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쪼개져 버려 ‘기후’ 대응 더 어려워졌다]
[‘온실가스 40% 감축’, 文 체면 값으로 기업·국민에 엄청난 부담]
[미래전략도 안 보이고 현실성도 없는 온실가스 감축안]
[농축산 메탄 250만t 줄여야… 농가 “축산업 하지말라는 얘기냐”]
세계가 쪼개져 버려 ‘기후’ 대응 더 어려워졌다
[한삼희의 환경칼럼]
이집트 기후총회서 ‘선진국 배상’ 의제로 개도국 화석연료 산업화 막을 명분 있겠는지
美·中 대립, 유럽 각개약진.. 흐트러진 공동 보조

파키스탄 셰바즈 샤리프 총리가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열린 유엔 기후총회에 참석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뒤쪽 자막에 '파키스탄에서 벌어진 일이 파키스탄에만 머무는 건 아니다'라고 쓰여 있다. 파키스탄은 올여름 심각한 홍수 피해를 봤다./로이터 연합뉴스
유엔 기후총회가 6일 이집트에서 개막해 18일까지 진행된다. 여기서 ‘로스앤드대미지(Loss and Damage)’가 핵심 의제로 채택됐다. 로스앤드대미지는 ①온실가스를 별로 배출한 일 없는 가난한 나라가 ②선진국이 배출한 온실가스 때문에 ③회복 불능으로 입은 손실과 피해를 말한다. 책임은 부자 나라들에 있으니 그걸 배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파키스탄 총리는 “동냥하는 것으로 보지 말라”고 했다. 파키스탄은 7~8월 홍수로 국토의 3분의 1이 잠겨 1700명 사망, 가옥 200만채 파손, 이재민 900만명의 피해를 봤다. 피해 규모 400억달러(약 55조원)다. 파키스탄 총리는 선진국을 향해 “당신들이 배출한 온실가스 탓이라는 증거가 있으니 당신들이 책임지라”고 주장했다. 자비가 아니라 기후 정의(climate justice)를 원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10월 말까지 국제사회 지원금은 1억2900만달러에 그쳤다.
아프리카도 올 들어 나이지리아 홍수(사망 600명, 수재민 130만명), 소말리아·케냐 가뭄(기아 2200만명) 등이 발생했다. 아프리카 54국의 역대 온실가스 누적 배출량은 전 세계의 3%에 불과하다. 반면 미국과 EU만 합쳐도 47%가 된다. 아프리카 사람들이 선진국을 보는 시각은 적대적이다. 과거 식민 지배를 당한 경험이 있고, 자원 착취를 당했다고 생각한다. 선진국들은 산업폐기물이나 갖다 버리면서 코로나 백신도 흔쾌히 나눠주지 않았다. 아프리카, 아시아 등 가난한 나라들은 열대에 몰려 있다. 폭풍, 홍수, 가뭄 등 극단 기상에 극도로 취약하다.
아프리카에서만 6억명이 전기를 못 쓰고 있다. 이들은 허리케인이 10배 더 몰아친다 해도 전기를 원할 것이다. 기후 붕괴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산업화와 에너지 확보가 절박하다. 하지만 선진국 주도의 국제 금융 기구들은 개도국의 화석연료 개발을 돕지 않고 있다. 일종의 사다리 걷어차기다. 콩고민주공화국은 1인당 온실가스 배출이 미국의 25분의 1밖에 안 된다. 이 나라가 지난 7월 열대우림 지역에서 석유·가스를 캐내겠다고 하자 미국 존 케리 기후특사가 우려를 표명했다. 콩고민주공화국 환경장관은 이에 “개발을 위한 배출을 못 하게 할 권리를 누가 갖고 있나. 지금은 식민 시대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선진국은 수백 년간 화석연료 산업화를 해왔다. 그랬으면서 개도국은 그 길을 밟지 말라는 것은, 자기들이 저질러 놓은 기후 붕괴를 개도국더러 함께 책임지자고 하는 셈이다. 선진국들은 개도국의 기후 대처를 돕겠다는 약속을 해놓고 이행하지도 않았다. ‘2020년부터 연 1000억달러씩 지원’ 약속을 말한다. 개도국들은 그 1000억달러를 지원받더라도 액수가 턱없이 모자란다고 주장한다. 지금 거론되는 로스앤드대미지는 재정 규모의 차원이 다르다. 수천억 달러 수준이다. 2050년엔 1조달러, 우리 돈 1400조원을 넘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 재원 마련을 위해 탄소세, 항공여행세, 국제금융거래세, 화석연료 횡재세 등 갖가지 아이디어가 튀어나오고 있다. 부채 탕감 주장까지 있다. 그러나 이제까지 로스앤드대미지 배상 자금을 내놓겠다고 한 건 덴마크뿐이다. 겨우 1300만달러를 제시했다.
선진국들은 “1980년대까진 온실가스로 인해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다는 인식 자체가 없었는데, 그 이전 배출까지 책임지라는 말인가”라는 반론을 한다. 야구 놀이 하다가 실수로 남의 집 유리창을 깼다고 치자. ‘고의가 아니니 배상 못 하겠다’는 말이 통하겠는가. 인도는 석탄이 풍부한 나라다. 올해 극도의 열파를 경험했다. 그 인도가 자국민에게 에어컨 돌릴 전기를 공급하겠다며 석탄발전소를 가동한다면 거기엔 ‘자기방어’ 성격이 있다. 가해자 격인 선진국 그룹에 그걸 만류할 권리가 있겠는가.
기후 해체 대처를 위해선 전 세계가 보조를 맞춰야 한다. 하지만 개도국과 선진국 간 갈등은 해소되기 힘들다. 무엇보다 온실가스 1, 2위 배출국인 중국과 미국이 손잡고 앞장서야 하지만, 두 대국 사이는 갈수록 틀어지고 있다. 심각한 에너지난에 처하자 유럽도 안면을 바꾸고 있다. 작년 기후총회 의장국으로 각국에 기후 실천을 극성스럽게 독려했던 영국은 최근 북해 석유·가스 신규 채굴 허가를 대대적으로 내줬다. 독일은 문 닫았던 석탄발전소를 다시 돌리겠다고 했다.
세계가 쪼개지고 분열되면서 기후 붕괴 대응의 단일 대오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작년 글래스고 기후총회 때 합의했던 ‘2030년 기후 목표(NDC) 상향’을 이행한 나라가 193국 가운데 26국에 불과했다. 이번 이집트 기후총회에서 어떤 겉치레 합의가 나올지 모르지만, 기후 해결을 위한 국제 협력 시스템은 위기를 맞고 있다. 기후 붕괴 대처가 늦어질수록 치러야 하는 비용의 총량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한삼희 선임논설위원, 조선일보(22-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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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40% 감축’, 文 체면 값으로 기업·국민에 엄청난 부담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2030년 온실가스 40% 감축'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영국에서 열리고 있는 유엔 기후총회 정상회의 기조연설에서 “한국은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18년 배출량 대비 40%로 상향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2030년 목표는 26.3% 감축이었다. 선진 G7 국가들 감축 목표를 2018년 대비로 환산하면 대체로 비슷한 수준이긴 하다. 하지만 유엔이 전체 143국의 목표치를 집계한 결과 2030년 배출량은 2010년과 대비해 9% 정도 낮아지는 것에 불과했다. G7 외의 대부분 나라들은 느슨한 감축 계획을 제시한 것이다. 그런데 한국은 굳이 ‘40% 감축’을 고집했다. 이 차이가 우리 산업과 경제에 미칠 파장은 엄청난 것이다.
2030 감축 계획은 일단 제시하면 향후 더 강화시킬 수는 있어도 뒤로 물러설 수는 없게 돼 있다. 임기 만료가 임박한 문 대통령의 대외 약속이 향후 10년간 우리나라에 돌이킬 수 없는 대못이 돼버렸다.
이번 기후총회는 중국·인도·러시아 등 세계 1·3·4위 배출국들이 상향 목표를 제시하지 않거나 미온적으로 임해 큰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종전 계획을 뚜렷이 강화한 목표를 제시한 것으로 한국이 부각될 정도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나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도 한국의 목표 상향을 높이 평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것으로 문 대통령 개인은 체면을 세우게 됐다.
우리도 경제 위상이 높아진 만큼 기후 위기 대처에 기여해야 한다. 그러나 제조업 비중이 높은 경제 구조나 기후 위기를 초래한 역사적 책임에서 G7 수준만큼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해야 했다. 2030 계획은 각국 정부 자율로 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얼마든지 유연한 내용을 담을 수 있었는데도 문 대통령이 외국의 시선을 의식해 무리한 목표를 설정했다.
문 대통령 개인이 기후총회에서 찬사를 받은 그 대가는 전부 국민이 지불해야 한다. 게다가 문 정부는 2030년까지 현재 24기 원전 가운데 10기를 폐로시키는 등 탈원전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온실가스를 태양광의 4분의 1밖에 배출하지 않는 무탄소 에너지원인 원전을 대폭 줄여가면서 2030 계획은 이행하기도 어렵고 무리하게 이행하려 들면 기업과 국민에게 큰 고통이 될 것이다. 이 ‘40% 감축’ 약속은 엎질러진 물이어서 어쩔 수 없다. 다음 정부가 들어서면 이 뒷감당을 어떻게 할지가 큰 문제가 될 것이다. 탈원전은 당연히 백지화해야 한다. 산업과 경제를 모르는 대통령의 경솔하고 무책임한 행동을 개탄한다.
-조선일보(21-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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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전략도 안 보이고 현실성도 없는 온실가스 감축안

문재인 대통령은 그제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정상회의에서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18년 배출량 대비 40% 감축하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한국의 온실가스 연평균 감축률은 4.17%에 달해 일본(3.56%) 미국(2.81%) 유럽연합(1.98%)보다 높다.
탄소중립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 해도 한국의 목표는 지나치게 무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원을 줄이는 한국의 기후기술은 미국의 80% 수준이다. EU는 미국의 96%, 일본은 미국의 90% 정도라고 한다. 이들 나라보다 기술력이 떨어지는 한국이 온실가스를 더 급격히 줄일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이 있는지 의문이다.
설령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온실가스 감축에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간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석유화학 등 핵심 수출산업 6개 분야에서만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199조 원의 비용이 발생한다고 산업연구원은 추산한다. 중소 제조업체들은 “발전 설비를 탄소 배출을 줄이는 방식으로 바꾸려면 300억 원이 넘게 든다” “탄소중립 정책을 따르려면 공장 가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 등의 비명을 터뜨리고 있다.
G20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은 ‘지구의 평균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1.5도 이내로 억제하는 노력을 추구’하기로 했지만 탄소중립 시점에 대해서는 끝내 합의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우리는 지나치게 의욕이 앞서서 큰소리쳤다가 결과가 따라주지 못하면 국제사회에서 신망만 떨어지게 될 것이다. 원전 비중을 급격히 줄이면서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유연하게 재고할 필요가 있다. 탈원전과 탄소중립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쫓다가 기업 경쟁력만 무너지는 결과가 돼선 안 된다.
-동아일보(21-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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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축산 메탄 250만t 줄여야… 농가 “축산업 하지말라는 얘기냐”
[탄소 감축 ‘COP26’]
산업계 탄소중립 후폭풍-‘글로벌 메탄 서약’ 발등의 불

충남 홍성군 결성면의 원천에너지전환센터. 돼지 분뇨에서 나온 메탄가스를 포집해 전력을 생산하는 시설이다.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이 같은 시설을 확대할 계획이다. 원천에너지전환센터 제공
지난달 27일 충남 홍성군 결성면의 원천에너지전환센터. 돔 형태의 지붕이 얹힌 회색 기둥 모양 건물 3개가 나란히 서 있었다. 센터를 운영하는 이도헌 대표(54)는 “여기서 가축분뇨를 발효시켜 나온 메탄가스를 포집해 발전기를 돌린다”고 설명했다. 이곳은 정부 지원을 받아 지난해 말 건립된 가축분뇨 에너지화 시설이다. 시간당 430kW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로, 인근 돼지농장에서 수거한 분뇨를 하루 110t씩 투입하고 있다. 정부는 이런 시설의 가축분뇨 처리 비율을 현재 1.3%에서 2030년 15%까지 끌어올릴 계획이지만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을 설득하는 게 관건이다.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참석차 영국 글래스고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2일(현지 시간) ‘국제메탄서약 출범식’에서 “국내 메탄 배출량을 2030년까지 30% 감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메탄 배출의 약 44%를 차지하는 농축산 업계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 가축분뇨 에너지화 시설, 목표 100곳 중 8곳 완공
정부의 방침대로 2030년 국내 메탄 배출량을 2018년 대비 30% 적은 1970만 t으로 줄이려면 농축산 업계에서만 250만 t을 감축해야 한다. 재배 면적이 줄어드는 논농사와 달리 육류 섭취 증가로 사육 두수가 늘어나는 축산업의 메탄 감축은 난제로 꼽힌다. 정부는 원천에너지전환센터처럼 가축분뇨를 에너지화 시설로 처리하거나 정화한 뒤 방류해 메탄 배출을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가축분뇨 에너지화 시설은 냄새나는 혐오시설이라는 이유로 주민 반대가 심해 건립 자체가 쉽지 않다. 2018년 농림축산식품부 지원 사업에 선정돼 시설을 지으려던 전북 남원시는 주민들의 반발로 이듬해 사업을 포기했다. 남원시 관계자는 “사업이 시작되자 주민들이 집단시위를 하는 등 심하게 반대했다”고 했다. 앞서 농식품부는 2010∼2020년 이런 시설을 100곳 설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완공된 건 8곳에 불과하다. 이 8곳을 포함해 전국에 28곳만 있다.
시설을 어렵게 지어도 운영 수익을 내기 힘든 구조도 문제다. 시설 유지나 폐수 처리 등에 운영비가 많이 드는데 전력 판매로 충분한 수익을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충남 논산에서 가축분뇨 에너지화 시설을 운영하는 농협의 관계자는 “환경오염 물질까지 처리하는 공익적 기능을 인정해 시설 개·보수 지원이나 전력 판매 등에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했다.
○ 대체고기 권장에 “소·돼지고기 먹지 말란 얘기”
축산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배양육, 식물성 고기 같은 대체 가공식품 이용을 확대하고 육류 소비를 줄이는 등의 식습관 변화를 통한 온실가스 감축 방안이다. 김삼주 전국한우협회 회장은 “대체 식품을 먹으라는 건 사실상 쇠고기 돼지고기 소비를 줄이라는 이야기”라며 “배양육을 만들 때도 탄소가 배출되고 대체 가공식품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여전한데 정부가 이를 권장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대체육 선진국인 미국에서도 대체육 업계와 축산농가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나서서 국민들의 식습관 개선을 유도해 육류 소비를 줄인다는 발상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저메탄·저단백질 사료의 보급을 늘리는 방안 역시 구체화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정승헌 한국생명환경자원연구원장은 “지금부터라도 정부가 농축산 업계의 의견을 반영해 실현 가능한 액션 플랜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홍성=주애진 기자/글래스고=박효목 기자, 동아일보(21-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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