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집단지성’ 의존증]
[역사에 ‘내로남불’로 남을 文정권]
[진짜 선거 승리는 합의 정치 복원이다]
민주당의 ‘집단지성’ 의존증
위기마다 지지자 앞세워 방패막이 삼는 野
이 대표 개인 비리 의혹에 왜 ‘국민’을 끌어들이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민주연구원에 대한 검찰 압수 수색이 진행 중인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힌 뒤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2022.10.24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민의 집단 지성’이란 말을 자주 한다. 주로 위기 때 쓴다. 지난 대선 전 윤석열·안철수 단일화로 패색이 드리우자 “우리 미래는 정치인이 아니라 국민 집단 지성이 결정한다”고 했다. 대선에 지고 국회의원, 당 대표에 출마해 비난이 쏟아지자 “집단 지성에 저를 맡기겠다”고 했다. 대장동 사건으로 측근이 구속됐을 때도 “국민 집단 지성을 믿는다”고 했다.
유무죄는 집단의 의견이 아니라 개인의 행위가 실정법을 위반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유무죄 판단을 대중에게 직접 호소하는 것은 법치를 넘어서는 일이다. 민주당에서 집단 지성이란 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집회 때부터 유행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국민의 집단 지성과 함께 나아가는 것이 성공하는 길”이라고 했고, 임기가 끝나가던 지난 대선 때는 “투표로 국민의 집단 지성을 보여달라”고 했다.
집단 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은 다수의 개체가 서로 협력 또는 경쟁하는 과정을 통해 얻게 된 집단의 지적 능력을 의미한다. 미국 곤충학자가 개미의 행태를 관찰하고 내놓은 개념이다. 인간 사회에서 구현된 사례로 꼽히는 게 ‘위키피디아’다. 집단 지성이 과학적 방법론으로 유용한 것은 서로 경쟁을 통해 오류를 바로잡을 가능성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의 영역에선 같은 부류끼리 모여 오류를 강화하는 ‘집단 사고(Groupthink)’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나치와 볼셰비키가 그랬다. 민주당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한명숙·조국 사태가 대표적이다. 객관적 증거가 모두 이들의 유죄를 가리켰지만, 민주당은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다. 비례위성정당을 만들 때도 ‘당원 집단 지성에 묻겠다’며 전 당원 투표에 부친 결과 74%가 찬성했다. 박원순·오거돈 성추행 사건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에 당헌을 고쳐 후보자를 낼 때도 그랬다. 같은 당 의원에게 퍼붓는 문자 폭탄을 ‘집단 지성의 발현’이라고 주장한 사람도 있다. 다른 이의 기본권을 침해하면서도 그것이 그의 ‘해방’을 위한 행위라고 확신한다.
최근 친야 단체의 윤 대통령 퇴진 집회에서도 그들만의 확신이 아우성친다. 대통령 취임 5개월 만에 ‘국정이 파탄 나고 국고가 탕진됐다’고 주장한다. 이태원 참사를 추모한다며 “대통령 퇴진이 추모다”라고 외친다. 합리적 주장이라고 볼 수 없다. 한 민주당 의원은 경찰 추산 1만6000명 집회 때 “2만명이 아니라 곱하기 10배”라고 했다. 서초동 조국 지지 집회 때는 “딱 보니 100만” 발언도 있었다. 이 대표 지지자 일부는 ‘개딸 집단 지성’이라고 쓰인 촛불을 들고 검찰·언론 개혁 소원 성취 기도 영상을 유튜브에 올린다. 민주당이 믿는 집단 지성이 이런 것인가.
이 대표도 실제로는 집단 지성을 믿지 않는 것 같다. 그는 자신의 선거법 위반(허위사실유포) 사건 재판에서 일반 국민이 배심원으로 참여해 유무죄 평결을 내리는 국민참여재판을 거부했다. 배심원 평결은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재판부가 무시하기도 쉽지 않다. 죄가 없고 국민 집단 지성을 믿는다면 받아들이는 게 합리적 선택이었다.
정치인들은 흔히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란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여야 마찬가지다. 자기 말이 국민을 대변하고 행동은 국민을 대행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거역하는 것은 다수 국민에 맞서는 것이란 함의가 있다. 민주당과 이 대표는 여기에 더해 자신들의 잘못을 덮기 위해 필요할 때도 ‘국민’을 방패막이로 내세운다. “정치인은 주인이 되기 위해 머슴 행세를 하는 사람”이라는 샤를 드골 전 프랑스 대통령의 말이 틀리지 않는 것 같다.
-황대진 기자, 조선일보(22-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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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내로남불’로 남을 文정권

4.7 재·보궐선거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사전투표를 홍보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당 대표 직무대행은 지난 1일 대국민 성명에서 “내로남불 자세도 혁파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에 다시 기회를 달라”고 호소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지만, 민주당 고위 인사가 자신들이 내로남불 자세를 가진 것을 스스로 인정한 것은 처음 아닐까 싶다.
▶사람이 어느 정도 내로남불 자세를 갖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정치인도 예외는 아니어서 내로남불은 상대 당이나 정치인을 비판할 때 쓰는 단골 용어 중 하나였다. 처음 이 말을 쓴 정치인은 박희태 전 국회의장으로 알려져 있다. 1996년 총선 직후 여소야대 상황에서 여당(신한국당)이 야당 의원들을 영입하자 제1 야당(새정치국민회의)이 맹공격했다. 박 의원은 “1995년 국민회의가 (분당 과정에서) 민주당에서 의원 빼 간 것부터 따져보자”며 “내가 바람피우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인가”라고 받아넘겼다.

▶이후 내로남불이라는 용어가 4반세기 동안 쓰였지만 이 정권에서만큼 많이 쓰인 적은 없었다. 조국 전 법무장관은 과거 발언이 예외 없이 본인과 현 정권을 향해 부메랑으로 돌아와 ‘조로남불’이란 말까지 생겼다. 2019년 국감에서 야당 의원이 “내로남불도 유분수”라고 지적하자 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내가 조국이냐”고 항의할 정도였다. 최근 부동산 사태에선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임대차보호법을 대표발의해 놓고 자기 아파트 임대료는 9% 올린 것이 드러나는 등 연일 내로남불 행태가 드러나고 있다. ‘1일 1내로남불’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한 진보 성향 학자가 문재인 정권을 비판하는 책을 내면서 문 정권의 내로남불 사례들을 정리하다 너무 많아 그만뒀다고 할 정도였다. 굳이 정리할 필요 없이 포털 사이트에서 내로남불을 치면 다양한 사례들이 넘쳐나고 있다. 내로남불은 이 정권 최고의 유행어이자 이 정권의 트레이드마크나 마찬가지다.
▶야당이 최근 선관위에 ‘투표가 내로남불을 이깁니다’ 등 문구를 투표 독려 현수막 등에 사용할 수 있는지 문의한 결과,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선관위는 그 이유로 “선거인이 특정 정당(후보자)을 쉽게 유추할 수 있거나, 반대하는 표현이라서 일반 투표 독려용으로는 사용할 수 없다”고 했다. 한마디로 내로남불이라고 하면 현 정권을 연상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선관위 답변이니 “민주당이 내로남불 정당인 사실을 국가 기관이 공식 인정했다”는 말이 큰 과장은 아닐 듯하다. 이래저래 훗날 역사가들이 이 정권을 내로남불 정권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민철 논설위원, 조선일보(21-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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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관위, “내로남불, 특정 정당 연상시켜 사용 불가.” 앵무새, 소머리국밥, 김정은 모두 금기어 되겠네.
-팔면봉, 조선일보(21-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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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선거 승리는 합의 정치 복원이다
남은 이틀 선거운동이라도 합의 정치의 싹 짓밟는 네거티브 공세 중단하자
누가 이기건 결과 승복하고 승자의 정책 성공을 위해 힘을 합치겠다 선언하자
4월은 정녕 잔인한 달인가. 흩날리는 꽃잎들 사이로 막바지 선거 유세가 어지럽다. ”내가 더럽다고? 너는 더 더럽잖아!” 이런 네거티브보다 우리 정치를 잘 축약하는 말은 없을 것이다. 우리 정치의 정권 교체는 한 세력의 성공, 유능함, 도덕성이 아니라 상대 세력의 실패, 무능, 도덕적 추락에 의존해 왔다. 바람직한 사회로의 진전과 거리가 먼 퇴행의 정치, 요행의 정치, 진창을 함께 뒹구는 정치였다. 집권 여당 전직 시장들의 성추행에서 시작된 이번 보궐선거도 마찬가지다.
이런 정치에 기대를 걸 수 있을까. 이 같은 상념이 밀려올 때면 정치에 대한 희망 회복 차원에서 돌아보는 책이 있다. 정치학자 린드블롬(C. Lindblom)의 ‘정책결정과정(The Policy-making Process)’이다.
책을 처음 접한 건 1990년대 후반, 가슴 뜨겁던 초년 교수 시절이다. 열병을 앓듯 80년대를 보내며 정치민주화를 이루었지만, 팍팍한 삶, 사회 곳곳의 후진적 권위주의, 지도층의 부도덕, 약자에 대한 차별, 부실한 교육, 저질 방송 등이 여전하던 시절이었다. 실망스러운 정치 대신 전문성에 기반한 정책이 대안이라 여기며 찾아든 책이었다.
하지만 책의 내용은 기대를 벗어난 것이었다. 그 핵심 요지다. ‘전문적인 연구와 분석은 사회문제의 해법일 수 없다. 오류투성이에, 너무 느리고 비용이 크며, 가치 내지 이념이 결부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보다 낳은 사회를 만드는 결정은 정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결국 또 정치인가.” 이런 탄식을 예상한 듯 저자는 말한다. ‘정치 집단은 본질적으로 사익을 앞세우는 파당(partisan)이며 심지어 정책 사안에 대해 무지하다. 그럼에도 이들은 정치적 조정과 합의를 통해 최선의 정책을 구현한다. 전문적 연구와 분석이 빛을 발하는 것도 이 과정을 통해서다.’
혼란스러웠다. 성공적인 정책의 토대가 전문적인 연구·분석에 앞서 정치라니. 게다가 이기적이고 무지한 파당들이 그 주체라니. 우둔한 필자가 이러한 성찰의 의미를 이해하고, 더 나아가 도덕적 우월성을 앞세우는 정치야말로 참담한 실패로 귀결된다는 역설을 깨달은 것은 상당한 세월이 흘러서다.
우리 정치가 반복해온 실패, 특히 현 문재인 정부와 70~80년대 민주화운동 세력의 실패가 이에 다름 아니었다. 이들은 순수함, 열정, 희생을 앞세운 정치 세력이었다. 민주주의는 자신들과 다른 집단들 사이(이를테면 최장집 교수가 말한 촛불과 태극기 사이)가 아닌 자신들 내부에 존재한다고 믿고, 자신들의 신념에 반하는 가치들을 적폐로 몰며 개혁을 밀어붙였다.
그렇게 4년이 흘렀다. 국가 안보, 코로나 백신, 검찰 개혁, 부동산 대책, 탈원전, 언론 통제 시도 등 눈이 닿는 모든 영역에서 국정은 표류하고 있다. 눈사태처럼 무너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하성, 조국, 김상조, 박주민 등등 도덕의 화신을 자처하던 권력 핵심 인사들의 위선적 속내도 꼬리에 꼬리를 물며 밝혀지고 있다.
이 같은 국정의 파탄이 전문적인 연구와 분석의 부족에 기인한 것은 아닐 것이다. 현 집권 세력만큼 연구·분석을 강조한 집단도 없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의 도덕적 추락이 실패의 결정적 원인이라고도 보지 않는다. 그 양상이 더없이 참담하지만 이들 역시 여느 정치 세력처럼 이기적이고 탐욕스러운 집단임이 드러났을 뿐이다.
린드블롬의 성찰을 돌아볼 때, 현 집권 세력, 더 나아가 우리 정치가 실패해 온 근본 원인은 합의 정치를 배척했기 때문이다. 최선의 정책은 전문성이나 도덕적 우월성이 아닌, 정치적 조정과 합의가 만들어내는 집단 지성에 기반한다는 사실을 간과해 온 것이다. 이러한 성찰에 기초할 때, 총체적 붕괴 양상을 보이는 국정 위기의 해결책은 그 어떤 새로운 정책 대안, 그 어떤 도덕적 반성과 참회의 다짐에 앞서, 합의 정치의 복원에서 찾아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이낙연 여당 선거대책위원장이 했다는 “서울시 시의원 109명 중 101명이 민주당” 발언은 그 의도가 무엇이건 우리 정치가 안고 있는 문제의 핵심을 찌른 것이었다. 선거에서 승리한들 파당 간의 협력 없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간절한 마음으로 호소한다. 남은 이틀의 선거운동만이라도 합의 정치의 싹을 짓밟는 네거티브 공세를 중단하자. 누가 승리하건 결과에 기꺼이 승복하며 승자의 정책적 성공을 위해 힘을 합치겠다고 선언하자. 그것이 선거를 진정한 승리로 이끄는 길이다. 그것이 나라를 살리는 길이다. 잔인한 4월은 찬란한 희망의 달로 다시 피어나야 한다.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조선일보(21-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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