글이 소개되자 국내에서 엄청난 반발이 일었다. 대표적인 사건이 영남 유생들이 올린 영남 만인소이다. 유림을 자극한 첫 번째 요소는 개방정책이 기독교의 유입을 허락해 유교 국가인 조선의 기틀을 허물 것이란 위기감이었다. 서학이 상공업 육성을 장려한다는 것도 불만이었다. “농업이 산업의 근본이고, 재정이 풍족해지려면 생산을 촉진하는 것이 아니라 절제해야 한다. 세상의 물화는 총량이 정해져 있는데, 기술이란 요술을 발휘해 소수가 장악하면 나중에는 임금도 굶주리게 된다”는 것이다.

 

가장 답답한 부분은 국제관계에 대한 인식이다. 원수인 일본을 비롯해 낯선 미국과 교류했다가 그들이 우리를 핍박하고 재산을 뺏으면 어떻게 할 것이냐? 어찌 보면 일리가 있는 말처럼 보이지만 여기에는 심각한 오류가 있다. 교류를 끊고 우리가 고고하게 독야청청하면 다른 나라가 우리를 괴롭히지 않을까? 요즘 우리 사회를 보면 이런 ‘나 홀로 자강론’이 다시 고개를 든다. 경제가 성장하고 국력이 성장하자 교만해진 것일까. 역사는 세계 최강 대국도 나 홀로 자강은 없다는 것을 가르친다.

 

-임용한 역사학자, 동아일보(21-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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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관한 한 트럼프가 옳았다 

트럼프의 대중 전략, 中 본질 제대로 꿰뚫어봐
美의회 초당적 지지 속 바이든도 이어받을 것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을 하루 앞둔 지난달 19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후보자에 대한 미 상원 청문회에서 ‘특이한’ 발언이 나왔다. 바이든이 취임과 동시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각종 정책을 모두 뒤집겠다고 공언한 상황에서 블링컨 후보자는 트럼프의 정책 하나를 콕 집어 계승의 뜻을 밝혔다. 그는 중국에 강경한 접근법을 취한 트럼프 대통령은 옳았다. 우리 외교에 도움이 됐다고 믿는다”고 했다. 공화당이 즉각 화답했다. 론 존슨 공화당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사람이 중국의 사악한 의도에 대해 눈을 뜨도록 해줬다”고 말했다. 이 순간 미국의 대중 강경 노선은 민주당과 공화당의 전폭적 지지를 받고 추진될 것임이 확실해졌다.

 

개인적으로 트럼프란 인물에 부정적이다. 그가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본 신문 기사가 아직 생생하다. “1959년 13세 소년 트럼프는 음악 교사에게 주먹을 휘둘러 눈을 멍들게 했다. 교사가 음악에 대해 쥐뿔도 몰랐다는 이유였다.” 선거 때 상대 후보나 경쟁 당에 대한 공격·비판은 “그럴 수 있다”고 넘겼는데 트럼프의 사람 됨됨이는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 후 4년 동안 이런 인상을 바꿀 계기를 못 찾았다. 최근엔 그가 재임 기간 3만573번 거짓말을 했다는 보도를 접했다.

 

하지만 그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구석이 있다. 미 갤럽에 따르면 트럼프의 재임 중 평균 지지율은 41.1%였다. 미 국민 상당수가 그를 지지하는 게 엄연한 사실이다. 이유 중 하나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대중(對中)’ 전략이라고 본다. 트럼프는 중국이 적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했고, 공격적인 전략을 실행에 옮겼다. 이전 어떤 미국 대통령도 하지 못한 일이다.

 

지난 6일 열린 바이든 대통령 당선 확정을 위한 미 상·하원 합동 회의를 앞두고 국내에서도 “미 대선 결과가 뒤집힐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상·하원 회의에서 일부 개표 결과가 무효화되고, 상원 의장인 펜스 부통령이 대선 결과를 뒤집을 것이라고 그들은 믿었다. 국내에도 이런 극성 트럼프 지지자가 많다는 걸 알면 놀랄 분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지지·응원 수준을 넘어 거의 영웅시하는 경우도 봤다. 최근 한 트럼프 지지자를 만났더니 “트럼프야말로 중국의 정체를 누구보다 정확히 꿰뚫어 본 인물”이라고 했다.

 

미래학자 기 소르망은 2000년대 초부터 공산당 1당 독재의 중국 위험성을 경고했다. 그럼에도 서구 사회가 경계심을 갖지 않은 건 두 가지 전략적 판단 착오 때문이었다. 첫째 중국이 이토록 빠르게 성장해 엄청난 부를 쌓을 거라 예상 못 했고, 둘째 잘살게 되면 한국처럼 자유민주주의가 꽃필 거라 오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4년 초 한 인터뷰에서 “중국공산당 창건 100주년인 2021년 중국 1인당 GDP는 2010년(4434달러)의 2배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중국 1인당 GDP는 이미 작년에 1만7200달러(IMF 통계)에 달했다. 그런데도 자유와 인권, 민주주의 싹은 찾아보기 어렵다. 부자인 중국은 더 위험한 존재가 됐다.

 

파이낸셜타임스가 2018년 올해의 단어로 선정한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미·중 충돌을 표현할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개념이다. 하지만 기존 강대국과 신흥 강대국이 구조적 긴장 때문에 전쟁으로 치닫게 된다는 ‘가치 중립적’ 진단으론 미·중 격돌의 의미를 제대로 담을 수 없다. 이 대결은 아테네와 스파르타 중 누가 이길까 하는 종류의 것이 아니다. 누가 승자가 되느냐에 따라 세계의 자유와 민주주의의 운명이 달라질 수 있다. 그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을 나라가 한국이다. 우리가 한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장일현 기자, 조선일보(21-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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